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761화 (761/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61화

-와…….

눈을 뜬 주신이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볼 때였나, 생각지도 못한 어린아이가 등장할 때였나.

아니면 들꽃 화관을 쓴 주신의 뒤로 헤일로Halo(후광)가 보일 때였나.

언제부터인가 멈춰져 있던 채팅창이 뎅- 하고 맑게 울리는 세 번의 종소리에, 마치 마법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언제 끝났어??

=22 뭘 본 것 같은데 뭘 본지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아. 머릿속이 새하얘

=33 너무 빨리 끝난 듯.

=진짜 기억 안 남? 난 진짜 하루종일, 아니 일주일 내내 생각날 것 같은데?

=ㄴㄴ더 보여달라는 거지ㅋㅋ

=22 우린 아무것도 못 봤다!

=33 통신 오류인가 봐!

=44 인터넷이 맛이 간 듯!

=55 화면이 눈부셔서 제대로 못 봤어요! 한 번 더 해주세요!

=66 한 번 더! 한 번 더!

그렇게 한쪽에서는 ‘한 번 더!’를 외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신전 프로젝트]에 대한 감상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냥 조각상 행위예술인 줄 알고 보고 있었는뎈ㅋㅋ 스토리가 있었엌ㅋ

=그렇지. 서준이가 그냥 지나칠리가ㅋㅋㅋ

=되게 짧은 시간에 짧은 이야기였는데도 기승전결에 감동까지 있어서 엄청 놀랐다.

=22 역시 각색 연극(거울), 창작 연극(MOEB-436)이 있는 경력자는 다름.

=경력잨ㅋㅋ직업 배우 아니었냐고ㅋㅋ

=이서준이잖아.

=납득!

-근데 아까 신관 대답이 조금 오싹하지 않았음? 우리 눈에만 신상들이 저렇게 보였다는 게.

=ㅇㅇ뭔가 숨겨진 세계의 진실을 알아버린 것 같은 느낌.

=22 막 소설 속의 예언자가 된 느낌.

=???: 주신께서 분노하셨습니다! 이러다 세상이 멸망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믿지 않았다.)

=ㅅㅂㅋㅋㅋ가슴치며 답답해할 듯ㅋㅋ

-몇 번이고 말하는 것 같은데, 다시 말함. 안 말할 수가 없음. (쩌렁쩌렁) 이서준 연기 ㅈㄴ잘하더라!!!

=22 조각상일 때부터 걸어나올 때까지 그냥 신임. 신으로밖에 안 보임.

=33 그것도 전투력 만땅, 싸늘함 만땅의. 나 휴대폰으로 보고 있었는데도 숨 참고 보고 있었음ㅋㅋ

=44 난 TVㅠㅠ 좋은 거 크게 보자고 했다가 싸늘함X100 제대로 맞아버림. (근데 그것도 좋……)

=ㅋㅋㅋ파괴신 강림.

=주신: 안타깝지만 세계를 멸망시켜야겠다. (1초 후) 멸망 완료.

=1초ㅋㅋㅋ 너무 한 거 아니냐ㅋㅋ(근데 그럴 것 같음.)

-표정부터가 진짜 자비 없어 보이더라ㅎㄷㄷ

=그러니까. 4번째까지는 그래도 갱생 가능했는데, 더이상 못 참으셨나 봄.

=우리야 빠르게 봐서 그렇지, 실제 시간으로는 엄청 지나지 않았을까?

=22 과거 종교들의 역사들을 살펴보면 대충 감이 잡히잖아?

=저기서 참으셨다는 게 진심ㅠㅠ감동적ㅠ

-꼬마 등장할 때, 입 틀어막고 봤다.

=22 갑자기 나와서 엄청 놀라긴 했음. 지금까지 없었잖아.

=게다가 들꽃 화관에 ‘선물이에요!’라니ㅠㅠㅠ

=이래서 아직 세상은 살(릴)만하다고 느낀 주신님과 우리들ㅠㅠ

=살(릴)만하다ㅋㅋㅋ

-말도 너무 예쁘게 하고 화관도 그 고사리 손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너무 귀여워서 지구 부시고 싶음!!

=?? 주신님이 살려주신 걸 네가 부수면 안 되잖아요??

=ㅋㅋㅋㅋ

-근데 여기 타락한 신전이잖아?

=ㅇㅇ

=꼬마 옷이 낡아 보이던데, 그런 상태로 돈만 밝히는 신전에 제대로 출입할 수 있었을까?(진지)

=……오……?

=게다가 신상 머리에 화관이 딱 맞는 걸 보면, 멀리서(신관 때문에 가까이 못 옴) 고사리 손으로 주신상의 머리크기도 쟀을 거 아니야ㅠㅠ(과몰입 중)

=꼬마: 한 뼘, 두 뼘……헤헤*^^*

=설마 계속 몰래 들어온 건가?!(입틀막)

=나 또 울어ㅠㅠ

=22 꼬마야ㅠㅠㅠ

-파괴신에서 자비신으로 변하신 주신니뮤ㅠㅠ

=웃으시는 모습이 너무 멋져. 예뻐. 아름다워ㅠ

-나만 주신 축복 내릴 때, 후광 봤음?

