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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 764화
화 필름에서 보내온 영상을 확인한 후, 차기작 제안으로 산더미처럼 들어온 시놉시스와 대본들을 읽어보던 서준은 [신전]의 업로드 시간인 3시가 조금 넘자 휴대폰을 들어 [새싹부터]에 들어갔다.
작품 속에서 멋지게 연기하는 게 배우의 일이긴 했지만, 그 연기를 보고 팬들과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만족하는지 아쉬워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배우로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반응들을 보면 다음 연기에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좀 더 좋을까,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비난과 비평은 구분해야겠지만.’
또 그런 평가뿐만이 아니라, 작품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하고 재미난 감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슈퍼스타는 오죽할까.
서준이 히히 웃었다.
그렇게 서준은 [새싹부터]에 새롭게 생성된 게시판 [신전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새싹부터]는 서준이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게시판을 만들어 그 작품에 대한 새싹들을 감상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게 했다.
[먹방1]이나 [크리스마스 음악방송(feat.아기천사)] 같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영상부터 [포토북]이나 [굿즈] 등 영상이 아닌 것들, 그리고 [쉐도우앤나이트]처럼 앞으로 공개 예정인 작품까지.
서준이 했던 활동들은 모두 게시판화 되어 있어, 새싹들은 (다 좋아하지만 특히 더욱더) 좋아하는 작품 게시판에 가서 다른 새싹들과 함께 덕토크를 나눌 수 있었다.
서준의 필모그래피를 정주행할 때도 참 좋은 시스템이었다.
‘나도 보기 편해서 좋고.’
[신전 프로젝트] 게시판은 한예대 축제 후에 생겼다.
“이제 영상도 업로드 되었으니까…….”
[신전 프로젝트]에 대한 새싹들의 감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할 터였다.
-으아아아! 나도 축제 갔어야했는데ㅠㅠ
-서준이 하랑이랑 연락하고 지냈구나!
=22 하랑이 어떻게 지내나 궁금했는데, 이렇게 보게 되다니!
-하랑이 보니까 병아리반 주니 선생님 보고 싶어졌어요ㅠ
=저도요ㅠㅠ
-역시 서준 오빠는 조각이었어!
=22 어쩐지 이 세상 미모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구나!
=33 누가 만든 조각인지는 몰라도 진짜 잘 만들었음.
-고심하는 주신님도 오싹한데 멋져!
=22 이러면 안 되지만 싸늘한 눈빛이 참ㅎㅎㅎ
=내 안의 새로운 취향이 눈을 떳다…….
=전 진 나트라‘님’ 때부터 알았습니다. 내 안에 또다른 내가 있다는 걸.
=저도요ㅋㅋ
그렇게 언제나처럼 활발한 [새싹부터]답게 시끌벅적하던 중.
“응?”
글이 멈추었다.
새로 고침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파도처럼 쉴 새 없이 새로운 글이 올라오던 [신전 프로젝트] 게시판이,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은 것처럼 그대로 멈춰 버린 것이었다.
“터졌나?”
다른 게시판에 잘 들어가지는 걸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무슨 문제지?
하고 고개를 갸웃하던 서준이 어깨를 으쓱했다.
‘문제가 생기면 태우 형에게서 연락 오겠지.’
일 잘하는 매니저와 1팀 덕분에 마음이 편안한 배우였다.
“그것보다…….”
서준이 방문을 바라보았다.
방문 밖은 거실.
거기에는 엄마 아빠가 있었다.
[신전]을 보고 있는 엄마 아빠가.
“으아아…….”
다른 영상은 문제가 없는데……[특별 영상]은 조금 부끄러웠다.
물론 [봄이 돌아왔다]라는, 비슷한 느낌의 드라마를 찍은 적이 있긴 했지만.
‘봄돌이랑은 다르지.’
[봄이 돌아왔다]가 학생다운 순수한 분위기였다면, [특별 영상]은 새싹들을 위해서 특별히 더욱 성인다운, 매혹적인 모습을 강조했기 때문이었다.
‘뭐, 앞으로 로맨스를 안 찍을 생각은 없으니, 한 번쯤 겪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부모님이지 않은가.
배우가 천직인, 천하의 이서준이라도 매혹적인 눈빛을 보여주는 건 조금 부끄러웠다.
그래서 시간이 있으면 언제나 부모님과 함께 작품을 시청했던 보통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이렇게 자신의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서준이었다.
서준이 빼꼼 방문을 열었다.
“……다 봤어?”
“응. 이제 막 끝났어.”
“멋지던데? 직접 봤으면 좋았을 텐데!”
