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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762화 (762/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62화

그렇게 하랑이와 함께 [신전]의 마지막 퍼포먼스를 진행한 것이었다.

“이히히.”

서준에게 안긴 하랑이가 웃었다. 서준도 하랑이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동글동글한 하랑이의 이마에 자신의 할 일을 모두 끝낸 방패 문양이 보였다.

연기하면서 흘려보내는 마기에 영향을 받지 않게, 하랑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서준이 새겨둔 것이었다.

아직 효력이 많이 남아 반짝이는 것이 서준의 눈에 보였다.

‘이건 남겨두기로 할까.’

마기뿐만이 아니라 다른 불운에서도 좋은 방패막이 되어줄 터였다.

“맞아! 엄청 잘했어!”

“우리 하랑이 최고!”

어느새 [신전]팀도 하랑이를 안은 서준을 둘러싸고 칭찬을 퍼부었다. 그에 하랑이는 좋으면서도 부끄러운지 에헤헤 웃으면서 서준의 품에 파고들었다.

“감사합니다…….”

부끄러움에도 칭찬에 대한 감사 인사를 잊지 않는 착한 하랑이의 모습이 형누나들을 더욱 가슴 벅차게 만들었다. 이 쪼그만 게 감사인사까지 하네!

“너무 귀여워!”

“그러니까.”

당장에라도 천막을 부수고 학교를 부수고 싶을 정도였지만,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그대로 밖으로 발산했다가는 하랑이가 겁먹을 것 같아, 꾹 참는 형누나들이었다.

“하랑아. 누나가 맛있는 거 사 줄까?”

“그거 꼭 나쁜 사람이 하는…… 윽!”

옆구리에 제대로 들어간 공격에 서준이과 [신전]팀 팀원들은 키득키득 웃었고, 서준에게 붙어 있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하랑이는 갑자기 쓰러진 대학생 형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이제 의상 갈아입고 분장 지우자.”

서준이 하랑이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깜빡하고 있었는데, 지금 다들 신으로 분장한 모습 그대로였다. 하랑이도 흰색 의상을 계속 입고 있었고.

“옙!”

“네에!”

대기 천막과 신전 세트장은 내일 이른 아침 다 같이 해체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축제 중이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관람객들 사이를 짐을 들고 이동하면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하랑이도 옷 갈아입자.”

“네! 엄마아아! 아빠아아!”

서준의 말에 힘차게 대답한 하랑이는 활짝 웃으며 엄마 아빠에게 달려갔다.

“나 잘했어?”

“엄청 잘했어!”

“아빤 하랑이밖에 안 보였다니까!”

“에헤헤헤!”

하랑이는 부모님과 미술팀 팀원의 손에 의상을 갈아입고 가볍게 한 분장을 지웠다. 다른 배우팀 팀원들도 미술팀 팀원들의 도움으로 새하얗게 칠한 물감을 지우기 시작했다.

그 상황을 잠시 살펴보던 서준도 분장을 지우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준아!”

“네?”

가장 먼저 머리 위에 있는 들꽃 화관을 벗으려던 서준은 황지윤의 부름에 허공에서 손을 멈추었다. 본의 아니게 화관을 벗으려던 모습의 동상이 된 것 같았다.

“재미있는 게 생각났는데, 한번 들어볼래?”

눈을 깜빡이던 서준에게 황지윤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 뒤로 카메라를 들고 있는 ‘화 필름’의 촬영팀과 씨익 웃고 있는 황도윤이 보였다.

그에 눈을 끔벅이던 서준이 이내 팔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뭔데요?”

“그러니까 말이지…….”

이어지는 황지윤의 이야기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거 직업병 아니에요?”

“이렇게 멋진 소재가 눈앞에 있는데, 감독이라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밖에!”

황지윤의 말에, ‘화 필름’의 첫 번째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감독 박우진도 한마디 했다.

“아무리 직업병이라고 해도 서준이 너만 하겠어?”

