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740화
블루문.
코코아엔터의 5년 차 남자아이돌로, 데뷔 때부터 실력파 그룹으로 유명했고, 1년 차에는 배우 이서준과 함께했던 싱글앨범 [블루문]으로 그 실력을 활짝 꽃피운 후, 지금까지 인기리에 활동하고 있는 그룹.
‘물론 그건 내 능력이 영향을 끼쳤지만.’
기운을 받게 해달라던 다섯 멤버들의 양볼을 찰싹 때렸던 때가 떠오른 서준이 작게 웃었다.
물론 [(선)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이 있다고 해서 모두 실력이 오르는 건 아니었다.
연주자들과 지휘자의 마음이 맞지 않는다면 오히려 하락하는 게 이 능력의 특별한 점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블루문 멤버들의 마음은 잘 이어져 있는 것 같았다.
화아아악!
무대에 설치된 폭죽이 뿜어져 나왔다. 사방에서 블루문 팬들의 환호성이 들린다. 푸른 빛 응원봉들이 박자에 맞춰 힘차게 흔들리며, 사람들은 금방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날 것처럼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팬들이 열광적인 만큼, 무대 위에서 멋진 공연을 보여주고 있는 블루문 멤버들도 들떠 있는 것이 ‘지휘자’로서 연결된 서준에게 느껴졌다.
다섯 멤버들은 리허설은 진짜 동선확인에 불과했다는 듯, 환한 얼굴로 마치 눈 만난 강아지들처럼 뛰어다녔다.
‘……체력 배분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거겠지?’
콘서트만큼은 서준보다 베테랑들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내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서준도 응원봉을 흔들며 블루문의 콘서트를 즐겼다.
그리고 가끔 옆에 앉은 제이슨 무어도 살펴보았다.
자신이 데려온 만큼, 제이슨이 콘서트를 즐기지 못하면 마음에 생채기가 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슬쩍 본 제이슨은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가볍게 응원봉을 흔들고 있었다. 한국어 가사라 이해하기는 어려웠겠지만, 블루문의 노래들을 알고 있었는지 응원봉을 흔드는 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졌다.
충분히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히죽, 웃은 서준은 열심히 응원봉을 흔들며 블루문의 무대를 응원했다.
그렇게 두 번의 무대가 지나가고, 의상을 갈아입기 위해 블루문 멤버들이 무대 뒤로 떠나자 감상을 나누는 팬들로 콘서트장이 시끌벅적해졌다.
“오늘 더 멋진 것 같지 않아요?”
“이래서 /콘서트돌/이라고 하는 거구나!”
“/직관/ 최고!!!”
“/나는 성덕……!/”
간간히 들려오는 한국어 단어에 서준이 웃고 말았다.
외국인들 입에서 듣는 ‘콘서트돌’이나 ‘직관’은 아무래도 낯설었지만, 그만큼 한국 문화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거니, 마음이 들썩였다.
그렇게 잠깐잠깐 쉬는 시간을 가져가며 블루문의 LA 첫 콘서트는 계속되었다.
블루문의 곡 중에는 잔잔한 곡들도 있었는데, 그런 노래가 나오면 거대한 콘서트장이 하나의 악기가 된 것처럼 변했다.
----♬
블루문의 노래가 이어진다. 중앙제어 장치로 다양한 색으로 바뀌는 블루문 응원봉들. 파도를 타는 것처럼, 물결처럼 파문이 인다.
절경이었다.
----♬!!
그것보다도 더욱 멋진 건, 사람들의 목소리.
콘서트장 전체가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팬들을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무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블루문 멤버들도 활짝 웃었다. 자기 파트가 아닌 멤버들은 앞으로 쭉 마이크를 내밀기도 했다. 그에 흥분한 팬들의 목소리가 더더욱 커진다.
서준도 그랬다.
반짝반짝 빛나는 응원봉을 흔들며 관객들과 함께 블루문의 노래를 불렀다.
옆에서 들리는 노랫소리에 제이슨 무어가 작게 웃고, 앞자리에 앉은 블루문 팬들은 뒤에서 들려오는 수준급인 노래 솜씨와 감미로운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바라보기도 했다. 다행히 어두운 조명 덕분에 들키지는 않았다.
‘이건 진짜 좋아할 것 같은데…….’
노래를 부르며 서준은 생각했다.
주어는 음악을 사랑하는 ‘정령의 나무’.
가수들뿐만이 아니라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상황이라니.
어디선가 나뭇가지들을 부르르 떨며 기뻐할 정령의 나무의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
‘또 정체 모를 능력을 아낌없이 써서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의 등급을 올리겠지.’
그러면 서준은 또 당황하고 약이 오를 터였다.
하지만 괜찮다.
서준이 씨익 웃으며 확신했다.
등급은 올라가지 않을 거다.
