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751화 (751/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51화

-Q. 히어로로 나온다던 우리 애가 빌런이 되어버린, 지금의 심정을 100자 내외로 서술하시오.

=A. 또 한 번 쉐도우맨과 싸워야 하는 모습에 너무 슬프고 가슴이 찢어지며 목이 메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 윌리엄(a.k.a 진 나트라)은 도대체 언제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해지는 건가.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이라고 말했던 마린사는 전 세계 팬들에게 사과를……(구구절절).

=A2. 눈물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윌리엄 리’가 히어로라는 소식을 듣고 [쉐도우앤나이트]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 나올 시리즈 영화에도 우리 서준이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그런데 빌런이라니! 빌런이라니! 이번 한 편으로 끝일 수도 있다는 거 아닌가!? 마린사는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구구절절).

=A3. 친구도 없이 지냈던 우리 애(진 나트라)가 시즌 2 히어로들과 모여 하하호호 우정을 쌓아가며 지구를 지킬 모습을 상상하던 과거의 내가 너무 부럽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절대로 예고편을 보지 말라고 하고 싶다……(구구절절).

-;;;다들 상태가;;;

=쉐앤나 예고편 보고 멘탈 나가서 그래ㅋㅋㅋㅋ(안 웃김)

=그럴 만도 하지. 딱 봐도 쉐도우맨이랑 대적하는 분위기잖아.

=히어로로 나온다며? 히어로로 나온다며어!?(멘탈 나간 1인)

=진 나트라가 히어로 아니고 빌런이면 이번 한 편으로 아웃 되는 거임?

=글쎄. 쉐도우맨 시리즈처럼 시즌2 최종빌런으로 계속 나올지도.

=……그것도 나쁘진 않네요. 진 나트라 빌런 포스(성인 버전)를 볼 수 있다는 거잖아요.(위험한 두근두근!)

=22 ㅋㅋ나만 진 나트라(빌런) 볼 생각에 들뜬 게 아니라서 다행임ㅋㅋ

=333 빌런 진 나트라 너무 좋음.

-근데 진 나트라가 빌런이 될 계기가 없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났잖아.

=히어로 영화, 만화, 소설 등을 다 읽어본 덕후로서 말하는 건데, 분명히 누가 죽은 게 확실함. [소중한 사람의 죽음 → 각성]이 영웅이 되는 패턴이거든.

=22 클리셰지만 이것보다 확실한 계기가 없지.

=33 다른 영화들도 보면 다 누가 죽어. 엄마든 아빠든 형제자매든 친척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설마 엄마 아빠 아니면 친구가 죽나?ㅠㅠ

=ㅠ근데 왜 하필 빌런으로 각성하냐고요ㅠ

=진 나트라잖아.

=……납득해 버렸다.

=진 나트라(지구&나트라 행성 파괴범)

-난 오늘 문장기호의 힘을 느꼈다. 느낌표(!)와 말줄임표(……)가 이렇게 대단하게 다가올 줄이야.

=나도. <그가 온다!> 했을 때는 ‘히어로!!(두근두근!!)’이었으면 <그가 온다…….> 했을 때는 ‘……빌런?(미친…….)’이었음.

=222 문장기호 대단함. 근데 이렇게 느끼고 싶지 않았어.

-근데 아직 예고편이잖아. 예고편 낚시는 영화계의 만연한 일이니까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고.

=ㅇㅇ‘예고편이 다임.’이라는 말도 있잖아.

=ㅋㅋ그거 이럴 때 쓰는 말은 아니지 않아?

=22 지금 ‘예고편이 전부입니다ㅎ’하면 마린사 불 날듯.

=33 쉐앤나 예고편 요약: 쉐도우맨 VS 진 나트라 인데ㅋㅋ 이게 다라니ㅋㅋ

=이미 SNS는 불타고 있다. 전 세계 욕은 다 모인 듯ㅋㅋㅋ

=한국어 욕 너무 찰지닿ㅎㅎㅎ

-마린사 홈페이지에 시청자게시판이 없어서 다행이네. 그럼 사이트 터졌을 듯.

=이미 터짐.

=게시판 없어도 터졌네ㅋㅋㅋ

모두가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이라고 생각했던 [쉐도우앤나이트].

그러나 공개된 예고편 하나로 다들 뒤집어지고 말았다.

-내가 뭔가 놓친 게 아닌가 싶어서 1,066번째 돌려보는 중.

=묘하게 가능한 것 같은 숫자인 것 같아서 무섭다.

