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686화 (686/1,055)

0살부터 슈퍼스타 686화

팬미팅 1부가 끝나고 쉬는 시간.

“고생했어. 서준아.”

“고마워요. 다호 형.”

안다호가 무대 뒤로 들어오는 서준에게 수건과 생수를 건네주며 말했다.

“힘들진 않고?”

서은찬도 혼자 무대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서준이 걱정되는 듯 물었다. 역시 MC를 섭외할 걸 그랬나, 싶지만 배우가 MC 없이 하길 원했으니, 힘없는 사장과 이사는 어쩔 수가 없었다.

“괜찮아, 삼촌. 재미있어.”

힘들기는커녕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히히히 웃는 서준에 안다호도 서은찬도 그냥 웃고 말았다.

“수빈이는?”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

생수로 목을 축이던 서준이 서은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무대 뒤는 스태프들이 오가서 복잡하다 보니, 대기실에 있는 모양이었다.

“친구들도 다 도착했으니까 2부 시작할 때까지 푹 쉬고 있어.”

“네. 그럴게요.”

대기실로 향한 서준은 눈을 반짝이고 있는 수빈이와 오오! 하고 감탄하며 박수를 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 이서준 대단한데?”

“신박한 팬미팅이야. 서준이밖에 못 하는.”

“형! 엄청 멋졌어!”

조금 전까지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하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진 서준이 하하핳 웃으며 빈자리에 앉았다. 새싹들과 있어도 편하긴 했지만 친구들과 있는 자리는 조금 다른 의미로 편하달까.

‘새싹분들한테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으니까.’

뭐, 어떤 모습이든 좋아하시겠지만 말이다.

푹신한 소파에 앉은 서준의 앞에 강재한이 따끈따끈한 도시락 하나를 놓아주었다.

“배고프겠다. 일단 먹어.”

“고마워. 너희는?”

“우리는 벌써 먹었지.”

도시락 말고도 이것저것 배를 채울만한 간식들이 있었다. 이 간식들 중 몇 가지가 관객석에서 쉬고 있을 새싹들에게도 전해지고 있을 터였다.

새싹.

1팀에서 고르고 서준이 결정한 간식들을 맛있게 먹으면서 2부를 기다리고 있을 새싹들을 생각하니 괜스레 마음이 들뜨고 조급해지는 것 같은 서준이었다.

“다 먹고 우리 리딩 한번 하자!”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서준에 친구들은 으이구, 하며 절레절레 고개를 젔다 웃음을 터뜨렸다.

* * *

매니저 최태우와 1팀의 관리하에, 관객석에 앉아 있던 새싹들에게도 주스와 간식들이 전해졌다.

“인원이 많아서 꽤 걸릴 줄 알았는데 금방 끝났네요.”

“새싹분들이잖아요.”

아마 연예인 팬덤 중 가장 질서정연한 팬덤을 고르라면 1위는 [새싹부터]일 터였다.

“연극은 아마 2부에 하겠지?”

송유정이 간식을 먹으며 물었다. 주스를 마시던 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2부에도 연주하면 무슨 캐릭터가 나올까요?”

“성녕대군 마마 한 번 더 해줬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1부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강태영의 말에 근처에 앉아 있던 새싹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근처에 앉은 오늘 처음 본 새싹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버렸다.

강태영이 있는 좌석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그 정도로 이번 팬미팅의 반응은 대단했다.

“이건 전 세계 모든 새싹들이 봐야 하는 건데 말이죠.”

“저도 또 보고 싶어요.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까 직원들끼리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DVD로 나올 수도 있대요.”

“정말요!?”

화장실에 다녀온 새싹의 말에 새싹들의 고개가 휙! 하고 돌아갔다. 수십 개의 눈알이 번뜩이는 광경에 DVD 출시를 말했던 새싹이 조금 당황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전 그렇게 들었어요.”

“와…… DVD라니…… 나오면 꼭 산다. 사고 만다.”

“포토카드는 어른 성녕대군으로……!”

“어른 이현우랑 어른 고주원도……!”

두 손을 꽉 잡고 기도하는 새싹들처럼 강태영과 송유정, 임예나도 절절히 기도했다.

그리고는 다시 눈물과 웃음, 감동과 환호로 전부 사용해 버린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나눠준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 2부 공연에서도 열심히 박수와 환호를 보내야 하니까 말이다.

“근데 꼭 에필로그 같지 않아요?”

“에필로그요?”

강태영의 말에 임예나와 송유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에필로그.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

“네! 오버 더 레인보우는 2부로 어른이 된 그레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다른 작품들은 그러기 힘드니까 서준이가 이렇게 보여준 게 아닐까요?”

