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757화
신전이 닫혔다.
“와…… 이게 뭐야…….”
“저기 안으로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처음으로 [신전 프로젝트]를 본 사람들은 우와, 하고 감탄하기에 바빴지만, 두 번째로 보는 (그러나 축복권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아까 넋 놓고 보느라 촬영하지 못한 한을 반쯤 풀었다.
왜 반쯤이었냐고 하면,
“첫 번째 때 동영상 촬영을 못 했어……!”
무교에서 주신교(?)로 종교를 바꾼 사람들이 탄식하며 말했다.
첫 타임에 ‘축복 의식’을 할 때, 움직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해서 동영상을 찍지 못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는 법.
[축복권]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그 울분을 두 번째 타임의 사진과 동영상 촬영에 열중하는 것으로 풀었다.
두 예고생도 마찬가지였다.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화면을 눌러댄 결과물들을 보며 히죽히죽 웃던 두 예고생 중 한 명이 말했다.
“언니 카메라 들고 올걸……!”
블루문 팬인 언니의 카메라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일명 대포라고 불리는, 커다란 렌즈가 달린 카메라.
“그것만 있었으면 저기 먼 자리에 서 계시던 우리 주신님(?)을 더 멋있게 찍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게. 아쉽다.”
어느새 주신님께 덕통사고 당한 두 예고생이 탄식했다.
“그래서 언니 보고 와달라고 했음. 첫 타임 끝나자마자 바로!”
오!
예고생이 씨익 웃어 보이며 친구에게 바나나톡 메시지창을 보여주었다.
<언니언니언니언니
>언니: 왜?
<(신전 조각상들이 서 있는 사진)
<(가까이에서 찍은 주신상 사진)
<이거 한예대 연기과 학생들이 하는 건데 존나 멋짐.
<다들 엄청 잘생기고 엄청 예뻐!
<특히 주신 조각상!
<웬만한 아이돌보다 훨-씬 잘생겼는데!!!
<찍어보는 건 어때????
>언니: 그래.
<ㅇㅋ 빨리 와!
“지금 오고 있대!”
환하게 웃는 예고생에 친구도 활짝 웃었다.
“나중에 사진 보내줘!”
“그래!”
>언니: 네가 말하는 게 이거야?
>언니: (링크)
“너희 언니 링크 보내셨는데?”
“어? 뭐지?”
두 예고생이 머리를 맞대고 언니가 보내준 링크를 보았다.
링크는 어떤 게시글로 연결되어 있었다.
[한예대 축제 대박!!(feat.그리스로마 신전)]이라는 제목이 써져 있는 글이었는데, 신전과 조각상들, 호위상과 주신상의 사진들과 함께, 글쓴이의 감탄이 가득 적혀 있었다.
그 글이 금세 여기저기로 퍼졌는지, 댓글도 많았다.
-ㅁㅊ 진짜 조각상인 줄.
=22 앞부분 사진들 보고 한예대 미술과 학생들 실력 미쳤구나! 이래서 한예대, 한예대 하는구나 했는데, 진짜 사람ㅋㅋㅋ
=근데 저렇게 25분 서 있었다는 걸 보면 연기과도 미쳤음.
=나 전공자인데 옷이나 소품들이랑 피부 표현도 완전 대리석이라서 미술과 학생들 실력 미친 것 맞음.
=ㅇㅇ 어설프게 하면 그냥 사람이고 소품인 거 다 티 나는데 그런 티 1도 없다;;;
-다들 너무 예쁘고 잘생김ㅠㅠ근데 외모가 아니라 분위기가.
=22 외모도 외모인데…… 분위기가 독특하고 신비로워서 멋짐.
-SNS에 한예대 조각상 사진 엄청 올라오네.
=사진으로만 보면 진짜 어디 유럽 박물관이나 궁전 정원에 있을 법한 조각상들임.
=나 미술 좋아하는데, 보러 가고 싶은데 춘천ㅠㅠ
-저게 진짜 모두 살아있는 사람이라고요??
