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750화
한국 시각으로 9월 1일 일요일.
마침 휴일인 오늘.
하나의 문구가 한국을, 아니, 전 세계를 뒤덮었다.
[HE′S COMING!]
아무런 영상도 없이 그저 새까만 배경에 그 문장만이 새하얀 글씨로 나타났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린사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광고였다.
-떴다아아아1!!!!
-으아아아아!!!
실제로 와아악!! 하고 비명을 지른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반응이 격렬했다.
-그래서? 언제 개봉한다는 거야?
-정보!! 정보!!
-그가 온다! 그가 온다! 그가 온다! 그가 온다! 그가 온다악!!
그 격렬한 반응에 답하듯, 연예부 기사가 전부 하나의 기사로 통일됐다.
[‘쉐도우&나이트’ 9월 말 대개봉!]
[배우 이서준 주연! ‘쉐도우&나이트’ 9월 말 개봉 예정!!]
[마린사의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 ‘쉐도우&나이트’!]
[‘쉐도우&나이트’! 진 나트라, 빌런에서 히어로로!?]
-아니, 이게 진짜야? 진짜 9월에 개봉한다고???
=22 크랭크업 소식을 6월쯤에 들은 것 같은데??
=33 원래 영화라는 게 이렇게 뚝딱 만들어지나??
=ㄴㄴ CG 작업 편집 작업까지 하면 시간 엄청 걸림.
=헐…… CG 개판인 거 아님?
=걱정ㄴㄴ 잘 만들었으니까 홍보하겠지. CG 개판이면 본전도 안 나올 텐데.
=22 쟤네 제작비만 해도 어마어마하잖아.
=33 게다가 평범한 영화도 아니고, 쉐도우맨이라고? 진 나트라라고? 그런 캐릭터들이 나오는 영화를 개떡같이 마무리해서 내보낸다? 마린사에 불 지르러 감(진지)
=44 같이 가자(궁서체)
=외국 커뮤도 비슷한 반응이라서 웃김ㅋㅋㅋ
=마린사는 과연 활활 타오를 것인가 아니면 축배를 들 것인가.
=ㅋㅋㅋㅋㅋ
-이서준이 주연인 영화에다가 감독이 조나단 윌이라서 믿고 있음. 믿고 있으음!!
=22 쉐도우맨123 함께한 경력 어디 안 가지.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서 케미가 더 좋을 것 같음.
=ㅅㅂ 기대된다악!!
-이제부터 개봉까지 돈 모은다.
=22 N차 뛰려면 텅장을 통장으로 만들어야 돼.
=굿즈도 있겠지?? 영화관별로 좀 다르려나?
=뭐가 나오든 관상용, 보관용, 소장용해서 3개씩 사야지.
=포토카드도!
=두근두근두근두근!!(막 지를 생각에 멈추지 않는 내 심장)
=부들부들!!(텅장이 될 것 같은 운명을 직감한 내 통장)
=통장: 쓸모도 없는데 왜 사냐??!!
=나: 거기에 굿즈가 있으니까(끄덕)
-올해 안에만 나와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한 달도 남지 않았다니, 감동의 눈물이 줄줄 나온다
=어린왕자 여우는 3시부터 설렌다는데, 난 한달 전부터 설레고 있고요ㅋㅋ 너무 좋아ㅋㅋ
-근데 9월 말이면 언제야? 말: 20일~30일까진데?
=확실한 날짜를 말해!!
=그래야 휴가를 내지!
=그래야 자제휴강을 하지!
-ㅅㅂ왠지 ㅈㄴ 엄청난 내용이 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22 언제나 그렇듯 스포일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3 언제나 그렇듯 첫날에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진 나트라가 히어로가 되는 거 말고 중요한 내용이 나올까?
=그러게. 이번엔 무난무난하게 갈듯.
=22 쿠키로 다음 영화 떡밥 좀 뿌려주고.
=33 우리 윌리엄ㅠㅠㅠ 하고 보고 오면 될듯.
=어떤 내용이든 이서준이 나오니까 일단 휴지는 챙겨 가야겠다.
=이서준 영화 특: 휴지 필수ㅋㅋㅋ
* * *
“이야. 딱 한 문장으로 홍보를 끝내버리네.”
“그러게요. 포스터랑 예고편은 아직 뜨지도 않았는데…….”
