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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739화 (739/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39화

그렇게 파파라치는 해파리들에게 맡겨두고.

서준은 운전석에 앉은 제이슨 무어에게 물었다.

“K-POP 들어본 적 있어요, 제이슨?”

그에 제이슨 무어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있어. 네가 출연했던 블루문도 꽤 들었고, 네가 자랑하던 브라운블랙이라는 그룹의 노래들도 들었고. 너희 회사 가수들 노래는 한 번씩은 다 들어봤지.”

오.

서준이 눈을 빛냈다.

제이슨이라면 클래식만 들을 줄 알았는데. 여기 숨겨진 우리 회사 팬이……!

“스승님이 음악은 다양하게 들어보라고 하셔서 말이야.”

……아하.

서준이 그럼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벤자민 교수님의 말이 아니었으면, 관심이 없는 장르의 곡은 전혀 안 들었을 것 같은 제이슨 무어였다.

“그럼 콘서트에는 가 본 적 있어요? K-POP이나 다른 콘서트에요.”

“아니, 없어. 어릴 때는 돈이 없어서 못 갔고…… 뭐, 있어도 관심이 없어서 안 갔겠지만.”

제이슨 무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벤자민 모튼을 만나기 전의 제이슨 무어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길거리의 질 나쁜 꼬맹이 중 하나였다. 그런 꼬맹이에게 콘서트를 보러 갈 금전적,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돈이 생겼어도 배를 채우느라 전부 써버렸을 거다.

딱히 숨겨진 과거도 아니었던 탓에(벤자민 모튼 교수의 제자가 됐을 때 기자들이 열심히 파헤쳤고, 제이슨 무어도 숨기지 않았다. 그저 벤자민 교수만 안타까워했을 뿐이었다.), 알고 있던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제이슨 무어의 이야기를 들었다.

“스승님을 만난 이후로는 바이올린에 푹 빠져서 관심이 없었지. 지금도 딱히 관심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들리면 듣는 정도?”

그 관심 없는 와중에도, 코코아엔터 가수들의 노래가 나올 때마다 찾아 듣는 것은, 조수석에 앉아 있는 서준 때문이라는 말은 삼키는 제이슨 무어였다. 말로 내뱉긴 낯간지러웠다.

“근데 왜 간다고 했어요?”

여기저기 물어봤는데, 유일하게 시간이 된다고 한 사람이, 가장 안 될 줄 알았던 제이슨 무어였다.

“마침 시간도 비고, 콘서트는 어떤지 궁금하기도 해서. 클래식 공연하고는 전혀 다른 분위기잖아.”

“그건 그렇죠.”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앉아 연주에 귀를 기울이는 클래식 공연과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격하게 즐기는 콘서트는 확실히 전혀 다른 분위기이긴 했다.

“뭐, 연주자로 참여하는 거랑 관객으로 참여하는 건 느낌이 다르겠지만, 한번 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연주자로서 무대 위에 서는 시간이 더 많았던 제이슨 무어의 말에 서준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관객으로 참여해도 재미있을 거예요.”

* * *

블루문의 LA공연장.

점점 가까워지는 커다란 공연장을 보던 제이슨 무어가 저도 모르게 음…… 하고 탄성을 흘렸다. 아직 공연이 시작하기 몇 시간 전인데, 사람이 말도 못하게 많았다.

그런 제이슨 무어의 반응에 어쩐지 서준의 어깨가 으쓱해졌다.

제 친구들이 이렇게 잘나갑니다!

“블루문이 한국 남자아이돌 중에서 제일 인기 많대요.”

“……그런 것 같네.”

신이난 서준이 창밖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제이슨 무어는 운전에 주의하며 설명을 들었다.

“저기서는 회사에서 만든 공식용 굿즈를 판매하는데, 저걸 사려고 일찍부터 기다리는 분들도 계세요. 팬분들끼리 서로 비공식 굿즈도 교환하거나 나눠주는데 쿠키나 사탕 같은 걸 나눠주는 분들도 계시고요.”

콘서트는 공연을 기다리는 모습부터가 클래식 공연과는 많이 달랐다.