그건 맞는 말이라며 [신전]팀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전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 중 서준이 눈을 반짝이며 스토리를 넣자고 했을 때의 놀람은 잊지 못할 거다.

그에 서준이 머쓱하게 웃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촬영 시작할까요?”

뭐, 어쨌든.

촬영은 언제나 반가운 일이었다.

* * *

>서준: 밖은 어때요, 다호 형?

<이제 다들 나가셨어.

<통제선도 다 치웠고.

안다호는 [신전 프로젝트]의 퍼포먼스가 열렸던 장소를 둘러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던 관객들은 모두 경호원들과 코코아엔터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여기서 나갔고, 이 구역을 둘러싸고 있던 통제선도 모두 제거해 흠집 하나 없이 모두 원상복구한 상태였다.

>서준: 고생했어요, 형.

<너도 고생했어.

<분장은 다 지웠고?

>서준: 지윤 누나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서준: 지금 촬영 중이에요ㅋㅋ

안다호가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웃고 말았다.

<그럼 그것도 너튜브에 올릴 생각이야?

>서준: 네!

>서준: 오늘 촬영한 거랑 같이 올리면 될 것 같아요.

>서준: 화 필름이 후편집까지 맡았죠?

<어. 그렇게 의뢰했어.

>서준: 지금 물어보니까

>서준: 밤을 새워서라도 최대한 빨리 올릴 거래요ㅋㅋ

>서준: 다들 엄청 신나있어요!

안다호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서준도 그렇지만, 서준의 주위에도 이렇게 열정적인 사람이 많았다.

“안 이사님. 아직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아마도 대기 천막에서 서준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들일 터였다. 서준의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서.

경호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안다호가 입을 열었다.

“서준이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까, 그때까지 천막에 접근 못 하도록 막아주십시오. 서준이가 나오면 경호 계속해 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어느새 일반인 복장으로 갈아입은 경호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 안이라 위험한 일은 없겠지만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이 소속사가 할 일이었다.

“태우 씨는 서준이 서포터해 주시고요.”

“넵!”

서준의 매니저 최태우가 빠르게 대답했다.

“1팀은 회사로 복귀합시다.”

“네.”

서준의 일정은 끝났지만, 안다호와 배우 이서준 전담 1팀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배우 이서준, 한예대 축제에 등장!]

[한예대 연기과, 미술과, 무대미술과가 함께한 신전 프로젝트에 이 배우까지?!]

[그리스로마 신전에 신들이 강림하다!]

[조각인 줄 알았는데, ㅇㅇ이었다?!]

[배우 이서준의 너튜브 채널[JUN]에서 라이브 방송!]

우르르 뜨고 있는 기사들과 사람들의 반응을 체크해야 했다.

“문제가 될 건 없을 것 같지만.”

곧 코코아엔터로 이동하는 안다호와 1팀이었다.

-?예? 이런 걸 했어요?

=그러니까? 나만 빼고? 이런 걸 했다고?

=우리만? 빼고? 너희만? 즐겁게?

=윗댓들 무섭다;;;;

-난 알림이 울렸는데에! 스팸인 줄 알고 무시했어ㅠㅠ

=난 휴대폰 엎어놓고 있어서 못봣어ㅠㅠ

=오늘 평일. 나 학생. 볼 수 있을 리가……ㅠ

-진심 퇴사하고 싶다. 오늘 하루종일 너무 바빠서 진짜 휴대폰 1분도 못 봤는데……대형 이벤트가 터질 줄이야……

=22 ㅅㅂ현생이 덕질을 방해해. 서준이 라이브 귀한데ㅠ

-아니, 이건 콬아가 잘 못한 거야. 미리미리 공지를 해줬어야지ㅠㅠ

=그건 그런데…… 이해는 됨. 공지해줬으면 다 한예대 축제에 갔을 거 아니야.

=백퍼 박 터졌을 듯. 나도 갔을 거니까.

=22 그냥 한예대=사람 이었을 듯.

