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719화 (719/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19화

너튜브 채널 [JUN] 그리고 에반 블록과 리첼 힐의 SNS에 게시글이 올라가자, 배우들의 팬들은 빠르게 휴대폰으로 게시글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올라온 사진에 헉!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가 아래에 붙은 해시태그에 흡! 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다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쉐도우맨 시리즈]의 세계적인 인기만큼 사진들은 금세 각국의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져 나갔다.

한국도 떠들썩했다.

[제목: 오늘이 만우절이 아니길 바란다ㅎ(Feat.쉐도우맨)]

아니, 만우절이라서 이런 사진을 올렸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라면 나트라 팸은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행복하게 식사할 수 없다는 이야기임?! 공식으로 땅!땅!땅! 박음? 결정된 거임!?

아니, 그렇다고 이런 멋지고 눈물 나는 사진이 싫다는 건 아니고 (더 줘……) 그냥, 오늘만 아니었다면!! 오늘만 아니었다면 맛나게 떡밥을 받아먹었을 거라는 거지!! ㅅㅂ 만우절!! 꺼져!! 누가 만우절 퇴치하자고 사람 모으던데 아직 자리 남았냐!?

근데 사진은 진짜 좋네ㅠㅠ

영화에서도 이런 거 보여줘요. 마린ㅠㅠ 너네가 슈퍼히어로 영화 제작사라서 ㅈㄴ 치고박고 싸우고 멋진 거 보여줘야 한다는 건 알겠지만, 이렇게 하하호호, 화기애애한 장면들도 넣어달라고…… 왜 안 보여줘ㅠㅠ

(쉐도우맨이 큰 접시의 요리를 각자의 앞 접시에 나눠주는 사진)

(진 나트라의 앞접시에 요리 놓으면서 둘이 서로 마주 보고 웃는 사진)

이것도 정말 좋고ㅠㅠ

(벨 나트라와 진 나트라가 짠! 하고 잔을 부딪치는 사진)

나트라 행성에서 이렇게 지냈겠지ㅠ

(튤 나트라와 진 나트라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

이건 진짜 보자마자 눈물이 줄줄 흘렀다. (양)아버지랑 화해했구나! 우리 진ㅠㅠ 웃는 모습도 왜 이렇게 우아한지ㅠㅠ일개 백성은 우리 왕자님 웃는 얼굴만 봐도 진짜 감동, 감격하고 있습니다요ㅠㅠ

(벨 나트라의 셀카로 다 같이 찍은 가족사진)

마지막으로 가족사진까지 딱 박아주는 센스!!

근데ㅠㅠ해시태그가 #쉐도우맨#나트라_패밀리#행복한_저녁#April Fools’ Day#만우절

만우절……만우절!!

(땅을 격렬하게 내려치는 곰 이모티콘)

오늘만큼 만우절이 싫었던 적도 없다ㅠ

+)채널[JUN]에 사진 더 있으니까 보러가세요ㅠ

-나트라 팸의 행복한 저녁식사라니……! 행복해하다가 만우절인 거 알고 울었다.

=배우들이 떠먹여 주는 매운맛ㅠㅠㅠ뭔데ㅠㅠ

=진짜 핵매운맛이지만…… 맛있어요. 더 줘요.

-반어법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클라스.

=만우절: ㅎㅎ행복해보이지? 절대 안 일어남ㅋ

=ㅅㅂㅠㅠㅠㅠ

-올해부터 만우절은 없던 것으로 합시다.(학교에서 신나게 만우절을 즐긴 고등학생)

=22 만우절 퇴치하자ㅠㅠ(친구들한테 만우절 장난친 어른1)

=33 만우절? 그게 뭐야? (만우절 장난에 배 아플 정도로 웃다가 사진보고 울고 있는 어른2)

-어른이 된 진 나트라를 이렇게 보다니……ㅠㅠ

=헐! 그러네!? 쉐도우맨3까지 청소년이었지!?

-이런 건 영상으로 남겨줘요ㅠㅠ

=22 영상! 영상!

=33 사진이라서 더 아련하다ㅠ

-ㅠ쉐앤나 언제 개봉하냐ㅠ

=22 윌리엄이 엄마아빠랑 있는 장면은 꼭 나오겠지?

=33 윌리엄 너라도 행복해라ㅠㅠ

너튜브 채널 [JUN]만이 아니라, 에반 블록과 리첼 힐의 SNS와 세계 각국의 커뮤니티에도 눈물이 줄줄 흐르는 댓글들이 가득 달렸다.

[쉐도우맨 시리즈]의 수많은 팬들이 슬퍼하는 가운데, 유이(有二)하게 즐거워하는 두 부류가 있었다.

“쉐도우앤나이트 홍보는 안 해도 될 것 같군.”

하나는 [쉐도우앤나이트]의 제작, 배급사인 마린이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겨우 사진 몇 장으로 이 정도의 관심을 받고 있으니까요.”

물론 이렇게 말해도, 개봉 직전과 개봉 후에는 마린사답게 대대적으로 홍보할 예정이지만 말이다.

