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700화
놀람도 잠시.
서준은 해당 장면의 배역들을 떠올려보았다. 두 고등학교가 맞붙는 야구 경기 장면이니만큼 출연하는 단역 캐릭터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응원하는 학교 친구들부터 구경하러 온 관객들, 두 고등학교의 선수단과 코치와 감독, 고등학교 졸업 후를 노리는 스카우트들까지.
그중 메이저리그 선수인 잭 스미스가 카메오로 출연해 연기하기에 안정적이면서도 관객들이 놀랄 만한 배역은 정해져 있었다.
“타자로요?”
야구선수 역할밖에 없지 않을까.
서준의 말에 조나단 감독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투수로. 그쪽이 좀 더 의외성이 있어서 놀랄 것 같지 않아?”
그건 그렇다.
‘잭 스미스’라는 선수를 아는 관람객들은 확실히 깜짝 놀랄 터였다.
“연출은 이렇게 하는 거지. 멀리서 찍고 있다가…….”
조나단 감독은 벌써 장면 구상까지 끝낸 모양인지 서준에게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를 설명했다. 그걸 듣고 있다 보니 서준도 점점 끌리기 시작했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좋은 것 같았다.
“그럼 이 영상에서 잭이 투구를 하는 모습은 빼야 할까요?”
확실하게 관객들을 놀라게 하려면 잭이 마운드에 선 모습을 사람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몰랐다.
“아냐. 올려도 될 것 같아.”
잠시 생각하던 조나단 윌 감독이 고개를 저었다.
“잭 스미스 선수가 투수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단 이걸로 암시하는 거지. 그리고 영상을 보는 건 준 네 팬들이잖아. 잭 스미스 선수는 아마 잠깐 언급되고 말 거야. 나중에 영화가 나오면 이런 게 있었구나! 하고 찾아볼걸.”
“하긴. 그렇겠네요.”
일반 야구팬들이 할리우드 배우 서준 리의 브이로그를 찾아보지는 않을 터였다.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조나단 감독이 말했다.
“그럼 준, 잭 스미스 선수 에이전시 연락처 좀 알려줄래?”
아무래도 잭 스미스 본인에게도 허락을 받고, 촬영과 야구시합 일정도 조절해야 하고, 비밀 출연이니 비밀 유지도 해야 하고. 급하게 정해진 일이라 할 일이 많았다.
‘마린사에서는 뭐…….’
쌍수 들고 환영하겠지.
미국의 삼대 스포츠 중 하나인 야구선수의 카메오 출연이니까 말이다.
‘그럼 제작비나 더 받아낼까.’
이제 제법 이 상황을 즐길 줄 알게 된 조나단 윌 감독이었다.
“아니에요, 조나단. 제가 잭한테 물어볼게요. 제 부탁이라면 들어줄 거예요.”
잭 스미스의 특별출연이라는 흥미로운 캐스팅에, 마음이 들뜬 서준은 친구를 팔아먹기(?)로 했다.
흐흐흐흐.
배우와 감독이 마치 악당처럼 웃었다.
“아, 근데 잭 스미스 선수 말이야.”
“네.”
“……연기력은 어때?”
물론 연기력이 필요한 역할은 아니지만.
걱정이 조금 담긴 조나단 감독의 물음에 서준이 한 치의 어둠도 없이 화사하게 웃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어떻게든.’
그 단어가 이렇게 무섭게 다가올 줄은 몰랐던 조나단 감독은 조용히 잭 스미스 선수의 앞날을 위해 기도해 주었다.
* * *
다음 날.
액션 트레이닝 센터에 훈련하러 온 서준이 점심시간쯤 잭에게 연락했다. 한국에서 연락할 때와 달리, 시차가 없어서 편했다.
기다렸다는 듯 전화를 받은 잭은, 서준이 카메오의 ㅋ을 꺼내기도 전에 한탄을 시작했다. 아침부터 점심시간인 지금까지 코치들에게 시달린다는 이야기였다.
-나 직구밖에 못 던진다고 했는데, 어깨가 쌩쌩해서 배우면 금방 익힌다고. 계속 투타해 볼 생각 없냐고 하잖아. 난 타자가 좋단 말이야.
“아하…….”
어제 서준과 잭이 놀던(?) 모습이 꽤나 인상 깊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서준의 도움을 받아 깨어나 잭 스미스 본인의 노력까지 더해져 성장하고 있는 야구 실력은 관계자들이 혹할 만큼 눈부시긴 했다.
-아, 너한테도 겸업으로 야구선수할 생각 없냐고 물어보라고 하던데?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웃지 마. 진짜 오늘 하루종일 그 이야기밖에 안 들었다니까.
“다들 정말 아쉽고 아까워서 그러시는 거겠지. 그래도 이제 그만하시지 않을까?”
-뭐, 그건 그렇지만.
아무래도 개인적 성향이 강한 메이저리그다 보니 선수 본인이 싫다는데 계속 요구할 수는 없을 터였다.
‘아마 시달리는 것도 점심시간까지일 거고.’