방송국 피디가 연예부 전체를 도배해 버린 [쉐도우앤나이트]의 기사들을 보며 감탄했다. 예고편을 내보내고 배우들의 인터뷰를 하는 등 제대로 홍보를 시작하기는커녕, 포스터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도 대중들의 기대감은 하늘을 뚫고 있었다.
“이게 바로 슈퍼스타와 인기 IP의 힘이라는 거네.”
이서준이라는 슈퍼스타와 ‘쉐도우맨’과 ‘진 나트라(윌리엄 리)’라는 캐릭터의 힘이었다.
“이번 영화만 괜찮다면 다음 영화 시리즈들까지 힘을 받을 거고. 그럼 마린사는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겠지.”
피디의 말에, 후배가 신기한 얼굴로 전 세계에 떠 있는 기사들을 살펴보며 말했다.
“그 중심에 한국 배우가 있다는 게 안 믿어지네요.”
모니터에 띄워진, 세계 각국의 기사 전부에 ‘서준 리’의 이름과 사진이 보이고 있었다.
예전부터 느끼긴 했지만, 진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스타였다.
“이서준 배우, 인터뷰 가능하대?”
[쉐도우앤나이트] 홍보 겸 얼굴이나 한번 비춰줬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홍보는 필요 없겠지만…….’
피디가 쩝 입맛을 다셨다.
“힘들지 않을까요?”
“왜? 연락해 봤어?”
“아뇨. 그건 아닌데.”
후배가 어깨를 으쓱였다.
“9월이잖아요. 학교 다녀야죠.”
“아…….”
다른 세계의 슈퍼스타가 갑자기 친근해진 기분이었다.
* * *
9월 2일, 월요일.
한국 대부분의 대학이 2학기를 시작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서준이 다니는 한국예술대학교도 ‘대부분’에 속했다.
“개강날…… 대학생들이 개강해지는 날…….”
되도 않는 개그를 하며 반쯤 영혼이 가출한 듯한 한지호의 모습에 메뉴판을 보던 양주희가 물었다.
“쟤 왜 저래?”
“첫 강의부터 수업시간 꽉 채웠대.”
“아하.”
보통 대학의 첫째 주는 ‘수강신청 정정 기간’이라고 해서 간단히 수업 소개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님들도 계셨다. 아마도 그런 교수님의 수업을 듣게 됐나 보다.
그렇게 한지호를 시작으로, 서준과 친구들은 각자 자신이 듣게 된 강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휴학과 군대 등으로 각자의 학년들도 달라졌고, 듣고 싶은 강의도 조금씩 다르다 보니,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 교수님 수업 팀별이라고 하던데?”
“그래? 그럼 바꿔야 하나?”
“그 수업은 족보가 있어서, 족보 있는 사람만 점수 잘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으음. 그럼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그리고 이런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중심이 되는 건 아무래도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며, 마당발인 양주희였다.
“주희 졸업하면 누가 우리한테 이런 걸 가르쳐 줄까?”
아직 졸업까지 먼 서준과 아이들이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주희야, 졸업하지 말고 1년만 더 다니면 안 돼?”
“대학원 진학……죄송.”
눈도 깜빡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빤히- 양주희의 눈빛에, 말을 하던 한지호가 얼른 사과했다. 그리고는 과장되게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눈빛으로 온갖 욕을 다 들은 듯.”
서준과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대학원은 선 넘었지.”
“그러니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테이블 위가 주문한 음식들로 가득 찼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뭐가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은지 아이들은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쉐앤나 광고 봤어?”
주제는 어제부터 전 세계를 도배하고 있는 [쉐도우&나이트]에 관한 것이었다.
“히즈 커밍! 진짜 마린사랑 서준이만 할 수 있는 홍보라고 생각해.”
“맞아. 그거 한 문장으로 영화 홍보 다 끝났지.”
마치 자신이 출연한 영화인 양, 박시영과 강재한이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왠지 나중에 영화홍보 수업 같은 데서 예시로 나올 것 같지 않아?”
“그럴지도.”
전성민의 말에 김주경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첫날에 보러 가자.”
“오! 그러자!”
양주희와 한지호는 일정을 잡고 있었다.
그런 친구들의 모습에 서준이 하하 웃고 말았다.
