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783화
WTV시상식 전.
배우 이서준의 팬카페 [새싹부터]에서는 서준도 모르는 비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비밀 프로젝트의 시작은 WTV시상식의 후보들이 발표되고 서준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투표하자며 새싹들이 으쌰으쌰!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달린 한 새싹의 댓글이었다.
-다른 상은 몰라도 최고의 히어로상은 서준이랑 에반 블록 배우가 같이 받았으면 좋겠네요ㅠㅠ
서준이 아기였을 때부터 팬이었던 그 새싹(이미연)의 댓글은 잠시 묻히는가 싶더니, 같은 생각을 가진 새싹들로 인해 발굴되었다.
=그러게요. 다른 것도 아니고 ‘최고의 히어로상’이니까요.
=최고의 히어로라면 역시 쉐도우맨이 빠질 수는 없죠. 진 나트라에게든, 윌리엄에게든!
=서준이에게도 그렇죠. 첫 작품이 쉐도우맨이었으니까요.
=우리에게도 서준이라는 배우를 발견하게 된 기념적인 영화죠.
그렇게 [쉐도우맨 시리즈]와 같은 시대를 보낸 오랜 팬들을 시작으로,
-다음 작품 제목이 ‘쉐앤나’가 아니라 ‘나이트 진’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앞으로 쉐도우맨이 이 상에 노미네이트 될 일도 거의 없어 보이지?ㅠㅠ
=22 아무래도 분량이 적어지겠지.
=33 서준이는 나이트 진으로 앞으로 받겠지만(그렇게 만들거임!) 이렇게 두 배우가 동시에 노미네이트 되긴 힘들 거임.
=44 이번이 마지막 기회!
[쉐도우맨 시리즈]를 정주행하며 눈물 콧물 다 뺀, 최근 팬이 된 새싹들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진지하게 이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미연이 별 생각 없이, 그저 작은 아쉬움에 달았던 댓글을 시작으로 점점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흙흙: 그럼 서준이와 에반 블록 배우의 공동 수상 프로젝트를 시작하겠습니다.
=햇빛빛: 야호!
=물뿌리개: 진짜? 진짜 하는 거야ㅠㅠ?
카페지기들이 공식적으로 선언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 소식은 해외 [새싹부터]들에도 알려졌다. 당연하게도 ‘꼭 참여하고 싶다! 참여하고 말 거다!!’라는 댓글들이 쏟아졌다.
-에반 블록 배우 팬들도 모으자!
=ㅇㅋ 바로 전하고 옴
=+)한대!
=……엄청 빠르네;;;
한국 새싹들은 물론이고 해외 새싹들에 에반 블록의 팬들까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의지를 다졌지만, 정말로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두 가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투표수가 비밀인 거냐고ㅠㅠ
=22 투표수 공개해줘야 숫자를 맞출 것 아니야ㅠㅠ
=33 난 서준 오빠에게 투표해야 하는 건가, 에반 블록 배우에게 투표해야하는 건가……
-이러다 서준이가 못 받으면 그건 또ㅠㅠㅠ슬퍼ㅠㅠ
=으아아!! 미치겠네!!
첫 번째는 WTV시상식의 투표가 공개가 아닌 비공개였다는 것이었고.
-아…… 서준이 투표 인증해주셨다ㅎ
=일반인분들ㅠ 서준이한테 투표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근데 왜 눈물이 나올까요ㅠ
두 번째는 서준에게 호감을 가진 일반인들의(그것도 전 세계의) 투표수를 예상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ㅎ……ㅎㅎ 열심히 가족, 친구, 친척 동원해서 에반 블록 배우에게 투표했지만 예상이 안돼네요.
=ㅠㅠ그러게요. 이과 새싹분들이 7년 전 시상식 투표수랑 그동안 늘어난 서준이 팬+에반 블록 팬 수에 일반인들의 투표 가능성까지. 여러 가지 상황을 대비해서 열심히 계산해주셨는데 말이죠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도 하고 있고요ㅎㄷㄷ
=그 분석글들은 다시 봐도 진짜 감탄만 나옴ㅋㅋㅋ
=이 프로젝트 성공하면 왠지 나중에 논문 자료가 될 것 같지 않음?
=22 그러면 좋겠어요. 서준이랑 에반 블록 배우가 공동 수상 했다는 거니까요ㅠㅠ
=ㅠㅠ그럴 일은 없겠지만ㅠㅠ
투표수가 공개라고 해도, 팬들만 투표 가능하다고 해도 공동 수상은 어려운 일이었는데, WTV시상식 투표는 변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게다가 단 한 표.
단 한 표만 차이 나도 수상자는 한 명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새싹은 포기하지 않는다!