오후부터는 평상시대로 돌아갈 터였다. 아쉬움이 담긴 시선은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근데 왜 전화했어?
“너 카메오 출연 안 할래?”
-카메오?
서준이 연락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자, 휴대폰 건너에서 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쩐지…….
“어쩐지?”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제 자려는데 등골이 오싹하더라고. 너랑 감독님이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니. 게다가 연기라니…… 내 본능이 위험을 감지한 모양이네.
“아하하.”
-웃지 마.
“아하하하.”
-웃지 말라고. 이쪽은 네 하드한 연기연습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걱정 중인데 말이야.
진심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그래도 그 말 속에 출연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미안. 그리고 고마워.”
-전혀 안 미안하게 들리는 목소리인데…….
잭 스미스의 말에 서준이 숨죽여 웃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그거 생각난다.”
-뭐?
잭의 되물음에 서준이 대답했다.
“몇 년 전에 내가 시타할 때 말이야. 우리끼리 잠깐 이야기했었잖아. 특별출연.”
-아아. 기억났어.
잭이 아직 고등학생이었던 때.
서준이 시타 때문에 먼저 LA스타디움에 발을 디딜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잭이 말했었다. 꼭 잭 자신이 서준의 영화에 특별출연하는 느낌이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한 건데, 정말 특별출연하게 될 줄이야.
“그러게. 참 신기하다.”
서준과 잭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웃던 것도 잠시, 서준과 잭은 본론에 들어갔다.
-촬영 날짜는 맞춰주겠다고?
“응. 아무래도 촬영 인원이 많으니까 완벽하게 맞춰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맞춰줄 거래, 감독님이. 너희 경기 일정 어떻게 돼?”
-우린 3월 29일부터 시작해.
잭 스미스가 말을 이었다.
-아마 그때 이후로는 시간이 나기 힘들 거야. 거의 하루에 한 번씩 경기가 있거든.
“바쁘네.”
-바쁘지.
서로 어른이 된 게 실감이 난다. 작게 웃던 서준이 물었다.
“그럼 그전에 하루 정도 시간 낼 수 있어?”
-훈련 일정 조절하면 가능할 거야.
서준이 손에 든 일정표를 살펴보았다.
[쉐도우앤나이트]의 촬영 일정표였다. 서준의 생일인 3월 10일이 지나 3월 15일부터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우리는 15일부터 크랭크인이야. 날씨만 괜찮다면 야구 경기 장면도 3월 내로 찍을 예정이고.”
어제 급하게 결정된 상황이지만, 운명처럼 시간이 딱 맞았다.
-그럼 다행이네. 에이전시랑 구단에 말해둘게. 카메오 출연은 비밀이니까 최소한으로 말해둬야겠지? 일단 감독님이랑 에이전시랑…….
그렇게 서준과 잭은 카메오 출연과 촬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근데 내가 연기할 장면…… 많아?
“별로 없어. 야구 경기 장면이랑 다른 장면 조금. 야구 경기는 연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평소 시합 때처럼 하면 되고 다른 장면도 크게 힘들지는 않을 거야.”
-으으. 내가 연기라니……!
끙끙 앓는 잭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왜? 옛날에 같이 연극도 하고 촬영도 하고 놀았잖아.”
잭의 의견으로 야구를 하고 놀았던 서준이었고, 서준의 의견으로 연기나 촬영을 하며 놀았던 잭이었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니 캐릭터 흉내내기 수준이었지만.
-그러니까 그러지. 네 수준에 맞추려니까 걱정돼서. 내가 잘 못 하면 뭐라고 할 거잖아.
음.
역시 내 친구.
자신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걱정 마. 연습 열심히 도와줄게.”
아주 친절하고 상냥하게 말하는 서준에, 휴대폰 건너 잭 스미스는 양팔에 돋은 소름을 문질러댔다.
-그게 더 무서워! 열심히는 빼!
“하하하.”
-웃지 마! 하아. 오늘 웃지 말라는 소리만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고 말하는 잭 스미스에 서준은 나오려던 웃음을 삼켰다.
* * *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카메오를 캐스팅하고 크랭크인까지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하고 있는 동안 시간이 흘러,
[쉐도우앤나이트]의 주인공 배우 서준 리의 생일날이 되었다.
한국 시각으로 3월 10일 00시 00분.
[서준아! 생일 축하해!!]
[앞으로도 즐겁고 행복하길!!]
[JUN!! Happy birthday!!]
연례행사처럼 서준의 팬카페 [새싹부터]는 물론이고 인터넷과 SNS가 서준의 이름으로 도배되었다. 그리고 연예란도 서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할리우드 스타 이서준, 3월 10일 오늘 생일!]
[배우의 생일에 기부하는 팬들!]
[해외에서도 이서준의 생일 축하 메시지가 이어져!]
[쉐도우앤나이트, 크랭크인은 언제?]
-오늘 하루 종일 난리겠네.
=222 근데 이서준이면 이해함.
=333 이해하니까 빨리 쉐앤나 내놔라!!
