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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771화 (771/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71화

───!!

그 폭발음 같은 소리는 상영관을 가득 채우고 밖으로까지 새어 나왔다.

“깜짝이야! 이게 무슨 소리야?”

상영관 밖까지 들리는 굉음에 기대 가득한 얼굴로, 또는 벌써부터 ‘우리 윌리엄……!’ 하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잠시 놀랐다가, 이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국, 아니, 전 세계에 있는 영화관들은 오늘 개봉한 한 영화에 점령당한 상태였다.

바로 [쉐도우&나이트].

당연히 저 소리도 관객들이 [쉐도우앤나이트]를 보는 중에 내는, 아니면 상영이 끝난 후에 내는 감탄일 터였다.

“이서준 영화잖아.”

“예고편들도 심상치 않았고.”

“긴장해야겠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지, 얼굴이 흥분으로 붉게 상기된 상태였다.

“저렇게 소리를 지를 정도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충격적일지도 모르지.”

“시간상으로 보면 끝나갈 때 나오는 장면인가? 아니면 쿠키 영상?”

“지금 막 시작한 상영관도 있어서, 시작할 때 나오는 장면일지도.”

어느 부분에서 어떤 장면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정도로 소리를 지를 정도라니 기대가 된다. 가슴이 떨린다.

“으아. 빨리 보고 싶다.”

“그러니까!”

잠시 후, 쉐도우맨의 죽음을 보고 물음표를 수십 개 띄우다가 결국 폭풍 눈물을 흘릴 사람들이 들뜬 얼굴로 떠들었다.

흐흐흐.

그런 사람들을 보며 시놉시스에 도움을 준, 아니, 아주 많이 관여한 서준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제 곧 여기 있는 사람들도 상영관에 있는 사람들처럼 멋진 반응을 보여주겠지.

“너…… 뭐 했지?”

모자를 꾹 눌러쓴 서준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웃는 모습에, 오늘 함께 영화를 보러온 박지후와 미나 오웬, 김지윤이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아무것도?”

“했군.”

“했네.”

“했어.”

다들 짜기라도 한 것처럼, 서준의 변명은 무시하고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놉시스에 관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예상했지.”

“인터뷰에서도 감독님이 엄청 어필하시던데. 뭐랄까. 내 탓이 아니라, 서준이 탓입니다! 하고 말하시는 것 같더라.”

미나의 말에 지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과연, 내 친구들.

아주 날카롭다.

학교 친구들에게서도, 국내외 지인들에게서도 비슷한 메시지가 쏟아졌다. 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각오하고 봐야겠구나!’ 하고 말했다.

그때, 지후가 가방을 뒤적거리며 무언가를 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휴지 더 사러 갈까.”

“응, 그러자.”

든든히 준비해 왔지만, 모자랄 것 같다고 생각한 친구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서준이 볼을 긁적이면서도 그런 소꿉친구들을 쫄래쫄래 뒤따라갔다.

영화관 근처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곳은 휴지 천국이었습니다……?

“어서오세요. 휴지 사러 오셨어요?”

“어…… 네.”

알바생은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어찌나 익숙해 보이는지 서준과 소꿉친구들이 한 박자 늦게 반응할 정도였다.

“휴대용 휴지부터, 피부에 좋은 부드러운 휴지, 물티슈까지 있습니다. 편하게 고르세요.”

아예 상자째로 놓여 있는 휴지들에 눈을 끔벅이던 친구들이 하나둘 고르기 시작했다.

벌써 바닥을 보이는 박스도 있었는데, 다른 알바생이 나타나 새로운 박스를 열어 그 위에 몇 개 남아 있던 휴대용 휴지들을 올려놓는 모습이 보였다.

“원래 이렇게 휴지를 많이 파세요?”

모자를 꾹 눌러쓴 서준의 물음에 알바생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것 또한 자주 묻는 질문이라는 듯 대답이 아주 청산유수였다.

“아뇨. 사장님이 주문하셨어요. 오늘 이서준 배우 영화가 개봉한다면서요.”

응?

계산하고 있던 소꿉친구들이 눈을 끔뻑이자 알바생이 어쩐지 해탈한 얼굴로 몇 시간 전 과거를 회상했다.

오늘 아침.

발주한 물건들이 도착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출근하신 사장님이 편의점 내부를 정리(?)하는 사이, 알바생은 물품 리스트를 받아 물건들의 수량을 체크했다.

‘그리고 휴대용 휴지가 이천 개. 맞죠?’

……아뇨.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

트럭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휴지 박스들에 알바생의 눈이 빙글빙글 돌았다.

‘……잠시만요. 사장니이임!!’

알바생은 알바 인생 가장 좋은 사장님을 애타게 불렀다.

‘왜? 뭐 잘못 왔어?’

