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702화 (702/1,055)

0살부터 슈퍼스타 702화

다락방에서 서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은 후, 두 사람이 향한 곳은 LA스타디움이었다.

-유니폼 입은 서준이!!

=야구선수 서준이!!

-잭 스미스 선수가 유니폼이 어울리는 건 당연한 거지만 서준이까지 유니폼이 찰떡같이 어울리다니!!

=찐으로 그냥 야구선수라고 해도 믿겠다.

=모자 고쳐 쓰는 모습까지 멋지다고ㅠㅠㅠ

-저기 관계자들도 다 구경 나와 있는 거임?

=메이저리그 관계자까지 불러모으는 이서준;;;

=잭 스미스 보러 온 거겠지.

하고 댓글이 달리는 사이, 카메라가 설치되고 서준과 잭 스미스가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했다.

-??이게 노는 거라고??

서준이 즐겁다는 듯 하하 웃으며 공을 던지고 잭 스미스가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쳐내는 모습에, 보고 있는 사람들(특히 잭 스미스의 출연으로 몰려온 야구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속도!! 속도!! 누구 스피드건 가진 사람 없냐!!

=22 누가 속도 좀 분석해 봐!!

=밑에 떴다!!

사람들의 의문을 예상한 듯.

서준이 편집한 화면 한쪽, 코코아엔터 1팀이 자막을 넣으며 함께 추가한 투구 속도가 나타났다. 물론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구까지 친절하게 달아놓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볼 수밖에 없는 숫자가 거기에 적혀 있었다.

[152㎞/h]

-??????

=아니, 이게 뭔 숫자야?

=숫자 오타 난 거 아니야?

=……공 날아가는 거 보면……맞는 것 같은데?

=22오차가 있다고는 해도 10㎞씩 차이가 나는 건 아닐 거잖아……

=33 적어도 150 근처…….

-……저게 훈련 1도 안 한 배우가 던진 공이라고???

-우리 구단 뭐하냐!! 저런 인재를 연예계에 빼앗기다니!!

=빼앗겼다기엔 너무 어릴 때부터 활동했……

=22 운동쪽은 1도 안 쳐다본……

=그래도 열심히 꼬셔서 야구선수하게 했어야지!!

=그럼 진작에 바이올린 쪽으로 갔을 듯. 그쪽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꼬셨잖아.

=아……

-엄청 빠른 것 같긴 한데, 얼마나 대단한 거예요?

=K리그 평균 구속이 145㎞임.

=메이저리그 평균 구속이 150㎞고.

=……ㅇ예??? 뭐라구요??

=그러니까 우리가 이러는 거 아니야!!

=뭐, 직구는 155㎞가 넘는 선수가 꽤 있지만(그것도 메이저리그)……‘훈련 1도 안 받은’ ‘배우’가 152㎞……ㅋ

=(땅을 치고 우는 곰 이모티콘)

=(땅을 치고 우는 호랑이 이모티콘)

=k리그 구단팬들 여기 다 모인 듯;;;;

=다들 울고 있다ㅋㅋ

-잭 스미스는 여전히 잘 치네.

=홈런!! 시원시원하다!!

-오! 이제 자리 바꾸나 봄.

장비를 교체한 서준이 타석에, 잭 스미스가 마운드에 올라가는 모습이 영상에 나타났다.

-배트 든 서준이도 멋져!!

=타자헬멧도 어울려!!

-이서준 타구 실력이야 시타할 때 봤지만, 잭 스미스가 투수를 했던가?

=안 했을걸?

=이번엔 진짜 노는 모습을 보여주……?

빠르게 날아가는 잭 스미스의 공이 서준이 힘껏 휘두른 야구배트에 맞아, 따앙! 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하늘을 가로질렀다. 홈런이었다.

-홈런!! 서준이 홈런!!

=크으. 우리 배우님 야구도 잘하시지!!

=직관하고 싶다! 경기하는 거 보고 싶어!!

-아자! 하는 서준이 귀여워!

=ㅋㅋ진짜 친구랑 노는 것 같아ㅋㅋ

=친구랑 노는 거 맞아요ㅋㅋ

서준이 홈런 친 모습에 열광하는 새싹들과 달리, 야구팬들은 아래에 뜬 숫자에 쩍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154㎞/h]

-154 던지는 ‘타자’, 그걸 또 홈런으로 쳐내는 ‘배우’……??

=……아니, 뭐 하고 놀면 이렇게 돼?

=……나도 몰라. 무서워;;;

서로 각자의 시선으로 영상을 시청하는 새싹들과 야구팬들이었다.

잠시 후.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온 서준과 잭 스미스가 화면에 나타났다. LA스타디움을 나오는 두 사람의 모습에 야구팬들 의아해했다.

-? 이서준이랑 잭 스미스 지금 어디감?

=22 야구 더 안 함?

