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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763화 (76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63화

[신전 프로젝트: 특별 영상]까지 살펴본 서준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휴대폰을 들어 최태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대로 업로드해도 될 것 같아요, 태우 형.

>최태우: 알았어.

>최태우: 우리도 확인했는데 멋지게 나온 것 같더라.

>최태우: 오늘 내로 공지랑 같이 업로드 될 거야.

“오늘?”

서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며칠 내로 업로드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더 빨랐다.

“아, 그럴 만도 한가?”

예고도 없었던 서준의 깜짝 이벤트에 ‘이해는 하지만 화가 난다!’ 하고 불타오르는 [새싹부터]를 살펴보면, 더 빨리 올리지 않으면 코코아엔터 사옥도 같이 불타오를 것 같긴 했다.

-콬아. 콬아. 영상 여섯 개만 주면 안 잡아먹지↗?

=여섯 개면 다잖아욬ㅋㅋㅋ

=게다가 줘도 잡아먹을 것 같은 말투임ㅋㅋ

-제발 영상 올려주세요ㅠ 시간 줄게요ㅠㅠ 10.

=10일? 너무 늦지 않음?ㅠㅠ기다리다가 쓰러질 것 같은데ㅜ

=뭐, 편집도 생각하면ㅠ 기다리는 수밖에ㅠ

=+) 9. 8. 7. 6……

=십초ㅋㅋ였어ㅋㅋ

몇몇 떠오르는 댓글들에 서준이 어깨를 떨며 웃었다.

>최태우: 그리고 쉐앤나 개봉일 정해졌어.

오.

최태우의 메시지에 탄성을 흘린 서준이 달력을 살펴보았다.

오늘은 9월 14일.

9월의 반쯤 지난 날이었다.

“하긴. 지금쯤 정해질 때도 됐지.”

오히려 조금 늦은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9월이 끝나는 30일까지 이제 16일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9월 말에 개봉한다며?! 도대체 언제 개봉한다는 건데?!?!

-5지구의 9월은 50일까지 있냐?!

[쉐도우앤나이트]에 대한 홍보 기사가 뜨거나 관련 게시글이 올라올 때마다 매번 빠지지 않고 있는 댓글들이었다.

[새싹부터]에도 [쉐도우앤나이트]를 기대하면서도 도대체 언제 개봉날을 알려주는지 답답해하는 댓글들이 꽤 있었다.

-내 통장은 통통해. 마린사……

=22 아주 맛있어 보이지 않아? 이게 다 니 꺼라고.

=33 구워먹어도 맛있고 삶아 먹어도 맛있고 쪄 먹어도 맛있지!

=(쩌렁)그러니까 빨리 개봉해!!(쩌렁)

뭐, 지금은 모두 영상으로 올라올 [신전 프로젝트]에 신경이 쏠려 있지만 말이다.

-올해 9월 행복도 최상!! 주신 서준이랑 윌리엄 서준이랑 진 나트라 서준이를 한 번에 볼 수 있다니!!

=근데 쉐앤나 예고편이……

=아……

양손에 떡을 들고 있는데, 하나는 확실한 행복의 맛을 보장하고 있었지만, 하나는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직접 먹어봐야 알 터였다.

저절로 행복의 미소가 지어질 만한 맛인지, 아니면 눈물을 줄줄 뽑아낼 맛인지.

[쉐도우앤나이트]를 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잠시 떠올린 서준은 작게 웃고는 메시지를 보냈다.

<언제 개봉하는데요?

>최태우: 9월 27일.

>최태우: 날짜는 마지막 예고편이랑 같이 공개될 거야.

‘마지막 예고편이라…….’

[쉐도우앤나이트]의 주연 배우이긴 했지만, 예고편에는 관여할 수 없는 서준이었다. 다만, 감독이 친구라서 내용은 미리 들었다.

‘이번에도 음…….’

저절로 사람들의 반응이 생각나 작게 웃은 서준이 메시지를 보냈다.

<예고편은 언제 공개되는데요?

>최태우: 사흘 뒤에.

>최태우: 너튜브에 먼저 공개될 거야.

>최태우: 그다음에 다른 곳에도 공개되고.

그렇게 서준은 최태우에게서 [쉐도우앤나이트] 홍보 일정을 들으며 앞으로의 스케줄을 정리했다.

* * *

[새싹부터]에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 이서준 배우님의 신전 프로젝트 업로드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드디어!!

=언제냐!!

하고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게시글을 클릭했더니,

-오늘?!

=한 시간 뒤!?

=빠르다!!

=너무 좋아요ㅠㅠㅠ

공지 알림 설정을 해놓은 듯, 순식간에 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모두 기대로 가득한 댓글들이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새싹부터]의 공지글은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들에도 전해졌고, 염탐하던 기자들의 손에 기사화되기도 했다.

[배우 이서준, 신전 프로젝트 오늘 3시 공개 예정!]

[코코아엔터, 오늘 3시 너튜브 채널[JUN]에 영상 업로드 예정!]