오!

강태영의 말에 임예나와 송유정, 주위 새싹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아!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성녕대군마마는 이미 돌아가셨고.”

“흐읍…….”

임예나의 말에 성녕대군 마마가 최애인 강태영이 눈물을 삼켰다. 눈물 젖은 샌드위치가 이런 맛이구나……흐윽.

“이스케이프의 고주원이나 생존자들의 이현우도 2편이 나오긴 조금 힘들긴 하죠.”

“다들 어떻게 컸을까, 궁금하긴 했는데 이렇게 보여줄 줄이야…….”

“역시 우리 서준이!”

다들 다시 한번 이번 팬미팅을 기획한 서준의 센스에 감격하며,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2부에 나올 캐릭터가 무엇일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 * *

서준의 팬미팅 2부의 막이 올랐다.

전혀 짐작도 못 했던 1부와 달리, 소품으로 세팅된 무대만 보고도 무엇을 할지 팬들은 알 수 있었다.

“거울!”

“김진우다!”

저번 팬미팅에서 본 적 있는 소수의 새싹들도, 너튜브 영상으로만 봤던 다수의 새싹들도 입을 틀어막고 무대만 바라보았다. 연주하는 서준도 좋았지만 역시 본업이 최고 아닌가.

무대가 밝아지고 간호사역 박시영이 전화를 받는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새싹들은 무슨 내용인지 알고 있었다. 이미 반전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늦어서 죄송해요. 점심시간이라.

-아, 아닙니다.

서준, 아니, 순한 얼굴의 김진우가 얼른 고개를 저었다.

-잠시만요.

자연스럽게 진료실 안으로 들어간 의사, 양주희는 옷걸이에 재킷을 벗어두고 새하얀 의사 가운을 입었다. 책상 위에 놓아둔 청진기를 목에 걸고 소파 상석에 앉았다.

청진기……!

알고 봐도 왜 이렇게 흥미로운 건지!

의사 양주희와 환자 김진우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관객석을 가득 채운 새싹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연극에 집중했다.

‘중학생 때도 잘했는데…….’

강태영이 크으, 감격했다.

자본과 전문가의 손길이 듬뿍 담긴 세트도 세트지만, 이제 어른이 된 배우들의 실력도 많이 늘어 있었다.

무대 위로 두 남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어왔다. 간호사가 말릴 틈도 없이 진료실로 뛰어 들어왔다.

-진우야!

-김진우!

오정환 역 강재한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들어왔고 김재운 역 전성민이 그런 오정환을 지탱해 주었다.

두 사람의 등장으로 이야기의 진실(?)이 밝혀졌다.

의사 양주희의 손목을 붙잡고 웅크려있던 김진우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웃고 있었다.

재미있는 듯. 아쉽다는 듯. 핏기 하나 없는 얼굴이 새하얀 도자기 같았다.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새까만 눈동자가 구슬처럼 번들거렸다.

-들켰네?

딱 한마디.

그 한마디에 스크린으로 보고 있던 새싹들이 숨을 들이마셨다. 소름이 돋았다. 너튜브 영상과는 비교도 안 되는 박력이, 소름이 팬미팅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촤악!

뜨거운 찻물이 김진우에게 쏟아졌다.

으아아악!!

김진우의 비명 소리가 들리고 두 남자가 마치 김진우와 정채원 사이를 가로막듯 섰다.

‘의사인 정채원을 보호하는 모습 같지만 사실은…… 아니지.’

‘진짜 의사’인 김진우를 보호하는 장면이었다.

끝까지 얼굴을 들지 못하고 끙끙 앓는 김진우는 오정환(강재한)과 김재운(전성민) 형사에게 업히듯 병원 밖으로, 무대 끝으로 사라졌다. 정채원이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간호사가 전화기를 들었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들렸다.

-네. 네. 공격 성향이 너무 강해서 입원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간호사의 말과 멍하니 서 있는 정채원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막이 천천히 내려왔다.

와아아아!

잠시 조용하던 관객석이 곧 박수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와아! 진짜 봐도 봐도 재밌어!”

“그러니까 말이야!”

그 박수와 환호성에 답하듯, 서준과 배우들이 무대를 가린 커튼 앞으로 나왔다. 서준이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기꺼이 출연해 준 친구들에게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특히, 재한이하고 성민이는 전역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도 출연해 줬어요.”

큰 박수와 함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에 활짝 웃으며 꾸벅 인사하는 양주희와 박시영, 그리고 강재한과 전성민이었다.

그리고 양주희가 어디선가 마이크를 꺼냈다.