=ㄴㄴ나도 봤음. 완전 빛나더라.

=조명 썼겠지만, 후광임. 아무튼 후광임.

=ㅋㅋㅋㅋ

-내 손이 나도 모르게 캡처 나노단위로 해버렸다.(눈보다 손이 빠름)

=저도 줘요. 하나만 줘요ㅠㅠ

=부디 새싹들에게 은총을……!

-축복이 있으리,하니까 진짜 축복을 온몸으로 받은 기분.

=22 뭔가 기분 탓인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33 세계가 파괴 바로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났다고 생각하니까, 뭘 해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다들 과몰입햇네ㅋㅋㅋ

-다른 조각상들도 다들 웃을 때 감동ㅠㅠ

=22 내가 다 감동이더라.

=33 말만 안 했지 다들 눈빛으로 신도들에게 축복 내린 듯.

-전 이제 주신과 하급 신님들의 신도입니다. 광신도요.

=저도 그렇습니다!

-다들 아직 학생들인 것 같던데 그만한 연기력이라니……대한민국 연기계에 미래가 밝다.

=22 학생들이 한다고 하길래 가볍게 봤더니 다들 엄청 잘했음.

=33 처음엔 진짜 조각인 줄 알았고, 사람인 거 알고 봐도 조각 같더라.

-근데 아까 그 꼬마는 누구야?

=22 아역 배우임?

“아까 그 꼬마애는 누굴까?”

“글쎄.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어디서 봤지?”

채팅창처럼 현장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마지막 타임이니만큼 여운을 느낄 수 있도록 잠시 시간을 가진 [신전]팀은 시계를 살펴보다가 이내 굳게 닫힌 신전 앞에 섰다.

현장 관객들과 너튜브로 보고 있던 사람들이 신관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연기과, 미술과, 무대미술과,”

신관, 오동윤이 웃으며 꾸벅 인사를 했다.

인터넷과 현장에서의 질문에 대답하듯, 말을 이었다.

“그리고 유하랑 군과 함께한 협동 프로젝트, 신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

“으아…….”

신전의 커튼이 내려오자, 조각상으로 분장했던 배우팀이 의자에서 일어나 찌뿌둥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스트레칭을 했다. 긴 시간 같은 자세로 있다 보니 관절들이 그대로 굳어버린 것 같았다.

“뼈 소리 난다.”

“나도.”

우득우득-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마음속까지 시원해지는 뼈소리가 들렸다. 물론 건강에는 안 좋은 소리지만.

이제 조각도 아니고 신도 아닌, 여덟 명의 후배들을 보며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다들 수고했어.”

헤헤.

존경하는 선배님의 칭찬에, 다들 조금 전까지의 위엄은 어디로 갔는지 헤벌레 웃었다.

“선배님도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저 진짜 신 같아서 속으로 쫄았어요!”

마지막 퍼포먼스까지 훌륭하게 끝내서 다들 흥분한 상태였지만, 신 나게 이야기하면서도 신전 밖으로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자제하는 후배들이었다.

그에 서준이 작게 웃었다.

밖도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고 시끌벅적하겠지만, 주의해서 나쁠 건 없었다.

신이 난 후배들과 함께 무대 뒤 천막으로 향하니,

“선생니임!!”

꺄아아악!

하고 환호성과 같은 부름과 함께 무언가 서준에게로 거의 덮치듯 달려들었다. 너무 빨라서 부모님이 잡을 틈도 없었다.

“하랑아!”

유하랑의 엄마 아빠가 놀라 아들을 불렀다.

만 여섯 살이라고 얕보지 마라.

게다가 그냥 여섯 살도 아니었다.

서준의 [먹방2] 영상을 보며 잘 먹고 잘 자고 잘 크고 있는 아이였다. 거의 대형견이 온 힘으로 달려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엄마 아빠였다.

엄마 아빠의 부름에도 하랑의 눈에는, 오직 선생님.

주니 선생님만 보였다.

물론 조금 전에도 만나긴 했지만!

언제 봐도 반가운 주니 선생님이었다.

“주니 선생님!”

그 외침과 함께 억! 하고 앓는 소리가 들려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꺄하하핳!”

맑은 하랑이의 웃음소리만 들려왔다.

그에 유하랑의 부모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특히 하랑이에게 자주 몸통 박치기를 당하는 아빠는 몇 번이고 눈을 비비며 바라보고 있었다.

달려오던 하랑이를 그대로 번쩍 들어 올리는 서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달려가던 속도와 몸무게를 생각하면 하랑이의 무게가 상당했을 텐데, 아주 가볍고 안정적이게 하랑이를 들어 올려 ‘높이높이’를 해주고 있었다. 마치 평범한 솜인형을 들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저 잘했어요?”