[조각이 된 배우 이서준! 신전 프로젝트란?]

-이서준은 뭐만 하면 연예란 도배네.

=뭐, 십년 넘게 이랬잖아. 익숙해질 때도 됐지.

=22 이서준 활동=기사 도배

=33 이제 또 회사 가면 이서준 이야기로 떠들썩하겠지.(물론 나도.)

-다들 아무렇지 않게 느끼는데 이제 곧 이서준 데뷔 20주년 되는 거 보면 굉장한 거임ㅋㅋ

=22 20년동안 계~속 전성기였다는 거니까.

=?이제 20주년임? 넘은 거 아님? 스물세살이잖아? ……잠깐. 나 왜 이서준 나이까지 알고 있냐?

=그거 매년 이서준 팬들이 화려하게 이서준 생일 이벤트 해서 그런 거ㅋㅋ

=기사도 엄청 나오잖아.

=아하.

-왜 아직 20주년 안 됐냐고 하면, 데뷔일을 다르게 생각해서 그래요. 웹예능 [48시간]을 데뷔일로 잡느냐, 영화 [쉐도우맨1]을 데뷔일로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22 보통은 [쉐도우맨1]로 생각하지. 그래서 아직 20주년 안 됨.

-하여튼 슈퍼스타 클라스는 대학 축제에서도 발휘되는구나. 근데 볼만함?

=라이브로 봤는데 그냥 감탄만 나옴.

=22 그 짧은 퍼포먼스에 기승전결 다 있음.

-하랑이ㅠㅠ도 나옴.

=진짜 남의 애는 빨리 크는구나 생각했다.

-3시 딱 되면 봐야지.

=22 3시 되자마자 봐야지!

=……외국 사이트들 보니까 다들 3시만 기다리던데, 이러다 너튜브 터지는 거 아니냐?

그리고 한국 시간으로 3시.

너튜브가 터졌다.

-잠깐, 이게 무슨 일이야?!

=아니, 다른 사이트도 아니고 너튜브 니가 터져!?

=근데 너 글로벌기업이잖아! 이 정도는 이겨내야지!

=ㅅㅂ 언제 복구되는 거냐아아아악!!

=위에 안 봐도 한국인ㅋㅋㅋ

=ㅋㅋ한국인의 4대 문장 시작 단어ㅋㅋ 아니, 잠깐, ㅅㅂ, 근데ㅋㅋ

=‘아니’는 한국인 아닙니다. 캐나다 새싹입니다.

=‘잠깐’은 한국인 아닙니다. 미국 새싹입니다.

=‘ㅅㅂ’은 한국인 아닙니다. 이탈리아 새싹입니다.

=‘근데’는 한국 새싹입니다.

=……응?

=원래 새싹들은 그래. 우리보다 한국어 잘함.

=22 외국에서 욕하면 안 됨. 새싹들은 어디에나 있음.

=ㅋㅋㅋㅋㅋㅋ

-너튜브 빨리 복구하라고!!

“복구하라고! 서준이 봐야 한다고!!”

토요일. 오후 3시.

빔프로젝터로 서준을 커다랗게 보기 위해 임예나의 집에 놀러온 송유정이 열심히 분노의 댓글을 남겼다. 옆에 앉은 임예나도 마찬가지였다.

“평일이라 일하느라 못 봤단 말이야.”

“나도.”

미국에서 알차게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직장인 임예나와 송유정은 일에 치이고 있었다. 그래서 평일에 있던 [신전]의 라이브 방송도 보지 못했다. 뒤늦게 알고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오늘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지. 케이크 먹으면서 기다릴까?”

“그래!”

임예나가 주방에서 [신전]을 본 다음 먹을 예정이었던 간식들을 가지고 왔다.

[신전]을 보면서는 못 먹는다. 서준의 작품은 넋을 놓고 화면만 보느라 먹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달달한 케이크로 기분 전환을 하고 있으니, 어느새 너튜브가 복구됐다.

“그럼 이제 볼까?”

“으아아아! 내가 다 떨린다!”

송유정과 임예나가 각자의 쿠션을 품에 안고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화면을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몇 년째 격한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송유정과 임예나의 손에서 찌그러지고 뭉개졌던 쿠션들은 오늘도 아파트와 지구 대신 짜부라질 예정이었다.

“미쳤다……!”

꾸에엑-!

쿠션이 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그런 소리를 내지 않았을까.

대리석 조각이 된 서준과 여덟신들, 그리고 단아한 신전의 모습에 송유정과 임예나의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 힘은 2편, 3편으로 영상이 넘어갈 때마다 점점 강해져만 갔다.

“하랑아!”

“우리 하랑이가……!”

들꽃 화관을 선물하는 하랑이. 그리고 황금 월계수관 대신 들꽃 화관을 쓰고 미소를 지으며 축복을 내리는 주신. 편집으로 넣은 건지, 자연광인지, 눈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후광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죽을 것 같았다.

“나 지금 기절해도 될까?”

