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690화 (690/1,055)

0살부터 슈퍼스타 690화

‘새싹’은 아니지만,

인생작은 이서준이 출연한 작품이고, 최애는 이서준이 연기한 역할이고, 이서준이 선택한 작품은 믿고 보고, 응원봉에 다는 스노우볼도 하나쯤 장식해 두고, 너튜브 채널[JUN]도 구독하고, 몬스터사 제품도 하나쯤 가지고 있고, 이서준의 생일에 기부링크가 열리면 조금이나마 하고, 이서준이 시상식 후보로 나올 때마다 응원하는-

-그거 그냥 새싹 아니냐?

=그건 아님.

그런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어쩌다 보니 최애캐를 이서준이 연기했을 뿐.

=하지만 서준이가 아니었다면 최애캐가 되지 않았을 테지!

=222 만약 성녕대군을 다른 아역이 연기했다면!?

=333 정가람이 발연기였으면?!

=...

하여튼, ‘새싹’은 아닌 이들이 ‘이서준’이 적힌 게시글들을 클릭했다.

[제목: 배우 이서준 팬미팅 후기(스포)]

상상도 못 한 게스트들이 나온 팬미팅!

으로 시작된 후기글은, 읽는 사람이 마치 그 자리에 있는 듯한 묘사와 더불어 온갖 감상을 토해내고 있었다. 글이 너무 길어서 도저히 언제 끝이 날지 모를 정도로.

-근데 다 읽음. 순식간에 다 읽음.

=222 술술 읽히더라ㅋㅋㅋ

-출연한 게스트가 (어른이 된) 성녕대군/이현우/고주원/정가람에, 진 나트라에 바이올리니스트 BIN/연극 [거울]팀. 선물은 도련님의 그림(동백꽃/무궁화)이라는 거지?

=무슨 팬미팅 게스트들이 이렇게 대단함?ㅋㅋㅋ

-이럴 거면 나도 불렀어야지ㅠㅠ(마린덕후)

=그러니까ㅠㅠㅠ(이스케이프 테마파크 = 집/LA 핼러윈 이벤트도 참석)

-어른 성녕대군이라니요?

=내 최애가 성녕대군인데! 나도 보고 싶어ㅠ

=22 성녕대군마마ㅠ

-주원이는 왠지 >활<이라서 바이올린을 연주했을 것 같다.

=222ㅋㅋㅋ완벽한 캐해석ㅋㅋㅋ

-현우ㅠㅠ 잘 지내고 있구나ㅠㅠ

=PTSD 없었으면ㅠㅠ

-피아노 치는 가람이는... 정말 천사 같았을 거야... ㅠ

-정가람은 살아있다아아앆!!

=영화개액!!!

-BIN의 연주라니! 나 그 협주곡 엄청 좋아하는데!

-거울 어른 버전도 보고 싶다. 중학생 때보다 더 잘했을 듯.

=22 반전 알고 봐도 재밌는 거울.

-진 나트라! 정장 입은 진 나트라!!

=이제는 못 보는 진이 피아노까지 치다니!!

-저도 도련님 그림 한 장만, 한 장만 줍쇼(굽실굽실)

=도련니뮤ㅠㅠ

-...이래놓고 새싹이 아니라는데, 새싹부터 반응이랑 똑같잖아ㅋㅋㅋ

=ㅋㅋ거기도 난리더라ㅋㅋ

화제의 현장에 빠질 수 없는 기자들도 기사들을 써내려갔다.

아무래도 인기 있었던, 그리고 여전히 인기 있는 작품의 캐릭터들의 미래 모습은 흥미로운 소재였다.

[배우 이서준의 팬들이 눈물을 흘린 이유는?!]

[배우 이서준의 팬미팅에 나타난 특별한 게스트들!]

[이서준의 팬미팅 역조공에는 이 사람의 그림이!?]

[이서준의 작품 속 캐릭터들이 돌아왔다!]

-첫 기사 보고 뭔 일인가 했네;;;

=222 어그로 만땅 제목.

-근데 이해는 감. 나 팬미팅 끝날 때 지하철 타고 있었는데 우르르 타던 사람들이 종이가방 하나씩 들고 울고 있더라.

=22 난 버스타고 있었는데ㅋㅋ버스기사 아저씨 엄청 놀람.

=ㅋㅋ먼저 타고 있던 사람들은 뭔일인가 했을 것 같다.

=(웅성)무슨 일이래? 어디 사고 났대?(웅성)

=왠지 라디오 사연으로 나올 것 같다.

=안녕하세요. 본의 아니게 지하철 사연녀가 된 새싹입니다.

=ㅋㅋㅋㅋㅋ

-근데 엄청 좋았을 듯. 옛날 캐릭터들이 자란 모습은 시리즈물이 아니면 못 보잖아. 특히 죽은 캐릭터들은.

=그래서 펑펑 울었겠지ㅠㅠ나도 포토카드 보고 울고 있는데ㅠ성녕대군마마 너무 잘 컸어ㅠㅠ

-이것도 음원 내주나? 작곡자가 편곡한 국악버전 듣고 싶다.