-올해는 무슨 이벤트 한대?
=오버레2 때문에 기부금 이벤트 한대.
=오버레2라니ㅠㅠ제목만 봐도 눈물이 흐름ㅠ기부금 링크 있어?
=여기요! 목록 읽고 원하는 곳에 기부하시면 됩니다! 전부 체크한 단체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링크)
=여기도 새싹이;;;
=빠르다ㅎㄷㄷ
* * *
[제목: 서준이 팬미팅 DVD 개봉합니다!!]
현재 시각 3월 10일 새벽 12시 20분.
서준이에게 생일 축하 편지를 남기고 경건한 마음으로 택배 상자 앞에 앉았습니다.
(개봉되지 않은 택배 상자 사진)
어제 도착해서 보고 싶었지만……서준이 생일에 보고 싶어 저는 참고 또 참았습니다!! 개봉만이라도 할까 싶었지만…… 그러면 도저히 못 참고 볼 것 같았습니다ㅠㅠ
그리고 피가 마를 듯한 인내의 시간이 흘러.
드디어 서준이의 생일!! 팬미팅 DVD 개봉합니다!!!
(개봉한 택배 상자 사진)
먼저 DVD박스를 살펴보겠습니다.
(흰 장갑을 낀 두 손으로 DVD 박스를 든 사진)
20살 기념 포토북은 초록빛이었는데, DVD 박스는 하늘색과 흰색이 섞인 그라데이션이네요. 왜 하늘색과 흰색이죠?! ㅠㅠ눈물이 납니다ㅠㅠ
앞에는 과 이 금박으로 적혀 있고 우표와 도장도 새겨져 있습니다. 마치 편지 같네요. 천국에서 보내는 편지인가요?!ㅠㅠ
뒷면에는ㅠㅠ 뒷면에는ㅠㅠㅠ각 캐릭터들의 사인이 금박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성녕대군마마의 붓글씨 서명 / 진 나트라의 영어 사인 / 고주원의 사인 / 정가람의 사인 / 이현우의 사인/ 김진우의 사인 / 무명화가의 서명과 작은 꽃그림)
여기서 다 글씨체가 다른 게 서준이답네요ㅠ우리 서준이 최고ㅠㅠ
너무 예뻐서 눈물이 줄줄 흐릅니다ㅠㅠ
게다가 가람이 사인은 [흘러가다]의 제일 처음에 나왔던 내레이션 글씨체ㅠㅠ라서 또 한 번 웁니다ㅠ
DVD도 박스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포함된 굿즈는 포토카드 세트와 포토북이네요. 어른 시리즈 포토카드들은 응원봉에 끼울 수 있는 크기라서 활용하기 좋습니다!!
그리고 포토북은 팬미팅 무대를 찍어 놓은 것 같은데, 두꺼워서 만족스럽습니다!! 가람이가 피아노를ㅠㅠ가람이가 최애인 저는 이것만 봐도 좋네요ㅠㅠ
하지만 영상도 봐야겠죠!!
DVD 후기는 가능하면!! 오늘 내로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부러워요ㅠㅠ하루 전에 오다니ㅠㅠ
=저도 하루 전에 왔는데 생일에 맞춰서 보려고 참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는지 몰라요.
=22 진짜 열까말까 수천번은 고민했습니다.
=……인내심이 부족했던 저는 이미 열었고 다 봤습니다……ㅎ
=어땠어요?
=지금까지 계속 보고 있습니다ㅠ너무 행복하고 슬퍼서 눈물이 나요ㅠㅠ
=+)그리고 가람이가 최애라는 글쓴새싹분. 곧 영화개액!!을 외치시겠네요ㅠ아마 오늘 후기 올라오기는 힘들지도ㅠㅠ
-전 오늘 올 것 같은데ㅠㅠㅠ오늘이 아직 24시간이나 남았어요ㅠ
=22하루종일 택배배송조회 새로고침만 하고 있음ㅠㅠ
-곤지암에서 나와ㅠㅠ내 DVDㅠㅠ
=전 옥천이에요ㅠㅠ
=저도 옥천인데…… 우리 가지러 갈까요? +_+?
=ㅋㅋ이 새싹 이성을 잃었어ㅋㅋㅋ저도 갑시다(진지)
-곤지암! 곤지암!! 가실 새싹!!
=아니 그렇게 쳐들어가면 안됩니다ㅠㅠ
=하지만 내 DVD가……! 우리 성녕대군마마가ㅠㅠ곤지암에 막혀 강림하시지 못하고 계세요!! 이렇게 자리까지 만들어뒀는데!! (성녕대군 스노우볼이 놓인, 비어진 장식장 사진)
=ㅋㅋㅋㅋㅋ(안웃김)(DVD 시청을 위해 준비해놓은 사진)
=다들 너무 준비 철저하신 거 아님?ㅋㅋㅋ
-모두 이거 보세요! 채널JUN에 새 영상 올라왔습니다!!(링크)
=이거보면서 DVD 올 때까지 기다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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