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779화
“하하하.”
난리난 채팅창에, 완벽한 해피엔딩에서도 ‘아, ㅅㅂ 꿈.’이라는 최악의 엔딩으로 쉐도우맨을 삭제해 버린 영화객이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웃음소리를 내었는가. 누가 웃음소리를 내었느냔 말이야!
-웃겨?! 이게 웃겨어?!!
-근데 내가 봐도 좀 웃기긴 함ㅋ그냥 영화객 상상일 뿐인데도, 다들 반응이 너무 좋음.
-그만큼 영화객 해석이 믿을만하다는 거라서ㅋㅋ
“네. 다시 말하지만, 제가 상상한 스토리일 뿐입니다. 공식적으로 쉐도우맨은 살아-”
영화객이 웃으며 말했다.
“있을까요?”
-얌마!
-야임마아악!!
-주님. 오늘 한 명 올라갑니다. 부디 지옥으로 보내주시옵소서.(기도)
-진심 기도222
“살아 있습니다. 살아 있어요. 쉐도우맨 살아 있습니다.”
정말 하늘(또는 땅 아래)로 보내버릴 것만 같은 시청자들에, 영화객은 얼른 항복한 듯 두 손을 들고 말했다.
-쒸익. 쒸익. 쒸익!!
-자자. 진정하세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겁니다. 후우-후우-
-후우-후우-
-후우-후우-222
시청자들의 생생한 반응에 만족한 너튜버 영화객은 저절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며 헛기침을 했다.
“크흐음. 여러분들 반응이 너무 좋아서 버릇이 될 것 같네요.”
-이래서 먹금이 필요함.
-근데 반응을 안 할 수가 없어…… 꿈이라니! 꿈이라니!
-생존자들 트라우마가 올라오려고 한다ㅠㅠ
-현우야ㅠㅠㅠ
“다행히도 정말로 쉐도우맨은 살아 있습니다. 아직 풀어나갈 이야기들이 많거든요.”
시청자들 속을 한바탕 뒤집어놓은 영화객이 다시 리뷰로 돌아갔다.
“쉐앤나를 잘 살펴보시면 퍼스트나 쉐도우맨이 벨 나트라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응? 나온 거 아님? 외계 전문가가 벨 나트라잖아.
-윌리엄에게 말할 때는 직접적으로 벨 나트라 이름 안 나와요.
“네. 그렇습니다. 외계 전문가라고만 하지, 벨 나트라의 이름이나 얼굴은 전혀 나오지 않죠. 목소리도 쉐도우맨에게만 전해집니다. 윌리엄과 직접 대화하는 장면이나 윌리엄이 벨 나트라의 이름을 듣는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죠.”
-오…… 그랬구나.
-전혀 눈치 못챔ㅋㅋ
“아무래도 진 나트라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고, 친하게 지냈던 벨 나트라의 존재가 윌리엄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트 진 시리즈’에서는 벨 나트라가 꼭 등장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윌리엄의 이야기에서 ‘진 나트라’가 빠질 수는 없을 테니까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 끝난 영화를 새드엔딩으로 만들며 장난치던 영화객은 어디로 갔는지, 진지한 분석이 이어졌다.
-이래서 영화객 리뷰를 볼 수밖에 없다.
-22 강제 시청 중.
-칭찬하고 싶지 않은데ㅠ 리뷰는 잘해ㅠㅠ
“하하. 감사합니다.”
활짝 웃은 영화객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쉐도우맨도 빠질 수 없겠죠. 물론 시리즈의 제목이 ‘나이트 진’이고 시즌2에 진입했기 때문에, 쉐앤나처럼 투탑 주연으로 나오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살아있는 게 어디냐.
-22 살아서 윌리엄과의 케미를 보여줘!!
-나이트 진은 어떤 스토리가 나올 것 같아요?
“첫 번째 큰 줄기는 확실히 판도라의 상자인 ‘진 나트라’에 대한 이야기겠죠. 두 번째로 추측 가능한 건, 공원에서 쉐도우맨과 벨 나트라가 통신기로 이야기를 나눌 때 기억하세요?”
-ㅇㅇ기억남.
-윌리엄 스토커ㅋㅋㅋ
시청자들과 함께 웃던 영화객이 말을 이었다.
“그전에 나온 장면인데,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벨 나트라가 쿵! 쿵! 기계를 두드리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만국 공통, 아니, 우주 공통으로 일단 맛이 간 기계는 두드리고 보는ㅋㅋㅋ
-ㅋㅋ근데 신기하게도 고쳐짐.