“안 돼! 아직 특별 영상 남았어!”

기절할 것처럼 쓰러지는 임예나를 송유정이 일으켜 세웠다. 물론 송유정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우리 잠시 쉬었다 보자.”

“그러자.”

대신 두 새싹은 잠시 쉬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로,

“조각이 된 서준이도 너무 멋지지 않아?!”

“그러니까! 처음에 봤을 땐 그냥 조각상인 줄 알았다니까!”

“미간을 찌푸린 주신님도 너무 멋져!”

“환하게 웃는 주신님은 또 어떻고!”

“으아아아아!!”

했지만 서로의 감상을 나누며 더욱 흥분하고 말았다.

원래 덕질은 친구와 함께 하는 게 최고였다.

-이걸 현장에서 봣다고요!? 진짜 부럽다ㅠㅠ

-나도 갈걸. 축제 갈걸ㅠㅠ

영상을 보는 중이었는지, 잠시 조용했던 댓글창도 빠르게 차기 시작했다.

댓글들을 보며 공감하며 끄에엑-! 소리를 낼 것 같을 정도로 쿠션을 비틀던 임예나와 송유정은 이내 진정하고 [신전 프로젝트: 특별 영상]을 보기 위해 다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누른다?”

“응. 눌러.”

특별 영상은 뭘까.

송유정과 임예나가 쿠션을 끌어안고 두근두근한 눈빛으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딸깍하는 마우스 클릭 소리와 함께,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눈앞에 대리석 조각상이 나타났다.

앞서본 ‘주신상’과 같은 모습이었지만 아우라가 약했다. 신이 아닌, 사람을 상상하며 만든 것 같은 ‘인물상’인 것 같았다.

“우와…….”

“같은 모습인데도 이렇게 차이가 나네.”

서준의 연기는 정말이지 대단한 것 같았다.

그렇게 감탄하면서 보던 임예나와 송유정은 카메라의 움직임이 독특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전체 화면을 보여주는 보통 연출과 달리, 누군가의 시선을 그대로 보는 듯한, 마치 1인칭 시점으로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치 내가 저기 서서 조각상을 보는 듯한.

그 추측이 정답이라는 듯, 화면 아래에서 두 손이 나타나 조각상의 얼굴을 어루만지듯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누군진 몰라도 부럽다……!”

임예나의 말에 송유정이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부럽다!

그때 새하얗던 대리석 조각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코끝부터, 양쪽 볼과 눈꺼풀, 눈썹, 이마와 입술, 턱, 귀와 목까지.

천천히 따뜻한 온기가 느껴질 것만 같은, 두근두근 박동이 느껴질 것 같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렇게 조각상은 인간이 되었다.

“피그말리온!”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조각가로, 자신의 이상형을 조각으로 만들었는데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축복으로 그 조각상이 사람이 되었고,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그 동화 같은 이야기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미쳤다…….”

두 사람이 입을 쩌억 벌리고 감탄하던 중, 인간이 된 그의 길고 부드러운 속눈썹이 살랑살랑 움직였다.

마침내, 눈을 뜬 그가 앞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대리석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스한 온기가 담긴 검은색 눈동자가 카메라 너머 송유정을, 임예나를 보는 것 같았다.

두근두근!

피그말리온이 이랬을까.

자신의 이상형이 감미롭게 미소를 짓는 모습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오직 그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 아마도 자신을 조각해 준 ‘조각가’의 오른손을 잡았다.

그 모든 장면이 1인칭 시점으로 연출한 덕분에, 마치 자신의 손을 잡은 것처럼 느껴져, 임예나와 송유정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기분 탓인지, 쿠션을 꽉 잡고 있는 오른손 손바닥에 매끄럽고 따뜻하지만, 남자 손 특유의 단단한 감촉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감촉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아마도 착각이겠지만) 아래를 내려다볼 여유는 없었다.

그가 달콤하게 웃으며 천천히 조각가의 손, 아니, 자신의 오른손을 부드럽게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어라?

어라? 어라?

그에게 잡힌 (내) 손이 향하는 곳이 심상치 않았다.

쿵쾅쿵쾅!

송유정와 임예나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몸 밖에서도 심장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그의 손바닥 위에 올라간 (내) 오른손이 점점 그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것도 얼굴 쪽으로. 어쩐지 생기가 넘치는 다른 곳보다 색이 진한, 붉은 입술이 선명하게 보였다.

……설마? 설마아!?

임예나와 송유정은 그대로 숨을 멈추었다. 아니, 자신들이 숨을 멈춘 지도 몰랐다.

그는 기품 있는 자세로 고개를 숙여, 오른손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그 붉고 부드러운 입술을 가볍게 찍었다. 그리고는 그 상태로 고개를 살짝 움직여 카메라 너머를,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매혹적이면서도 친근한, 그리고 어쩐지 만족스러워하는 검은색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오싹 소름이 돋으면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짜릿해진 임예나와 송유정은 저도 모르게 꺄아아악!! 하고 현실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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