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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706화 (706/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06화

슈퍼스타의 등장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팬입니다, 준!”

“저도!”

다들 들뜬 표정으로 서준과 악수를 나누었다. 서준도 빙그레 웃으며 그들과 손을 마주 잡았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단역들만 모인 곳에 나타난 주연배우에 다들 의아해했다.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곧바로 촬영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서로 편해진 다음에 촬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작품 내에서는 서로 친구잖아요. 겸사겸사 연습도 하고요.”

서준의 말에 다들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슈퍼스타는 빙그레 웃으며 거리낌 없이 단역들의 옆자리, 비어 있는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그 모습이 참 인상 깊게 느껴진 단역배우들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리딩을 시작할까요?”

“아. 네!”

그렇게 시작된 짧은 대본 리딩.

단역배우들은 어째서 ‘서준 리’라는 배우가 슈퍼스타가 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 * *

“레디,”

모니터와 촬영장을 바라보던 조나단 감독이 외쳤다.

“액션!”

평일 아침의 베이런 고등학교.

등교하는 학생들로 입구가 떠들썩했다.

“야! 어제 경기 봤냐?”

“아오! 이길 수 있었는데!”

잘 꾸며진 외모와 운동으로 다져진 몸 위로 대문자 B가 쓰인 학교 점퍼를 입고 다른 사람의 눈치는 보지 않고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적스Jocks’부터,

“이번에 떨어진 운석 말이야. 평범한 운석이 아닌 것 같지?”

“맞아. 분명 아주 중요한 물건일 거야. 우주를 위협하는……!”

그런 적스에게서 멀리 떨어져 걸으며 속닥속닥 음모론을 펼치고 있는 긱Geek,

“……”

그리고 책을 읽으며 조용히 제 갈 길을 가는 너드Nerd까지.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클리크(Clique:파벌)들이 모여, 서로의 경계선을 넘지 않은 채 아침부터 떠들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곳에 한 학생이 나타났다.

“윌리엄!”

미식축구공을 위로 던졌다가 받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미식축구부의 리더가 반갑게 그 학생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고는 냅다 들고 있던 공을 내던졌다.

휙-!

아무래도 둥그런 모양의 일반 공과 달리, 양쪽 끝이 뾰족한 미식축구공은 던지고 받기 어려웠는데, 실력 좋은 쿼터백인 리더가 던진 공이라서 그런지 던지는 속도도 장난이 아니었다.

등교하던 학생들의 시선이 그 공을 따라 움직였다.

막 입구로 들어서던 학생, 윌리엄이 빠르게 날아오는 갈색의 공을 가볍게 낚아채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잘생긴 외모는 동서양 공통인 듯 여학생들이 꺄악! 비명을 질렀다.

“……진심인 것 같은데?”

“그러게요.”

두 뺨이 상기된 엑스트라들의 진심 가득한 연기(?)에 스태프들이 속닥거렸다. 하긴 그럴만한 외모이긴 했다.

“아침부터 무슨 짓이야. 로건.”

윌리엄 리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들고 있던 미식축구공을 리더, 로건에게로 던졌다.

다시 한번 학생들의 고개가 공을 쫓았다.

목적지는 공을 던졌던 미식축구부의 리더, 로건.

자신이 던졌던 속도와 비슷한 빠르기로 완벽하게 날아오는 공을 잡아채며 로건은 입맛을 다셨다.

미식축구공은 유선형 모양이라 손도 안 대본 초급자라면 제대로 던지기도 힘든데, 윌리엄 리는 별일 아니라는 표정과 가벼운 움직임으로 빠르고 완벽하게 자신에게 공을 던진 것이었다.

“네가 우리 팀에 왔어야 하는 건데…….”

“그러게 말이야. 조금 전 그것만 봐도…….”

“야! 너희!”

달려오는 야구부 학생들을 보며 ‘음. 또 한바탕 시작되겠군.’ 하고 베이런 고등학교 학생들은 생각했다.

“윌리엄은 우리 팀 에이스라고! 똑똑히 기억해 둬!”

야구부 학생들이 으르렁거리며 윌리엄을 보호하듯 둘러쌌다.

“윌리엄, 너 초등학교 때 미식축구도 했었다며.”

