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681화
[매드해터]를 볼 사람은 다 봤다는 판단하에, 언론들은 본격적으로 [매드해터]의 쿠키 영상과 마린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보를 바탕으로 [쉐도우&나이트]에 대한 기사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이.
[‘쉐도우&나이트’의 감독은 ‘쉐도우맨 시리즈’의 감독 라이언 윌의 조카, 조나단 윌!]
[조나단 윌 감독의 대표작은 ‘신의 이름으로’!]
[‘신의 이름으로’의 주인공을 연기한 ‘팬텀’ 루카스 터너와 ‘진 나트라’ 서준 리!]
-라이언 감독이 맡을 줄 알았는데 감독이 바뀌었네?
=라이언 감독은 쉐도우맨3로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는 다 만들었다고 했음.
=게다가 이제부터는 새로운 시리즈니까. 새로운 느낌의 진 나트라도 좋지 않아?
-걱정인걸. :( 잘 만들 수 있으려나?
=조나단 감독의 나이는 라이언 감독이 쉐도우맨1 제작했을 때랑 비슷함.
=와우! 쉐도우맨1을 그렇게 젊었을 때 만들었어?
=게다가 조나단 감독은 쉐도우맨1부터 스태프로 참여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그리고 조카삼촌 사이니까 옆에서 조언은 해주겠지.
=222 준도 아무 작품에나 출연하진 않음.
=333 무엇보다 대본이 우선이지 준은.
=오. 새싹이 등장했군.
해외새싹들까지 잘 알고 있는, 서준의 작품 사랑이었다.
-응? 주연배우 교체 논란은 없어진 거야?
=너 느리구나. 이거 보고와. (영화객과 새싹0310호 대화 캡처 번역본 링크)
=……아니;;; 이거 방금 방송한 건데 벌써 번역본이 떴어?
=출처를 봐 ;)
=아. 새싹부터……
=우리가 느린 게 아니라 팬들이 너무 빠른 듯.
=동의.
=나 보고 왔는데…… 혹시 저 두 사람은 개야?
=나도 같은 생각함.lol
그러던 사이 던져진 ‘영화객과 새싹0310호의 대화’는 새로운 기삿거리가 되어주었다.
[‘쉐도우앤나이트’ 예고편에 등장하는 발소리의 주인공은?!]
[배우 교체는 없다! ‘쉐도우앤나이트’의 주연 배우는 여전히 이 배우! 이유는?!]
-뭐야. 벌써 기사가 올라온 거야?
=기자들도 영화객 리뷰 보나 봄.
=근데 확실히 영화객 리뷰가 웬만한 기사보다 정보의 양도 많고 질도 좋음.
=222 그 막대한 정보는 도대체 어디서……;;;
=속닥) 전세계에 퍼져있는 새싹 아닐까.
=……새싹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이서준 발소리 맞아? 끼워 맞춘 건 아니고?
=22 난 설명 듣고 들어도 모르겠던데?
=333 딱 봐도 둘이 짜고 한 거 아님?
=444 이서준이 녹음하기엔 너무 사소한 소리……ㅋ
-?? 뭐 때문에 주작한다고 생각함??
=홍보겠지.
=ㅋㅋㅋ일단 그 홍보가 서준이나 쉐앤나 홍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ㅋㅋㅋ
=2222 쉐앤나 소리소문없이 개봉해도 예매표 매진임ㅋㅋㅋ
=333 그중 N개 내 꺼.
=영화객도 주작할 필요가 없음ㅋㅋㅋ이미 오버레로 유명한 걸ㅋㅋ
-근데 주작 의심이 들 정도로 신기하긴 함. 어떻게 발소리를 구분하는 거지? 어느 정도 이서준한테 진심이면 알아듣는 거야?;;;;
=나 새싹인데, 자존심 상한다. 나도 진심인데ㅠ 오늘부터 매드해터 다시 뛴다.
=나도 그래서 매드해터 보고 있는데 매드해터랑 정듬ㅋㅋㅋ
=시즌2 히어로들이랑 정들라는 마린사의 큰 그림인가!!
=근데 벌써 윌리엄 동료(어셈블 같은 영화 나올 거잖아요??)라는 생각에 애정이 싹틈.
=ㅋㅋㅋ나도ㅋㅋㅋ
* * *
“존경하는 배우, 말입니까?”
예능 출연은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코코아엔터 소속 배우 배승원이 되물었다.
두런두런 친구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매력인 토크쇼.
