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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749화 (749/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49화

서준의 걱정과 달리, [신전 프로젝트]의 회의는 부드럽게,

“동윤이 형! 좀 더 크게 만들면 어떨까요?”

“스테인드글라스도 설치하고 조명을 넣으면 좋을 것 같지 않습니까?”

“제대로 지어보죠, 신전!”

부드럽게 진행,

“이 디자인은 어때?”

“으음. 서준이 형을 모시는 동상들인데, 이 정도로는 부족해. 좀 더 화려하면서도 단정하게. 경건하면서도 기품 있는 디자인은 없을까?”

“그렇구나…… 알았어! 다른 디자인을 생각해 볼게!”

진행되고,

“오늘부터 특훈이다!”

“5시간 동안 꼼짝달싹도 안 해야지!”

“우리 같이할까?”

“좋아. 제일 못하는 사람이 서준 선배님이랑 제일 멀리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동상하는 거다?”

“크으, 서준 선배님의 최측근이라니……! 질 수 없다!”

……진행되고 있는 거 맞지?

활활 타오르는 회의에 서준은 태클을 걸 수밖에 없었다.

먼저 중장비 기계까지 동원해서 진짜 신전 하나를 뚝딱 만들어버릴 것만 같은 무대미술과 팀원들에게 말했다.

“프로젝트는 축제 첫날에만 할 거니까 그렇게 튼튼한 걸 지을 필요는 없어요, 동윤이 형. 하루 안에 설치하고 치울 수 있는 정도가 좋을 것 같아요.”

“그래? 아쉽네.”

“왜 하루만 하는 거예요?”

팀원의 물음에 서준이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퍼지면 사람들이 몰릴 테니까 말이야. 자리가 지정된 공연장이라면 몰라도 야외에서 하는 거니까, 사고나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게릴라 프로젝트처럼 짧게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그에 팀원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신 연기를 하는 이서준이면, 올 수밖에 없지.”

“저라도 학교 축제에 서준 선배님이 나타났다고 하면 당장 하던 일 때려치우고 달려갈 거예요!”

“저도요.”

그런 생각을 가진 새싹들과 일반인들이 많을 터였다.

‘물론 능력을 쓰면 진정시킬 수는 있겠지만…….’

다 함께 즐기는 축제가 아닌가.

[신전 프로젝트]만 관심받기엔, 다른 학생들이 준비한 것들도 모두 귀중했다.

“그러니까 신전은 가볍게. 부탁드릴게요.”

서준의 말에 소품팀 팀장, 오동윤이 흔쾌히 대답했다.

“그럼 가볍고,”

서준이 고개를 끄덕,

“화려하고 멋지게 만들면 되겠네!”

“그러게요!”

인 채로 멈추었다.

그러고는 다시 회의를 시작하는 소품팀을 흔들리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천천히 수정하면 될 거다.

다음은 ‘좀 더 화려하면서도 단정하게. 경건하면서도 기품 있는 디자인’이라는 프로 디자이너들이 들었다면 몸서리를 쳤을 의견을 나누고 있는 미술팀.

“흰색 천밖에 사용하지 못하니까 그런 옷들은 만들기 힘들지 않겠어? 편하게 만들어도 돼.”

아무래도 ‘흰색 대리석으로 만든 동상’이라는 컨셉이다 보니, 다양한 색상과 여러 가지 재료들을 이용할 수는 없었다.

오로지 흰색.

하나의 색으로 ‘좀 더 화려하면서도 단정하게. 경건하면서도 기품있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을까, 서준은 걱정했다.

“괜찮아요. 서준이 형. 하면 안 될 건 없어요.”

미술팀 팀장, 박민형의 눈알이 번들거리는 것이 보였다.

다른 미술팀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과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흐흐흐흐!”

……한예대 미술과는 도대체 무슨 수업을 받고 있는 걸까.

어쨌든 전문가들이 문제가 없다고 하니, 비전문가인 서준은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

‘민형이라면 믿을 수 있으니까.’

서준의 ‘신’ 의상을 맡은 박민형이 눈을 번뜩이며 디자인하는 모습을 보던 서준은 작게 웃고는 이내 자신의 전문 분야로 시선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배우팀.”

돌아가면서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던 서준의 시선이 연기과 후배들에게 닿았다.