=22 피아노 버전도.

=33 캐릭터별 편곡+연주라니. 진짜 이서준 아니면 못하는 이벤트잖아.

=이래놓고 새싹이 아니라고ㅋㅋㅋ

=새싹까지는 아니지. 그분들은 못 따라감.

=22 저번에 0.01초 단위로 캡처하는 거보고 놀랐음.

=33 우린 그저... 씨앗이라고 할까? 적당히 관심을 가지는 정도?

=씨앗ㅋㅋㅋㅋㅋ

-와. 영화객님. 엄청 원망받고 있네ㅋㅋㅋ

=방송 채팅에도 완전 도배될 듯ㅋㅋ

=? 방송 중에 별 반응이 없던데?

=그거야 다른 영화 리뷰 방송 중이니까. 착한 새싹들은 일하는 중에 방해하지 않음!

=하지만... 팬미팅 리뷰는 다르지...

=기다려라... 영화객...

-...영화객님은 알고 있을까? 지금 상황을?

=모를걸? 스포일러 안 보고 팬미팅 간다고 했으니까.

=왜 하필 마지막 날 가는 건지ㅠ

=22 차라리 첫날이었으면 나았을지도?

=여동생님은 둘째날이라던데 경고라도 해주지 않으실까?

=ㅋㅋㅋ진짜 위험한 거냐고ㅋㅋㅋ

* * *

둘째 날.

팬미팅에 다녀온 여동생이 영화객에게 문자를 남겼다.

>목도리랑 마스크 꼭 하고 가.

<? 그렇게 추워?

>……영하 100도 예정.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기온에, 영화객이 눈을 끔벅였다.

“뭐지? 내일이면 알게 되려나?”

의아함도 잠시.

내일 있을 서준의 팬미팅을 떠올리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최대한 즐기고 와야지!

내일 무슨 일이 있을지 1도 예상하지 못하고, 장식된 작품별 스노우볼 중 팬미팅에 가져갈 스노우볼을 신중하게 고르는 영화객이었다.

* * *

배우 이서준의 팬미팅 마지막 날.

첫째 날과 둘째 날처럼 팬미팅장 앞은 새싹들로 북적거렸다.

“으아아아! 영화객 님이시다!”

“안녕하세요!”

“아하하. 안녕하세요.”

영화객이 알아본 새싹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리뷰 잘 보고 있어요! 오늘 저녁에 팬미팅 리뷰하실 거죠?”

“네. 오늘이 팬미팅 마지막 날이니까, 그럴 예정입니다.”

“팬미팅 보고 리뷰까지 보면 진짜 행복할 것 같아요!”

“저도요! 그동안 스포일러 피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다들 즐겁게 이야기하면 정말 재미있겠죠?”

얼마나 스포일러를 철저하게 피한 것인지.

한 치 앞도 모르는, 순수한 새싹들과 영화객이 하하 호호 웃으며 가져온 과자들과 굿즈들을 주고받았다.

* * *

“팬분들 이제 입장 시작했대.”

최태우의 말에 입고 있던 한복의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있던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가요. 태우 형.”

“그래.”

아쟁 가방을 챙긴 최태우가 앞장서서 대기실을 나섰고, 서준이 그 뒤를 따랐다. 푸른 두루마기의 자락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이서준 배우 화이팅!”

“오늘도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사흘 동안 제법 얼굴을 익힌 스태프들은 바쁘게 움직이다가도 서준을 보며 반갑게 응원의 말을 전했다. 양반집 도령처럼 차려입은 서준도 웃으며 답했다.

“서준이 형!”

“서준아!”

무대 바로 뒤까지 가니, 수빈이와 친구들이 있었다. 수빈이는 1부에서 함께 연주해서 일찍 와도 상관없지만 2부에 등장하는 친구들은 너무 빨리 온 게 아닌가 싶었다.

“마지막 날이잖아.”

“우리도 너, 아니, 성녕대군마마가 어떻게 연주하는지 궁금하고.”

양주희와 강재한의 말에 서준이 웃음을 터트렸다.

“컨디션은 어때, 서준아?”

“아주 좋아요. 형.”

안다호의 말에 서준이 활짝 웃었다.

거짓은 1도 없는 서준의 웃음에 안다호도 웃고 말았다. 진짜 지친 모습은 하나도 없이, 생생한 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그럼 재미있게 하고 와.”

“힘내! 형!”

“이서준 파이팅!”

안다호와 수빈이, 친구들의 응원을 받으며 서준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먼저 도착해 있던 연주자들이 서준을 반겼다. 서준과 함께 올라온 최태우가 가방에서 아쟁을 꺼냈다.

“힘내. 서준아.”

“고마워요. 태우 형.”

서준이 자리에 앉자, 최태우는 서준이 입은 한복에 구김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펴주고는 무대 뒤로 향했다.