MC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승원 씨가 어떤 배우를 보면서 포기하지 않고 저런 배우가 되어야겠다, 생각했는지 궁금하네요.”
“맞아요! 팬분들도 궁금해하실 거예요!”
무명 배우 10년.
물론 연예계에는 그런 이력을 가진 이들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다.
어떻게 그동안 이런 연기력과 매력을 가진 배우를 몰랐나 싶을 정도로 화제가 되고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된 배우 배승원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존경하는 배우는 많았다.
연기를 잘하고 열정적인 배우들은 모두 존경했다. 그들의 연기를 보고 배웠으니까.
‘그래도…….’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는 한 명뿐이었다.
이야기를 꺼내도 될까.
아직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러운 배승원이 슬쩍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도움이 되어주겠다며 함께 출연한 권강민이 편하게 말하라는 듯 웃었다. 진짜 이 자리가 편한 듯 테이블에 놓인 요리를 맛있게 먹는 권강민을 보니, 배승원의 긴장도 풀리고 말았다.
“이서준 배우입니다.”
어쩐지 저도 모르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뜻밖의 이름에 MC와 출연진들이 눈을 크게 뜨더니 오오! 하며 한 박자 늦게 감탄했다. 그러고는 우다다다 말을 쏟아냈다.
“그러고 보니 승원 씨랑 강민 씨랑 코코아엔터 소속이었죠?”
“이서준 배우 보셨어요? 전 한 번도 못 봤어요!”
“나도! 진짜 한 번만이라도 보는 게 소원인데……! 어, 잠깐……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나?”
오늘 메인 게스트는 배승원과 권강민이 아니었던가.
잠시 이서준 배우의 이야기를 해도 될까 싶었다.
“이렇게 옆으로 새는 것도 이 자리의 매력이죠.”
“맞아요! 원래 친구들하고 모여서 이야기하면 점심 메뉴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세계 음모론으로 끝나는 법이잖아요!”
“……아니, 어떻게 하면 그렇게 돼?”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오고 MC가 다시 이야기의 중심을 잡았다.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예전부터 멋진 배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역 때부터 연기력이 대단한 배우였잖습니까.”
네. 네. 그렇죠!
마치 연예인의 이야기를 듣는 듯, 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 생각지도 못한 월척에 제작진도 입을 꾸욱 다물고 속으로 환호성을 질러 댔다.
배승원은 제 마음을 솔직하게 꺼내놓았다.
“한때는 그게 이서준 배우가 가지고 있던 재능 덕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런 재능이 있었다면 무명 생활 없이 좋은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요.”
다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나 앞서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한 번쯤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을 터였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같은 회사에 소속되고 이서준 배우를 만나게 되면서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왜요?”
“솔직히 이서준 배우는 재능이 있어서 연습을 조금만 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배승원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권강민도 동의하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죠. 이서준 배우는 뭐랄까. 연기를 너무 쉽게 한달까요.”
“……쉽게요?”
배우 출연자가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아니, 그 연기가 쉽다고??
그 모습에 권강민이 얼른 손을 내저었다.
“아뇨. 그런 뜻이 아니라…… 그 예전에 그림 잘 그리던 화가분 있잖아요. 캔버스에 붓을 몇 번 움직이는 걸로 산과 호수를 그리고 ‘참 쉽죠?’ 하시던 화가분.”
아……!
모두의 머릿속에 보글보글 폭탁머리의 화가가 떠올랐다.
아마 방송에는 자료화면이 나갈 터였다.
“그런 식으로 본인은 참 쉽게 하는 느낌인 것 같은데, 보는 사람은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느낌이라는 말이죠. 이서준 배우의 연기는.”
배승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연습도 쉽게 쉽게 하겠구나, 생각했는데…….”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권강민과 배승원은 서준이 연습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아이돌이나 가수분들은 연습 영상이 꽤 있지만, 아무래도 배우는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잖아요.”
“하긴 대본 리딩 영상은 몇 번 봤지만 개인적으로 연습하는 건 거의 못 본 것 같네.”
권강민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몰랐던 거죠. 이서준 배우가 그렇게 열심히 연습하는지.”
“어떻게 연습하길래 그래요?”
“그러니까…….”
권강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연습실 중앙, 대본을 들고 있는 서준.
대본을 바라보는 서준의 눈빛이 열정적이면서도 탐욕스럽다.