하여튼, 마린사 관계자들은 싱글벙글 웃음꽃이 가득했다.

그리고 또 한 부류.

사진 몇 장으로 큰 폭풍을 불러일으킨 당사자들이었다.

>에반: 인터넷 봤어, 준?

>리첼: 완전 시끌벅적하던데!

스튜디오로 가는 길.

어제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댔던 두 배우의 메시지에 서준이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그러게요.

<거의 홍수가 날 것 같더라구요.

물론 서준도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열심히 어른이 된 ‘행복한 진 나트라’를 연기했었다.

서준의 메시지에 단톡방에 있던 스왈린 에넘까지, 세 배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스왈린: 그게 좋은 거지.

>에반: 맞아. 캐릭터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다는 이야기니까.

스왈린 에넘과 에반 블록의 메시지에 서준도 동의했다.

팬들의 사랑이 없었더라면, [쉐도우맨 시리즈]가 끝나고도 몇 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시리즈인 [쉐도우앤나이트]를 만들 수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리첼: 오늘 촬영 있지?

<네. 맞아요.

<지금 가는 길이에요.

서준은 지금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로 향하고 있었다.

>에반: 오늘 커크랑 촬영한다고?

<네.

커크 로렌스.

[쉐도우앤나이트]의 빌런 역을 맡은 배우였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물론 커크 로렌스가 등장하는 작품들은 미리 챙겨 봤던 서준이었지만, 실제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같이 출연하는 장면이 없다면 영화 촬영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할 수도 있는 게 할리우드긴 하지만, 진짜 촬영 직전까지 한 번도 못 만날 줄은 몰랐다.

<어떤 분일지 궁금하네요.

>에반: 으음.

서준이 촬영이 없는 날, 커크 로렌스와 함께 촬영해 본 에반 블록이 서준의 물음에 답했다.

>에반: 성격은 좀 딱딱하고

>에반: 촬영에는 열의가 없는 편이랄까.

으음. 열의가 없다라.

스튜디오로 향하는 차 안, 서준이 데굴 눈을 굴렸다.

‘나랑은 완전 반대네.’

>리첼: 준이랑은 완전 반대네?

“하하.”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 리첼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그 웃음소리에, 운전하고 있던 최태우가 잠시 백미러로 뒤를 봤다가 웃으며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스왈린: 준이 열정이 넘치기는 하지.

>스왈린: 어제 촬영도 그랬고.

<스왈린도 즐겁게 하셨잖아요 :3

서준의 메시지에 리첼 힐과 에반 블록이 웃음을 터뜨렸다.

>에반: 그래도 촬영은 문제 없을 거야.

>에반: 맡은 일은 확실하게 하는 배우니까.

‘일이라…….’

창문 밖.

가까워진 스튜디오 구역을 바라보며 서준은 생각했다. 어떤 배우일지 조금 느낌이 오는 듯했다.

<저 스튜디오 도착했어요!

>리첼: 열심히 촬영해!

>스왈린: 힘내렴.

>에반: /파이팅!/

응원에 서준이 활짝 웃었다.

* * *

“안녕, 준.”

“안녕하세요. 조나단 감독님.”

왠지 마중 나와 있던 조나단 감독이 이제는 익숙해진 감독님 소리에 씩 웃고는, 서준과 함께 배우 대기실로 이동했다.

“나트라 패밀리 사진 봤는데 잘 찍었더라.”

“하하.”

“라이언 삼촌도 꽤 오랫동안 보더라고.”

아하.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마중을 나왔던 모양이었다.

“그랬어요?”

“아침에 사진을 발견하자마자 계속 보시던걸? 스태프로 참여한 나도 기분이 묘했는데, 시놉시스부터 대본에, 촬영까지 직접한 삼촌은 어떻겠어.”

조나단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늘 촬영이 끝나면 라이언 감독님에게 메시지라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는 서준이었다.

나트라 패밀리 사진에 대해 실컷 이야기한 조나단 감독이 말했다.

“커크랑은 첫 촬영이지?”

“네. 오셨어요?”

만나는 것도 처음이라 먼저 왔다면 인사나 나눌까 싶었다. 서준의 말에 조나단 감독이 어깨를 으쓱였다.

“커크는 콜시간에 딱 맞춰서 오는 배우라, 아직 안 왔어.”

그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늦지만 않으면 되긴 하지.’

점점 더, 커크 로렌스라는 배우가 어떤 배우일지 알 것 같았다.

“세트장 구경 갈래?”

“네. 좋아요.”

배우 대기실에 짐을 놔두고, 서준과 조나단 감독은 세트장으로 향했다.

촬영을 준비 중인 스태프들을 지나가자, 버스가 보였다.

오늘 촬영은 이 버스 안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는데, 온전한 버스와 가로로 잘린 버스, 세로로 잘린 버스 등등, 촬영의 편의를 위해 이리저리 개조된 버스들이었다.

그 버스의 주위를 거대한 스크린이 감싸고 있었다.