=22 진짜 1,066번 돌려본 것 같아;;;

한 치의 스포일러도 듣고 싶지 않아, 예고편도 보지 않던 사람들도 난리 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마우스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문제의 예고편을 보고 말았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히어로로 캐스팅된 거 아니었어? 캐스팅 사기 아님!?

-다들 진정하자. 예고편은 예고편일 뿐이야.

=22 편집임. 영화 내용에서 인상적인 부분만 편집한 거야.

=근데 일단 영화에서 진 나트라(빌런)이 나온다는 게;;;

빌런이다!

예고편 낚시다!

사람들이 들썩이는 가운데, 조회 수를 얻을 기회라면 놓치지 않는 너튜브 채널들도 화제에 올라탔다.

[쉐도우앤나이트, 진 나트라는 빌런? 히어로?]

[원작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전개! 과연 윌리엄의 미래는?]

앞서 [쉐도우맨 시리즈]와 함께 쿠키 영상과 예고편까지 샅샅이 분석하는 채널도 있었지만, 그걸 그대로 복사+붙여넣기를 하는 채널도 있었다.

그렇게 너튜브 영상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사람들의 관심이 댓글로 남겨지고, 댓글(해외 반응 등)이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순환이 시작되었다.

[HE'S COMING!]이라는 문장과 예고편 하나로 시끌벅적해진 전 세계였다.

그에 회사의 홈페이지가 터지든 말든, 기뻐하는 마린사의 임직원들.

그리고 [쉐도우앤나이트]의 배우들과 감독, 스태프들이었다.

“/예고편 잘 뽑았네요. 저라도 첫날부터 보러 갈 것 같아요./”

인터넷 반응을 살펴보던 서준이 휴대폰 건너를 향해 말했다.

-/흐흐. 그렇지?/

편집의 막바지라서 그런가, 목소리까지 초췌해진 것 같은 조나단 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눈동자만큼은 반짝이고 있을 거다.

“/아직 편집 중이에요?/”

-/응. 아직 개봉 날까지는 좀 남았잖아./

개봉이 한 달도 안 남았고 홍보도 시작했지만, 촉박한 시간 탓에 여전히 열심히 편집 중인 조나단 감독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최대한 완벽하게 만들어야지./

물론 각 나라별로 자막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자막이 완성된 후부터는 크게 손대지는 못하겠지만, CG나 세세한 부분의 영상은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고 살펴볼 생각이었다.

-/그래도 다들 열심히 해서 예상보다 일찍 끝날 것 같아./

함께 일하는 팀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조나단 감독에, 서준도 웃으며 귀를 기울였다.

-/아, 며칠 후면 두 번째 예고편이 나갈 예정이야./

“/몇 편까지 만들었는데요?/”

-/세 개./

오…….

첫 번째 예고편이 이 정도 임팩트를 남겼는데, 아직도 두 개나 더 남아 있다니.

서준은 엉망진창이 될 사람들의 반응을 떠올리며 웃고 말았다.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다들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네./

“/그러게요./”

그래도 뭐, 그게 다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테니까.

흐흐흐.

사람들이 들었다면 얄밉기 그지없을 감독과 배우의 웃음소리였다.

* * *

그렇게 세상이 [쉐도우앤나이트]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할 때.

서준은 얼마 남지 않은 한예대 축제 준비를 마무리해 가고 있었다.

“어쩐지 스케일이 커진 느낌인데…….”

느낌이 아니다.

스케일이 커진 거였다.

각 팀에서 전달받은 계획서들(물론 배우팀 것도 있었다.)을 팔랑팔랑 넘겨보던 서준은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스케일이 커져도 재미만 있으면 되지.”

원래 축제는 즐겨야 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제일 먼저 수업이 끝난 서준은 학교 연습실에서 [신전 프로젝트]의 팀원들이 오길 기다렸다. 얼마 남지 않은 축제에 각 팀의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회의를 할 예정이었다.

곧 하나둘 팀원들이 연습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진 나트라!”

“윌리엄!”

비명이랄까, 부름이랄까.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뒤섞인 외침이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쉐도우앤나이트]의 첫 번째 예고편이 공개된 후 미술팀과 소품팀과는 처음 만나는 거였으니, 이런 격렬한 반응을 보일 만도 했다.

>지오: 빌런?! 빌런이였어?!

>미나: 세-상에…….

>지윤: 백 프로 히어로인 줄 알았는데…….

>지후: 모르지. 낚시일지도.

<ㅎㅎㅎㅎ

친구들에게서도 놀람과 경악이 가득한 메시지가 많이 왔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진짜 예고편 보고 충격받았다니까요.”