“네. 우주에서도 통하는 수리 방법인 것 같습니다. 하여튼 그런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장면은 쉐앤나 스토리 전개상 딱히 넣을 필요는 없는 장면이거든요. 게다가 퍼스트나 나트라의 기술을 생각하면 겨우 통신기술에서 그런 문제가 생길 것 같지도 않고요.”
-음? 그러네?
-그렇다면?!
“벨 나트라나 나트라 행성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떡밥이 아닌가 싶습니다.”
-와…… 미쳤다.
-그 짧은 장면에서 그걸 분석해?
-하긴 문제가 생기기 쉬운 상황이긴 함. 진 나트라가 타임스톤 흡수했다가 뱉어(?)냈지. 왕인 튤 나트라는 윌리엄에게 그림자 다 줘서 힘없지. 지구 침략했다가 우주선들도 다 망가졌을 거 아니야. (국방력 ↓↓↓)
-와. 침략하기 딱 좋네.
-게다가 시간의 흐름도 지구랑 달라서, 50년(지구 1년 = 나트라 5년)동안 무슨 일이 생겼을지 아무도 모름.
영화객이 고개를 저었다.
“5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진 나트라의 몸에서 나온 타임스톤이 ‘완벽하게’ 멀쩡하다는 보장이 없거든요. 지구와 나트라행성을 파괴하려고 할 때 에너지를 많이 사용했을 텐데, 그 불완전한 타임스톤이 나트라 행성의 시간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그때 과학자? 의사가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근데 그 나트라인도 처음 있는 일이라서 확실하게는 몰랐을 듯.
-222 추측 아니었을까.
-그럼 지구 1년이 나트라 3년이 됐을 수도 있다는 거네.
-아님 나트라 10년이나.
-와. 지구 1년=나트라 10년이면 거의 100년 지난 거 아님?
“네. 그렇죠. 하지만 쉐도우맨이 눈치채지 못한 걸 보면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벨 나트라와 튤 나트라가 철저히 숨겼다면 모르는 일이지만요. 걱정 안 시키려고 말입니다.”
-이야……
-아니, 쉐도우맨 시리즈 끝났잖아ㅋㅋ
-22 쉐도우맨 시리즈 꽉 닫힌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는데ㅎㅎ
-33 영화는 끝났는데 문제가 산더미야ㅋㅋㅋ
-ㅋㅋ그러니까ㅋㅋ
-뭔가 히어로 세계의 사건 완료 후 뒷모습을 보는 듯한…….
-22 하긴 현실이라면 이렇게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끝날 리가 없지ㅋ
영화객이 얼른 말했다.
“물론 이것들도 다 제 추측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ㅅㅂ꿈보다는 낫다.
-222 이런 뇌피셜은 환영!!
-333 이런 분석만 해주라.
‘옳소!!’를 외치는 시청자들에, 웃던 영화객은 라이브 방송을 마무리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쉐도우맨 시리즈가 끝나고 벌써 7년이 흘러,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마린사 시즌2의 새로운 히어로, 나이트 진의 이야기가 시작되다니 정말 기쁘네요. 처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조금 걱정했습니다만 정말 한 장면도 놓칠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앞으로 나이트 진은 어떤 히어로가 될지, 윌리엄은 어떤 삶을 살아갈지, 그리고 진 나트라의 상자는 과연 활짝 열릴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 *
개봉한 지 3주째.
[쉐도우앤나이트]는 여전히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개봉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화제성으로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이 쉴 새 없이 새롭게 생성되고 있었는데, 천만 관객을 넘으면서 잠시 주춤하더니, 지금은 스포일러 해제와 동시에 영화객 등의 영화 리뷰어들의 리뷰까지 첨가되어, 다시금 기사량이 늘어나고 있었다.
[‘쉐도우앤나이트’, 히어로의 죽음과 함께 탄생한 새로운 히어로?!]
[‘쉐앤나’, 빌런의 정체는 바로 이상웜홀 피해자였다!]
[‘쉐도우맨2’에서부터 이런 복선이?!]
[영화 ‘쉐도우앤나이트’ 쿠키 영상은 2개! 마지막까지 자리를 떠나지 마라!]
[영화리뷰어, 영화객이 분석한 ‘쉐도우앤나이트’!]
[영화객, ‘나이트 진 시리즈’는 아마도 이런 내용으로!]
[‘쉐도우앤나이트’에서 주목해야 할 장면들!]
-쉐도우맨ㅠㅠ진짜 죽는 줄 알았어.
=근데 이거 스포 아님?
=3주 넘었다. 볼 사람은 다 봄.
=222 천만 넘은 지가 언젠데.
-N차 뛰면서 느낀 건데. 윌리엄 다꾸 잘하네ㅎㅎ
=다꾸가 뭐임?