딩♬

리허설 때도 충분히 연주해 봤지만, 서준은 마지막 점검 겸 아쟁을 튕기고 활로 그어보았다. 다른 연주자들도 마지막 공연인 만큼 신중한 모습으로 무대의 막이 오르길 기다렸다.

그렇게 마지막 점검까지 끝낸 서준이, 아쟁 위에 가볍게 두 손을 올리고 앞을 바라보았다.

무대와 관객석을 가린 커다란 커튼. 그 너머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새싹들이 모두 들어온 것이리라.

새롭게 만날 새싹분들을 떠올리니 기쁘면서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게 아쉬워졌다.

‘아니, 마지막은 아닌가.’

다음 달부터 [쉐도우&나이트]를 촬영할 예정이니까 말이다.

[쉐도우&나이트]가 개봉하면 직접 만나는 건 아니지만, 팬분들과 만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일 터였다.

‘난 배우니까.’

부디, 새싹들이 팬미팅 못지않게 앞으로의 작품들도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이제 곧 시작합니다!”

스태프가 무대 위에 올라와 말했다.

서준이 허리를 곧게 폈다. 그리고 곧 들려올 박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었다.

첫째 날도, 둘째 날도 언제나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으니까 말이다.

[딱!]

무대 위.

긴장의 끈이 바짝 조여졌다. 그러면서도 연주를 즐기려는 여유로움이 흘렀다.

서준이 연주자들을 바라보았다. 연주자들도 서준을 바라보았다. 서로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연습과 공연으로 생긴 유대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저건 안 올라갔으면 좋겠다…….’

서준과 연주자들의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숫자들, [(선)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

안 쓰기엔 아까워서 사용하긴 했지만, ‘국악’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또 반응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도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등급이 오르는 게 나쁜 일은 아닌데, 저건 좀…….’

약이 오른달까.

[따악!]

정신을 깨우는 박 소리에 서준은 다시 무대에 집중했다.

이제 [내의원]에서는 나오지 않은 어른이 된 성녕대군을 연기할 시간이었다.

‘레디,’

[(선)태백 구미호의 풍류가 발동됩니다.]

[(선)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결이 발동됩니다.]

‘액션!’

[성녕대군마마이십니다.]

내레이션과 함께, 무대의 막이 올랐다.

* * *

“…….”

-...

-...

라이브 방송으로 켜고 침묵만으로 3분이 지난 것 같았다.

미처 채팅창을 보지 못하고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던 영화객이 풀을 칠한 것 같았던 입을 열었다.

“그…… 죄송합니다?”

-왜 물음표가 붙어?!

-죄송합니다!!!! 해야지!

-영화개액!!!

-영화개애액!!!

“죄송합니다!!”

환청인가.

어쩐지 댓글들에 적힌 느낌표에서 키보드를 부술 듯, 퍽퍽!!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니, 근데…….”

-아니는 무슨 아니!?

-근데는 무슨 근데!?

-우리 가람이 살려내요ㅠㅠ

-우리 가람이ㅠㅠ

-ㅋㅋㅋㅋ싸움 존잼(팝콘 냠냠)

아주 개판이 따로 없었다.

-자. 다들 진정하시죠.

-22 팬미팅 후기는 들어야죠.

-사실 다들 알고 있잖아. 영화객은 그저 열린 결말로 끝난 [흘러가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을 뿐이라는 거.

-그건 그렇지만ㅠㅠ

고인물들의 말에 활활 불타오르던 채팅창이 천천히 진정되었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뭐, 반쯤 재미로 한 것도 있었고.

“다들 정말…….”

영화객이 감격한 눈으로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역시 고인물들밖에 없었…….

-그것보다 오늘 팬미팅 후기 좀ㅋㅋㅋ

-오늘ㅋㅋ분위기 장난 아니었다던데ㅋㅋ

-일단 다른 건 후기로 읽었으니까 그것만 말해봐요ㅋㅋ정가람 나올 때ㅋㅋ

-22 팬미팅장 온도가 영하로 내려갔다면서ㅋ

……응?

-나 영화객님 옆자리에 앉아있었는데 가람이 나오고 나서, 주위에 있던 새싹들이 다 쳐다봄ㅠㅠ내가 다 무섭더라ㅠㅠ(근데 나도 영화객님 봄...ㅋ)

-22 나도 영화객님 근처에 앉았는데 분위기 엄청났음ㅋㅋ(영화객님 본 2人)

-33 수백개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영화객님 본 3人)

-진짜ㅋㅋ무섭네ㅋㅋ

-가람이 나오기 전 : 와아! 영화객님이시다! (반갑)

-가람이 나온 후 : ...영화객 어딨어? (살벌)

-영화객: 덜덜덜;;;

-ㅋㅋㅋㅋㅋㅋ

-아쉽ㅋㅋ보고 싶었는데ㅋㅋ

-영화객 살아있음?ㅋㅋㅋ

낄낄거리는 고인물들에 감동과 고마움이 싹 사라진 영화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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