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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692화 (692/1,055)

0살부터 슈퍼스타 692화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된다고 하더니.”

가수팀 김상진 이사가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지!’ 하고 말하자, 배우팀 안다호 이사가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서준이 일인데?”

“음.”

안다호가 시선을 피하자, 김상진 이사가 킬킬 웃었다.

“서준이 음원은 언제 나와?”

“곧 나옵니다. 녹음도 끝났으니까요.”

한 번에 끝난 녹음들을 떠올린 안다호가 말했다. 김상진 이사가 턱을 긁적였다.

“그래. 그럼 애들 데뷔하고 한 달쯤 차이가 있으니까 괜찮겠지. 까딱했으면 같은 소속사의 배우, 그것도 슈퍼스타랑 경쟁할 뻔했잖아.”

김상진의 말에 웃던 안다호가 물었다.

“버밀리온 애들도 이제 곧 데뷔하네요. 어떻습니까?”

버밀리온.

걸그룹 앰버의 뒤를 이어 3월에 데뷔할 예정인 보이그룹이었다.

‘자주 본 아이들은 아니지만.’

같은 소속사인 만큼 다들 잘되기를 바랐다.

눈을 반짝이며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그맘때쯤의 서준이가 생각나기도 하고.

“잘하고 있어. 최태우 매니저가 맡았던 애들이 역시 경험이 있으니까 좋은 모습을 보이더라고. 이번에는 꼭 성공하겠다고 아주 열심이야. 오히려 연습한다는 걸 말려야 할 때가 있다니까.”

“그건 최 매니저랑 똑같네요.”

이제는 좀 자제하는 느낌이지만, 가끔 과하게 열정적일 때가 있는 최태우였다.

“이번에는 최 매니저 혼자 간다며? 괜찮겠어?”

[쉐도우앤나이트] 촬영에 대한 이야기였다.

할리우드 영화인 만큼 당연히 미국에서 촬영할 예정이었는데, 이번에는 최태우 혼자 서준을 따라가기로 했다.

“킹즈 에이전시 직원이 붙을 테니 걱정은 없습니다. 서준이도 성인이고요.”

“그건 그렇지.”

김상진 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이 성인이 된 지도 몇 년 됐고 군대까지 갔다 왔는데 왜 아직도 어리게만 보이는지.

“거기다 함께 촬영하는 분들한테도 부탁해 놨으니 괜찮을 겁니다.”

“철저하네.”

김상진 이사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서준이는 언제 출발하는데?”

“이번 주말에 출국합니다.”

* * *

서준은 오랜만에 소꿉친구들과 만났다.

겨울방학 동안은 팬미팅 준비로, 학기 중일 때는 각자 학업에 바빠 자주 만나지 못했었다.

“일찍 가네?”

“3월 촬영이라고 하지 않았어?”

이제 2월 중순.

바로 얼마 전 끝난 서준의 팬미팅으로 인터넷이 들썩이고 있을 때였다.

지윤과 미나의 물음에 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쉐도우앤나이트에 액션씬이 있어서 훈련해야 하거든.”

“오호.”

박지후가 감탄을 흘렸다.

조용한 감탄에, 서준과 아이들이 묘한 표정을 짓다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여기서 지오가 막 떠들어야 하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가끔 낯설다니까.”

가장 성격이 활발한 박지오가 스페인에 있으니, 분위기가 조용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벌써 몇 년이 지난 터라 익숙해지긴 했지만, 가끔 리액션이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서준과 소꿉친구들이었다.

“지오 연락받았어? 주전된다고 엄청 난리던데.”

“뉴스에도 엄청 나오더라.”

[박지오, 바르셀로나 FC 주전 발탁!]

한국을 한바탕 흔들어놓은 뉴스였다.

아마 다음 시즌부터는 라리가에서 활약하는 박지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터였다. 밤을 새우는 해외축구팬들이 많아질 것 같았다.

“이제 2군 아니라고 얼마나 좋아하던지. 하루종일 시끄러웠다니까.”

쌍둥이 형, 박지후의 말에 서준과 미나, 지윤이 웃음을 터뜨렸다. 딱히 떠올리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으아아아!! 소리치는 박지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제 유명인이 또 생겼네. 참 신기하다니까.”

“우리 엄마 아빠는 그 아파트 터가 좋았나? 하시더라.”

슈퍼스타 이서준에, 프로선수 박지오까지.

그저 같은 아파트에 살고 비슷한 시기라 모였던 아이들인데, 그 다섯 명 중 두 명이 벌써 뉴스를 도배하는 유명인이 되었다.

