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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772화 (772/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72화

다행히 서준의 목숨(?)이 위험할 일은 없었다.

하하하.

하고 웃음으로 때우기에는 엔딩 스크롤이 흘러가는 시간이 좀 길어, 그 시간 내내 소꿉친구들에게 몸이 잡힌 상태로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쉐도우맨이…… 쉐도우맨이……!’라는 감상을 들으며 이리저리 흔들려야 했지만.

그래도 영화관이라서 이 정도로 끝난 거지, 밖이었다면 등짝을 수십 번은 맞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서준은 뒤에 있을 쿠키영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모르고 보는 게 더 극적이니까 말이다.

몇몇 관객들이 길어지는 엔딩 스크롤에 눈물을 펑펑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고, 일부는 아예 넋이 나간 듯 일어날 생각을 전혀 못하는 것 같았고, 나머지는 불이 켜지지 않는 상영관에 미약한 희망의 줄을 붙잡았다.

잠시 후,

그 희망이 이루어졌다.

끄아아아악!!

커다란 환호성과 함께.

소꿉친구들과 관객들이 지르는 비명 같은 함성에 서준이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 * *

미나가 추천한 가게에서 밥을 먹으며 아이들은 [쉐도우앤나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 관람도 재미있지만, 그 영화가 끝난 후 같이 본 사람들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영화관계자(그것도 스토리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가 그 자리에 있으면 처음으로 나올 질문은 단 하나였다.

“정말이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스토리로 만든 거야?”

서준이 눈을 데굴 굴렸다.

이유는 많았다.

먼저 히어로가 세대 교체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전대 영웅의 인상 깊은 마지막을 보여주고 싶었고, 이후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히어로의 죽음의 원인에 대해 알아가는 현 히어로의 감정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럼 시리즈를 관통하는 스토리를 만들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거다.

“재미있으니까.”

헤헤 웃는 망할 친구에, 지후와 미나, 지윤이 이마를 짚었다.

“두 번 재미있다가는 사람들 수분 부족으로 비쩍 마르겠다.”

“봐봐.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 눈이 퉁퉁 부었잖아.”

“다 쉐앤나 보고 온 거겠지.”

아무래도 영화관 근처에 있는 음식점이라서 그런지, 영화를 관람하고 온 손님들이 많은 것 같았다. 게다가 붕어처럼 부어 있는 두 눈과 그걸 닦아내는 휴지, 그리고 마실 것부터 찾는 모습이 딱 봐도 전부 [쉐도우앤나이트]를 보고 온 것 같았다.

“하하하.”

“웃지만 말고.”

“그래도 재미있었잖아.”

서준의 말에, 바짝 마른 목에 시원한 음료를 들이붓던 소꿉친구들이 한숨을 내쉬듯 고개를 끄덕였다.

“충격적이었지만…… 재미있긴 했지.”

“쉐도우 글자 사라지고, 나이트 진 로고 나올 때는 진짜…….”

“난 쉐도우맨 눈 감을 때. 진짜? 진짜로? 여기서? 그 생각밖에 안 떠올랐다니까.”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하고,

“액션 장면은 멋있었지.”

“맞아. 쉐도우맨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때는 진짜 다 잊고 넋 놓고 보게 되더라.”

“어디까지 서준이 네가 연기한 거야? 구분이 안 가던데?”

감탄하며 이야기하기도 하고,

“마지막에 나온 떡밥이 나이트 진 영화에 나오겠지?”

“일레귤러스가 어셈블 다음 시리즈 제목이야?”

“새 히어로들 다 모였을 때 어떨지 궁금하네.”

다음 영화에 대한 추측도 즐겁게 이야기했다.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스포일러가 되지 않게 조용조용히.

그때.

누군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식점 안 모두의 시선이 그 손님들에게로 향했다.

싸움이라도 일어났나, 아니면 시끄럽게 떠들려나 싶어 저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질 때, 들려오는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대부분의 손님들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끝에 쿠키영상이 하나가 더 있었다고?”

“뭐?! 정말?!!”

“어! 동생이 하나 더 있었대!”

“미친! 끝난 줄 알고 그냥 나왔는데!”

그러고서는 먹던 음식들도 내버려 둔 채, 허둥지둥 짐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당장 보러 가자!”

“못 봐.”

한숨과도 같은 말이 들렸다.

유일하게 침착하게 자리에 앉아 있던 일행이었는데, 휴대폰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왜?”

“전부 매진이야.”

침착하지만 두 친구보다 빠르게 손을 움직였던 그가 슬픈 표정으로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전 좌석 매진, 빈자리 없음을 나타내고 있는 화면에, 벌떡 일어났던 두 사람이 비틀거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쿠키…… 내 쿠키영상…….”

“하나가 더 있었다니…… 무슨 내용일까?”

