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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738화 (73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38화

“이틀 전에 크랭크업했다고 했지…….”

자신의 앞에 설치된 천체망원경같이 생긴 것을 들여다보던 덥수룩한 수염과 머리의 남자가 질겅질겅 껌을 씹으며 말했다.

남자의 앞에 있는 것은 천체망원경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고배율 카메라였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 스타를 본다는 의미에서는 천체망원경과 크게 다를 것이 없기는 했지만.

물론 이쪽은 불법이었다.

남자의 직업은 파파라치.

유명인들과는 떼어내려야 떼어낼 수 없는 존재였다.

특히, 별들이 가득한 할리우드에서는 더욱 그랬다.

천체망원경을 닮은 커다란 카메라에는 접안렌즈 대신 네모난 화면이 달려 있었는데, 그 화면에는 한 저택이 담겨 있었다.

보통의 할리우드 스타들의 저택보다는 작았지만, 보안만큼은 그에 못지않게 철저한 집.

할리우드 스타, 서준 리의 LA 저택이었다.

“오늘은 외출하겠지.”

서준 리.

작년에 촬영한 [오버 더 레인보우2: 포 마이 프렌드](여전히 음원과 영상으로 인기몰이 중이다.)와 올해 촬영 중인, 아니, 이틀 전에 촬영이 끝난 [쉐도우&나이트]로 한창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동양인 슈퍼스타.

아무래도 동양인 비율이 적은 할리우드다 보니, 눈에 띌 수밖에 없는 배우였다.

“그리고 사진값도 엄청나고.”

파파라치기 잡지사에서 제시한 금액을 떠올리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어느 스타나 그렇듯 처음에는 그렇게 높지 않았던 금액이었지만, 서준 리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팬들이 많아지면서 사진당 금액도 빠르게 늘어났다. 그리고 그 금액이 보통의 스타들보다 배로 불어나게 된 건,

“지금까지 찍힌 파파라치 사진이 거의 없다는 거지.”

그렇게 미국에서 촬영을 해댔는데도 파파라치에게 찍힌 사진이 거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몇 개 없는 파파라치에게 찍힌 사진도 외부 촬영 현장에서 찍힌 사진이나 행사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찍는 것뿐.

하지만 그런, 누구나 알고 있고 찍을 수 있는 사진은 파파라치에게 큰돈이 되지 못했다.

“사생활. 사생활을 찍어야돼.”

편안한 모습으로 마트에 간다거나 강아지를 산책시키거나(키운다는 정보는 없었지만)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는 모습도 좋았다.

요즘은 일부러 파파라치들에게 의뢰해, 자연스러운 모습(물론 메이크업부터 의상까지 전부 꾸며진 모습이다.)으로 자신을 모습을 찍게 하는 스타들도 있었다.

일명 파파라치 컷.

그런 일상의 모습이 팬들이나 일반인의 관심을 끌게 하는 요소가 있어, 점점 늘어가는 추세였다.

“뭐, 나야 다른 게 더 좋지만.”

파파라치가 웃으며 껌을 뱉고는 배를 채울 빵을 꺼내 베어 물었다.

파파라치가 노리고 있는 사진은 그런 평화롭고 일상적이며 계획된 사진보다 좀 더 위험하고 논란이 될 만한 사진들이었다.

노출이 있는 수영장 파티나 스타의 폭력적인 행동 같은.

물론, 수영장 파티는 지인들과 함께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였고, 폭력적인 행동도 인과관계를 따져보면 스타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일 때가 있겠지만.

그런 별문제 없는 사진을 가지고도, 큰 논란을 만들어내는 것이 황색잡지였다.

아마 제목도 아주 거창하게, 관심 없던 일반인도 잡지를 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고 천박하게 지을 것이 분명했다.

뭐, 자신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마약은 가능성이 낮나…….”

쩝.

아쉬움에 파파라치가 입맛을 다셨다.

서준 리의 이미지도 그렇고 동양인이라면 그게 가장 강렬하고 충격적인데 말이다.

하지만 서준 리의 주변에 있는 배우나 감독들의 이름들을 떠올려보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었다. 다들 마약은 손도 안 대는 인물들이다 보니, 서준 리가 접할 기회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운도 좋아.”

서준이 접할 기회가 있어도 손도 안될 거라는 걸 모르는 파파라치는 빵을 먹으며 카메라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쉐도우앤나이트]를 촬영할 때야 집과 촬영장을 오갔으니 외출할 시간이 없었겠지만, 이제 촬영도 끝났으니 귀국할 때까지는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을까. 그 모습을 촬영하고 목적지까지 몰래 따라가면서 사진을 찍으면 꽤 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저택에서 누군가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먹던 빵을 내려놓은 파파라치가 화면을 확대했다.