“지후도 계속 그 교수님하고 연락하고 있잖아. 엄청 유명한 교수님! 이름이…….”

“알베르 모흐 교수님이셔.”

지난 유럽 여행 때, 어찌저찌 만나게 된 인연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 모흐 교수님! 그 교수님도 세계적으로 엄청 유명하지? 지후가 그 교수님한테 배우고 있으니까 지후도 그쪽 분야에서 유명해지는 거 아니야?”

“나야 아직 학생이니까 모르는 일이지. 게다가 직접 배우는 것도 아니고 가끔 궁금한 게 있으면 연락하는 정도고.”

지후의 말에 서준과 미나, 지윤이 웃으며 말했다.

“겸손하네. 대학 수업만으로도 바쁠 텐데.”

“그러게. 인터넷에 올라오는 의대생 공부량 같은 거 보면 다른 거 배우기도 벅찰 것 같은데 말이야.”

“재미있어서 괜찮아.”

음.

지후의 말에 서준은 생각했다.

물론, 서준도 연기와 관련된 거라면 다 재미있고 열심히 배우지만. 지후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공부가 재미있다니…….’

“역시. 세계적인 의사 선생님이 나올지도 모르겠네.”

“그러게.”

“동의.”

서준의 말에 지윤과 미나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소꿉친구들에 지후가 웃음을 터뜨렸다.

“미나 너도 찰리랑 자주 연락한다며?”

서준의 말에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본고장에서 요리를 경험하는 쪽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저번 유럽 여행에서 배운 것들도 좋았고. 유학을 갈까 생각 중이야.”

“미나까지 가버리면 섭섭하겠다.”

하나둘 떠나버리는 친구들.

미래와 꿈을 위한 일이라지만 아쉬웠다. 그런 지윤을 미나가 토닥여주었다.

“아직 멀었어. 대학은 졸업하고 갈 거야.”

“졸업이라니. 내년이잖아…….”

군대로 휴학했던 서준과 의대생이라 학업 기간이 긴 지후와 달리, 미나와 지윤은 벌써 4학년이었다.

“아니지. 대학은 종강하면 끝이니까 올해 말?”

“박지후, 팩폭 금지.”

지윤의 말에 지후가 어깨를 으쓱했다. 미나가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정해진 건 아니니까 언제 갈지는 몰라. 정해지면 말할게.”

“꼭 말해야 해!”

“알았어.”

다음은 지윤의 차례였다.

“지윤이 넌 어때?”

“난 평소랑 같지, 뭐. 습작 쓰고 버리고 쓰고 버리고 저장 안 해서 날려 먹고…… 또 날려 먹고…….”

어쩐지 점점 암울해진다.

“힘내.”

그말밖에 할 수 없는 서준과 미나, 지후였다.

“아, 그레이스랑은 연락해?”

서준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

“응. 도움이 많이 돼주고 있어.”

유럽 여행 때 친해진 지윤과 그레이스는, 찰리와 미나처럼 계속 연락 중이었다.

친구들을 소개해 준 서준이 뿌듯할 정도로.

“너무 약점을 잘 짚어줘서 가슴이 아프지만…….”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지.”

“박지후, 패폭 금지.”

서준과 미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원래는 지오가 당했던 지후의 팩트공격을 지윤이 당하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이야기 들었어, 서준아?”

“응? 무슨 이야기?”

“이클립스 말이야. 또 영화화 이야기가 나왔다고 그레이스가 그러더라.”

지윤의 말에 서준은 물론이고, 미나와 지후마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클립스라면 그거? 그레이스의 언니의 베스트셀러 소설?”

“영화는 폭망해 버린?”

“박지후……!”

“죄송.”

하여튼.

서준이 눈을 끔벅였다.

“난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으음. 제대로 나온 이야기는 아니라서 그런가?”

지윤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지나가던 이야기로 그러더라고. 리메이크 제안이 들어왔다고. 그레이스의 언니가 비명을 질렀다고 하더라.”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영화가 그렇게 나왔으니까.”

네 아이가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이클립스]를 본 누구라도 동의할 것이었다.

“근데 리메이크라니…… 이클립스가 개봉한 게 언제였지?”

“4년 전 11월. 우리 고3 때.”

미나의 말에 서준이 한 치의 지체도 없이 대답했다.

“와. 그걸 기억해?”

미나와 지윤, 지후가 감탄했다.

서준이 얘도 참. 영화에 진심이라니까.

어쩐지 서준에게 영화 개봉일 퀴즈가 내보고 싶어진 세 친구였다. 다 맞힐 것 같았다.

“근데 4년밖에 안 지났는데 리메이크를 해?”

