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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765화 (765/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65화

“오늘 영화 리뷰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음. 시간이 조금 남았네요.”

-잡담타임! 잡담타임!

-22 잡담이 제일 재밌지!

영화객의 말에 우르르 댓글들이 올라왔다.

“그럼 그렇게 할까요? 잡담이라도 주제가 있는 편이 이야기하기 편하겠…….”

-쉐앤나.

-절.대.쉐앤나.

-쉐앤나밖에 없지.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해.

시청자들 댓글에 영화객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객도 서준의 팬이고 마린사의 팬이라 기대하고 있는 중이었다.

“네. 그럼 쉐앤나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이번에 마지막 예고편이 나왔습니다. 개봉일도 같이 나왔죠.”

-ㅠㅠ윌리엄이 우는 장면이라니ㅠ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ㅠ

-9월 27일 대개봉! 이라면서 제작사랑 영화관만 신났음.

-대개봉? 대애개봉?!

-우리 윌리엄 좀 행복하게 만들어주세요ㅠㅠ

몇 마디 말하지도 않았는데, 반응이 아주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물론 영화객도 같은 마음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모르겠지만 예고편을 보면, 윌리엄이 부모님과 행복하게 지내는 2편이 가장 처음 나올 것 같고, 윌리엄이 우는 3편이 두 번째로, 그리고 마지막 진 나트라처럼 보이는 1편이 가장 마지막에 나올 것 같죠?”

-행복>슬픔>분노. 라니. 그냥 빌런의 탄생 아니야.

-ㄴㄴ다크히어로일지도 모름.

-진 나트라는 ‘히어로’라기엔 너무 다크한데;;;

-어울리긴 하는데, 그냥 행복하게 지내게 해줬으면ㅠㅠ

-누군가 죽을 거 같죠?

마지막 댓글에 영화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히어로가,”

-or 빌런.

“네. 히어로나 빌런이 되기에는 그 원인이 되는 사건이 필요하기 마련이죠. 물론 그런 이유가 없어도 히어로나 빌런이 되는 캐릭터들도 있지만, 쉐앤나의 예고편을 보면 윌리엄에게 소중한 사람이 죽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

[쉐도우앤나이트]의 마지막 예고편이 뜨면서 영화객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추측하는 내용이었다.

-부모님ㅠㅠ이 죽으면 어떡해ㅠ

-친구일지도 모르지ㅠ

-윌리엄을 구하려고 눈앞에서 죽는 걸지도ㅠ

-으아아아! 빨리 보고 싶으면서도 안 보고 싶다!!!

“저도 그렇습니다. 얼른 보고 싶기도 하고 아껴보고 싶기도 하네요.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 계속 읽기엔 너무 감정이 북받쳐서 다른 일을 하는 기분이랄까요?”

-이해해요ㅠ 막 가슴 벅찬 장면이 나오면 괜히 나까지 떨리고.

-222 알죠. 알죠.

-……책 안 읽는 나는 모름.

-ㅋㅋㅋㅋㅋ

“꼭 책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느끼기도 하죠. 괜히 보기 전에 미적거리게 되고.”

-그럼 늦게 볼 거에요? 쉐앤나?

“아뇨. 첫날 볼 겁니다.”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대답하는 영화객에, 시청자들이 빵 터졌다.

-22 첫날 안 보면 스포일러 당함,

-33 얼른 봐야함.

-44 좋은 자리, 좋은 상영관은 예매하기 힘들겠지만ㅠㅠㅠ

-근데 진짜로, 드디어 개봉하는구나!

-히어로 영화니까 슬픈 장면이 나와도 재미있겠지!

-22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윌리엄하고는 친밀한 캐릭터겠지만, 우리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달까.

“그렇죠. 새로운 캐릭터라의 죽음이라면 아무래도 조금 덜 충격적이겠죠. 게다가 이미 예고편을 보고 다들 누군가 죽는구나, 하고 추측하는 상황이니까요.”

-새 인물 나올 때마다 쟤가 죽나? 하게 될 듯.

-22 그럴 듯.

-급 추리물이 되었다ㅋㅋ

-엄마만 아니면 돼요ㅠㅠㅠ

-22 우는 엄마 모습이 안 잊혀짐ㅠㅠ

유일하게 새로운 인물이 아닌 캐릭터, 윌리엄 리의 어머니.

“이러면 꼭 어머니가 돌아가시던데…….”

영화객의 말에 채팅창이 다른 의미로 불타올랐다.

-야아아악!!!

-또 영화객이 영화객하려고 한다!!