“그럼. 엄청 잘했어! 하랑이가 제일 잘했어!”

“꺄하하하!”

주니 선생님의 칭찬에, 달랑 들려있던 하랑이가 팔다리를 파닥파닥 댔다. 그럼에서도 서준은 가뿐한 몸짓으로 높이높이를 해주었다.

“힘이 엄청 세시네…….”

“……그러게.”

감탄하는 하랑이 부모님의 모습에, [신전]팀 팀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조금 전.

[신전 프로젝트]의 대기 천막 안.

“안녕하세요! 별빛 유치원 은하수반, 유하랑입니다!”

꺄아아악!

[신전]팀 팀원들이 씩씩하고 귀여운 유하랑의 인사에 입을 틀어막았다.

“별빛 유치원이래!”

“은하수반이래!”

그냥 모든 게 다 귀여웠다.

유하랑.

KBC 예능 [숲속의 병아리반]에 출연해, 주니 선생님과 제대로 ‘안녕.’하기 위해 기다리던 만 세 살짜리 아기가, 벌써 만 여섯 살 어린이가 되었다.

“하랑아. 누나 사인 좀 해줄 수 있어?”

“네!”

한글은 언제 배웠는지, 펜을 쥐고 스윽스윽 자신의 이름을 적는 모습마저 귀여웠다.

“한글은 언제 배웠어?”

“내년에 초등학교에 가요! 제 이름이랑 엄마 아빠 이름이랑 주니 선생님이랑 드니 선생님 이름은 적을 수 있어요!”

하랑이가 한글을 배우면서 직접 혼자서 쓴 첫 편지를 받고 눈물을 줄줄 흘리던 박이든을 떠올린 서준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서준도 물론 감동했다.

“엄마 아빠 전화번호도 알아요! 공일공…….”

엄마아빠의 휴대폰 번호며, 집 주소며, 친구들 이야기며.

자신이 아는 건 모두 재잘대며 이야기하는 하랑이의 모습에, 대기 천막 안은 웃음꽃으로 가득해졌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분장 중이라 모습이 좀 이렇습니다.”

새하얀 물감이 칠해진 얼굴로 말하는 서준에, 하랑의 엄마아빠가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희야말로 축복권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랑이가 얼마나 재밌어했는지 몰라요.”

“이런 이벤트일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에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하랑의 엄마 아빠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 눈부시다.

[숲 속의 병아리반]이 끝난 이후에도 하랑이와 종종 영상통화를 하는 서준을 보면서 익숙해진 미모라고 생각했는데, 주신의 축복을 받고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다시 낯설어지는 것 같았다.

“오늘 퍼포먼스 참여도 감사드려요.”

“하랑이가 꼭 하고 싶다고 해서요.”

어떻게 된 일이냐고 하면.

내년에 초등학교를 들어가는 하랑이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는데, 그 소원이 바로 서준이 선생님이 다니는 학교에 가는 것이었다.

아마 같은 ‘학교’라는 단어에 꽂힌 것이지 않을까.

대학교와 초등학교는 큰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하여튼 그렇게 해서 올해 한예대 축제를 구경 오게 되었는데.

그걸 영상통화를 하던 서준에게 하랑이가 신나서 말했고, 잠시 생각하던 서준은 하랑의 부모님께 [신전 프로젝트]의 출연을 제안했다.

‘주니 선생님이랑!? 할래!’

부모님의 물음에 하랑이는 눈을 반짝이며 단번에 승낙했다.

“주니 선생님을 엄청 좋아한다니까요.”

“하하하.”

하랑의 부모님의 말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하랑이가 잘할 수 있을까요? 연기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괜찮습니다. 하랑이라면 잘할 거예요.”

그리고 짧은 연습 시간을 가졌다.

미리 집에서 외워온 대사에 연기가 합쳐졌다. 하랑이는 모두의 생각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훌륭하게 연기에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상황만 보면 하랑이가 연기천재?!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상황이 조금 특이했다.

왜냐하면,

“감사해요! 선생님! 앞으로도 저희를 지켜주세요! 이건 선물이에요!”

“선생님이 아니라 주신님이라고 해야지.”

“아차!”

헤헤헤.

하랑이의 웃음에 서준도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봐도 선물을 주는 대상이 ‘주니 선생님’이라서.

하랑이가 대사에 몰입하고, 표정에 진심을 가득 담은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게…… 연기를 잘하는 걸까요?”

하랑이가 연기를 잘한다면 아역배우를 해보게 할까, 생각했던 부부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잘하긴 하지만, 연기라기엔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아마 상대역이 서준이라서 감정이입을 잘하는 것 같습니다.”

그에 [화]의 감독, 황지윤이 웃으며 대답했다.

생활연기…… 아니, 그냥 하랑이의 진심이랄까.

“역시 그렇죠?”

부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배우 유하랑’의 꿈은 접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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