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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752화 (752/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52화

“쉐앤나 예고편 봤어?”

“안 봤을 리가.”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로 가는 길.

같은 강의를 듣는 친구들을 만난 미술과 1학년들이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짜 보는 내내 울컥하지 않았어?”

“응. 예고편 순서를 바꿔서 공개했으면 행복한 윌리엄의 모습을 뭉클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을 텐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니까 그냥 눈물만 나더라.”

“첫 번째 예고편은 페이크겠지?”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던데…… 영화 리뷰어들은 마린사 영화는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고 하더라.”

행복한 윌리엄의 모습을 보니 편집 낚시였다면 좋겠다는 팬들의 감상이 인터넷에 가득해졌다. 미술과 1학년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이서준 선배님은 진짜 연기 잘하시더라. 그냥 윌리엄이랑 진 나트라던데?”

그리고 [쉐도우앤나이트] 하면 빠뜨릴 수 없는 주연배우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상반된 분위기의 예고편으로 클래스가 다른 연기력이 더욱 돋보인 배우 이서준. 인터넷 댓글창과 사람들의 입에서는 감탄과 탄성만 흘러나왔다.

“역시 선배님.”

“대단하시다니까.”

1학년들이 동의하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우리 과도 아니신데 선배님이라고 불러도 되려나?”

“괜찮지 않을까? 같은 학교잖아!”

그에 한예대 미술과 1학년들이 어깨를 으쓱했다.

과는 다르지만 그 이서준 배우와 같은 학교라니, 어깨가 으쓱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뵌 적은 없지만.”

뼈를 때리는 친구의 말에 미술과 1학년들의 어깨가 아래로 축 내려앉았다. 미리내예고를 졸업한 1학년은 더 그랬다.

“1년만 일찍 태어날걸…….”

“그러게…….”

그렇게 [쉐도우앤나이트]와 이서준 선배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미술과 1학년들은 학교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시끌벅적해지는 대학가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한산하고 조용했다.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만 보였다.

그중에는 손에 무언가를 잔뜩 들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보통 때였다면 저런 사람들은 십중팔구로 미술과였겠지만, 이번 주는 조금 달랐다.

“축제 준비 중이신가 보다.”

내일부터 시작될 한예대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었다.

다들 무엇을 그리 많이 샀는지, 양손에 봉투를 가득 들고 학교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우린 작품 전시회만 참여했는데, 음식점도 지원할 걸 그랬나?”

“1학년 때는 즐기고 2학년 때부터 참여하면 되지!”

존경하는 2학년 선배님도 그렇게 말했다.

친절하고 상냥하고 재능도 넘치는 2학년 선배님을 떠올린 1학년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 2학년 선배님은 이력도 대단했다.

무려 두 번이나 이서준 선배님의 연극에 참여했다. [MOEB-436]에서는 의상팀의 팀장직을 맡기도 했다.

본인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너튜브에 공개된 [거울]과 [MOEB-436]의 엔딩스크롤에 이름이 뜨니 모를 수가 없었다.

미술과 2학년, 박민형.

미술과 1학년들의 우상이었다.

“민형 선배님은 이번에 축제 참가하시려나?”

“하신다고 하던데.”

“와! 꼭 보러 가야지!”

“전시라면 과에서 했을 텐데, 별 이야기가 없는 걸 보면 다른 과랑 협력해서 하시는 건가?”

그렇게 박민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했던가.

무언가 잔뜩 든 검은색 봉투들을 양손에 주렁주렁 들고, 거기에 종이상자까지 품에 안고 있는 박민형이 1학년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1학년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박민형에게 달려갔다.

“선배님!”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응?”

무어라 할 틈도 없었다.

가벼워진 두 손에 박민형이, 익숙한 얼굴들에 눈을 끔벅이다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고마워.”

그 말에 병아리 같은 1학년들이 뿌듯한 표정으로 활짝 웃었다. 그렇게 짐을 나눠 든 박민형과 1학년들은 함께 학교로 향했다.

“뭐 사셨어요?”

부시럭거리는 검은색 봉투 안으로 붓이나 물감 등, 뭔가의 재료들이 보였다.

“축제 준비하다가 모자라서 말이야.”

넉넉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재료들이 부족해서 사러 나왔다고, 박민형이 말했다.

“뭐 하시는데요?”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1학년들에 박민형이 웃으며 말했다.