=ㅇㅇ 축복 의식이라고 해서 몇 분 동안 움직이시는 것도 보여주십니다.(기도)
=오오 주신님. 하급신님……!(기도)
=이 누추한 곳에 강림해 주시다니……!(기도)
=축복까지 내려주시다니……!(기도)
=ㅋㅋㅋ다들 아주 열렬한 신도가 된 듯ㅋㅋ
=근데 직접 보면 그럴만함ㅋㅋㅋ
-직접 보려면 축복권? 기도권? 있어야 한다며?
=ㅇㅇ 축복권임. 한예대 안에(건물 밖) 여기저기 숨겨뒀다고 하는데 완전 보물찾기 존잼ㅋㅋㅋ
=근데 내가 지나온 곳에서 ‘찾았다!!’ 소리 들으면 죽을 맛ㅠㅠ 왜 나만 못 찾는 건데!?
=22 워킹맨 실제로 체험하는 느낌.
=333 내눈에만 안보임. 왜 워킹맨 멤버들이 그냥 지나치는 건지 알겠음ㅋㅋㅋ(안웃김)
=44 진짜 안 보이더라.
-그렇게 축복 의식(?)이 재미있음?
=나 한예대생인데. 조금 전 교수님들이 인자하신 표정으로 우리 주시려다가 축복 의식 보시고 주머니에 주섬주섬 넣으셨다……교수님ㅠㅠㅠ
=ㅋㅋ그 어떤 후기보다 강렬하닼ㅋㅋ
=ㅇㅈㅇㅈ꼭 보러 가야 할 것 같음ㅋㅋ
=그러나 가지 않는…….
=ㅋㅋ미술은 쫌ㅋㅋ한예대 초대가수 라인업이 어떻게 됨?
>언니: 도착했음.
>언니: 근데 SNS에 사진 올라오는 거 보면 올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언니: 많이 올라오잖아.
>언니: 초대가수나 찍고 가야겠다.
언니의 메시지에 예고생이 가슴을 쳤다.
“아니, 초대가수가 문제가 아니라니까! 이건 직접 봐야 한다고!”
<언니언니언니언니ㅠㅠㅠ
<안 오는 거 아니지?
>언니: 도착했다니까.
>언니: 오. 축복권 찾음.
“미친!?”
두 예고생이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며몆몇 장인데?
>언니: 3장
“미쳤다!!”
<미천한 동생에게 2장만 주십쇼.(넙죽 절하는 곰 이모티콘)
>언니: ㅇㅇ그래.
그렇게 운 좋은 언니 덕에 축복권을 얻은 두 예고생이 만세 삼창을 하며 기뻐하고 있을 때, 인터넷은 묘하게 타오르면서도 잠잠해지고 있었다.
-근데 주신 조각상 묘하게 낯익은 느낌.
=꿈에서 본 거 아님? 저렇게 잘생긴 얼굴을 어디서 봐?
=22 현장에서는 그냥 미의 신이라고 부르고 다닐 정도로 잘생김ㅋㅋ사진이 다 담지를 못함ㅋㅋ
=33 연기도 잘해서 진짜 조각이 사람된 것 같음. 멈췄을 때 딱 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듬.
-근데 저 정도로 잘생겼으면 소문났을 것 같은데, 왜 아무도 몰라? 다른 조각상들은 친구라는 사람들 한 명씩 다 나왔잖아.
=22 동창이나.
=? 그러네?
-외국인 아님?
=그럼 더 유명했을 듯.
-그러면 뭐지?
-아, 뭔가 떠오른다.
=뭔데?
=아, 나도ㅋㅋ
=춘천) 당장 출발합니다.
=부산) ㅅㅂ 비행기 탄다.
=뭔데? 뭐냐고? 나만 모르는 거야?
=222 나만 모르는 거임?
=333 나도 알려줘!!
“언니!”
“안녕하세요!”
인터넷 상황을 모르는 두 예고생이 멀리 보이는 인영에 팔을 열심히 흔들었다.
우리의 구세주! 축복권과 대포를 가진 언니가 드디어……!
“……야. 내 눈에 문제가 생겼나 봐. 왜 이렇게 너희 언니분이 빠르게 커지지?”
“언니가…… 뛰어오는 것 같은데?”
그것도 엄청 빨리.
마치 만화 속에서 눈 깜빡하면 바로 눈앞에 나타나 있는 민첩 만렙의 캐릭터처럼.