아이들 말고도 다른 테이블에서도 한참 [쉐도우앤나이트]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휴지 들고 갈 거야?”
“서준 오빠 영화니까 물론!”
그 대화에 김주경이 서준에게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서준아. 휴지 필참이라는 말 어떻게 생각해?”
“음.”
잠시 생각하던 서준이 입을 열었다.
“챙겨가면 좋을 것 같아.”
“…….”
그말에 아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왠지 영화 보기 무서워졌어.”
“……나도.”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심각한 표정으로 속삭이는 아이들에 서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어쩌면 휴지보다 다른 게 필요할지도 몰랐다.
‘아주 단단한 멘탈 같은 거?’
하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입을 꾹 다무는 서준이었다.
* * *
점심을 먹은 아이들은 카페로 향했다.
강재한과 김주경, 양주희는 자리에 없었다. 수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의 설명만 듣는다면 금방 카페로 올 거고, 수업을 다 듣게 된다면 오지 못할 터였다.
자유로운 대학 생활에 익숙해진 서준과 아이들은 떠나면 떠나는 대로 모이면 모이는 대로 이야기하는 데 익숙해졌다. 게다가 지금 나눈 이야기는 곧 단톡방을 가득 채울 터였다.
“축제 준비는 어떻게 돼가?”
박시영의 물음에 서준이 대답했다.
“잘돼가고 있어. 다들 열심히 해줘서 생각보다 더 잘될 것 같아.”
미술팀도, 소품팀도.
그리고 서준에게 지옥의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배우팀도 다들 열심히 해주고 있었다.
흐뭇한 미소를 짓는 서준에, 박시영과 전성민, 한지호는 배우팀 후배들을 위해 기도해 주었다. 다들 서준을 겪어봐서, 지금 [신전]팀이 어떤 식으로 연기 연습을 하고 있을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루만 할 거라며? 언제 하는 거야?”
“축제 첫날에 하려고. 아무래도 둘째 날이랑 셋째 날은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아서 말이야.”
서준의 말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학교도 그렇겠지만, 한예대의 축제는 특히 일반인에게 개방된 축제였다.
연기, 음악, 미술 할 것 없이 ‘예술’이라는 것은 관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재학생들의 작품들을 구경하러 온 일반인들로 한예대의 축제는 언제나 북적거렸다.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새로운 영감을 얻거나 좋은 인재를 찾기 위해서 오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축제’이니만큼, 재학생들이 준비한 가게들도 있었고, 저녁에는 초대 가수들의 무대도 있었다. 화려한 폭죽도 펑펑 터지고 말이다.
“초대가수 중에 너희 회사 가수들도 있던데? 앰버랑 버밀리온.”
“응. 나도 들었어.”
전성민의 말에 서준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올해 3월 데뷔한 코코아엔터의 남자아이돌 그룹, 버밀리온은 벌써 이렇게나 유명해져서 대학축제 무대에 서게 되었다. 태우 형도 버밀리온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버밀리온 노래 좋더라.”
“나도. 계속 듣고 있어.”
“어? 재한이다. 여기!”
“빨리 왔네?”
“응. 강의 소개만 하고 끝내주시더라.”
그렇게 일찍 수업을 끝내고 합류한 강재한까지(주희와 주경이에게서 ‘수업 한다ㅠ’라는 메시지가 왔다.) 함께 모여 즐겁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서준과 친구들이었다.
* * *
나흘 후.
마린사가 준비한 [쉐도우&나이트]의 예고편이 너튜브에 공개되었다.
[HE′S COMING!]
한 문장만으로도 충분한 (예고편도 안 보는)사람들도 있었지만,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 예고편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재생버튼을 클릭했다.
야구장에서 올라오는 검은 기둥들과 그 끝을 이어진 그물 같은 모양의 그림자. 그 위로 떨어지는 전투기.
피를 흘리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쉐도우맨과,
마치 그런 쉐도우맨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사방으로 검은 아우라가 피어오르는 윌리엄 리, 아니, 진 나트라의 모습.
화면이 검게 변하며 하얀 글씨가 나타났다.
[He′s coming…….]
[SHADOW & KNIGHT]
공개된 예고편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똑같았다.
잠시의 침묵 후.
“뭐야?! 히어로 아니었어?!”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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