“이건 더 볼륨이라는 건데, 요새 배경 크로마키 대신 할리우드에서 사용하는 거야. 배경이 전혀 안 보이는 크로마키랑은 다르게, 배경이 보여서 몰입하기 좋거든.”

조나단 감독의 설명대로, 벽을 가득 채운 스크린, 더 볼륨에서는 높은 건물들과 도로 위 차량들이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이 보이고 있었다.

“진짜 도로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 같네요.”

주위를 둘러본 서준이 감탄했다.

“그치? 버스 안에 들어가면 진짜 버스가 움직이는 것 같다니까. 다른 장면에서도 사용하려고 하는데 말이야…….”

신기술을 도입해 신이 난 조나단 감독이 손짓까지 더해가며 열정적으로 설명했고, 서준도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연기 연습할 때 쓸 수 있을까?!’

눈동자가 아주 반짝반짝했다.

“커크 로렌스 배우 도착했습니다.”

“아, 그래요?”

잠시 후.

매튜 조감독의 말에 조나단 감독과 서준이 번뜩 정신을 차렸다. 더 볼륨에 대한 설명으로 시간이 훌쩍 지나간 것이었다.

조나단 감독이 시간을 살폈다.

“분장하고 리허설하고 바로 촬영 들어가면 되겠네.”

“그러게요.”

진짜 칼같이 콜타임에 도착한 커크 로렌스 배우였다.

* * *

분장이 끝난 후 짧은 리허설 시간.

서준은 세트장에서 커크 로렌스와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가볍게 마주 잡고 흔드는 두 배우의 손.

그게 끝이었다.

“나쁜 사람은 아니고…… 원래 저런 배우야. 좀 딱딱하달까.”

“네. 그런 것 같네요.”

조나단 감독의 말에 서준도 동의했다. 서준이 생각하기에도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저…….

“일만 하러 온 직장인 같은 느낌이네요.”

“오. 맞아. 딱 그런 느낌이야!”

서준의 말에 조나단 감독이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자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대본을 읽는 커크 로렌스 배우의 모습에, 열의가 없다는 에반 블록의 말이 어떤 뜻인지 확실하게 알 것 같은 서준이었다.

* * *

“레디, 액션!”

오전에 공원에서 쉐도우맨을 만나 감사 인사를 전한 윌리엄은 버스에 오르고 있었다.

목적지는 야구장.

저번 비행기 추락 사고로 망가진 가까운 야구장 대신, 조금 멀리 떨어진 야구장에서 경기를 이어서 할 예정이라고 감독님이 말해주셨다. 그래서 오늘 야구팀 친구들과 함께 그 경기장을 한번 둘러보기로 한 것이었다.

윌리엄이 버스에 타고 그 뒤를 따라 몇몇 사람들이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버스 계단에 발을 내딛는 남자가 있었다. 모자를 꾹 눌러 쓰고, 후드까지 뒤집어써서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는 남자였다.

뭐, 이런저런 사람들이 많은 뉴욕이라 다들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카메라도 그저 버스에 탄 손님 중 하나라는 느낌으로 남자의 모습을 중요하게 잡지 않았다. 그 남자는 터벅터벅 걸어가 윌리엄의 뒷자리에 앉았다.

창밖에서 햇빛이 들어왔다.

따뜻한 햇볕에 얼굴이 저절로 풀리는 것 같았다. 마음도 편안했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어디야, 윌?

<지금 버스 탔어.

>ㅇㅋ

오랫동안 혼자 끙끙 앓아온 가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 자신의 히어로인 쉐도우맨과도 만난 덕분에 요즘 하루하루가 즐거운 윌리엄이 웃으며 친구들에게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는 갤러리 앱에 들어가 부모님과 찍은 사진을 보았다.

현재부터 과거로, 천천히 돌아가는 사진들.

하나하나 넘겨보던 윌리엄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일곱 살 윌리엄이 곰인형을 안고 엄마 아빠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윌리엄이 작게 웃었다.

그때의 어린 나에게 전해주고 싶다.

‘그렇게 걱정할 것 없,’

다고.

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너……!”

뒤에서 목이 끓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짙은 녹색의 무언가가 뒷자리에서 사방으로 터지듯 뻗어 나가 버스의 철판을 뚫고 바로 옆에 있는 차량들까지, 날카로운 창날들처럼 찔러댔다.

꺄아아악!!!

놀란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윌리엄이 상황을 파악하고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제이가 반응했다.

검은색 그림자가 방패처럼 솟아올라 뒤에서 내리꽂히는 어두운 녹색의 송곳을 막아냈다.

아니, 송곳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송곳이 아니었다. 끝이 뭉툭한 모양이 마치 점성이 있는 액체 같았다. 검녹색의 액체는 제이가 만든 방패와 부딪힌 후 양쪽으로 갈라져 다시 윌리엄을 향해 뻗어왔다.

제이가 계속해서 정체불명의 액체를 방어하고 남자를 공격해 보려고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계속해서 갈라지는 검녹색의 액체는 결국 윌리엄을 덮쳤고, 윌리엄의 시야는 새까맣게 물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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