왜냐하면 [(선)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이 이런 상황을 겪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 아닐 테니까 말이다.
‘브라운블랙과 블루문의 콘서트에서 수많이 겪어봤겠지.’
한국 떼창 최고!
떼창이라면 역시 한국이 최고 아닌가.
이미 수많이 경험해 본 상황인데 경험치가 쌓일 리가 없었다.
히히힛.
쳇, 하고 아쉬워할 정령의 나무를 떠올리며, 서준은 즐겁게 응원봉을 흔들었다.
* * *
그렇게 즐거운 블루문의 콘서트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블루문과 팬들이 아쉬움이 가득 담긴 작별을 하고 있는 사이, 서준과 제이슨 무어는 조용히 속닥거렸다.
“어땠어요, 제이슨?”
“괜찮았어.”
오.
평가가 좋다.
나중에 블루문 멤버들에게 말해줘야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괜찮았다.’고 말했다고. 그 말을 전해 듣고 ‘미친……!’ 하고 오두방정을 떨 블루문 멤버들이 떠올라 서준이 킬킬 웃었다.
“목소리들이 딱 떨어져서 오케스트라 같은 느낌도 들던데.”
뜨끔.
서준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제이슨 무어를 바라보았다.
그런 서준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이슨 무어는 물로 목을 축이며 감상을 이어나갔다. 약간 땀을 흘린 걸 보니, 콘서트장의 뜨거운 열기가 제이슨 무어에게까지 전해진 것 같았다.
“다섯 명뿐이라서 오케스트라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서로 튀려는 것도 없이 노래의 완성도에 맞추기 위해서 적당한 목소리를 내더라고. 마치 지휘자에게 지휘를 받는 것처럼. 연습도 아니고 콘서트에서 사람의 목소리로 그렇게 딱 맞추기는 어려웠을 텐데 대단했어.”
역시.
‘능력도 깨부수는 음악천재…….’
아닌 건 자신이 제일 잘 알지만.
‘사실은 제이슨도 이능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그래도 어울리지는 않네.”
“네?”
제이슨 무어의 말에 서준이 눈을 깜빡였다. 그에 제이슨 무어가 씨익 웃었다.
“이건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팝이잖아. 콘서트고. 완벽하게 맞을 필요는 없지. 네 말대로 즐겨야 하는 무대니까.”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다.
브라운블랙 형들도 결국은 [(선)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에서 벗어나서 더 멋진 활동을 이어나갔으니까 말이다.
서준이 무대를 바라보았다.
마지막 앵콜곡을 준비하는 블루문 멤버들의 모습이 보였다.
‘근데 다들 모르던 눈치던데…….’
답답함과 벽을 느꼈던 브라운블랙과 달리, 블루문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능력을 해제해도 되는 건가?’
좀더 나중에, 본인들이 벽을 느꼈을 때 해제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을 이어나가던 서준은 아차, 싶었다.
‘등급이 다르구나!’
브라운블랙과 블루문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브라운블랙은 ‘최하급’의 능력을, 블루문은 ‘중상급’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효과가 약한 ‘최하급’의 능력을 사용했던 브라운블랙은 금방 답답함과 벽을 느낄 수 있었지만, 효과가 강한 ‘중상급’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블루문이 답답함과 벽을 느끼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터였다.
‘어쩌면 평생 걸렸을지도 모르지…….’
서준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네.’
표현이 조금 웃기긴 하지만, 이제 하산할 때였다.
“고마워요. 제이슨.”
“뭐가?”
“오늘 같이 와줘서요.”
그에 제이슨 무어가 웃으며 말했다.
“나도 재밌었다. 연주회랑은 전혀 장르지만 오케스트라 느낌이 나서 신기했고, /떼창?/ 그것도 흥미로웠고. 연주회에서는 불가능한 거니까.”
“아하하.”
떼창이라는 건 절대 겪어볼 수 없는 바이올리니스트 제이슨 무어의 말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정말로 마지막의 마지막 앵콜 곡입니다.]
블루문의 리더, 최재원의 목소리에 팬들이 아쉬워하는 소리가 콘서트장을 가득 채웠다. 다들 흘러가는 시간을 막고 싶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마지막의 마지막 앵콜곡이 시작되었다.
여기저기 설치된 폭죽들이 아낌없이 터져 나오고,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는 악기들의 선율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리듬의 곡이었다.
동시에 서준은 [(선)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중상급)]을 거둬들였다.
그러자 블루문 멤버들의 머리 위에 있던 숫자가 사라졌다.
……!
블루문,
아니,
최재원, 김시훈, 백이현, 박이든, 정은성은 이변을 알아차렸다.
뭔가 달라졌다.
뭐가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달라졌다.
그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모두 숱한 사건 사고를 겪은 5년차 아이돌이었다.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멤버들을 살펴보았다. 조금 전까지는 무대 어디에 있든 금방 서로의 상태를 읽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큰일이다.’