지후의 물음에 아이들의 시선이 서준에게로 향했다. 아무래도 영화와 관련된 정보는 서준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의 없는 일이긴 하지.”

어깨를 으쓱인 서준이 말을 이었다.

“단편영화나 독립영화가 인기가 많아서 상업영화로 만들자고 할 때 정도? 아니면 영화가 인기가 많아서 드라마로 리메이크될 때도 있고.”

“공통점은 인기가 많다는 거네.”

지후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제작비를 생각하면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봤던 내용을 또 봐야 한다는 점도 있으니까 기본적으로 재미도 있어야 하고.”

“그럼 이클립스는?”

미나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던 서준이 대답했다.

확실히 [이클립스]는 특이한 경우긴 했다.

“아무래도…… 소설이 인기가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아. 소설 팬들이 영화화를 원하는 거지.”

“영화화한 게 있잖아? 망했지만.”

“너무 망해서 팬들이 아예 무시하는 거 아니야?”

지후의 말에 서준과 미나, 지윤의 머릿속에 영화 [이클립스]에 관한 댓글들이 떠올랐다.

-영화 이클립스? 난 그런 거 본 적 없는데?

=22 무슨 소리야? 이클립스는 소설밖에 없음.

=봐봐. 미국 애들도 그런 건 없다잖아(링크)

=그러니까 난 이클립스 영화화 존버한다.

=……근데 왜 눈물이 나는 건지ㅠㅠ

“그럴지도.”

소설 [이클립스]의 팬들의 마음속에서 영화 [이클립스]는 아예 없는 작품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렇다면 영화화 제안이 진짜일 가능성도 있겠네?”

“그렇겠지. 아무래도 영화의 주요 타켓층인 이클립스의 팬들이 가장 원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서준의 말에 지윤이 기도하듯 두 손을 꼭 마주 잡았다.

“이번엔 꼭 잘 만들기를……!”

“한 번 망한 버전을 봤으니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겠지.”

또 반복하면 그건 진짜 큰일인 거다.

서준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미나가 입을 열었다.

“근데 팬들은 몰라도 일반인 관객들을 불러 모으기엔 힘들 것 같지 않아?”

“나라도 망한 영화의 리메이크 작품은 좀…….”

지후도 동의하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인기 있고 연기력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해야겠지. 일반 관객들도 이름만 봐도 믿고 볼 수 있는 그런 배우들 말이야.”

인기 있고.

연기력 있고.

일반 관객들이 믿고 보는 배우.

지후와 미나, 지윤의 시선이 오렌지주스를 마시고 있는 친구에게로 향했다.

“서준이 너 같은?”

“뭐어. 그렇지?”

눈을 깜빡이던 서준이 씨익 웃으며 말하자, 미나와 지윤, 지후가 웃음을 터뜨렸다.

* * *

며칠 후.

미국, LA.

서준과 최태우는 LA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작년 8월 [오버 더 레인보우2]를 찍을 때 머물렀던 집이었다.

“청소는 미리 해둬서 어디든 사용하셔도 됩니다.”

공항까지 마중 나온 킹즈 에이전시 직원의 말에 서준과 최태우는 저번에 머물렀던 방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두 분, 저녁은 어떻게 하실 예정이세요? 냉장고에 재료를 준비해 놓긴 했습니다만 피곤하시면 지금 사오겠습니다.”

킹즈에이전시 직원의 말에 짐 정리를 하고 내려온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손님들이 오실 예정이라서요. 괜찮아요.”

“오. 그래요?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필요하시면 바로 연락해 주세요. 보디가드들도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킹즈에이전시 직원이 떠나는 모습을 보던 서준과 최태우가 주방으로 향했다.

“뭐 도와주면 돼?”

“잠시만요.”

그러고는 곧 오실 손님들을 위한 요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썰면 돼?”

“네. 그 정도 크기로. 거기 있는 채소들만 썰어주세요.”

다호 형만큼은 아니지만 태우 형의 칼솜씨도 나쁘지 않았다.

밥 걱정은 없겠네.

하고 서준이 한국인다운 생각을 하며 요리하던 중,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오셨나 봐요!”

물에 젖은 손을 닦은 서준이 활짝 웃으며 얼른 현관으로 향했다. 최태우도 조금 긴장한 얼굴로 그 뒤를 따랐다.

문이 열리기 전인데도 건너편이 시끌벅적해, 서준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곧 현관문이 열리고,

“우리 왔어!!”

“안녕. 준.”

“준! 대본은 어땠어?!”

“잘 지냈니?”

리첼 힐과 에반 블록, 조나단 윌과 라이언 감독까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쉐도우맨]팀에 서준 리가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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