“그러니까 말이야. 야구보다는 역시 미식축구 아니야?”

“꺼져! 윌은 이미 프로에서 스카우터도 오는 상황이라고!”

상황이 흥미진진했다.

보통 다른 학교 이야기를 들어보면, 잘나가는 운동부 학생들, 그러니까 적스들이 가까이하기 힘들거나 딱히 어울리고 싶지 않은 그런 분위기인데, 윌리엄 리가 입학한 이후로는 가끔 이렇게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되니 쟤들도 그냥 학생이구나, 싶은 학생들이었다.

“뭐, 그렇다고 끼고 싶지는 않지만.”

응응.

한 학생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윌리엄이 고생이 많아.”

“쟨 공부도 잘하잖아.”

“성격도 좋고.”

익숙한 듯 왁왁대는 친구들을 진정시키는 윌리엄 리를 보며 다른 학생들이 한마디씩 했다.

오늘도 평화로운 베이런 고등학교였다.

“컷! 오케이!”

조나단 감독의 외침에 연기하던 배우들은 후우 숨을 내쉬거나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긴장을 풀었다. 그사이 조나단 감독과 서준은 모니터링을 했다.

“엑스트라가 많아서 그런지 몇 번 NG가 나오기는 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그러게요.”

풀샷으로 찍힌 영상 속에서 서준과 배우들이 보였다. 생각보다 잘 찍힌 영상에 조나단 감독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로 클로즈업샷 촬영 시작하죠.”

“알겠습니다!”

매튜 조감독이 다음 촬영 준비를 위해 달려갔고, 곧이어 클로즈업샷 촬영이 시작되었다.

* * *

“레디, 액션!”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

베이런의 학생들은 학생식당에 가거나 들고 온 도시락을 먹기 위해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윌리엄은 야구부 친구들과 함께 떠들며 식당으로 향했다.

“상대팀 투수가 그렇게 잘한다며?”

이야기의 주제는 이주 후 일요일에 있을 야구 경기, 그리고 상대 고등학교에 새롭게 등장한 투수에 관한 이야기였다.

윌리엄의 물음에 투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 이번에 LA에서 전학 왔는데 곧바로 주전이 될 정도로 대단하다고 하더라.”

“감독님이 이전 학교에서 경기하던 영상 구해놓으셨다고 하니까 오늘 수업 끝나고 다 같이 분석하자고 하셨어.”

그 말에 팀의 에이스, 4번 타자로서 투수에 대한 정보는 확실히 알아둬야 하는 윌리엄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투수 말고도 경계해야 할 선수가 많더라. 어제까지 분석해 둔 자료 가지고 왔으니까 그때 보면 되겠다.”

“역시, 윌!”

이제 졸업반인 야구팀 학생들은 고등학교 이후의 미래를 위해 점심을 먹으면서도 열심히 회의를 했다. 베이런 고등학교의 야구팀도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니 프로구단의 스카우트도 꽤 올 터였다.

‘대부분 윌리엄을 보러 오는 거겠지만.’

부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윌리엄의 재능과 노력을 보고 있으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그랬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윌리엄 리를 보며 야구팀 학생들은 웃고 말았다.

“응? 왜 웃어?”

“아니. 너답다 싶어서.”

공부, 운동, 친구 관계 등.

뭐든지 허투루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윌리엄 리를 보며 한 친구가 말했다.

“사인 좀 해줘, 윌.”

“? 무슨 사인?”

“너 메이저리그 가기 전에 받아놓아야 할 것 같아서.”

“오! 나도!”

“그거 좋네.”

친구들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인 윌리엄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에 친구들도 웃음이 섞인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농담 아니야.”

“그래. 진심임.”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윌리엄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식당 한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윌리엄의 시선이 향한 식당 구석, 한눈에 봐도 범생이와 괴짜 같은 두 학생이 앉아, 점심을 앞에 두고 제 나름대로 격렬하게, 그러나 다른 사람이 들을까 싶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나 잠시만.”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윌리엄 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그쪽을 향해 걸어갔다.

“왠지 PTSD 생기는 것 같은데…….”

고등학생 시절, 너드였던 한 스태프의 말에 비주류였던 스태프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식당에서 너드에게 다가가는 적스라니.