소파에 앉아있던 이민준과 서은혜는 평소와 다름없이, 서준의 작품을 볼 때마다 짓는 항상 감탄과 들뜸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부모님의 평온한 모습에 서준의 마음에 있던 조금의 부끄러움이 사라졌다.
헤헤 웃은 서준이 방에서 나와 소파 앞에 앉았다.
“다른 후배들도 잘하더라.”
“그치? 다들 연습하느라 고생했어. 30분 동안 가만히 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거든.”
“세트장도 멋있던데? 천장에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건 어떻게 만든 거야?”
“셀로판지 큰 걸 오려서 만들었어. 소품팀이.”
“그렇구나. 다들 고생했겠다.”
서준의 새 작품이 나오면 언제나 그렇듯, 작품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가 오갔다.
“특별 영상은 어떻게 만들게 된 거야?”
“미리 계획한 건 아니라며?”
부부의 물음에 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지윤 누나가 어차피 분장 지울 거, 조각상에서 사람으로 변하는 과정을 찍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찍게 됐어.”
“감독이라서 그런가 아이디어가 좋네!”
“거기 있던 팀원들이 전부 상상력이 좋아서 말이야.”
자신이 생각하는 세계를 영화로 보여주는 감독들로 구성된 화 필름 촬영팀, 캐릭터 분석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배우팀, 상상력이라면 누구보다 뛰어난 미술팀과 소품팀까지.
그런 사람들이 모인 [신전]팀이니, 단번에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짧으면서도 강렬한 [특별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손은 누구 손이야?”
“지윤 누나 손이야. 팀원들 중에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았거든.”
서준이 웃으며 이야기했다.
“잘 보면 손 여기저기 작은 상처가 있는데, 그게 진짜 조각가의 손 같아서 말이야. 조각하면 아무리 조심해도 상처가 생기잖아.”
“그렇지. 조각도는 날카로우니까.”
“그런 상처가 날 정도로 조각가의 많은 사랑이 담겨 있는 조각상. 그런 의미를 담아서 지윤 누나 손을 고른 거야.”
“그러고 보니 얼굴을 만지는 손짓이 엄청 소중해 보이더라.”
아빠의 말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촬영 때가 떠오른 것이었다.
‘좀 더 이렇게 너무 소중해서 만지기도 아깝다는 느낌으로!’
‘……이렇게?’
‘아니, 넌 그것도 못하냐!?’
‘내가 너 같은 배우냐!’
하고 싸우던 황도윤, 황지윤 남매가 떠올랐다.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던 박우진이 결국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
‘지윤아. 신상 카메라라고 생각해 봐. 3개월 넘게 찍은 영상이 들어 있는데, 복사본은 없는.’
‘아이고! 내 새끼!’
그렇게 완성된 장면이었다.
서준의 이야기에 엄마 아빠도 빵 터지고 말았다.
“이해되네. 백업은 중요한 거니까.”
“그러니까.”
누구나 한 번쯤 그 상황을 겪어보면, 아주 손이 벌벌 떨릴 정도로 소중히 여길 게 분명했다.
“서준이 네 캐릭터는?”
“난 대리석 안에서 조각가가 그렇게 열심히 만드는 걸 지켜본 거지. 매일같이 찾아와서 애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며 손에 상처가 나도록 열심히 조각해 주는데, 어떻게 조각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서준의 설명에 엄마 아빠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스럽게 그 모습이 떠오른다.
“아마 조각가 못지않게 조각상도 아프로디테에게 빌었을 거야. 인간이 되어 조각가의 옆에 있게 해달라고.”
결국 인간이 된 조각상은 자신을 만들어준, 상처투성이의 조각가의 손을 소중히 잡는다.
그리고 그 고귀한 손에 키스를 한다.
“대리석으로 있을 때부터 쌓여온 친근함, 드디어 사랑하는 조각가의 옆에 서게 됐다는 만족스러움을 느끼면서, 이제부터 조각가를 유혹하려는 마음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는 거지.”
서준의 설명에, 오호 감탄하던 서은혜와 이민준이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서준이가 그런 눈빛을 할 줄이야.”
“다 컸네, 우리 아들.”
……으악!
신나게 설명하던 서준이 민망한 듯, 쿠션에 얼굴을 박았다.
* * *
서준이 엄마 아빠의 놀림에 부끄러워하는 사이.
조각상(서준)의 눈빛과 손등 키스로 크리티컬이 터져, 글도 올리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해 버렸던 새싹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미쳤다!미쳤다!미쳤다악!!
-손등키스!손등키스!손등키스!손등키스!!
-꺄아아아아아!!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 같았다.
잠시 후.
진짜로 정신을 차린 새싹들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진짜 글도 못 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22 게시글 시간 보면 딱 그만큼 공백이 있음.