-거의 사신탐정 급으로 캐릭터들을 죽이는 영화객!

시청자들의 반응에 영화객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것도 익숙해지니 재미있다고 할까.

“과연 누가 죽을까요~”

-누가 저 입 좀 닫게 해!

-영화개애액!!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떠들썩한 영화객의 방송.

아무도 ‘그’가 죽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 * *

그렇게 [쉐도우앤나이트]의 마지막 예고편까지 공개되고, 사람들은 얼마 남지 않은 개봉일을 기다리며 설레고 있을 때.

서준은 미국에 있었다.

“/반가워요, 준!/”

“/안녕하세요./”

[쉐도우앤나이트]의 홍보를 위해서.

“/드디어 쉐도우앤나이트가 개봉하네요! 정말이지!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그게 매드해터 쿠키 영상이었죠?/”

“/네. 쿠키 영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죠. 쉐도우앤나이트가 나온다는 사실이요./”

서준뿐만이 아니라, 또다른 주인공인 에반 블록과 감독인 조나단 윌까지.

세 사람은 미국의 유명 토크쇼에 출연해 사회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로 서준의 팬이라면서, [쉐도우앤나이트]는 뒷전이고 서준이 출연했던 영화들의 감상을 이야기하는 사회자에 서준이 웃고 말았다.

같이 나온 사람들이 만약 에반 블록과 조나단 윌이 아니었다면 마음 상할 일이었지만,

“/‘화’는 한국 역사를 배우고 나면 더욱더 몰입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아니, 꼭 한국 역사를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각 나라의 역사를 보면……./”

“/준의 연기는 정말이지 대단하죠! 삼촌, 아니, 라이언 감독님의 스태프로 있으면서……!/”

다 같이 자신의 이야기로 신나게 떠드는 모습을 보니 웃음만 나왔다.

아마 사회자는 미리 두 사람에 대해 조사하고 아이스 브레이킹 격으로 대화를 시작한 게 아닌가 싶었다.

“/저도 얼마나 울면서 봤는지 모릅니다!/”

상기된 얼굴로 열렬히 말하는 사회자의 모습에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짜 내 팬이신가 보다.

하여튼.

예전에는 미성년자에다 학교를 다니고 있었던 터라,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더라도 (일정이 워낙 빡빡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홍보 행사나 방송에 참여하지 못했던 서준이었지만.

성인이 된 지금.

[쉐도우앤나이트]의 홍보를 위해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닐 예정이었다. 북미를 제외하고 마린사의 가장 큰 빅팬이자 수익원인 한국에도 가고.

일정이 끝날 때까지 학교는 자체 휴강이었다.

“/지금까지 나온 예고편들을 보면 누군가 죽는다는 추측이 가득하던데, 정말 그런가요?/”

제작진의 만류에, 다시 [쉐도우앤나이트]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그에 에반 블록은 웃으며 말했다.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정말 누군가 죽나 보군요!/”

사회자의 눈이 반짝였다.

“/노코멘트라니까요./”

“/안 죽으면 안 죽는다고 할 수 있잖습니까! 그래서 누가……?/”

사회자의 열정적인 질문에도 세 사람은 꾸욱 입을 다물고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고 말았다. 조나단 감독의 웃는 표정이 어색하긴 했지만, 그거야 토크쇼 첫 출연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만한 어색함이었다.

그에 어깨를 으쓱인 사회자가 다른 질문은 했다. 어차피 중요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실수로 스포일러 하는 배우도 있고, 제스쳐로 중요 장면을 보여주는 배우도 있지만.’

저 깐깐한 에반 블록이나 영화에 진심인 서준 리가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조나단 감독의 실수를 노리려고 해도 두 배우가 알아서 커버할 것 같았고.

“/쉐도우앤나이트를 제작하면서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까?/”

사회자의 질문에 조나단 감독이 입을 열었다.

“/이번 영화의 스토리에 준이 참여했습니다. 거의 처음부터 말이죠./”

“/오!! 정말요?!/”

* * *

그렇게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이동한 [쉐앤나]팀은 마지막 홍보 장소인 한국에 도착했다.

“정말 한국어로 해도 될까요?”

“/듣는 건 잘하니까 괜찮습니다./”

사회자의 물음에 조나단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서준의 작품을 보느라 한국어에 익숙하기도 했고, 영화 홍보와 관련된 인터뷰 질문이 거기서 거기이기도 했다.

조나단 감독의 말에 에반 블록도 말했다.

“저도 한국어로 대답하죠.”

연예프로 사회자와 제작진들이 에반 블록을 유창한 한국어에 놀란 표정이었다.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더욱 놀라웠다.