열심히 흔들던 팔을 멈칫한 두 예고생이 엄청난 박력으로 달려오는 언니의 모습에 두 걸음 뒷걸음질 쳤다.
“저렇게 빨리 달리는 언니는 처음 봐…….”
맨날 컴퓨터 앞에 앉아, 동생을 부려 먹던 언니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조금 겁먹은 동생과 동생 친구의 앞에, 눈알을 번뜩이고 숨을 씨익씨익 내쉬는, 어쩐지 열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를 것 같은 모습의 언니가 도착했다.
언니는 멍청한 동생에게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동생이 찍은 주신 조각상이 있었다. 그러고는 숨 쉴 틈도 다다다- 없이 외쳤다.
“야이멍청아!이조각상!!이서준이잖아!!배우이서주운!!”
……응?
그 외침에 두 예고생은 언니를 한번. 그리고 주신 조각상의 사진이 띄워진 휴대폰 화면을 한번.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두 예고생도.
네 명의 미술과 후배도, 언제 또 [신전 프로젝트]가 시작하나? 하고 그 앞에 자리를 잡고 있던 사람들도, [축복권]을 찾으러 다니던 사람들도, 인터넷으로 한예대 축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던 사람들도.
이서준.
으아아아악!!
그 이름에 비명과 함성과 환호성이 뒤섞인 소리가 한예대 교내를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인터넷도 슈퍼스타의 뜻밖의 등장에 들썩이고 있었다.
-아, 나만 축제 가려고 숨기고 있었는데…….
=22다들 알아차려 버렸군.
=근데 알 수밖에 없지.
=한예대 연기과+신급으로 잘생긴 미남+근데 어디서 본 것 같음+그렇지만 연기가 너무 완벽해서 캐릭터밖에 안 보이는 연기존잘=???
=ㅋㅋ이서준밖에 없지ㅋㅋ
“들켰네.”
천막 안.
쉬는 시간 동안, 간식을 먹으며 휴대폰을 살펴보던 서준의 말에 [신전]팀 팀원들도 휴대폰을 들어 확인하려고 했-
으아아아악!!
-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다들 쩌렁쩌렁하시네요.”
“비명도 들린 것 같은데? 진짜 놀라셨나 봐.”
“그럴 만도 하죠. 서준이 형인걸요!”
다들 웃으며 간식을 먹으며 체력을 비축했다.
서준의 정체가 밝혀진 이상, 다음 회차는 더욱 힘들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몰랐던 건 아니지만 긴장되네.”
“그거야 화 촬영 때는 우리 말고 아무도 없었으니까.”
[신전]팀은 물론이고 화 필름 촬영팀까지 조금 긴장한 듯 보였다.
녹화와 편집이 가능하고 사람들의 출입을 제재할 수 있는 영화 촬영과 달리, [신전 프로젝트]는 생방송이나 다름없는 이벤트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코코아엔터분들이 계시잖아요.”
“서준이 매니저분들도 계시고.”
그에 그 매니저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던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밖은 저희 회사에 맡기고 다들 편히 쉬어요. 너희들도.”
“넵!”
“근데 저 경호원 처음 봤어요!”
“완전 멋있어!”
긴장하다말고 다시 떠들썩해지는 후배들에 서준과 선배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천막 밖.
>서준: 그럼 부탁드릴게요, 다호 형.
<그래.
휴대폰을 내려놓은 안다호 이사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서준의 서포터를 하기 위해 이렇게 나오게 되니, 기분이 남달랐다.
“그럼 지금부터 통제선 설치하죠.”
“옙!”
여기저기 일반인 복장으로 돌아다니고 있던 경호원들과 이서준 배우 전담 1팀 직원들이 안다호의 지시 아래 [신전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공간 주위를 새하얀 통제선으로 둘러쌓다. 그리고 출입구까지 만들어, 마치 간이공연장처럼 만들었다.
“입장권 나눠드리겠습니다.”
“앗, 넵!”
그사이 새까만 정장으로 갈아입은 경호원들이 입구에 서서 ‘이서준이 왔다고!?’라고 외치며 우르르 몰려온 사람들에게 1시, 2시, 3시 입장권을 나누어주었다.