그동안 서준 리에 대해 조사하면 알게 됐는데, 희한하게도 서준 리는 일반 카메라에서는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일반인들의 목격담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래서 그냥 지나칠 때도 많다고 했지.’

그래도 서준 리의 집에서 나오는, 모자 쓴 동양인 청년이 서준 리라는 건 파파라치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단 사진부터 찍고 봤다. 확인 작업은 나중에 하면 될 일이었다.

‘뭐, 안 해도 되고…….’

가십잡지라는 게, 원래 그렇지 않나.

‘이거 나 아닌데?’

‘아, 그래? 죄송.’

아니, 사과라도 하면 양반이었다.

유야무야 넘어가는 게 보통이니까.

하여튼.

찰칵찰칵찰칵찰칵-

서준 리로 짐작되는 청년은 들을 수도 없는 먼 곳에서 셔터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차를 기다리는 듯한 청년은 손에 뭘 들고 있었다.

“설마 또 씨세이브 센터는 아니겠지.”

파파라치가 따라갔던 것은 아니었고, 씨세이브 센터의 SNS에 올라온 사진으로 알아낸 정보였다. LA에 올 때마다 씨세이브 센터에 가는 듯한 서준 리였다.

“다른 곳 좀 가라고……!”

맨날 만나던 인물만 만나고(정보 출처: 배우들의 SNS 사진) 맨날 가던 곳만 가고(정보 출처: 센터나 가게의 SNS 사진).

일탈도 좀 하고 그래야지, 너무 재미없게 사는 거 아닌가.

‘이번 생’을 만족도 100%로 정말 즐겁게 살고 있는 ‘배우 이서준’을 모르는 파파라치는 범생이 같은 서준 리의 삶에 한탄했다.

아역 때부터 지금까지 승승장구해온 슈퍼스타.

자신이 저런 외모에, 저런 연기력에, 저런 인기에, 저런 재력(가십지의 추정치)을 가지고 있었으면 저렇게 심심하게 살지 않았을 거다.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도, 파파라치의 손은 본능적으로 움직이며 카메라를 조작했다. 손에 들고 있는 종이가방이 확대되었다.

“꽃다발?”

꽃다발이라…….

의아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중얼거린 파파라치가 화면 속 서준 리(로 추정되는 인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날카로운 디자인의 차량 한 대가 서준 리의 앞에 멈춰 섰다. 선팅이 되어 있어 운전석에 누가 앉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창문으로 잠시 이야기를 하는가 싶더니 서준 리가 조수석에 올라타는 모습이 보였다.

“애인인가!!”

찰칵찰칵찰칵찰칵-!

물론 선팅된 차라 운전석에 탄 인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꽃다발이라니 딱 봐도 애인이 아닌가. 셔터를 누르는 파파라치의 손이 빨라졌다.

슈퍼스타 서준 리의 첫 애인이라니……!!

이건 진짜 큰돈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전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되겠지!’

자신의 사진으로 전세계의 기사들이 도배될 것이라는 생각에 파파라치는 짜릿해졌다.

그렇게 순식간에 백 장 넘게 사진을 찍은 파파라치는 얼른 아래로 내려가 차에 올라타자고 생각했다. 서준 리가 탄 차를 뒤따라가서 목적지도 알아내고 운전석에 앉은 애인의 정체도 알아내는 것이었다. 일반인이면 아쉽겠지만, 연예인이나 유명인이라면 대박이었다.

‘게다가 다정하게 스킨십을 하고 있는 사진이라도 찍으면……!’

희희낙락하며 카메라의 SD카드만 챙겨(카메라와 망원렌즈가 비싸긴 하지만 전부 챙길 시간은 없었다.) 얼른 아래로 내려가려던 파파라치.

그는 자신의 덥수룩한 머리와 카메라로 내려앉는 투명한 해파리들을 보지 못했다.

흐물흐물.

마치 하늘을 바다처럼 유영하던 투명한 해파리들이 인간과 기계의 위로 내려앉았다. 그러고는 열두 개의 길다란 촉수로 인간의 머리와 카메라의 본체와 연결했다.

움찔.

파파라치의 움직임과 카메라의 작동이 동시에 멈추었다.