=이거 서준이 생일 기념 브이로그에요ㅎㅎ

=야구는 잠깐 나온 거ㅋㅋㅋ

=아…… 죄송.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니! 앞장면 돌려봐야지!

=22 우리팀 경기(그게 경기냐!?)하는 거보다가 이거 보니까 속이 다 시원해짐.

=33 그림의 떡이지만.

=44 이서준 선수. 야구선수하실 생각 있으면 저희팀에……(기도)

=벌써 선수ㅋㅋㅋㅋ

-어쩐지 이제 <배우도 너보단 잘한다!!> 라는 댓글들이 경기마다 달릴 것 같은 예감.

=그러게ㅋㅋㅋㅋ

* * *

[/다들 어떠셨나요? 재미있으셨나요?/]

서준의 생일 기념 브이로그가 끝을 보이고 있었다.

-아쉬움ㅠㅠ 여기서 멈추고 싶다.

=22 아껴 보고 싶은 마음. 알 것 같아요ㅠㅠ

=근데 멈출 수가 없어ㅠㅠ

화면 속 서준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촬영이 없는 날이면 이런 장소들을 돌아다니며 지내요. 너무 익숙한 하루라서, 물론 LA스타디움에 간 건 저도 놀랐지만요. 하여튼, 새싹 여러분들에게는 조금 지루하지 않았을까, 걱정도 되네요./]

빔프로젝터로 보고 있던 송유정과 임예나가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좋았다.

작품이나 촬영의 비하인드 영상도 좋았지만, 이렇게 ‘배우가 아닌 이서준’의 일상생활을 보는 것도 정말 좋았다.

“어릴 때 사진도 귀여웠고 이야기도 재밌었지.”

“잭 스미스랑 장난치는 것도 좋았어.”

영상이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새싹들은 아쉬움이 가득 담긴 눈으로 영상 속 서준을 바라보았다.

[/부디 이 영상에 새싹 여러분들께 행복과 즐거움을 전해줬으면 좋겠네요. 전 새싹분들의 응원을 받으면 행복하고 즐겁거든요./]

“으아…….”

우리 배우님, 말도 예쁘게 하지!

벅차오르는 감동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송유정과 임예나가 말없이 들고 있던 쿠션을 쥐어짰다.

서준이 짜잔! 하고 카메라를 움직였다.

초록색 새싹들이 그려진 귀여운 생일케이크였다.

[/코코아엔터에서 준비해 준 생일케이크예요. 귀엽죠? 이제 초를 꽂아볼게요. 음. 한국 나이로 할까요?/]

큰 초가 2개, 작은 초가 3개.

서준이 이제 23살이 됐음을 알려주는 초에 불이 붙었다. 때마침 전등이 꺼져(아마도 매니저가 아닐까) 방이 어두워졌다.

[/네. 그럼 이제 소원을 빌게요. 새싹 여러분도 소원을 빌어보세요./]

일렁이는 촛불에 기도하듯 두 손을 모은 서준이 카메라를 향해 찡긋 웃으며 말했다.

[/제 소원은 새싹분들이 행복해지는 거거든요./]

송유정과 임예나가 쓰러졌다.

“이게 행복사인가…….”

“범인은 서준이…….”

너튜브 댓글들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아직 죽으면 안 돼요. 쉐앤나 봐야죠!!

=(무덤에서 벌떡! 일어남)

=쉐앤나: 부활주문

=ㅋㅋㅋㅋㅋ

-서준이 소원이 우리 행복이라니…… 우리 행복은 서준이 행복인데ㅠㅠㅠ

=22 서준이가 행복하고 즐겁게 작품 활동할 수 있게 해주세요ㅠㅠ

=33 꼭 작품활동 아니더라도 서준이가 행복하게 해주세요!

=44 서준아!! 생일 축하하고!! 항상 행복해야돼!!

=다들 너무ㅠㅠ착해ㅠㅠ

=이래서 내가 새싹들을 좋아해요ㅠㅠ

그 배우에 그 팬들이랄까.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서준과 새싹들이었다.

Happy Birthday to you~

생일 축하 노래가 흘러나왔다.

짝짝 박수를 치며(송유정과 임예나도 따라 불렀다) 노래를 부르던 서준은 노래가 끝나자 후우- 하고 바람을 불어 촛불을 껐다. 타이밍 좋게 전등이 켜지고 서준은 카메라를 보며 활짝 웃었다.

[/생일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요! 우리 앞으로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내요! 새싹들!/]

행복.

서준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 감정에, 보고 있던 세계 각국의 새싹들까지 가슴이 벅차올랐다.

“……끝났네.”

다시 보기 버튼이 뜬 화면에 송유정이 아쉬운 듯 말하자, 여운을 즐기던 임예나가 자세를 바로 하고 입을 열었다.

“유정아.”

“응?”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두 개 있어.”

고개를 갸웃하는 송유정을 바라보며 임예나가 검지손가락을 들었다.