[신전 프로젝트 : 1시~1시 30분 / 좌석 선착순]
뮤지컬이나 연극 티켓 같은 모양의, 새하얀 신전이 그려진 입장권이었는데, 코코아엔터에서 정성껏 만든 터라 굿즈로 삼아도 될 것 같았다.
“입장권 마감되었습니다.”
곧 선착순으로 진행된 입장권 나눔이 끝났다. 수백 장가량 있었지만 (중복으로 나눠주는 경우도 없었다) 워낙 줄을 선 사람들이 많아 빨리 끝나버렸다.
아…….
그에 달려와 줄을 섰던 사람들이 아쉬워하며 발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이 많으면 사고가 날 테니까.’
인터넷만 봐도 지금 한예대에 오겠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아니ㅠㅠ서준아ㅠㅠ축제에서 이런 거 한다면 이야기를 하지 그랬어ㅠㅠ(택시 탐.)
=22 비행기 예약……하려고 했는데 만석ㅠㅠㅠ
=시동걸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ㅠㅠ
-오지마세요ㅠ입장 마감 됐어요ㅜㅜ
=구라ㄴㄴ
=경쟁자 제거입니까. 휴먼?
=코코아엔터 SNS에 뜸. (링크)
=ㅠㅠ아니ㅠㅠ
=지금 한예대 방송으로도 나오는 중임.
그 댓글대로,
[연기과 이서준 학생이 참여하는 신전 프로젝트의 입장권이 마감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하고 한예내 교내에 방송이 쩌렁쩌렁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예대도 서준의 참가를 조금 전에 알고 당황하던 중이었지만, 파견된 1팀 직원의 대처로 잘 마무리되었다.
-왜 아무도 안 믿는 건데ㅋㅋㅋ
=ㅅㅂ믿고 싶지 않았어ㅠㅠ
=서준이를 눈앞에서 볼 기회였는데ㅠㅠ
-근데 축복권은 입장권이랑 다른 거 아님? 축복권 찾으면 볼 수 있는 거 아님!?
=축복권 찾으러 간……!
“네. 150번째 축복권이네요. 3시 공연에 오시면 됩니다.”
“꺄아악!!”
“축복권 마감됐습니다!”
[신전 프로젝트의 축복권이 모두 발견되어, 확인이 완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ㅅㅂㅅㅂㅠㅠㅠ 축복권도 마감됨.
=아니. 다들 왜, 왜 이렇게 빨리 찾아버린 거야……
=아까는 안 보인다며? 못 찾겠다며??
-서준 선배님 출연하는 거 알려지고 다들 ‘축복권아~ 어디있니~?’ 하고 노래 부르면서 찾아서 그럼.(나도 그랬다)
=???: 축복권아, 여기 있니? 아, 없구나?
=눈에 광기가 돌아서 보고 있음 ㅈㄴ 무서웠다(나도 그랬다222)
=진짜 한달 단식하고 삼겹살(치킨, 피자)을 눈앞에 둔 사람들처럼 보였음.
=축복권이 덜덜덜 떨면서 숨었을 듯.
=???: 하지만 결국 찾아냈다. 150개 전부.
=ㅋㅋㅋ(안웃김)
좀비처럼 [축복권]을 찾아 돌아다니던 사람들은 한예대의 방송에 아쉬움의 눈물을 찔끔 흘렸다.
-나도 보고 싶다고. 서준이가 신이라니! 그리스로마 신이라니!!
=SNS 사진 다시 처음부터 보고 있음. 다시 봐도 잘 생겼네.
-이거 1시 정각부터 한다고 했지?ㅠㅠ다들 재미있게 보세요. 전남 새싹올림.
=나만 빼고 즐겁게 보고 와ㅠㅠ김해 새싹.
=서울에 살아도 못 가는 직장인 새싹.
=왜 오늘은 평일인가. 학생 새싹.
-헐. 미친. 서준이 너튜브 들어가봐!
=?왜?ㅠㅠㅠ
=축제 라이브 한대! 코코아엔터 SNS에 떴음!
=헐헐헐!!
=서준아ㅠㅠㅠㅠ
너튜브 채널 [JUN].
라이브 중이라는 표시와 함께, 새하얀 천으로 가려진 신전이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