자신의 컨디션이 나빠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몸은 가뿐했다. 체력 관리도 철저히 했다.
‘왜지?’
의아한 눈빛으로 멤버들과 슬쩍 눈을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데,
음악이 들려왔다.
‘우리의 음악’이 들려왔다.
익숙한 박자에 고개가 움직이고, 손가락이 움직이고, 발이 움직였다. 지금까지 수백 번 수천 번 불렀던 노래였다. 조금 전 콘서트에서도 불렀던 노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새롭게 들려왔다.
마음이 들썩였다.
……에라이. 모르겠다.
블루문의 다섯 멤버가 씨익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노래나 부르자!
----!!
입 밖으로 소리를 내뱉자마자, 뭔가 새로운 세계로 한 발 내디딘,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한 기분이었다. 심장이 전에 없이 두근두근 뛰었고 온몸의 혈관도 함께 뛰는 것 같았다. 그 심장박동 소리가 귀를 가득 채우는 것 같은 중에도,
나의 목소리가,
멤버의 목소리가,
우리의 노래가 들려왔다.
……?
아쉬워하며 앵콜곡을 기다리고 있던 팬들이 또 한 번 떼창을 하려다가 그대로 입을 벌린 채 무대만 바라보았다.
정식 무대는 물론이고 앵콜곡에도 절대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던 블루문의 목소리들이 처음으로 뒤섞인 것이었다.
그런데도 자유롭게 어우러졌다. 이리저리 튀었지만 노래에 어울렸다. 원곡과 비슷한 듯했지만, 자신만의 특징이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블루문 다섯 멤버의 개성이 돋보이면서도, 완벽한 무대가 시작되었다.
왓 더……!!
블루문 팬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고민했다. 이걸 따라 불러야 하나, 아니면 처음 부르는 형식이니 조용히 귀를 기울여 집중해야 하나.
그러나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
메인보컬 최재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안 그래도 숨 가쁘게 뛰던 팬들의 심장을 두 배, 세 배, 아니, 몇 배로 빠르게 만드는 애드리브였다.
……에라이. 모르겠다.
팬들이 응원봉을 힘껏 쥐었다.
그냥 즐기자!
----!!!
그렇게 콘서트장은 블루문 노랫소리와 팬들의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
* * *
“/……히히힛./”
“/……으헤헿./”
그리고 남은 것은 힘이 쭉 빠져 가죽만 남은 블루문.
매니저가 옴짝달싹 못 하는 멤버들의 입에 하나하나 포도당 사탕을 넣어주며 말했다.
“/그러게 체력 배분 잘하라니까. 내일 콘서트는 어떻게 할 거야?/”
“/……지금부터 푹 자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밥은 먹고 자야지./”
“/그렇게 말하니까 배고파요./”
꼬르륵-
소리에 서준이 웃으며 물었다.
“/뭐 먹을래?/”
지쳐 있던 블루문 멤버들이 벌떡 일어나 신나게 메뉴를 불러댔다. 어느새 체력을 회복한 모양인 것 같았다.
“/이게 이렇게 효과가 좋았나?/”
매니저가 의아한 얼굴로 포도당 사탕 봉지를 보았다.
그에 선기로 블루문 멤버들의 체력을 회복시켜준 서준이 작게 웃었다.
“/그런데 서준아. 제이슨 씨는?/”
박이든의 말에 서준이 대답했다.
“/옆 대기실에. 블루문 마지막 앵콜 무대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적당히 메모하고 돌아올 거야./”
오오……!
“/우리 무대에 영감을 얻으시다니……/”
“/근데 앵콜 무대는 우리가 생각해도 잘했어./”
백이현의 말에 다들 신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매니저도, 스태프들도 동의하는 표정이었다. 블루문의 많은 무대를 봐왔지만, 오늘 앵콜 무대는 특히, 특별했다.
“/너희가 애드리브라니, 별일이긴 했지./”
“/언제 연습한 거야?/”
정은성이 대답했다.
“/연습한 건 아니고요. 그냥 할 수 있을 것 같길래 해봤어요./”
“/저도 그랬어요!/”
“/으으. 다시 생각해도 심장이 뛰는 것 같아./”
김시훈의 호들갑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후.
떠올린 악상을 메모한 제이슨 무어가 돌아오고, 모두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했다.
“앵콜 무대 때 무슨 생각을 하면서 노래를 부른 거야?”
“어…… 그게…… 그냥 노래나 부르자는 생각이요?”
저녁을 먹으며 묻는 제이슨 무어에 오들오들 떨며 대답하는 블루문 멤버들.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물어보는 건데도 심각하게 진지한 표정이라 무서워 보이긴 했다.
그렇게 블루문의 앵콜 무대에 대한 이야기는 저녁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 시간(제이슨이 샀다.)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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