쭈압쭈압-

그리고는 마치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연결된 열두 개의 촉수로 파파라치의 기억과 카메라의 정보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연결된 열두 개의 투명한 촉수가 마치 네온사인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그 모습은 SF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모습이기도 했고 마법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모든 정보를 흡수한 해파리들은 할 일이 끝났다는 듯, 파파라치의 머리와 카메라의 본체에서 떨어져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으헉-!”

그와 동시에 파파라치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잠깐 졸았나?”

역시 잠복은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손에 들어올 돈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었다.

파파라치는 손등으로 벅벅 입가를 닦으며 카메라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할리우드 스타, 서준 리의 LA 저택은 파파라치가 잠깐 졸기 전과 변함없이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뭐, 그렇겠지.”

파파라치는 이미 떠나버린 검은색 차를 기억하지 못한 채, 바닥에 놓아두었던 빵을 집어 들어 크게 베어 물었다.

* * *

[(악/제작)이레이저 해파리의 정보 삭제(중하급)가 발동됩니다.]

눈앞에 뜬 알림에, 꽃다발이 뭉개지지 않도록 뒷좌석에 잘 놓아두던 서준이 눈을 잠시 동그랗게 떴다가 가라앉혔다.

‘파파라치가 사진을 찍은 모양이네.’

집 주변, 일정 거리 이내에는 한예대에서 사용했던 [(선/제작)미어랑의 지하미로]를 사용해서 근접해 오는 파파라치들이 미로를 헤매게 만들었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고배율 렌즈로 찍는 파파라치들까지 커버할 수는 없었다.

그에 사용한 능력이 바로 [(악/제작)이레이저 젤리피쉬의 정보 삭제].

꽃다발을 잘 놓아둔 서준이 조수석에 바로 앉아 안전벨트를 맺다. 차량 앞으로 서준의 눈에만 보이는 투명한 해파리들이 흐물흐물 하늘을 떠다니고 있었다.

[(악/제작)이레이저 젤리피쉬의 정보 삭제-중급-]

정보 삭제를 위해 마도공학으로 만들어진 투명 해파리입니다.

살아 있는 존재의 기억을 삭제할 수 있습니다.

기계나 책 등 사물의 정보를 삭제할 수 있습니다.

명령어 :

[주의] 한 대상에게 오래 사용할 시 백치가 될 수 있습니다.

마기가 가득한 ‘악의 능력’을 중급 그대로 쓸 수는 없어 한 등급 낮추었다.

[[(악/제작)이레이저 젤리피쉬의 정보 삭제-중급]의 등급이 일시적으로 낮아집니다.]

[(악/제작)이레이저 젤리피쉬의 정보 삭제-중하급]

정보 삭제를 위해 마도공학으로 만들어진 투명 해파리입니다.

살아 있는 존재의 기억을 삭제할 수 있습니다.

기계나 책 등 사물의 정보를 삭제할 수 있습니다.

명령어: 서준 리

동서대륙의 전쟁이 활발하던, 마법과 기계공학이 발달했던 세계.

그 세계에서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키메라 중 하나가 이레이저 젤리피쉬였다.

이레이저 젤리피쉬는 ‘명령어’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의 기억을 삭제하고, ‘명령어’에 대한 자료나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정보전이나 전투(지휘관을 백치로 만드는 등)에 유용했지만 그만큼 만들어내기도 힘들었다. 그 몇 개 안 되는 성공품 중 하나가 ‘그’의 전생이었다.

‘열일했지.’

하늘을 흐물흐물 날아다니며 열심히 기억과 데이터들을 지웠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끝났으면 ‘선의 도서관’에 들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괜히 ‘악의 도서관’에 들어간 능력이 아니었다.

‘명령어가 들어간 정보가 워낙 맛있었어야지.’

이레이저 젤리피쉬를 만들어낸 마도공학자들은 몰랐겠지만, ‘명령어’가 들어간 사람과 기계 등의 ‘정보’는 이레이저 젤리피쉬에게는 천상의 맛과 다름없었다.

정말 눈이 돌아갈 정도로 맛있었다,고 삶의 책에 적혀 있었다.

‘그래서 폭주해 버렸다고 했지.’

결국 지능이 낮은 키메라였던 ‘그’와 다른 이레이저 젤리피쉬들은 그 맛을 참지 못해 폭주해 버렸고, 대대 하나를 백치로 만들고 제거되었다.

‘역시 악의 도서관. 무섭네.’

앞으로는 어떻게 태어나든 착하게 살아야지.

라는,

환생하고 나면 종족 본능에 이끌려 홀라당 잊어버리고 말 다짐을 하는 서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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