=새싹들 다 같이 사망……(범인은 서준이)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 뛰어. 내 심장인데 통제가 안 됨.
=원래 심장은 통제할 수 없는 거지만, 동의함.
-누군진 몰라도 특별 영상을 제안한 사람에게 동서남북으로 그랜절을 올립니다.
=진지하게 올립니다(그랜절)
-우리 꼬꼬마 서준이가 이렇게 어른이 되어버렸어요ㅠ
=좋죠?
=넵ㅎㅎㅎ
-근데 저 축복받은 손 주인은 누구???
=부럽다ㅠ정말 부러워ㅠㅠ
=제 손이랑 바꿔주세요ㅜ
-이제 서준이도 키스씬 찍고 그러겠지?
=그렇겠죠ㅠㅠ이해는 하지만 안 보고 싶었는데, 오늘 손등키스를 보니까 보고 싶어졌어요ㅠㅠ
=22 보기만 해도 설레겠죠ㅠ
=손등키스는 예방접종 같은 느낌이네.
=ㅋㅋ예방접종ㅋㅋ
=22 앞으로 나올 장면들에 대한 충격 완화.
=33 천천히 익숙해지는 거죠.
-왜 아무도 눈빛 이야기는 안 하죠? 그 유혹적이면서도 만족스러워하는 눈빛과 표정!
=살짝 광기(?) 서린 것 같은! ㅈㄴ집착남 재질의!!
=결론: 특별 영상 너무 좋다.
-저 처음은 그냥 보고 두 번째부터 VR로 봤는데…… 진짜 말도 못하게 좋았어요ㅠㅠ
=VR!!?! 생각도 못 했어요!
=그러고보니 VR로 보면 서준이가 바로 눈앞에 있는 거잖아!! VR기계 사야하나?!
=ㄴㄴ어차피 VR 전용 동영상이 아니니까 싼 거 사면 돼요. 그냥 폰 지지대 같은 걸로요.
=바로 사러 간다!!
=이것도 있어요. (VR박스 만들기.링크)
=감사합니다!
그렇게 [신전 프로젝트], 특히 [특별 영상]은 전 세계 새싹들의 마음을 두근거리다 못해 황홀하게 만들었고,
-나 이서준 입덕 인정.
=22 이 정도는 일반인들도 다 본다면서 이서준 영화 다 챙겨 봤는데 이제 입덕 인정함.
=33 입덕 안 할 수 없는 영상이었다.
새롭게 입덕하는 사람들도 만들어냈다.
인터넷 여기저기에 [신전]의 캡처 사진과 움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연예란 대부분도 [신전]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기사들도 쉐앤나.
=ㅋㅋ것도 이서준이잖아ㅋㅋ 이거 독점 아님?ㅋㅋ
=근데 어쩔 수 없음. 쉐앤나 개봉도 있어서 9월 내내 이서준 이야기만 할 듯.
=10월도ㅎ 쉐앤나 이야기만 할 것 같음.
=ㅋㅋ역시 연예계 자연재해ㅋㅋ
그리고 사흘 후.
또 하나의 자연재해가 나타났다.
[쉐도우앤나이트]의 마지막 예고편이었다.
-히어로 모습이겠지?!
=22 히어로 모습 보여주겠지?!?!
-아직도 마린사를 믿는 녀석들이 있다니. 안쓰럽구나.
=22 포기하면 편햏ㅎㅎ
-신전 보면서 행복했는데, 이제 눈물 차례인가.
=22 이런 단짠단짠 싫어요. 단단단단만 보여줘요ㅠㅠ
-볼까. 말까. 볼까. 말까.
=고민해도 결국 보게 되는ㅋ
그렇게 다들 체념한 얼굴로 너튜브에 올라온 [쉐도우앤나이트]의 마지막 예고편을 클릭했다.
쏴아아아-
비가 내린다.
축축하게 젖은 잔디밭 위, 흠뻑 젖은 누군가가 웅크려 있다.
바닥을 보며 무어라 외치고 있는데, 빗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는다.
희미하게 비치는 가로등 빛 사이로, 소년이 고개를 든다.
“/……안돼……./”
바닥에 주저앉은 소년은 넋이 나간 듯한 눈동자로 어딘가를 바라본다.
눈물도 나오지 않는 처참함으로 가득한, 핏기없는 얼굴 위로 빗방울이 흘러내렸다. 그건 마치 눈물처럼 보였다. 하늘이 대신 울어주는 것 같았다.
그 절망이 가득한 모습을 천천히 보여주던 화면은, 이내 온기 하나 없는 소년의 창백한 얼굴을 클로즈업하다가 곧 새까맣게 물들었다.
그리고 나타나는 글자.
[SHADOW & KNIGHT]
[9월 27일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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