블루문의 지정색인 파란색으로 물든 팬들의 복장도, 들고 있는 플랜카드들도, 응원봉 같은 소품들도. 클래식 공연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도 같은 점은 있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들떠 있는 사람들. 그들의 마음속에 가득한 기대와 설렘이 제이슨 무어의 눈에 훤히 보였다.

“좋네.”

“그렇죠?”

제이슨 무어의 말에, 휴대폰 카메라로 열심히 바깥 상황을 찍고 있던 서준이 활짝 웃었다.

* * *

콘서트 관계자 전용 주차장으로 날렵한 차 한 대가 들어왔다. 마침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던 코코아엔터 가수팀 직원이 차에서 내리는 서준을 반갑게 맞았다.

“/서준아!/”

“/안녕하세요. 형./”

서준도 웃으며, 구 사옥부터 얼굴을 알고 지냈던 가수팀 직원 형을 보며 인사했다. 이제는 이렇게 나오지 않아도 될 정도의 직책일 텐데, 서준이 온다는 이야기에 직접 나온 것 같았다.

“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가수팀 직원은 운전석에서 내린 제이슨 무어와도 악수를 하며 인사를 했다. 어쩐지 덜덜 떨리고 있는 가수팀 직원 형의 손에, 서준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렇게 나온 게 나 때문이 아닌가 보다.

“형, 제이슨 팬이에요?”

“……쉿!”

알고보니 바이올리니스트 제이슨 무어의 팬이었던 가수팀 직원의 뒤를 따라(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벼워 보인다.) 서준과 제이슨 무어가 콘서트장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콘서트 준비로 한창 바쁘게 돌아다니는 스태프들이 보였다. 어쩐지 촬영장보다도, 클래식 공연장보다도 떠들썩하고 정신없어 보이는 느낌이었다.

‘촬영장은 녹화라 몇 번이고 다시 찍을 수 있고, 클래식 공연장은 폭죽이나 리프트 같은 게 없으니까.’

하지만 콘서트 무대는 라이브로 진행하는 데다가 여러 가지 화려한 장치들도 많으니 더욱 바쁜 것 같았다.

‘의상도 다른 컨셉의 곡마다 갈아입어야 하고.’

안전도 생각해야 하고.

다들 고생이 많다.

“블루문은 지금 리허설 중인데, 보러 갈래?”

가수팀 직원이 말했다.

“방해 안 될까요?”

“괜찮아. 거의 마지막 부분이니까.”

그에 서준과 제이슨 무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태프들이 놀라지 않게 모자를 꾹 눌러쓴 서준과 제이슨 무어가 가수팀 직원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무대와 이어진 입구로 들어가니, 돌출무대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블루문 멤버들이 보였다. 에너지를 리허설에 다 써버릴 수는 없으니, 가볍게 합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았다.

“/이든아. 좀 더 옆으로 이동하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요?/”

서준이 온 것도 모르고, 진지한 표정으로 동선을 맞추고 있었다.

그리고 블루문 멤버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무대 앞, 텅 비어 있는 드넓은 관객석도 보였다.

“여기 관객들이 가득 차면 엄청나겠는데?”

“그러게요.”

무대 위에 서는 게 일인 바이올리니스트 제이슨 무어도, 몇 번 무대 위에 서봤던 서준도 공연장 규모에 탄성을 흘렸다. 그에 가수팀 직원이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애들이 이 정도입니다!

그렇게 블루문의 리허설이 끝날 때까지 지켜본 서준과 제이슨 무어였다.

* * *

“으아아아! 안녕하세요!”

리허설을 하고 대기실로 왔더니,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있었다.

경악한 블루문 멤버들이 거의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외국인에게는 낯선 인사지만 서준과 알고 지내면서 한국 문화에 대해서 좀 알게 된 제이슨 무어는 가볍게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저기요, 저는요?/”

제이슨 무어의 옆에 서 있던 서준이 빼꼼 손을 들었다.

“/서준이 넌…… 너무 익숙하지……./”

“/우린 친구잖아./”

“/그렇지. 따로 인사할 필요가 있나?/”

그러면서도 활짝 웃으며 반갑게 달려드는 블루문 멤버들이었다.

“/쉐도우앤나이트에 대해 이야기해 봐!/”

“/쉐앤나! 쉐앤나!/”

“/언제 개봉하냐!/”

……이게 인사인가 싶다.