응? 마이크?

서준이 눈을 끔벅였다.

“그럼 다음 무대가 준비될 때까지 우리 잠시 이야기 좀 나눠볼까요?”

“저희가 서준이랑 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까지 같이 다니고 있어서 아주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답니다.”

“거울을 준비할 때 이야기도 좋겠네요!”

“아니, 잠깐. 얘들아??”

딱히 흑역사는 없지만(……없겠지?) 당황하는 서준에 친구들과 새싹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네! 드디어 친구들이 떠났어요.”

쉭쉭-

얼른 가라며 친구들에게 손짓하는 서준이 왠지 기뻐 보여, 새싹들이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그에 서준이 민망한 듯 볼을 긁적였다.

“딱히 흑역사는 아니지만 민망하네요.”

-귀여웠어!!

“하핫. 감사합니다.”

그래, 뭐.

새싹들이 좋아하니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깨를 으쓱인 서준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 다음 공연을 보여 드릴 차례인데요. 곡의 제목은 굿 애프터눈입니다. 얼른 옷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천천히 해!

걱정이 담긴 목소리에 활짝 웃은 서준이 손을 흔들며 무대 옆으로 사라지고, 새싹들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준이 힘들겠다.”

“그러게요. 근데 너무 좋아요. 더 해줬으면 좋겠어요…….”

열정적으로 무대에 임하는 서준에 대한 걱정이 반,

“굿 애프터눈이면 공원에서 연주하던 거였죠?”

“네. 세 악사랑 만나고 레베카가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계속 가지고 있다는 걸 표현할 때 나왔던 곡이에요.”

어떤 연주를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가 반.

“어떤 캐릭터일지도 궁금하네.”

“그러게. 캐릭터에 따라서 곡의 분위기도 확확 바뀌잖아. 서준이가 직접 편곡했겠죠?”

“그럴 거예요.”

임예나와 송유정, 강태영도 설레는 눈동자로 무대를 바라보았다.

곧 모든 준비가 끝난 듯, 천천히 막이 오르기 시작했다.

무대 위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피아노?!”

검은색의 그랜드 피아노였다.

바이올린 연주를 기다리고 있던 새싹들이 놀라는 사이, 새하얗고 따뜻해 보이는 스웨터를 입은 서준이 뚜벅뚜벅 걸어와 꾸벅 인사를 하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피아노 치는 서준이라니……!

새싹들이 입을 틀어막고 기뻐하고 있을 때, 무대 뒤 스크린에 새하얀 눈이 내렸다. 그리고 푸르른 바다가 보였다.

……네? ……눈이요?

……뭐? ……바다요?

어쩐지 불길한 느낌이 든 새싹들의 눈동자가 크게 요동쳤다.

그러다 눈이 내리는 바다가 사라지고 피아노 앞에 앉은 서준이 나타났다.

‘레디, 액션.’

아니, 영화 [흘러가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어른이 된 ‘정가람’이었다.

……?!?!

저도 모르게 입을 쩌억 벌린 새싹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 피아노의 건반 위에 올라간 정가람의 두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피아노곡으로 편곡된 [굿 애프터눈]이 팬미팅장을 가득 채웠다.

[굿 애프터눈]

따뜻한 햇볕, 파릇파릇한 초록의 나뭇잎, 가족과 함께 놀러 나온 아이들의 웃음소리 등 즐거운 공원의 풍경이 느껴지는 곡이면서도, 노인의 행복한 표정, 레베카의 날아갈 듯한 발걸음,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이 담긴,

미래에 대한 기대와 소망, 바람이 담긴 곡.

가람아……!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아픈 몸을 이끌고 너튜브 영상을 찍던 소년이 떠올랐다. 친구 권희찬과 함께 웃으며 지내던 소년이. 존경하는 영화감독이 조언을 해줬다고 좋아하던 소년이. 함께 해돋이를 보자고 마지막 공지를 남기고 수술실로 들어가던 소년이.

피아노의 등장에 기뻐한 것도 잠시, 어느새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새싹들이었다.

하얗고 검은 건반을 따라 기다란 손가락들이 움직였다. ‘어른 정가람’의 손짓에 피아노 선율이 들려온다.

[흘러가다]는 눈 내리는 겨울 바다에서, 권희찬의 부름에 환하게 웃는 정가람의 모습으로 끝난 영화였다.

그러니 수술이 성공한 후, 어른이 된 정가람이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피아노를 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한 리뷰어의 리뷰만 없었다면 말이다.

영화개애액!!!

새싹들은 울면서, 정가람을 죽여버린(?) 그 리뷰어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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