“이런 건 직접 봐야 되는데. 제일 빠른 상영으로 잡을까?”

“그래!”

동생한테 물어본다는 선택지는 세 사람에게는 없었다.

“어차피 N차 뛸 생각이었으니까. 처음 보는 기분일 것 같지 않냐? 이게 바로 안 본 눈 삽니다?”

“으으으. 기대된다!”

“쿠키영상이 어떤 내용일지에 따라서 다르겠지. 최악이거나…….”

침착한 친구가 퉁퉁 부은 눈으로 말했다.

“최고거나.”

히히히.

웃던 세 손님이 어느새 조용해진 음식점에 화들짝 놀라더니,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고 꾸벅 사과를 하고는 붉어진 얼굴로 조용히 음식들을 흡입했다. 그래도 들뜬 표정으로 웃는 모습에 서준까지 미소가 지어졌다.

“쿠키 영상이 하나 더 있었다고……?”

“빨리 예매해!”

그들 말고도 쿠키영상을 못 본 사람들이 있었는지, 몇 테이블에서 그런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기사 뜨겠는데. 쿠키 영상 2개니까 꼭 기다렸다 보라고.”

“그러게.”

지후의 말에, 서준과 미나, 지윤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 * *

당연하게도 개봉 첫날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쉐도우앤나이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기사란도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였다.

[‘쉐도우앤나이트’ 개봉 첫날 관객! 156만 명!]

[‘쉐도우앤나이트’ 개봉일 최다 관객 기록!]

[‘쉐앤나’ 쿠키영상은 몇 개? 마지막까지 기다려라!]

[한순간도 방심하지 마라! ‘쉐도우앤나이트’ 스포일러 조심 특보!]

-4만 명만 더 채우면 160만인데 아까워ㅠ

=근데 저 정도도 엄청 대단한 거.

=22 4만명만 본 영화도 있는데;;;

-쉐도우맨3 150만명 이후 처음 기록 갱신임.

=오오오! 그것도 이서준 영화잖아.

=이서준 영화는 그냥 흥행이라고 보면 됨.

-저 156만 명 중 2명이 나임ㅋㅋㅋ

=첫날부터 두 탕 뛰었네ㅋㅋ근데 나도 그랬음.

=22 서준이 영화 AND 히어로 영화라면 N차 기본 아님?

=그렇다고 첫날부터 두 탕 뛰진 않지ㅋㅋㅋ눈은 안 아픔?

=ㅈㄴ아픔. 눈 근처 피부가 다 따가움ㅠ 앞으로는 휴지 말고 손수건을 가져가야겠음.

=안 본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ㅋㅋㅋ

=손수건도 부족함. 내가 가져가 봤음. 화장실에서 물 짰는데 주르륵 나오더라ㅋㅋㅋ

=ㅅㅂㅋㅋㅋ그럼 수건 가져가야겠다. 커다란 걸로. 이거 어떰? (사진)

=ㅋㅋ담요 아니냐고ㅋㅋ

-나 쿠키영상 못 보고 나옴ㅅㅂ

=22 나도. 쿠키영상이 너무 늦게 나와서 없는 줄 알고 나왔더니, 상영관에서 끄아아아악!! 비명소리 들림.

=33 되돌아가서 보니 어중간하게 봄……ㅠ

=아……어중간하게 볼 바에야 그냥 처음부터 보는 게 나은데ㅠㅠ

=ㅇㅇㅇ처음부터 봐야함ㅠㅠ

-나 첫 상영 때는 못 봤는데, 두 번째 상영 때는 봄ㅋㅋ두 타임 예매한 과거의 나에게 찬사를 보낸다!!

=222 안 본 눈 삽니다를 이렇게 체험할 줄이야.

=33 근데 또 안 본 눈 삽니다를 외치고요.

=44 다시 그때 그 충격과 슬픔과 감동과 감격을 느끼고 싶다!

-근데 진짜 첫날에 보길 잘했다. 이거 스포일러 보고 갔으면 ㅈㄴ억울했을 듯.

=벌써 스포일러 가능 게시판 난리남. 진짜냐고, 괜히 스포 봤다고. 지들이 들어왔으면서ㅉㅉ

=그 사람들도 그 스포일러가 이런 스포일러일 줄은 몰랐겠지ㅋㅋㅋ

=ㅋㅋ그건 그렇네ㅋㅋ영화 본 사람들도 아직도 충격적인데ㅋㅋ

-언제나 그렇듯 스포일러 전쟁 나게 생겼네.

=22 이번이 제일 치열할 듯.

한차례 가벼운 기사의 파도가 지나가고, 시간이 흐르자 [쉐도우앤나이트]에 대한 여러 가지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쉐앤나 엔딩 크레딧에 올라온 그 이름, 서준 리!]