“/크흠. 얘들아?/”

매니저의 헛기침과 눈짓에 블루문 멤버들이 진정했다. 잠깐 제이슨 무어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

“저희가 원래 이러지는 않……지는 않지만…….”

얌전해진 블루문 멤버들의 대신해, 리더 최재원이 변명을 했지만 차마 거짓말을 할 수 없었는지 말끝이 희미해졌다. 그에 정은성이 덧붙였다.

“원래 이럽니다.”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고 제이슨 무어도 피식 웃고 말았다.

진정한 분위기로, 다시 인사를 나누고 가볍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것 봐요. 밖에 팬분들이 이만큼이나 계시더라고요./”

“/와아아!! 엄청 많아!/”

“/미친…… 다시 긴장되기 시작했어!/”

서준이 보여주는 콘서트장 바깥의 사진들에 호들갑을 떠는 김시훈과 박이든.

“/바톡으로 보내줘./”

“/나도./”

“/네. 잠시만요./”

상기된 얼굴로 웃으며 사진들을 보내달라고 하는 정은성과 최재원, 백이현이었다.

그 모습에 제이슨 무어는 이러려고 열심히 찍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의 기대에 찬 모습만큼, 공연자들의 의욕을 불태우게 하는 것도 없긴 했다.

그렇게 블루문과 짧게 이야기를 나눈 서준과 제이슨 무어는 초대석으로 이동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콘서트이니만큼, 더 이상 시간을 뺏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다들 즐겁게 해요. 열심히 응원할 테니까요./”

꽃다발을 먼저 준 서준이 블루문의 응원봉을 흔들며 말하자, 블루문 멤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우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주지!/”

블루문 멤버들의 머리 위.

서준의 눈에만 보이는 숫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 * *

초대석은 앞쪽이 아니라 뒤쪽이었다.

아무래도 시선이 쏠리는 앞쪽보다는 관심도 덜 받고 들켰을 때 대피하기도 편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1층이라 잘 보였다.

“여기 응원봉이요.”

서준은 들고 있던 종이가방에서 주섬주섬 응원봉 하나를 꺼내 제이슨 무어에게 내밀었다.

제이슨 무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집에 서준의 응원봉인 새싹봉과 작품별 스노우볼들이 있어서, 응원봉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도 들라고?”

“없는 게 이상하잖아요.”

서준이 하나둘 자신의 좌석에 앉기 시작하는 관객들을 가리켰다. 들뜬 얼굴을 한 팬들의 손에는 플래카드와 응원봉을 소중히 들려 있었다. 확실히 응원봉이 없는 쪽이 이상할 것 같기는 했다.

‘뭐, 다들 무대 보느라 신경 안 쓰겠지만.’

이러려고 두 개나 챙겨온 서준이 히죽 웃었다.

잠시 떨떠름한 눈빛으로 블루문의 응원봉을 바라보던 제이슨 무어가 이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응원봉을 잡았다. 뭔가 당한 기분이었다.

“재미있을 거예요.”

“……그래.”

서준과 제이슨 무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두 사람이 앉아있던 근처 빈 좌석에도 블루문의 팬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남자 둘이 앉아 있는 곳을 흘깃 바라보았다.

그에 제이슨 무어가 몸을 옆으로 기울여 서준에게 속삭였다.

“이러다 너 들키는 거 아니야?”

자신이야 클래식에 관심이 없다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그냥 길을 돌아다녀도 되지만, 서준은 외모부터가 빛나지 않나. 모자를 쓰고 있고 일코를 잘한다고 해도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 들키지 않을까 싶었다.

그에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왜냐하면,

“언제 시작하지? 빨리 시작했으면!”

“굿즈 못 샀어! 좀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우리 애들 오늘 무슨 옷 입고 나올까? 정장! 정장 입고 나와라!”

“/내가 성덕이다!! 으하하하!!/”

아무도 두 남자를 신경 쓰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전혀 신경 안 쓸걸요.”

“……그런 것 같네.”

한번 흘깃 쳐다보고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무대만 바라보며 눈을 반짝이고 있는 팬들의 모습에 제이슨 무어는 납득했다.

* * *

잠시 후.

화려한 폭죽과 함께 블루문의 LA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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