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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785화 (785/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85화

새싹들과의 라이브 방송을 마지막으로, WTV시상식 관련 일정을 모두 끝낸 서준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시이이험!!!”

울부짖는 한지호의 모습에 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10월의 끝자락.

한예대와 대학들에서는 2학기 중간고사가 진행 중이었다.

“자유롭기는 더럽게 자유로워. 시험 기간이 2주가 뭐냐고……!”

“그런 불만은 강의를 수강 신청한 과거의 한지호에게 말해.”

3일 만에 모든 과목의 시험이 종료되는 고등학교와는 다르게, 교수의 마음대로 시험 날짜가 정해지는 자유롭디자유로운 대학교는 남들 다 놀 때 홀로 시험을 치기도 하고, 하루에 3개 이상의 시험을 치기도 하며, 2주 넘게 시험기간을 보내기도 했다.

한지호는 마지막에 속했다.

월요일부터 다음 주 금요일까지. 각 강의별로 시험을 치는 날이 2주 동안 띄엄띄엄 정해진 것이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겠냐고…….”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기 전, 텅 빈 테이블에 들러붙은 한지호가 탄식했다.

그에 서준과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시험기간에는 언제나 그렇듯,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서 모인 서준과 아이들이었다. 지금은 고픈 배를 만족스럽게 채울 점심시간이었다.

“시험 끝난 강의는 수업 계속해서 수업도 들으면서 시험공부 해야 돼. 머리가 터질 것 같아…….”

“고생이 많네.”

서준의 영혼 없는 위로에 친구들이 킬킬 웃었다.

“너희는 어때?”

전성민이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졸업할 김주경과 양주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에 김주경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번 학기로 필수 학점 채웠고, 졸업 학점도 다 채웠으니까 무사히 졸업할 것 같아.”

“하긴 주경이랑 주희가 F 받을 일은 없을 테니까.”

강재한의 입에서 나오는 끔찍한 이야기에 김주경과 양주희가 진저리를 쳤다.

그럼 졸업 못 한다.

한 학기 더 다니며 재수강을 해야 한다.

“그건 절대 안 되지. 등록금이 얼만데!”

“맞아. 맞아. 시간도 아까워.”

마치 쌍둥이처럼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는 김주경과 양주희에 서준과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음식 나왔습니다.”

-합.

그리고 음식을 가져온 알바생의 등장에 동시에 조용해졌다.

“감사합니다.”

언제 웃었냐는 듯 차분하게 각자의 음식을 건네받고 감사 인사까지 한 서준과 아이들은 알바생이 떠나자, 동시에 조용해진 서로를 보며 다시금 웃음을 터뜨렸다.

“뭔데, 다 왜 조용해지는 건데?”

“본능적인 일이었어.”

박시영의 웃음기 섞인 물음에 한지호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서준과 아이들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음식으로 가득한 테이블.

아이들은 점심 식사를 시작했다.

“근데 이렇게 졸업 이야기하니까 진짜 졸업한다는 게 실감 되는 것 같아.”

“나도.”

양주희와 김주경의 말에, 서준은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김주경, 강재한, 한지호, 양주희. 그리고 박시영, 전성민.

여울예중, 미리내예고를 함께 나오고 한예대까지 함께 온 친구들이 눈앞에 있었다.

“지금까지 다 같이 입학하고 다 같이 졸업했는데, 이번엔 따로 졸업하네.”

서준의 말에, 아이들도 서로를 바라보았다.

“음. 그러네. 기분이 이상하다.”

“신기하기도 함. 이렇게 계속 같이 다닐 줄은 몰랐는데.”

한지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마음이 맞던 친구라도 아주 친했던 친구라도 작은 실수 하나, 작은 오해 하나로 금이 갈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거의 10년에 가까워졌는데도 여전한 우정을 자랑하고 있는 서준과 아이들이었다.

“그래도 다음 시험 준비 때는 주경이랑 주희가 없겠구나.”

“그러네.”

강재한이 단골 스터디룸의 빈자리를 떠올리며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서준과 친구들도 아련한 눈빛으로 김주경과 양주희를 바라보았다.

팬들이라면 지구를 뿌술 정도로 좋아했겠지만, 김주경과 양주희는 거의 10년 가까이 본(그것도 이것저것 다 본) 익숙해진 얼굴들이었다.