직접 목장갑을 끼고 뭔가를 하던 사장님이 밖으로 나오며 물었다.

‘휴지가 잘못 온 것 같아요! 2천 개래요, 2천 개. 20개를 잘못 주문하신 거 아니에요?’

인터넷에서만 봤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다니.

그것도 잘나가는 물건이 아니라 휴지가!

아니, 유통기한이 있는 음식보다는 유통기한이 없는 휴지가 낫나?

하지만 휴대용 휴지만 해도 무려 2천 개다. 다른 종류의 휴지까지 합하면 더 많았다.

몇 개 나가지도 않는 휴지가 박스째로, 그것도 종류별로, 알바생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내 가게는 아니지만 암담해진다.

‘주문하실 때 공 두 개 더 붙이셨나 봐요…….’

이거 주문 취소되냐는 알바생의 물음에 사장님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냐. 맞게 왔어.’

‘……네?’

‘이 정도도 오늘 하루면 다 나갈걸.’

‘……이게요?’

‘그래. 오늘 쉐앤나 개봉하잖아.’

트럭이 떠나고, 박스를 옮기는 사장님을 도와 알바생도 편의점 안으로 휴지가 가득 든 박스를 옮겼다.

어느새 편의점 내부는 아예 박스째 놓고 장사하기 편하도록 진열대가 조금씩 안쪽으로 옮겨져 있었다.

“영화관 앞에서 장사하면서 느끼셨대요. 이서준 배우 영화가 개봉하면 제일 필요한 게 휴지라고. 저도 오늘 아침에 물건 들어왔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자신의 눈앞에 있는 모자 쓴 사람이 이 휴지 사태의 원인인 줄도 모르고 알바생은 웃으며 계산했다.

그렇게 휴지를 사서 나온 서준과 소꿉친구들. 아이들이 나온 이후로도, 휴지를 사기 위해 손님들이 끊임없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편의점 사장님, 대단하시네.”

“그러게. 장사는 저렇게 해야 하나 봐.”

사람들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한 편의점 사장님이었다.

* * *

그렇게 휴지까지 든든히 챙긴 서준과 소꿉친구들은 영화 시작 시간에 맞춰 상영관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쉐도우앤나이트]를 관람하고 나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쉐도우앤나이트] 관람객인지 알았냐면.

“다 눈이 퉁퉁 부으셨네.”

“그러게. 눈가가 빨개.”

다들 몸의 수분이 부족할 정도로 울었다는 게 훤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흐윽…….”

상영관을 나와서까지 우는 관객들도 있었다.

“근데 슬퍼서 우는 모습은 아닌 것 같은데.”

눈썰미 좋은 지후의 말대로, 다들 줄줄 흐르는 눈물과 다르게 상기된 얼굴로, 가슴이 벅찬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감동, 감격, 황홀, 환희 등등. 그런 류의 수식어를 붙이면 될 것 같은 표정들이었다.

상영관을 나오는 관객들이 모두 그런 모습이니, 영화 시간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다.

“앞 시간으로 예매할걸.”

“회사 따위 망해 버려라.”

그러면서 시계와 티켓을 번갈아 본다. 시계는 1초가 1시간 같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도대체 어떤 영화를 만든 거야?”

“하하. 보면 알아.”

미나의 물음에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 * *

“!!!”

소리가 없어도 관객들이 충격을 받은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소꿉친구들도 그랬다. 다들 얼어붙어 제대로 숨을 내뱉지도 못했다.

잠깐 스크린에서 시선을 뗄 여유만 있었다면 고개를 돌려 서준에게 물었을 터였다.

‘쉐도우맨 진짜 죽었어?!’

하고.

하지만 그 짧은 질문을 할 시간도 없었다.

다들 예상도 못 한 충격적인 전개에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쉐도우앤나이트]를 홍보하면서 먼저 영화를 본 서준만이 여유롭게 관객들과 소꿉친구들의 반응을 살피며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다들 시야를 흐리게 만드는 방해물인, 저도 모르게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는 손만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자라는 휴지에 소매로 닦아내는 듯한 관객도 있었다.

정말 죽였어도(?) 괜찮았을 텐데.

조나단 감독이 들었다면 누굴 진짜로 죽일 일이 있냐며 통곡했을 거다.

아무튼.

영화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관객들 마음은 전혀 순조롭지 않았지만.

관객들의 눈앞에 나이트 진이 나타났다.

쉐도우맨의 죽음과는 별개로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은 눈부셨다.

음악은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고, 화려한 검은 불꽃이 일렁이는 화면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

배우의 연기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듯 찬란하게 반짝였다.

흡족한 표정으로 자신의 연기를 바라보던 서준은 이내 끝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를 보며 같이 연기했던 한 배우를 떠올렸다.

커크 로렌스.