=다이어리 꾸미기. 쉐도우맨 스크랩한 거 보니까 갈수록 실력이 좋아진 게 보여ㅋㅋ
=22 팬심이 가득해 보이는 자료집이더라. 나도 갖고 싶어.
=33 마린사는 저거 굿즈로 판매해라(텤마이머니)
=앜ㅋㅋㅋㅋ
-미끼가 윌리엄(서준)이라면 던져주자마자 물어버릴거임.
=22 나도. 제일 빨리 가서 물어버릴 거야.
=ㅋㅋ새싹들만 잡아도 만선이겠다ㅋㅋ
-새싹속보) WTV시상식 배우 이서준 노미네이트!!
=? 기사 아직 안 떴는데? 사실 맞음?
=ㅇㅇㅇㅇWTV홈페이지에 노미네이트 명단 뜸.
=와. 기사보다 빠르네?
=새싹이잖아.
=아하.
=납득.
=ㅋㅋㅋㅋㅋ
* * *
“사실 난 쿠키영상에 맥이 나올 때부터 의심했음.”
한지호의 말에,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서준과 친구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다음 영화에 나올 빌런이 변신한 거 아닌가 싶어서.”
“오……?”
“나이트 진1에서는 맥으로 변신한 빌런이 윌리엄 상처 주고, 그럼 윌리엄이 흑화하고, 진 나트라가 나오고! 끝내 아주 엉망진창이 돼버리는 거지.”
혼돈과 파괴, 그리고 망함!
그에 친구들이 오! 하고 감탄했다.
“서준이라면 가능할 것 같네.”
“맞아. 다음 작품을 위해 미리 복선을 깔아놓았을 수도.”
주욱 늘어나는 치즈 돈가스를 먹던 서준이 잠깐 멈칫하고는 조용히 고백했다.
“그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니야.”
다행히도 조나단 감독이 있는 힘껏 말렸다.
살아 돌아온 쉐도우맨이 사실 빌런이었다고 하면 [나이트 진1]의 개봉과 함께 전 세계가 뒤집어질 거라고.
“역시!”
친구들이 아하하 웃었다.
한지호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근데 파트너가 쑥 나타나서는 맥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는 거야. 그거 보고 아…… 진짜 쉐도우맨 맞구나, 생각했지. 그 장면 아니었으면 영화객도 분명 의심했을걸?”
“맞아. 그랬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인 아이들은 영화객의 리뷰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화 리뷰 엄청 세세하게 하시더라. 벨 나트라의 목소리만 나온 것도, 나트라 행성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것도 난 전혀 몰랐는데.”
“나도. 이름 대신 외계전문가라고만 말하길래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그게 윌리엄에게 정체를 숨기는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리뷰는 정말 좋았는데, 중간에 ‘우리들 마음속에’는 너무했어.”
“맞아. 꿈이라니…….”
“역시 캐릭터 연쇄삭제범.”
아이들이 숙연해지자, 또 다른 캐릭터 연쇄삭제범인 서준이 작게 웃었다.
“그런 결말은 진짜 사라져야 해.”
“서준아. 그것도 후보에 있었어?”
“아니, 그건 없었어.”
“그건 다행이네.”
서준의 말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옆에 영화관계자가 있다는 게 이렇게 마음 편한 일일 줄은 몰랐다.
물론, 궁금증이 몇 배로 늘어나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정말로 벨 나트라나 나트라행성에 문제가 생겼는지. 진 나트라의 상자는 열리는 건지. [나이트 진 시리즈]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물어보고 싶지만 참아야지이……!”
으으으.
앓는 듯 말하는 친구들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쉐도우앤나이트]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하던 아이들은 곧 다른 화제로 불타올랐다.
“WTV 시상식 가는 거지?”
“응. 노미네이트 됐으니까.”
전성민의 물음에 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상식에 참여하는 건 오랜만이라 기대 중이야.”
“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 칸 영화제 이후엔 MOEB-436 공연하느라 바빴고.”
양주희의 말에 전성민이 뒤를 이었다.
“‘화’가 상을 받을 때는 군대에 있었지. 오버레2는 OTT에서 공개해서 자격 미달이었고.”
“치사하다니까. OTT 작품은 작품도 아니라는 거지. 아니었으면 분명 오스카상 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한지호가 투덜거리자, 친구들이 동의한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을 접고 있던 김주경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거의 4년 만이네?”
“응. 게스트로는 시간 있을 때 여기저기 참석했는데, 수상 후보로 가는 건 4년 만이야.”
이야.
[MOEB-436], [화], [오버 더 레인보우2] 같은 작품들에 출연하고도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된 게 4년 만이라니.
“어째서 새싹분들이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건지 알 것 같네.”
박시영의 말에 아이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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