=누가 이기는지 해보죠!!
=전쟁이다!!
=우아아아아!!
보통 때라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터였다.
하지만 ‘보통 때’가 아니었다.
매일같이 [신전 프로젝트]의 영상을 시청하는 새싹들에게는 축복이 내려진 상태였다.
[(선)천신 제루엘이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선)천신 제루엘의 축복(최상급)의 등급이 일시적으로 낮아집니다.]
[(선)천신 제루엘의 축복(중하급)이 발동됩니다.]
중하급이지만 괜찮았다.
천신이자 전쟁의 신인 제루엘은 노력하는 이들에게 더 큰 가능성을 만들어주었으니까 말이다.
[최고의 히어로상의 수상자는! 나이트 진, 서준 리!]
[그리고!]
[쉐도우맨, 에반 블록!]
그렇게.
절대로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 * *
사회자의 발표에, 눈을 동그랗게 뜬 서준이 고개를 돌려 에반 블록을 바라보았다. 뒤이어 이름이 불린 에반 블록 또한 저도 모르게 입을 조금 벌릴 정도로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두 수상자뿐만이 아니라, 여기 시상식장에 있는, 그리고 생중계로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표정이 아닐까 싶었다.
오직 투표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던 WTV관계자들만이 침착해 보이는 듯했다. 시상식을 이어나가라는 관계자의 손짓에, 사람들의 놀람을 깨듯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
“네. 다시 말씀드리지만, 조작은 없습니다. 모두 화면을 보시죠.”
사회자의 말에 무언가에라도 홀린 듯, 모두의 고개가 화면으로 향했다. 무대 뒤, 조금 전까지 다섯 후보의 모습을 보여주던 커다란 화면에 두 개의 그래프가 나타났다.
단 한 표의 차이도 없는 공동 수상.
WTV시상식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사태에, WTV 측은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았다.
투표가 마감됐을 때는 WTV도 믿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믿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이런 증거자료를 만든 것이었다. 또한 전대미문의 상황을 기념하며, 화제성을 키울 퍼포먼스이기도 했다.
화면에 나온 두 배우의 이름.
에반 블록과 서준 리.
그 옆으로 게이지가 차듯 그래프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투표수가 퍼센트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준 리가 우세한 것 같았지만, 곧 에반 블록의 투표수가 점점 뒤쫓기 시작했다. 몇 번 엎치락뒤치락 한 것 같았다. 결과를 알고 있는데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그래프들의 싸움이었다.
그때, 먼저 서준 리의 그래프가 멈추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한 칸을 채우며 에반 블록의 그래프도 멈추었다.
E.B:■■■■■50%
S.L:■■■■■50%
나머지 세 후보를 제외하고.
서준과 에반 블록의 투표만 계산해서 만든 그래프가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
감탄이 가득한 탄성이 시상식장 안을 가득 채웠다. 생중계를 보고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와…… 미쳤다……
=진짜 공동 수상이야???
=단 1표도 차이 안 나는??
-끄아아아! 성공했어! 성공했다고!!
=ㅅㅂㅠㅠ진짜 성공할 줄이야ㅠㅠ
=???
“어서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준! 에반!”
서준의 놀람은 금세 진정됐다.
새싹들 덕분에 예상하고 있었던 것도 있었고, 이미 앞서 ‘최고의 연기상’ 수상 때 한바탕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황은 그때 다해서 그런지, 지금은 행복함만이 밀려 들어왔다.
세상에!
에반과 공동 수상이라니!
이런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서준이 상기된 얼굴로 에반 블록을 향해 말했다.
“얼른 나가요. 에반!”
“어? 어, 그래.”
진짜, 전혀 수상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에반 블록(서준에게 투표했다)은 손을 파닥거리며 재촉하는 서준에 얼떨떨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쳤다! 미쳤어!!”
그리고 난리를 치는 리첼 힐과 짝짝짝! 있는 힘껏 손뼉을 치는 조나단 감독, 오! 감탄하며 박수를 보내는 커크 로렌스와 주변 사람들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정말로 준과 함께, 자신의 이름이 불린 것이었다.
그렇게 WTV시상식 최초로 공동 수상한 두 배우가 무대 위로 올랐다.
와아아아아!!
쏟아지는 환호성 속에서, ‘최고의 히어로상’이라고 적힌 두 개의 트로피와 꽃다발이 서준과 에반 블록에게 전해졌다.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오! 누구부터 하시겠어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호들갑을 떠는 사회자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함께 웃던 서준과 에반 블록 중 에반 블록이 먼저 마이크 앞에 섰다. 서준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카메라가 에반 블록을 비추었다.