“우리도 너희 군대 갔을 때, 휴학했을 때 느꼈거든.”

“그리고 촬영하느라 못 온 적도 있잖아.”

“아하.”

그랬었지.

군대 갔던 네 남자와 휴학했던 박시영이 아차, 싶은 얼굴을 했다.

“그리고 아직 기말고사 남았어.”

“……기말!”

기마알!!

한지호가 큰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기말 때도 2주 동안 시험 보는 건 아니겠지?”

“어? 그럼 지호만 늦게 종강하겠네?”

“그럼 지호 시험 칠 때 우리끼리 놀러 갈까?”

장난기 가득한 서준의 말에 친구들이 진지한 얼굴로 동의했다.

“그럴까?”

“어디 갈래?”

“스키장 어때? 스케이트장도 괜찮고.”

“야……!”

한지호가 웬수인지, 친구인지 모를 녀석들을 향해 낮게 소리를 질렀다. 그에 서준과 아이들이 으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 * *

“학생 때가 좋지.”

흐뭇한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이지석에 서준은 웃고 말았다.

“그러니까 나이 든 것 같아요. 형.”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실인걸. 내가 학생이었을 때가 벌써…….”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던 이지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세기도 무섭다.”

“아하하하.”

운전대를 잡고 있던 서준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지석도 이내 따라 웃었다.

“시험은 잘 쳤고?”

중간고사가 끝났다는 소식을 바나나톡으로 들은 이지석의 물음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는 건 다 적었어요.”

“아는 건 다 적었다니, 잘 쳤겠네. 서준이 넌 암기도 잘하니까.”

조수석에 앉은 이지석이 웃으며 말했다.

“처음 봤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요만하던 아기가 똑똑하게 대사도 다 외워오고 똑 부러지게 대본 분석도 해오고.”

“저 그때 아기 아니었는데요. 6살이었어요.”

서준이 조금 뾰로통하게 말했다. 그런 서준을 보며 이지석이 웃음을 터뜨렸다.

“6살이면 아기지, 뭐.”

어렸을 때의 수빈이나 은수, 그리고 하랑이를 생각해 보면 아기가 맞는 것 같다.

'귀여웠지.'

운전대를 잡고 팔불출처럼 웃는 서준을 보며 이지석이 입을 열었다.

“그랬던 아기가 벌써 이렇게나 커서 운전을 하다니. 세월 진짜 빠르네.”

“아하하하.”

바나나톡이나 전화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도, 서준과 이지석의 대화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근데 서준아. 차는 안 사?”

이지석의 물음에 서준이 시선을 슬쩍 돌려 차를 둘러보았다.

운전은 자신이 하고 있지만, 이 차는 서준의 차가 아닌 이지석의 차였다.

“음. 아직 딱히 필요하진 않아서요. 학교 갈 때는 대중교통 이용하고 회사 갈 때는 태우 형이 데리러 오고. 다른 곳 갈 때도 회사 차 아니면 대중교통 이용하니까요.”

게다가 차를 타고 학교에 가면 눈에 띈다.

능력을 사용하더라도 최대한 평범하게, 눈에 안 띄게 학교에 다니려면 서준의 노력도 필요했다.

“대중교통이라니. 서준이 네 일코 능력은 진짜 배우고 싶다니까.”

“아하하하.”

이지석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지만, 조금의 소란이 일어나는 것은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자신보다도 더 큰 소동이 일어날 게 분명한 슈퍼스타 서준에게는 지금까지 그런 일이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서준의 인지도라면 새싹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알아볼 텐데 말이다.

게다가 얼굴부터가 그냥 지나갈 수가 없는 얼굴이었다. 길거리캐스팅을 받건, 전화번호를 받건, 환호(?)를 받건 사람들의 시선은 단단히 사로잡을 서준의 외모였다.

이지석의 감탄에 서준은 씨익 웃기만 했다.

그때였다.

끼익-!

맞은편에 있던 트럭이 커브를 돌다가 싣고 있던 짐을 와르르 쏟아버린 것이었다.

……!!

크고 작은 소리들과 함께, 플라스틱 박스들과 그 안에 든 소주병들이 아스팔트 도로 위로 쏟아지며 깨지는 장면이 서준과 이지석, 그리고 지나가던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데굴데굴-

깨지지 않고 살아남은 소주병 하나가 서준과 이지석이 탄 차 앞까지 굴러 왔다. 그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버린 소주병들과 플라스틱 박스들 때문에 아무래도 더 이상 운전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바로 앞에서 일어난 사고에 서준과 이지석의 눈이 커졌다.