[배우 서준 리, 쉐도우앤나이트 대본에 참여! 그리고 번역까지?!]

[조나단 감독의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는 그 배우의 이름! 쉐앤나 스토리에 관한 인터뷰들만 모아보았다!]

[‘이서준 실드’란? 블루문과 레드크라운의 과거 인터뷰에서 알아보자!]

-이야. 콬아에서 쓴다던 ‘이서준 실드’를 할리우드 감독이 쓸 줄을 몰랐는데.

-22 이서준 실드 사용처 중에 이번이 제일 큰 사건일 듯.

=레드크라운&블루문: 연습 힘들 때+간식 몰래 먹을 때 / 조나단 감독: 전세계 동시 개봉 영화, 인기 히어로 캐릭터 죽일 때.

=ㅋㅋ근데 또 그게 먹혔어ㅋㅋ

=[이서준 실드] 발동! 효과는 대단했다!

=근데 이건 이서준 실드가 아니라, 그저 사실을 말한 것뿐이잖아ㅋㅋㅋ

-홍보 인터뷰로 쉐앤나 스토리에 많이 관여했다는 건 알았지만, 엔딩 크레딧에 나올 정도였구나. 그랬구나.

=서준아.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ㅠㅠ(근데 예상이 감)

=우리 애가 작품에 많이 열정적이라서요.(먼산)

=그런 경향이 좀 있죠.

=좀ㄴㄴ 많이ㅇㅇ

=ㅋㅋㅋㅋㅋ

-조나단 감독이랑 이서준 인터뷰 너무 웃김. 그냥 스토리에 대해서 물어보면 서로에게 양보해. 쟤가 더 열심히 했다고ㅋㅋㅋ

=의좋은 형제……라고 생각했으나 의나쁜 형제였다.

=22 나빠도 이렇게 나쁠 수가 없는ㅋㅋ거의 웬수급ㅋㅋ

=쌀이 아니라 폭탄 돌리기ㅋㅋ

-근데 인터뷰 보면 조나단 감독님은 진짜 초조하고 다급한데, 서준이는 혼자 여유로움.

=조나단 감독: 준이 많이! 아주 많이 조언해줬습니다!(필사적)

이서준: 아뇨. 감독님이 더 열심히 하셨죠.(웃음)

=서준이는 영화에서 많이 죽어(여)봤잖아.

=이게 초보 캐릭터 삭제범과 베테랑 캐릭터 삭제범의 차이인가……!

=캐릭터 삭제범ㅋㅋㅋ

-근데 캐릭터 연쇄삭제범은 한 명 더 있잖아.

=ㅋㅋㅋ영화객ㅋㅋㅋ

=ㅋㅋ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옴ㅋㅋ쉐앤나 리뷰 방송 언제 한대?

=3주 뒤에 한대ㅋㅋ

* * *

그렇게 [쉐도우앤나이트]가 사람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으며 상영하는 동안, 서준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거 서준이 네가 낸 아이디어 맞지?”

친구들의 감탄이 가득한 박수를 받고.

(몇몇은 얼마나 울었는지 아냐며 가볍게 서준의 등짝을 내려쳤다.)

“선배님……!”

자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영화가 생각났는지 울먹거리는 후배들을 만나고.

“서준이도 서준이지만 감독도 대단하네. 인기 캐릭터도 그냥 죽여 버리고.”

“다시 살리긴 했지만.”

“맞아요.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어요.”

지인들에게서 감탄에 찬 감상을 들었다.

“몇몇 감독님이 그런 전개로 가 볼까 고민 중이라던데?”

어쩌면 눈물바다가 될 작품들이 더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서준아, 여기. 차기작 대본들. 한국 작품도 있고 미국에서 온 것도 있어.”

“고마워요. 태우 형.”

다음에 연기할 작품을 찾기 위해 새롭게 들어온 대본들을 읽기 시작한 서준이었다.

그렇게 서준에게는 평범하지만 행복한 시간이, N차를 뛰는 [쉐도우앤나이트]의 팬들에게는 슬픔과 감동으로 가득한 시간이 흐르고.

단 한 명만이 ‘오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하던 날이 다가왔다.

“……그랜절 할까요?”

-살아있으니까, 반만 해요.

-22 그랜절하면 진짜 죽은 것 같으니까.

-반은 어떻게 해?

-180 나누기 2는 90이니까, 90도 인사?

-OK.

-오케이.

-좋습니다.

-3 OK로 승인.

알아서 착착착 진행되는 댓글들을 읽고 있던 영화 리뷰어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카메라를 보며 90도로 인사하며 외쳤다.

“캐릭터 연쇄삭제범, 영화객입니다!”

-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일부러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영화객의 인사말에 빵 터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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