-그래도 라이브를 했다는 건 촬영을 했다는 거고, 촬영을 했다는 건 편집해서 공개할 의사가 있다는 거겠지?

=ㅇㅇㅇ제발요. 젭알……

=[새싹부터]에 공지 올라왔다! 편집이 완료되는 대로 공개한대! 특별 영상도 있다는데?!

=믿고 있었다고ㅠㅠ콬아ㅠㅠ

-영상 올라오면 0.001초 간격으로 캡처해서 프린트해야지. 신전이라니! 신인 서준이라니! 이건 벽에 도배해 놓고 매일 기도를 올려야 할 듯.

=진짜 기도도 들어줄 것 같다.

=22 아기천사님 때처럼.

-하랑아ㅠㅠ 웬 어린애가 뜬금없이 등장해서(연기도 잘해서) 아역 배우인 줄 알았는데 우리 하랑이였다니!

=진짜 남의 애는 빨리 큰다고 하더니 벌써 어린이야.

=22 아가였던 하랑이가 어린이ㅎㅎ귀여워ㅎㅎ

-아아…… 내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떠오름.

=오? 어떤 이야기?

=+)주신이 타락한 신전을 물갈이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 그때 가난한 아이였던 꼬마가 어쩌다 죽어버림. 결국 분노한 주신으로 인해 세계 멸망★

=그 배우에 그 팬이라고ㅠ 팬이 떠올린 이야기도 파국이네ㅠㅠ

=+)ㄴㄴ아직 안끝났어ㅋㅋㅋ

=+)그 주신과 꼬마가 환생해서 ‘숲 속의 병아리반’에서 만난 거지! ([숲 속의 병아리반]에서 찍은 서준과 하랑의 사진) 해피엔딩!

=주신이 신이라서 이야기를 못 나눴는데 둘 다 인간으로 만나게 됐구나ㅠㅠ

=폭풍눈물ㅠ 왠지 하랑이가 ‘안녕.’ 하는 것도 전생에서 꼬마가 주신에게 하는 말 같아ㅜㅠ

=근데 해피엔딩이라고 말하기엔 이미 다 죽이셨어요ㅠㅠ

=ㅋㅋㅋ큐ㅠㅠㅠ

-내일 한예대 축제에 가도 서준이는 없겠지?

=ㅇㅇ신전 프로젝트는 오늘만 했대. 내일이랑 모레는 안 한다고 하더라. 신전도 철거할 예정이고.

=축제 구경한다고 서준이가 개인적으로 돌아다닐 수도 있지만. 서준이 일코를 생각하면 못 찾을걸.

=22 못 찾아. 바로 옆을 지나가도 모름.

=33 나 경험자. 워킹맨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바로 옆에 서준이가 있었지만 몰라봄ㅎ

=그냥 영상 기다리는 게 빠를 듯.

-영상 언제 올라오려나. 특별영상은 뭐려나. 두근두근!

=최대한 빨리 올려줬으면!!

그렇게 인터넷이 시끌벅적한 사이.

분장을 모두 지우고 의상까지 갈아입어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온 서준은 하랑이의 손을 잡고 한예대 축제를 구경하고 있었다.

“아니, 그래도 될까요?”

“네. 저도 오랜만에 하랑이랑 놀 수 있어서 좋아요. 두 분도 데이트하시고요. 저희 과 연극 재미있어요.”

“나 선생님이랑 놀래!”

서준의 다리에 딱 달라붙어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는 아들의 모습에, 안절부절못하던 하랑이 부모님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하랑아.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해.”

“응!”

오동통한 하랑의 볼이 흥분과 들뜸으로 새빨개졌다.

그렇게 밖으로 나온 서준과 하랑.

어른과 꼬마라는, 눈에 띄는 조합이었지만 서준의 일코 능력으로, 경호원을 제외하고(서준이 조절했다) 다들 눈치채지 못했다.

“선생님 저거 해도 돼요?”

“당연하지.”

“저것도!”

“와. 재미있겠는데? 같이 해볼까?”