당황하며 트럭에서 내리는 트럭 기사가 보였다. 비에 젖은 것처럼 축축하게 젖어 있는 도로를 보니, 다 마시고 수거해가던 소주병이 아니라, 이제 배달하려던 소주들처럼 보여 더욱 안타까워 보였다.

“우리 가서 도와드려요. 지석이 형.”

“그래. 그러자.”

서준과 이지석은 연예인들의 기본 외출 세트,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모자를 푹 눌러쓴 두 사람이 내렸지만, 딱히 눈에 띄는 모습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어느새 인도를 걷고 있던 사람들도, 길가 가게에서 일하고 있던 사장과 알바생들도, 다른 차에서도 운전자가 내려 플라스틱 박스를 이용해 깨진 소주병을 빗자루로 쓸어 담듯 치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아뇨. 별말씀을요.”

그런 사람들을 보며 트럭 기사가 꾸벅꾸벅 인사를 했다. 사람들은 쑥스러워하면서도 별것 아닌 양 열심히 소주병과 박스들을 치웠다.

“나 이거 해보고 싶었어. 도와준 다음에 아무렇지 않게 갈 길 가는 거.”

“나도!”

뿌듯함과 보람참에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내리며 사람들은 열심히, 조심스럽게 도로 위를 치웠다. 아무래도 깨진 소주병들인 만큼 손이 베이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앗!”

“왜 그래? 다쳤어?”

“그런 것 같…… 아니, 잠깐만. ……괜찮네?”

따끔한 것 같은데 손가락은 멀쩡했다. 꾹꾹 눌러도 아프지 않았다.

이상함에 고개를 갸웃하던 사람은 이내 착각이구나, 생각하고 다시 소주병을 치우기 시작했다.

[(선)티베의 수액(중하급)이 발동됩니다.]

[(선)티베의 수액-중하급-]

뿌리부터 잎까지 모든 것이 약이 되는 약초나무 티베입니다.

외상을 빠르게 치료합니다.

비상시를 위해 가지고 다니는 능력이 빛을 발했다.

‘좋은 일을 하는데 다치면 안 되지.’

검은색 마스크를 쓴 서준이 씨익 웃으며, 플라스틱 박스로 깨진 소주병들을 차자작- 한 곳으로 밀어 넣었다. 이지석도 마찬가지로 모자를 풀 눌러쓰고 빠르게 소주병들을 치웠다.

그렇게 몇 분.

빠르게 치워진 도로를 뿌듯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은, 이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각자 하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다들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서준과 이지석도 차에 올라, 목적지를 향해 다시 출발했다.

“음.”

마스크와 모자를 벗고, 물티슈로 손을 닦던 이지석이 잠시 고민했다.

“왜 그래요, 형?”

그 모습에, 신호를 받고 차가 멈춘 사이 이지석에게서 건네받은 물티슈로 손을 닦던 서준이 물었다.

“아니, 성오한테 연락해야 하나 싶어서.”

“아.”

그러네.

이지석이 매니저 윤성오의 이름을 말하자, 서준도 눈을 깜빡였다.

“이거 뉴스에 나올까요? 아까 누가 촬영하던 것 같긴 했는데.”

“그럼 뉴스에 나오긴 하겠네.”

각박한 세상에, 이런 미담이 뉴스에 안 나올 리가 없었다.

“그래도 짧게 나오겠죠?”

서준의 물음에 이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한 번 나오고 말지 않을까?”

으음.

서준과 이지석은 매니저에게 이 이야기를 하나, 안 하나 고민했다.

언급되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괜히 일만 벌이는 거니까 말이다.

서준이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래도 일단 말해두는 게 좋겠어요. 갑자기 뉴스에 나오면 놀랄 테니까요.”

운전면허 시험 때 겪어봐서 안다.

미담이라도 해도, 다들 갑자기 뉴스에 서준(이 운전하던 차량)이 나와서 놀랐다고 했다.

“그건 그러네.”

이지석도 그 뉴스를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킬킬 웃은 이지석이 휴대폰을 꺼냈다. 운전 중인 서준은 목적지에 도착한 후 연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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