“비밀. 근데 하루밖에 안 하니까 내일 꼭 보러 와.”

1학년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루요?”

“하루만 하세요?”

“응. 아무래도 다른 과랑 같이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

뭔진 몰라도 하루만 공개할 예정이라니.

꼭 보러 와야겠다고 생각한 1학년들이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1학년들은 박민형을 쫄래쫄래 따라 학교 안쪽으로 이동했다.

다른 팀들은 가장 잘 보이는 곳, 가장 중앙에 있는 곳에서 준비하던데, 민형 선배님의 팀은 왜 이렇게 안쪽에 자리를 잡은 것인가.

의아함이 들었다.

“여기야. 도와줘서 고마워.”

그렇게 박민형을 따라 도착한 곳은 어느 잔디밭.

그 잔디밭 위에는 커다란 천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아니에요.”

하고 바닥에 짐을 내려둔 1학년들이 천막을 바라보았다.

천막 안에서 뚝딱뚝딱- 무언가 만드는 소리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천막 안에서 관람하는 작품이에요?”

어두운 곳에서 봐야 하는 작품인가?

1학년의 물음에 박민형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천막은 내일 치울 거야.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게.”

“그렇구나.”

으하하하!

그때 천막 안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궁금함이 가득한 1학년들의 눈동자에, 박민형이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 안으로 손을 넣었다.

‘안으로 들여다 보낼 수는 없지만…….’

도와준 보답은 해야겠지.

박민형은 주섬주섬 명함 크기만 한 종이 네 장을 꺼냈다.

[축복권]

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는데, 굉장히 의심스럽고 수상했다.

하나씩 축복권(?)을 받은 1학년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저도 모르게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존경하는 선배님과 종이를 번갈아 보았다.

설마…… 우리 선배님이 사이비……?

“사이비 아니야.”

마음을 읽은 듯 박민형이 웃으며 말하자, 1학년들이 몸을 흠칫 떨었다.

그 모습을 못 본 체하며 박민형이 설명했다.

“내일 하는 전시가 관객 참여 이벤트인데, 거기 참여할 수 있는 초대권이야.”

“……아!”

그 말에 1학년들은 눈동자에 서려 있던 의심을 지우고 다시 종이를 살펴보았다.

그러고 보니 종이는 고급스러웠고 구김 한 점 없이 빳빳했다. 게다가 배경으로 그려진 펼쳐진 한 쌍의 날개 그림도 엄청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이 날개 그림 민형 선배님이 그리신 거예요?”

“맞아.”

오오오!

그림을 보며 감탄하는 1학년들에 박민형이 웃으며 말했다.

“내일 그거 들고 여기 오면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으니까 꼭 와. 축복권 없으면 참여 못 하니까 잘 챙기고.”

“넵!”

“소중히 보관하겠습니다!”

“내일 꼭 참여할게요!”

“그래. 시작 시간은 오전 11시부터인데,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으니까 팸플릿 잘 보고. 오늘 짐 옮겨줘서 고마웠어.”

축복권을 소중히 챙긴 1학년들은 씩씩하게 인사하고 수업을 들으러 걸음을 옮겼다.

“초대권이래!”

“역시 인생은 타이밍!”

들뜬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후배들에 박민형이 흐뭇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바닥에 놓인 짐들을 들고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어요.”

“수고했어, 민형아.”

“이렇게 많이 살 거면 전화하라니까.”

서준과 [신전 프로젝트]의 팀원들이 활짝 웃으며 반겨주었다.

* * *

점심시간.

[신전]팀 팀원들은 각자 짜장면과 짬뽕 등 먹고 싶은 음식들을 하나씩 들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는 탕수육이 그릇들이 놓여 있었다. 부먹파와 찍먹파가 적당히 나뉘어 있어 다들 맛있게 탕수육을 먹을 수 있었다.

박민형이 1학년들을 만난 이야기를 하자, 소품팀 팀장 오동윤이 진지함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

“역시 축복권이라고 적은 게 문제라니까.”

“저도 동생이 아주 싸늘하게 쳐다보더라고요. 기껏 챙겨줬더니.”

배우팀 중 하나가 투덜거리자, 팀원들의 웃음소리로 천막 안이 떠들썩해졌다.

“근데 축복권 아니면 어울리는 게 없지 않아?”