에반 블록은 시상식장을 둘러보다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에반 블록입니다. 상을 받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해서 말이 조금 어수선한 건 이해해 주십시오. 저는 준에게 투표했거든요.”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많은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던 베테랑 배우라서 그런지, 전혀 어수선하지 않고 농담을 할 정도로 여유로워 보였다.
“7년 전, 이 무대 위에 섰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가 히어로로서, 쉐도우맨으로서 받는 마지막 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다시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것도 나이트 진과 함께 말이죠.”
에반 블록의 말에 활짝 웃는 서준, 아니 나이트 진.
그 빠른 분위기 전환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정장 입은 나이트 진이라니 미쳤다!
=끄아아아악(멋진 걸 보면 비명 지르는 새싹.)
“이렇게 저희 두 사람이 함께 상을 받을 수 있도록 투표해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쉐도우맨으로서 활동하게 해준 마린과 조나단 감독님, 서준 리 배우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수상 소감을 끝낸 에반 블록이 뒤로 물러나고, 교차하듯 서준이 마이크 앞에 섰다.
그 짧은 장면마저도 어쩐지 세대를 교체하는 히어로들처럼 보여 보는 사람의 마음을 벅차게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배우 서준 리입니다. 이 자리에 서는 건 몇 번이라도 떨리고 가슴이 벅차네요. 그것도 쉐도우맨과의 공동 수상이라니, 상상도 못 했습니다. 쉐도우맨과 나이트 진에게 투표해 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서준은 지금까지 중 가장 밝고 생기가 넘치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7년 전 여기서 최고의 악당상을 받았던 게 떠오르네요. 그때는 그렇게 끝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서준이 ‘최고의 히어로상’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었다.
“히어로가 되어서 다시 돌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다들 진 나트라만큼 최고의 악당은 없다고 투표하셨었는데 말이죠.”
-아니, 그건 진 나트라잖아.
=22 이건 윌리엄=나이트 진이고ㅋㅋㅋ
=근데 같은 사람임ㅋㅋㅋ
“그런 만큼 진 나트라, 아니, 윌리엄이 히어로가 되어 나타날 거라고는 여러분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그래서 윌리엄이 옳은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해준 우리의 영원한 영웅, 쉐도우맨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서준이 뒤에 서 있는 에반 블록을 보며 웃었다. 에반 블록도 서준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서 다시금 ‘쉐도우맨’과 ‘나이트 진’의 모습이 보여, 생중계로 보고 있던 [쉐앤나]팬들은 모두 입을 틀어막으며 기뻐했다.
새싹들도 마찬가지였다.
공동 수상을 하게 된 게 정말로 기뻐 보이는 서준에 새싹들도 저절로 행복해졌다.
-서준아ㅠㅠ 그렇게 웃는 걸 보니 우리가 엄청 뿌듯해ㅠㅠ
=22 저런 서준이 얼굴 본 것만으로도 열심히 투표한 보람이 있어ㅠㅠ
=33 오늘 진짜 계탄날ㅠ여기가 내 무덤이다ㅠ
“앞으로 나올 나이트 진 시리즈에서 이 ‘최고의 히어로상’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멋진 히어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서준이 씨익 웃었다.
“모두 쉐도우맨과 벨 나트라와 함께할 ‘나이트 진’을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와아아아!!
터져 나오는 박수갈채 속, 서준과 에반 블록이 웃으면서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하아-. 시상식까지 완벽했다.
=22 나중에 나이트 진으로 이서준이 최고의 히어로상 받으면 완전 세대교체 느낌 날듯.
=33 시상식 보면서 우는 사람이 있다???(나ㅠㅠ)
-난 같이 무대 위로 올라올 때부터 울고 있었음.
=ㅅㅂ 이렇게 투샷 보여주면 안 울 수가 없잖아요ㅠㅠ
=쉐도우맨 살아서 다행이지, 진짜 죽었으면 대성통곡했다ㅠㅠㅠ
=ㅁㅊ 진짜 그랬을 것 같다ㅎㄷㄷ
-근데 이서준 다음에 히어로상 받는 거 확정임?
=ㅎㅎ팬들 화력만 봐도.
=22 팬은 아니지만 나도 투표함.
-영화도 이렇게 만들면 욕먹을 듯ㅋㅋ공동수상이라니ㅋㅋ
=원래 영화보다 현실이 더 극적임.
-근데 진짜 조작 아님?
=조작을 저렇게 대놓고 하겠냐ㅋㅋ
=……WNET면 할지도.(판사님 저희집 고양이가……!)
=저긴 WTV니까 안 하지 않을까?
-와. 미친. 공동 수상 새싹들이 한 거래.
=……???
=뭔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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