먼저 도착한 팀원들은 다른 팀원들을 기다리며, 서준이 사온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윌리엄이…… 아니, 윌리엄 오빠인가…….”

미술팀 팀원 중 하나가 잠시 헷갈려 했다.

본체인 배우는 연상인데, 좋아하는 캐릭터는 연하다.

‘그럼 어떻게 불러야 하지?’

흔들리는 팀원의 눈동자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은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따로따로 생각해.”

“그럼 우리 윌리엄이라고 부를게요! 으아아! 우리 윌리엄이 빌런이라니……!”

빠르다.

그 편한 모습에, 그동안 서로 많이 친해진 것 같아 서준은 미소를 지었다.

그 이후로도 모두 도착할 때까지 연습실은 [쉐도우앤나이트]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벅적했지만, 서준에게 영화 내용을 묻거나 하는 사람은 없었다. 정말 좋은 팀원들이었다.

약속 시간이 다 되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도착했고, 회의가 시작되었다.

축제 전날 잔디밭에 설치할 무대, 배우들이 입을 의상, 몸에 칠할 물감, 장식할 소품들과 배경 등. 하나하나 빠짐없이 체크했다.

“이제 축제도 며칠 안 남았으니까 다들 마지막까지 힘냅시다.”

“네에!”

“아, 그리고 배경음악이 정해졌어요.”

“오!”

“정말요?”

팀원들이 눈을 반짝였다.

[신전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내내 배경음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던 서준이다 보니, ‘아예 음악 없이 하는 건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클래식 곡이에요.”

“클래식! 신전하고 딱 어울리네!”

“그러게요.”

팀원들의 활기찬 반응에 서준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바이올리니스 제이슨 무어가 작곡한 ‘브레이크’입니다.”

[신전 프로젝트]의 배경음악은 블루문의 앵콜 무대에서 영감을 얻은 제이슨 무어가 작곡한 곡, [BREAK]였다.

* * *

시간이 흘러.

한국예술대학교의 축제 이틀 전.

[쉐도우앤나이트]의 두 번째 예고편이 공개되었다.

-……보기 겁난다.

=아니야. 두 번째는 뭔가 다를지 몰라!

확실히 뭔가 다르긴 달랐다.

따뜻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엄마 아빠와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는 윌리엄이 있었다.

날아오는 미식축구 공을 가볍게 낚아채며 친구들과 장난치는 윌리엄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을 듣는 윌리엄이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를 바라보며 그늘 한 점 없는, 아주 환한 미소로 행복하고 밝게 웃는 윌리엄.

그런 윌리엄이 있었다.

[SHADOW & KNIGHT]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한 짧은 행복이 사람들의 눈앞에 펼쳐졌다 사라졌고.

인터넷은 곧 눈물바다가 되었다.

-ㅅㅂ왜 이런 걸 보여주는 건데ㅠㅠㅠ

=22 첫 번째 예고편으로도 충분했다고ㅠㅠ 영화 보러 갈 거였다고!

-첫 예고편도 충격적이지만, 두 번째도 장난 아니게 충격적이다……ㅎ

=이걸 처음에 봤으면 ‘우리 윌리엄 친구도 많구나ㅠ(감동)’했을 텐데, 첫 예고편 먼저 보고 나니까 그냥 눈물만 나옴ㅠㅠㅠ

=그러니까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우리 윌리엄이 저렇게 된 거야ㅠ

-이제 와서 생각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지만, 우린 조나단 윌 감독의 작품에 대해 공부해 볼 필요가 있었어.(진지)

=신의 이름으로: 한 명 빼고 다 죽음.

=ㅋㅋㅋㅋ(안 웃김.)

=서준이가 출연하는 작품들도 비슷함ㅋㅋ(안 웃고 있음.)

=그런 감독과 배우가 만났네???

=파국이다……

-왜 이렇게 행복해 보이는 예고편에서 슬픔을 느껴야 하냐고ㅠㅠ

=그러니까ㅠ

-영화 보러 갈게요. 쉐앤나 보러 간다고요ㅠ

=22 이런 예고편 보여주지 않아도 보러 간다니까요ㅠㅠ

-진짜 쉐앤나 볼 때까지는 현망진창 될 것 같다ㅠ우리 윌리엄ㅠㅠ우리 진ㅠㅠ

=왠지 영화 보고 나서도 현망진창 될 것 같은데……?

=그럴지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기 무서울 지경임.

=……휴지 하나 더 챙겨야겠다.(체념)

=하나로 되겠어?(휴지 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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