꿀꺽.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후배들이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무대미술과나 미술과 학생들에게는 그저 ‘슈퍼스타 이서준’일지도 모르겠지만, 연기과 후배들에게는 진짜 ‘신’과 같은 위치에 있는 선배님이었다.

‘그런 선배님과 함께 프로젝트를 하게 되다니……!’

기말고사가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게시판에 걸린 [신전 프로젝트]를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움직이면 동상이라면 몇 시간 동안 계속 같은 자세로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힘들 것 같은데…….’

‘그래도 한 번쯤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으음. 난 됐어. 안 할래.’

‘나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지원하게 됐는데, 프로젝트의 팀장님이 이서준 선배님이었다니!

‘지원하길 잘했다!’

잘했다. 과거의 나!

장하다. 과거의 나!

아주 기특해 죽겠다.

비슷한 생각을 하며, 연기과 후배 8명 모두 눈을 반짝이며 서준이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습은 다 같이 모여서 할 건데, 다들 언제 시간 돼?”

서준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저도요!”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요!”

여덟 명의 후배가 열심히 대답했다.

앞서 두 팀과는 달리, 연기과 후배들이 신나게 떠들었던 말들(특훈이라느니, 5시간 연습이라느니)에 대해서는 태클의 ‘ㅌ’도 안 걸고 있는 서준을 눈치채지 못하고 말이다.

‘잘하는 사람이 최측근이라니…….’

서준이 싱글생글 웃었다.

‘전부 다 잘하게 하면 되지.’

다른 팀들의 폭주는 말렸지만, 배우팀의 폭주는 말리기는커녕 앞장서서 진두지휘하는, 언제나처럼 연기에 진심인 서준이었다.

* * *

서준이 싱글생글 웃으며, 순박한 배우팀 후배들을 지옥의 트레이닝으로 끌어들이고 있을 때.

미국에서는 올해 9월 말에 개봉예정인 [쉐도우앤나이트]의 후편집이 진행 중이었다.

3개월 안에 끝내야 하는 만큼 편집팀과 CG팀에 고용된 인원은 많았지만, 그 모든 것을 관리하고 수정 지시를 내리고 통과시킬 인원은 조나단 윌 감독, 한 명뿐이었다.

“/벽에 나타나는 ‘You are Knight JIN’은 좀 더 거친 글자체가 좋겠네요. 파트너의 성격이 잘 나타나게./”

“/예./”

조나단 감독의 말에 편집팀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체크했다.

“/나이트 진의 각성 장면에서 바닥에 적히는 문구는 어떻게 할까요?/”

“/그건 반반 나눠서 하죠. ‘You are Hero’까지는 파트너가 쓰는 것처럼 거칠게, ‘Knight JIN’은 제이가 쓰는 것처럼 반듯한 글씨체로요./”

글씨체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지시를 내리니, 다른 것들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조나단 감독은 많은 카메라로 다양한 각도로 찍은 촬영분을 살펴보고, 가장 좋은 방향으로 영화를 조립해 나갔다.

“/라이언 감독님이랑 비슷한 스타일이시네./”

“/그러게./”

라이언 감독과 함께 일해본 적이 있는 스태프들이 조나단 감독의 일하는 모습에 그런 감상을 내뱉었다.

삼촌 조카라서 그런지, 아니면 어릴 때부터 보고 배워서 그런지.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수정하고 편집하는 모습이 라이언 윌 감독과 똑 닮았다.

“/여기 이 부분 다른 각도에서 찍은 거 있죠?/”

“/네./”

“/그걸 넣죠./”

게다가 첫 상업작품을 편집하는 중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단호하고 결단력이 있었다.

감독이 오락가락하지 않고 확실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다면, 일하는 사람들도 허둥지둥하지 않고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

“/그러게 말이야./”

든든한 감독의 모습에 편집팀과 CG팀이 웃으며, 그러나 다크서클이 제법 내려앉은 눈으로 다시 작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 *

-/죽을 것 같아……!/

“/네. 네./”

믿음직한 감독님에게는 기댈 구석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단단하고 굳센.

전화를 받은 서준은 펜을 놓고 조나단과의 통화에 귀를 기울였다.

휴대폰이 울리기 전까지, 서준은 [신전 프로젝트]에 함께 출연하는 후배들의 장점과 단점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노트북으로 작성해서 프린트로 뽑아도 되지만, 연기하는 캐릭터를 분석할 때마다 대본에 펜으로 필기해서 그런가, 이런 건 손으로 적는 편이 좀 더 편한 서준이었다.