“첫째, 서준이한테 생일 축하 편지를 쓰고 팬미팅 DVD를 본 다음 생일 브이로그를 본다. 둘째, 서준이한테 생일 축하 편지를 쓰고 생일 브이로그를 본 다음 팬미팅 DVD를 본다.”

두 개의 선택지라기엔 영상의 순서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그것참.”

송유정이 임예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고민되는데?”

엄청나게 심각한 표정이었다.

팬미팅 DVD는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나와서 좋고, 생일 브이로그는 본체가 나와서 좋았다.

“으아아아! 뭐부터 보지!?”

심각한 고민에 휩싸인 두 새싹이었다.

* * *

한국 시각으로 3월 10일 00시.

LA 시각으로 3월 9일 오전 7시.

한국 시각에 맞춰 전 세계 [새싹부터]에 올라온, 새싹들의 생일 축하 편지를 본 서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안다호의 지시를 받은 최태우가 그런 서준의 사진을 찍어댔다. 나중에 A컷만 골라 ‘생일 축하 편지를 읽고 하루종일 행복해하는 배우님’이라는 제목으로 [새싹부터]에 올라갈 예정이었다.

서준의 생일날에도 [쉐도우앤나이트]를 위한 액션 훈련 스케줄이 잡혀있었다. A2관으로 들어가니 트레이너들과 스턴트맨들의 축하가 쏟아졌다.

“생일 축하해요! 서준이 형!”

“고마워, 필립.”

“/생일 축하해!/”

“/고마워요!/”

서준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생일 축하해. 준.”

“고마워요. 에반.”

쉐도우맨 역의 에반 블록도 훈련을 위해 합류한 상태였다.

“저녁에 누구누구 오기로 했어?”

“리첼이랑 조나단이랑 라이언 감독님이요. 또…….”

저녁 식사 겸 생일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시간이 되는 지인들은 흔쾌히 참석해 주기로 했다. 바쁜 일로 오지 못할 것 같다며 아쉬워하던 나라 이모(한인마켓 1위인 킹즈 마켓 사장님)는 산더미 같은 선물들로 서준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하나, 둘.

훈련에 들어가기 전, 안전을 위해 스트레칭을 하던 서준이 옆에서 함께 스트레칭을 하던 에반 블록에게 물었다.

“로렌스 배우는 안 올 것 같죠, 에반?”

“아무래도 그럴 것 같아. 액션 장면은 재연이 다 맡는다고 들었거든.”

빌런 역의 커크 로렌스는 크랭크인이 며칠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액션 트레이닝 센터에 나타나지 않았다.

음.

지금까지 열정적인 배우들을 주로 만나서 그런가, 트레이닝에 참여하지 않는 커크 로렌스가 조금 신경 쓰이는 서준이었다.

‘연기는 잘하지만.’

전작들을 살펴보니, 조나단 윌 감독이 선택한 만큼 연기력은 좋았다.

“그냥 그런 배우들도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편해. 배우라고 해서 모두 열정을 가지고 연기하지는 않으니까.”

에반 블록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긴 하지만 모두에게 열정적인 태도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럼 고사날에도 안 오겠죠?”

고사.

조나단 윌 감독의 적극적인 의견을 받아들여 크랭크인 전날, 고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쉐도우맨3] 때 고사를 지내봤던 스턴트맨들도 반겼다.

‘/고사? 좋죠!/’

‘/고사 덕분인지 다친 사람도 없었잖아요!/’

그에 [(선)오크 제사장의 기도-중급]도 준비해 둔 서준이었다.

“아마 그럴 것 같은데.”

그리고 고사날.

서준과 에반 블록의 추측대로 커크 로렌스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에 볼을 긁적이던 서준은 이내 어깨를 으쓱하고는 축문을 읽으며 고사를 시작했다.

“/좋은 작품을 찍을 수 있게 해주세요!!/”

볼 빨간 돼지 인형이 올라간 고사상을 향해 몇 번이고 절을 할 것 같은(‘세 번만 하면 돼요! 조나단!’) 조나단 윌 감독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딱 쉐도우맨3만큼만 흥행하게 해주십쇼!!/”

시즌2의 흥행 여부가 [쉐도우앤나이트]에 달려 있어서 그런지 마린사 관계자들도 조나단 감독 못지않게 진심으로 절을 했다. 서준과 에반 블록도, 스턴트맨들도 고사상을 향해 절을 했다.

“그럼 축문을 태우겠습니다.”

매니저 최태우가 라이터를 켜 축문 끝에 불을 붙였다. 새빨간 불길이 타오르며 알림이 떴다.

[제사가 끝났습니다.]

[(선)오크 제사장의 기도-중급이 발동됩니다.]

고사에 참석한 사람들을 감싸는 불길을 닮은 아우라에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 * *

다음 날.

[쉐도우&나이트]의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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