“초대권, 기도권, 신전권?”

이런저런 이름을 말해도 결국 ‘축복권이 가장 적당하지.’ 하고 결론이 내려졌다.

“서준이 형 연기 보면 그것밖에 안 떠오르니까요.”

“맞아요.”

“동의.”

서준과 배우팀이 연습할 때 봤던 팀원들이 진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시 시작할까?”

“옙!”

서준의 말에, 든든하게 점심을 다 먹은 팀원들은 뒷정리를 하고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무대와 단상을 마무리하고 의상을 체크하고 소품을 확인하고, 배경음악을 들려줄 스피커들도 이곳저곳에 설치했다.

그렇게 마무리 작업이 끝나자, 무대 위로 의상을 차려입은 서준과 배우팀이 올라갔다.

소품팀 오동윤 팀장이 음악을 재생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제이슨 무어가 작곡한 [브레이크]에 맞춰 서준과 배우팀이 리허설을 진행했다.

“……와…….”

단상 아래에서 바라보던 팀원들이 감탄했다. 여러 번 봤지만 볼 때마다 감탄이 나왔다.

물론 아직 팔다리, 얼굴의 피부와 머리카락을 흰색 물감으로 칠하지 않아서 완벽한 동상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리허설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온 서준과 배우들을 향해, 팀원들은 환호성과 함께 힘껏 박수를 보냈다. 그에 새하얀 의상을 입고 있던 서준과 배우들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의상 입고 그렇게 웃지 마요. 서준이 형.”

“다른 사람들도!”

“으윽! 눈부셔!”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이야기하는 팀원들에 서준과 배우들이 빵 터지고 말았다.

* * *

한국예술대학교.

예대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는 언제나 1지망으로 꼽히는 곳.

훌륭한 교수님들과(안 그런 교수도 있음.)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많은 지원을 해주는 학교(철저한 계획서가 필요함), 그리고 재능 있는 학생들(무려 이서준 배우가 재학 중이다!)까지.

“나도 여기 다니고 싶다!”

“나도!”

현장학습계획서를 내고, 한예대 축제에 온 두 예고생이 눈을 반짝이며 입구를 둘러보았다. 어쩐지 입구부터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뭔가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느낌이랄까.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저기 팸플릿 있다!”

“와!”

텐션 높은 두 고등학생은 팸플릿만 발견해도 리액셕이 대단했다. 축제에 온 일반인들과 타 대학생들, 그리고 한예대 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며 작게 웃고 말았다.

“뭐부터 보지? 연극? 전시회? 음악회?”

“다 좋아!”

많은 연예인들이 졸업하고 재학 중인 한예대답게, 지나가는 사람들 중 유명인들도 있었다. 물론 일반인들은 모르지만, 예고생들은 잘 아는 업계 전문가들도 있었다.

“저분 엄청 유명한 분이잖아!”

“우와아아!”

눈알이 빙그르르 돌아갈 것만 같은 곳에, 두 예고생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렇게 들뜬 얼굴로 가장 먼저 볼 전시회를 향해 이동하던 두 예고생의 앞에,

“뭐야, 이건?”

신경질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흰색 무언가가 휙 하고 떨어졌다.

눈을 동그랗게 뜬 두 예고생이 바닥에 떨어진 종이와 앞서 걸어가는 사람들을 번갈아 보았다. 저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인 것 같았다.

“아니,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그러니까.”

내가 다닐 한예대를 더럽히지 마!

두 예고생이 투덜거리며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웠다.

“응?”

근데 뭔가 일반적인 쓰레기라기엔 종이의 재질이 좋았다. 살짝 구겨진 종이를 펼쳐서 보니 [축복권]이라고 적혀 있었다. 조금 미심쩍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림이 예뻐!”

“그러게!”

배경으로 그려진 한 쌍의 날개가 참 예뻤다.

“이거 챙겨 갈까? 기념품으로.”

“그럴까?”

물론 [축복권]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수상했지만. 그것만 아니라면 괜찮은 것 같았다. 누가 ‘도를 아십니까?’ 하고 나눠준 것도 아니고 종이에 전화번호가 적힌 것도 아니었으니까.

“이거 글자만 지우는 방법은 없을까?”

“으음…….”

잠시 후면 평생의 보물이 될 두 장의 종이를 보며, 두 예고생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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