“꺄하하하핳!”

그 덕분에 서준의 손을 꼭 잡은 하랑이는 그날 아주 신나게 놀 수 있었다.

“주니 선생니임…….”

꿈나라에서도 주니 선생님과 함께 놀 정도로.

음냠냠-

서준이 사준 인형을 꼭 껴안고 잠꼬대를 하는 하랑이를 보며 엄마 아빠가 작게 웃었다.

* * *

그렇게 사흘간의 한예대 축제가 끝나고.

(축제 둘째 날은 친구들과, 셋째 날은 은수, 수빈이와 즐겁게 놀았다.)

정말로 밤새 편집한 모양인지 ‘화 필름’에서는 예상보다 빨리 코코아엔터로 [신전 프로젝트]의 영상을 보내주었다.

[신전 프로젝트: NO.1]부터 [신전 프로젝트: NO.5]. 그리고 [신전 프로젝트:특별 영상]까지.

>최태우: 서준아. 영상 보낼게.

>최태우: 너도 확인해봐.

<네. 그럴게요.

너튜브에 업로드하기 전, 영상에 문제는 없는지 1팀은 물론이고 서준도 살펴보기로 했다.

서준은 집 연습실에 있는 빔프로젝터로 첫 번째 영상부터 재생했다.

소파에 앉아 커다란 스크린을 보는 서준의 눈빛이 진지했다.

음악과 영상이 의도한 대로 어우러지는지.

적당한 장면이 제대로 삽입되었는지.

불필요한 장면은 없는지.

아무리 화 필름이라도 제대로 만들지 않았다면 몇 번이라도 ‘다시’를 외칠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잘 만들어진 영상들에 서준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다른 영상들보다도 짧은 마지막 영상을 재생했다.

[신전 프로젝트: 특별 영상]

잔잔한 음악이 흐르며, 스크린에 들꽃 화관을 쓴 조각상이 나타났다.

그 조각상은 앞선 영상들 속 조각상과 똑같은 모습이었지만 느낌이 달랐다.

앞의 영상들 속 조각상이 다가가기 힘든 아우라를 내뿜었던 ‘신상’이라면, 이 특별영상 속 조각상은 그보다 친근한 느낌의 ‘인물상’이었다.

‘물론 둘 다 나지만.’

서준이 힘을 빼고 연기를 했기 때문에, 분위기가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런 ‘인물 조각상’의 모습을 천천히 살피는 카메라.

마치 누군가가 걸음을 옮기며 조각상을 살펴보는 것 같은 연출이었다.

카메라의 시선이 마치 ‘누군가’의 시선이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인물 조각상을 살펴보던 ‘누군가’가 두 손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조각상만 있던 화면 안으로 두 손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두 손은, 눈을 감고 있는 아름다운 조각상의 얼굴 위를 마치 귀중하고 소중한 것처럼 닿을 듯 말 듯 어루만졌다.

그러자,

새하얀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상이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

오똑한 코끝부터 물감이 번지는 듯 생기가 도는 피부로 바뀌기 시작했다.

섬세하게 조각했지만 딱딱하던 속눈썹과 눈썹이 검고 부드러운 털로, 단단하던 입술도 피가 도는 듯한 말랑하고 붉은 입술로 변했다.

그 변화에 놀란 ‘누군가’가 물러서는 것처럼 카메라가 물러섰다.

그러자 조각상의 전체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얼굴에서부터 시작한 변화는 목과 어깨, 팔과 손가락, 다리와 발끝까지 번져나갔다.

딱딱하던 대리석 조각이, 말랑하고 부드러운 피부를 가진 사람이 된 것이었다.

그 변화를 멍하니 바라보던 ‘누군가’가 진정한 듯, 사람이 된 조각상을 살펴보았다. 그에 따라 카메라도 움직여 조각상이었던 사람의 얼굴을 비추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조각상이었던 그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길고 부드러운 속눈썹이 살랑살랑 움직이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가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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