할리우드 영화를 홍보하러 온 배우들과 감독을 한국어로 인터뷰하다니.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사회자도 다른 때보다 편안한 모습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쉐도우앤나이트는…….”

확실히 다른 나라에서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질문들이었다.

“각본에 이서준 씨가 참여하셨다고요?”

그에 서준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각본 전 시놉시스에요. 전체적인 스토리를 잡을 때 조나단 감독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죠.”

“/제가 준에게 많이 의지를 했습니다. 준이 제안한 스토리를 넣기도 했죠./”

“와! 그랬군요.”

한국인 배우가 할리우드 영화 각본에 참여하다니.

사회자와 스태프들이 탄성을 내뱉으며 감탄했다.

“그래도 각본은 조나단 감독님이 다 쓰셨는걸요. 전 조금 도움만 드렸고요. 대사나 장면, 연출 같은 부분은 조나단 감독님이 고생하면서 쓰셨어요.”

서준의 말에 조나단 감독이 손을 내저으며 급하게 덧붙였다.

“/준의 의견이 없었더라면 못 나왔을 이야기입니다. 저는 생각지도 못한 의견들을 준이 많이 내주었거든요. 그리고 이번 영화에 그 의견들을 많이 반영했습니다./”

“그렇군요!”

이후, 인터뷰 방송이 나갔다.

-한국어로 인터뷰라니 신기하다ㅋㅋㅋ

=한국어로 듣고 영어로 대답하는 할리우드 감독님.

=에반 블록은 나보다 한국어 잘하는 거 같음;;;

-근데 한국 방송이라고 이서준 배우를 많이 띄워주는구나.

=그러게. 계속 이서준이 이야기에 많이 참여했다고 이야기하네.

=ㄴㄴ다른 나라 인터뷰에서도 이서준이 영화 내용 구성에 참여했다고 많이 이야기했음.

=오…… 그럼 진짜 많이 참여했나 보네?

-이서준 창작 쪽으로도 재능 있지.

=22 연극도 만들고, 신전 프로젝트 되게 잘했잖아.

=33 신전 프로젝트하니까 얼른 개봉했으면! 기대된다!

=44 서준이가 참여한 스토리라니!!

그런 열정적인 조나단 감독의 말들이, 앞으로 개봉할 [쉐도우앤나이트]에 대한, ‘준이 제안했습니다!’라는 뜻이 담긴 필사적인 변명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알지 못했다.

아니, 두 배우만은 알아차렸다.

“/제가 제안하긴 했지만, 조나단도 동의했잖아요./”

“/맞아. 원래 감독이 동의 안 하면 못 만드는 거지./”

서준과 에반 블록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으며 말하자, 조나단 윌 감독이 마른세수를 하며 말했다.

“/……저도 살아야죠./”

그에 서준과 에반 블록이 빵 터지고 말았다.

* * *

시간이 흘러, [쉐도우&나이트]의 개봉일이 되었다.

인터넷은 [쉐도우&나이트]에 관한 기사로 뒤덮여 있었고, 예매율은 상영관이 열리자마자 거의 100%에 다다른 상태였다.

“그중 하나가 우리지.”

회사 따위가 내 덕질을 방해할 수 없다며, 연차를 내고 영화를 보러 온 송유정과 임예나가 후후후 웃었다. 두 사람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개봉 첫날부터 영화관으로 몰려들었다.

[쉐도우&나이트]의 포스터들을 조심스럽게 챙기고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제2관! 쉐도우맨앤나이트를 관람하실 분들은 입장해 주시길 바랍니다!”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자!”

“그래!”

제2 상영관으로 들어간 송유정과 임예나는 잘 보이는 스크린에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상기된 표정의 다른 사람들도 티켓을 보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으. 엄청 떨린다.”

“나도.”

어두운 상영관. 차기 시작하는 좌석들. 기대 섞인 사람들의 목소리.

그것만으로도 벌써 영화가 시작한 것처럼 떨려왔다.

기다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아니, 길었는데 짧게 느껴진 것일지도 모른다.

상영관이 어두워지며 비상통로 안내 방송이 나오자, 모두 자세를 바로 했다.

개봉 첫날부터 보러온 열혈 마린사 팬들은 ‘관크? 그게 뭐야?’라고 할 정도로, 벌써부터 입을 다물고 조용히 스크린만 바라보고 있었다. 두근두근. 심장 소리까지 들릴 것 같았다.

그렇게 모두의 기대 속에,

마린사의 시그니처 영상이 나오며 영화 [쉐도우&나이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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