현실의 학교에서나 일반적인 하이틴 작품에서는 뭔가 사건이 터지는 트리거나 다름없었다.

“보통 이럴 때는 너드 쪽이 주인공인데 말이야.”

“우리 윌리엄이 적스라니…….”

하이틴 작품의 클리셰를 아는 관객들이 봤다면 ‘우리 윌리엄이 이럴 리가 없어!!’ 하고 경악할 터였다.

그런 경악을 더욱더 크게 만들기 위해 조나단 감독은 일부러 긴장감 넘치게 이 장면을 촬영하는 중이었다.

학생식당의 끝과 끝.

너드들에게 다가가는 윌리엄 리.

점심을 먹다 말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학생들.

나중에 편집할 때는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들어갈 터였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범생이와 괴짜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고개를 들었다. 학교의 인기인인 윌리엄 리가 두 사람에게로 오고 있는 중이었다.

아차!

라는 글자가 1학년 범생이와 괴짜의 얼굴 위로 지나갔다. 우리가 뭔가 잘못했나?! 학교의 인기인이 다가오자 다리와 손이 저도 모르게 덜덜덜 떨렸다.

어느새 조용해진 학생식당.

그걸 인식하지 못한 윌리엄 리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쉐도우맨을…….”

범생이와 괴짜가 꿀꺽 침을 삼켰다.

“……봤다고?”

그러고는,

굳어 있던 표정을 스르륵 풀며 어느새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진짜?! 어디서 봤어?! 실물은 어땠어? 나도 쉐도우맨 만나보고 싶은데 한 번도 못 만났거든! 목격자들이 찍은 영상도 너무 빨리 지나가서 잘 못 봤어. 와! 근데 진짜 쉐도우맨을 본 사람을 만날 줄이야! 그림자를 조종한다던데 그것도 봤어?”

야구부 친구들이 이마를 짚었다. 몇몇은 마른세수를 했다.

조용히 윌리엄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학생들도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쉐도우맨이란 단어는 진짜 귀신같이 듣는다니까…….”

“윌이잖아.”

그랬다.

미식축구부가 탐내는, 야구부 소속이자 베이런 고등학교의 인기인, 윌리엄 리는 슈퍼히어로 쉐도우맨의 팬이었다. 그것도 학교에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엄청난 빅팬!

“나 여기 앉아도 돼?”

이런 쪽으로는 소식이 느린 1학년 범생이와 괴짜가 고개를 끄덕일 틈도 없이 윌리엄이 그 옆자리에 앉았다. 점심도 여기서 먹을 생각인 듯 손에는 샌드위치가 들려 있었다.

“네, 네.”

“쉐도우맨은 어디서, 어떻게 만난 거야?”

눈을 반짝이며 묻는 윌리엄에 범생이와 괴짜는 얼떨결에 이야기를 풀어놓게 되었다.

“가까이서 본 건 아니고 멀리서…….”

오! 오! 진짜? 하고 진심이 담긴 리액션을 보여주니, 신이 난 범생이와 괴짜는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이야기했고, 윌리엄도 신나게 쉐도우맨이며 슈퍼히어로에 대해 떠들어댔다.

학교의 인기인과 범생이와 괴짜가 한 테이블에 모여 있는 모습이 정말이지 특이했다. 아마 베이런 고등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일 터였다.

“저거 어쩌냐?”

“내버려 둬. 점심시간 끝나면 정신 차리겠지.”

쉐도우맨 이야기만 나오면 정신을 못 차리는 윌리엄 리를 알고 있는 투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하자, 야구부 친구들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딱 한 경기만 같이 해보자고 윌리엄을 꼬시러 온 미식축구부 리더, 로건도 윌리엄과 괴짜, 범생이가 있는 테이블을 보고 학생에게 이야기를 듣더니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냥 밖으로 나가버렸다.

어쩐지 그 모습들이 익숙해 보이는 건 착각일까.

“역시 히어로하면 레드본이죠!”

“아니지! 쉐도우맨이지!”

공부, 운동, 친구관계,

그리고 쉐도우맨 덕질까지.

무슨 일이든 열정적인 자세로 임하는 윌리엄 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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