빌런 ‘제프 맥케이’를 연기했던, 그리고 연기 인생 내내 ‘연인을 잃은 남자’라는 배역 한 우물만 팠던 배우. 그것도 분노하는 모습을 연기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나 같으면 못 하지.’

같은 이미지의 배역만 연기하다니.

‘물론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기 전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서준이라면 제법 이름을 알리고 나서는, 바로 새로운 이미지의 배역에 도전했을 터였다.

그런 배우였다.

커크 로렌스는.

돈만 벌 수 있다면 딱히 새로운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할 필요는 느끼지 못하는. 액션 장면도 전문가(스턴트맨)에게 모두 맡기고, 그저 자신이 잘하는 것만 확실하게 하는.

‘본인이 만족한다면 괜찮지만…….’

그의 연기력이 아까웠다.

충분히 더 나아갈 수 있음에도 멈춰 버린 그의 연기가.

‘근데 바뀌었지.’

어느 순간부터인가 커크 로렌스가 촬영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무감각하던 눈동자에 빛이 돌기 시작한 것이었다.

서준은 그런 눈빛을 하는 배우와 연기하는 것이 좋았다. 자신까지 그 눈빛에 물드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에반 블록이 알았다면 웃으며 ‘원인은 준인데…… 선순환인가’라고 했을 거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눈빛을 한 커크 로렌스와 함께 연기할 장면은 하나뿐이었다.

마침, 그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왜, 너만…… 돌아온 거지……?]

원래 대본대로라면 나이트 진에게 분노만을 드러냈을 장면.

그러나 커크 로렌스는 그렇게 연기하지 않았다.

* * *

촬영 당시.

“제프 맥케이는 그저……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고 싶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웜홀을 일으킨 나트라인을 원망하지만, 그것보다도 연인 ‘아델’을 만나기를 더욱 원했을 거라고 말하는 커크 로렌스.

그 모습에 서준과 조나단 감독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른 배우들과 달리, 촬영 내내 커크 로렌스가 자신의 의견을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커크 로렌스도 이런 자신이 어색한 듯 손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그럼에도 말은 계속했다. 이렇게 자신이 분석한 내용에 대해 감독과 상대역 배우에게 말하는 건, 배우로 활동한 이후 처음이었다.

“나이트 진이 원래는 실종자였다는 것도 알고 있을 테니, 어쩌면 나이트 진에게서 연인의 모습을 비춰보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분노보다는 그리움 같은 감정을 더 드러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금, 아니, 많이 떨렸지만 그렇게 자신의 의견을 내보였다.

그에 서준과 조나단 감독이 씨익 웃었다.

“저희도 그런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이게 시리즈 영화라서요.”

“왜 저 사람이 나한테 화가 났을까, 하고 나이트 진이 의문을 갖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 그렇군요.”

커크 로렌스가 민망한 듯 얼굴을 붉혔다.

역시 서준 리나 에반 블록 같은 배우가 아닌, 자신같이 평범한 배우가 캐릭터 분석 같은 걸 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평소대로 감독의 지시에 따라 연기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그래도 배우가 그렇게 생각한다니까 조금 수정해 볼까요? 분노라는 감정을 조금 빼도록 하죠. 그럼 어떤 식으로 말하는 게 좋을까?”

“글쎄요. 커크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고서는 자리를 내어주며 빙그레 웃는 서준 리와 조나단 감독이었다.

그에 커크 로렌스는 생소하지만, 어쩐지 떨리는 기분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원망은 어떨까요? 아로도의 능력으로 감정이 격해진 상태니까…….”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감독과 배우의 모습에, 커크 로렌스는 왜 이제서야, 왜 마지막 촬영에서야 이렇게 연기에 대한 열정을 알게 되었을까, 하고 다시 한번 후회했다.

“다음에 또 함께 촬영하면 좋겠구나, 준.”

그래서 진심을 담아 서준 리에게 말했다.

“저도요. 커크.”

그에 서준 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휴대폰에 ‘커크 로렌스’라고 입력된 전화번호를 떠올리며 서준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은 배우와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곧 지워지고 말았다.

양쪽에서 자신의 손목을 잡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아주 있는 힘껏. 마치 멱살 대신 잡는 것같이, 감정이 아주 듬뿍 들어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니, 친구야?”

“죽었어? 진짜 쉐도우맨 죽은 거야?”

“너 진짜 미쳤네. 어떻게 이런…….”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상영관은 이미 패닉에 빠져 있어 들리지 않았겠지만) 이를 악물고 말하는 친구들에 서준이 하하하 웃었다.

“웃지만 말고……!”

“미나야. 지후야. 저기 봐.”

지윤이 가리킨 손끝을 따라 미나와 지후가 고개를 돌렸다. 엔딩 스크롤이 올라가는 스크린에.

[Written by Jonathan Will and Seojun Lee]

망할 친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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