‘다음 연습 때 주면 좋아하겠지.’

서준이 눈을 데굴 굴렸다.

‘뭐, 아닐 수도 있고.’

학교 연습실로 회의 겸 보고를 하러 오는 미술팀과 소품팀 팀원들을 향해, 당근을 흔들고 싶어 하는 듯한 표정(살려달라는 뜻이다.)을 짓던 후배들의 모습이 떠올라, 서준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정신적으로는 힘들겠지만, 선기로 체력을 보충해 주고 있으니 건강에는 무리가 없을 거다.

‘좀 더 해도 괜찮을지도.’

서준의 생각을 알았다면, 바구니째로 당근을 흔들었을 후배들이었다.

하여튼.

일단 조나단과의 통화에 집중하는 서준이었다.

-/제대로 편집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1번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2번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몇 번으로 했는데요?/”

-/……4번……./

‘Four…….’ 하고 말하는 목소리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1번도 아니고 2번도 아니고, 4번이라니.

조나단의 목소리가 흔들리는 걸 보니, 자신도 어이가 없는 건 아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건 4번이 최선이었어……!/

“/그럼 됐네요./”

-/……그러게./

서준이 침착해서 그런지, 아니면 자신을 믿고 있다는 것이 아주 잘 느껴져서 그런지.

서준과 통화를 하고 있다 보면 어느샌가 조나단 감독의 마음도 편안해졌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자주 전화해 버리고 말았다.

“/영화는 어디까지 편집했어요?/”

서준의 물음에 조나단 감독이 일정을 떠올렸다.

-/계획대로 9월 말에 개봉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슬슬 마린에서 개봉 날짜를 확정하겠지./

조나단의 말대로라면 개봉이 밀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너희 학교 축제가 9월이라고 했지?/

“/네. 맞아요./”

서준이 책상 위의 달력을 보았다.

음주운전 사건으로 배승원이 대신 투입된, 드라마 [새벽]의 시청률이 20%를 돌파하며 SBC가 기쁨으로 들썩였던 7월이 지나고.

벌써 8월 초.

여전히 뜨거운 날씨의 8월 달력에는 [신전 프로젝트]의 연습 날과 여름 계절학기 동안 듣는 강의들의 스케줄, 그리고 수빈이와 은수가 집으로 돌아오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은수는 곧 오겠네.’

국내 과학캠프에서 신나게 실험하고 있을 은수는 곧 돌아올 예정이었고, 미국에서 벤자민 교수님과 제이슨과 함께 여행 겸 수업 겸 놀고 있을 수빈이는 8월 말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두 동생의 모습이 무척이나 대견해, 서준은 두 동생이 다치지 않길 바라며 능력이 담긴 부적을 챙겨주었다.

그렇게 일정이 꽉 채워져 있는 8월 달력을 넘겨, 서준은 9월 달력을 보았다. 개강 날과 사흘 동안 진행되는 한예대 축제가 표시되어 있었다.

“/11일부터 13일까지예요./”

-/그럼 너희 학교 축제 끝나고 개봉하겠네. 난리 나겠다./

조나단의 웃음소리가 섞인 목소리에 서준도 웃음을 터뜨렸다.

코코아엔터 배우 이서준 전담 1팀이 이제 슬슬 [신전 프로젝트]와 [쉐도우앤나이트]의 후폭풍을 감당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중이라고, 태우 형에게 전해 들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축제 준비는 잘돼가고 있어?/

“/저보다는 같이 하는 팀원들이 고생이죠./”

서준이 책상 위의 종이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배우팀은 물론이고, 의상을 동상처럼 보이게 만들어야 하는 미술팀도, 배경과 소품을 만들어야 하는 소품팀도 고생이 많았다.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

조나단의 말에 서준이 웃으며 답했다.

“/안 그래도 촬영할 예정이에요./”

서준이 나오는 작품이라면 무엇이든 애타게 기다릴 전 세계 새싹들을 위해서, 촬영팀을 섭외해 제대로 촬영을 하기로 했다.

“/끝나면 바로 촬영분 보내줄게요./”

-/오. 정말?/

들뜬 조나단의 목소리에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감독과 배우는 이런저런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쉐도우앤나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또 새로 나온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게 여느 날과 다름없는 나날들이 흘러갔다.

* * *

그리고 9월.

전 세계가 한 문장으로 가득 찼다.

[HE′S 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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