그 욕심과 애정이 뒤섞인 눈빛에 놀라기도 잠시, 이내 서준은 눈을 깜빡하고, 연기를 시작한다. 강할 때는 강하게 약할 때는 약하게. 말 그대로 온 힘과 온 정신을 연기에 집중한다.
‘그 모습을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그때, 배승원이 말했다.
“제 눈에는 어느 무명 배우가 생애 처음, 주연으로 출연하는 작품을 위해 정말 온 힘을 다해 연습하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그래. 그 표현이 정확했다.
배승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권강민.
그런 둘의 모습에 출연진들의 입에서는 감탄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무명 배우였던 배승원이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도대체 어느 정도라는 걸까.
“어…… 오버 더 레인보우2가 중요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배우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번 오버 더 레인보우2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모든 작품에서 그렇게 연습했다고 하더라고요.”
언제나 처음 맡는 배역같이.
소중하고 설레고 애가 타는 표정으로.
“우와…….”
여기저기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배승원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이서준 배우의 그런 열정적인 모습도 존경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온 만큼 조금 지치거나 질리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전혀 그런 모습이 없더라고요. 이번에 화제가 된 발소리도 그렇고 말입니다.”
그 말에 모두 오! 하고 입을 열었다.
“맞아요. 연예란도 그 이야기로 가득 찼죠.”
“그거 진짜 이서준 배우 발소리인가요?”
“발소리만 들리던데 다른 사람을 썼겠지. 시간 낭비 아니야?”
“아뇨! 제 귀가 말하고 있어요! 그건 이서준 배우의 발소리라고!”
시끌벅적한 대화에 권강민과 배승원이 작게 웃었다.
“맞습니다. 이서준 배우의 발소리. 녹음하는 것도 잠깐 봤습니다.”
“와아……!”
배승원이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왜 저렇게 작고 사소한 소리마저 직접 녹음할까 의아했습니다. 물론 중요한 소리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윌리엄 리의 등장을 알리는 발소리였으니까요. 그저 이렇게 따로 시간을 내서 녹음할 정도로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댓글에도 이서준이 그렇게 사소한 소리를 녹음하겠냐는 의견이 종종 달리고는 했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이서준 배우가 그러더군요.”
배승원의 기억 속, 서준이 두 눈이 둥글게 휘도록 웃었다.
‘제가 맡은 역할이니까, 제가 연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알아봐주는 팬분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배승원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준의 말대로 그 사소한 부분을 캐치한 팬들이 있었다.
“그 배우에 그 팬이네요.”
사소한 부분까지 연기하는 배우와 그 부분을 잘도 알아차리는 팬들.
이보다 멋진 스타와 팬들이 어디 있을까.
배승원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부분에서 이서준 배우를 존경하고 있습니다. 저도 언제까지고 그렇게 작품과 캐릭터에 애정을 쏟고,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 * *
“……라는 방송을 어제 봤는데 말이야.”
그냥 천재로만 보였던 이서준 배우가, 사실은 연기 연습도 엄청 한다는, 새싹들과 지인들만이 알고 있던 사실이 토크쇼로 인해 널리 알려졌다. 그에 ‘노력하는 연기천재’라며 기사도 엄청 나고 댓글도 많이 달렸다.
-노력하는 천재라니……무섭다;;;
=ㄴㄴ 서준이는 노력+즐기는 천재임.
=더 무섭잖아ㅎㄷㄷㄷ
-설마 연기 못 해 죽은 귀신이 붙었나?
=그런듯ㅋㅋㅋㅋ
“……근데 이건 연기가 아니지 않아요?”
팬미팅 무대에 오르기 위해, 서준과 함께 연습하던 연주자들이 잠깐의 쉬는 시간 동안 지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토크쇼 이야기를 꺼낸 여자가 말을 이었다.
“이런 댓글도 있더라고.”
여자가 연주자들에게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배우라서 다행인가? 아이돌이었으면 칼군무 맞춘다고 같은 그룹 멤버들 죽어 나갔을 듯.
=그런 의미에서 블루문 대단하네ㅋㅋㅋ
=이서준: 이제 연습 시작하자! 팬분들에게 멋진 공연을 보여 드려야지!
“이제 연습 시작하죠! 팬분들에게 멋진 공연을 보여 드려야하니까요!”
……환청인가?
언제부터 댓글을 읽어주는 신기능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며, 현실도피를 하던 연주자들은 눈을 반짝이는 서준에 해탈한 얼굴로 주섬주섬 각자의 악기를 손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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