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679화
“……는 농담이고.”
으하아…….
동생의 말에 영화객이 진심으로 기운이 빠진 듯 흐물흐물해졌다.
-에이. 아쉽.
-……은 농담이라고 말해주세요!
-영화객 팬미팅 못 가는 거 보고 싶은데ㅋㅋㅋ
-맞아. 똥손이라고 하면서 나보다 서준이 더 많이 만났음.
-22 칸 영화제 때도 그렇고.
-33 여기서 실제로 서준이 보고 서준이랑 대화한 사람은 1도 없을걸.
“아니, 그게…….”
올라오는 댓글들이 다 맞는 말이라 영화객은 당황했다.
내 편은 없는 것인가.
-어차피 못 가는 팬미팅 영화객 님이 리뷰해 주시면 좋죠!
-222 후기글이 올라와도 묻기 힘듦.
-333 생생한 리뷰!
“여러분……!”
내 편!
하고 울먹울먹하던 영화객의 표정이 순식간에 짜게 변했다.
“……위에 채팅 쓰신 분들이랑 닉네임이 같은데요?! 다들 이중인격이십니까?!”
영화객에게 투덜거리던 시청자들과 영화객 편을 들어주던 시청자들의 닉네임과 아이디가 같았던 것이었다.
-앗, 들킴?
-쳇. 완벽했는데.
-영화객이 이렇게 똑똑할 줄이야.
“아니, 도대체…… 다들 뭘 하고 싶은 거예요?”
-영화객 놀리는 거?
-222ㅋㅋㅋㅋ
-333ㅋㅋㅋㅋㅋ
그 댓글들에 동생이 웃음을 터뜨리고 영화객도 한숨을 쉬다가 웃고 말았다.
“그래서 넌 티켓팅을 해주겠다는 거야, 안 해주겠다는 거야?”
“어허. 말투가?”
“부디 이 미천한 놈을 위해 티켓팅 해주시겠사옵니까, 마마!”
-ㅋㅋㅋㅋㅋㅋ
-아니 너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 아니냐고ㅋㅋㅋ
-도대체 집에서 어떻게 지냈길래ㅋㅋ
-팩트) 영화객도 동생님도 나이를 드실 만큼 드셨……
“매니저님, 저 팩폭범 처리하세요.”
-예이!
-이거 놔라! 이거 놔! 세상은 진실을 알아야해애액!!
-동생님도 방송 감각 있으신듯ㅋㅋㅋ
-매니저님도ㅋㅋㅋ 거기에 맞춰줘ㅋㅋㅋ
-그래서 강퇴당함?
-팩트)나는 살아있다!!
-ㅋㅋㅋㅋㅋ
한바탕 웃은 후, 동생이 입을 열며 두 손을 쥐었다 폈다.
“내가 양손잡이잖아.”
“?응. 그렇지.”
“양손으로 도전해 보려고 티켓팅.”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영화객과 시청자들이 떨리는 눈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내 티켓은 왼손으로 하고 오빠 티켓은 오른손으로 하려고. 아무래도 오른손으로 자주 해봐서 오빠 티켓은 성공할 거야.”
-동생님. 너무 대단한 이야기를 너무 평온하게 하시는 듯;;;
-양손잡이들 나와봐. 저게 되는 거야?
-아니. 절대 무리.
-다들 진정해. 아직 성공하신 것도 아니라고. 그냥 시도만 해보시겠다는 거잖아!
-후아후아! 진정……못하겠어! 동생님이라면 할 것 같아!
“그래서 노트북도 가져왔어. 좀 비켜봐.”
“어? 응. 알았어……?”
????
물음표를 잔뜩 띄운 영화객이 자리를 비키자, 여동생은 가져온 노트북을 모니터 옆에 두고 마우스도 올려두었다.
곧 티켓팅 사이트 화면이 띄어진 두 개의 모니터(컴퓨터, 노트북)가 나란히 위치한 앞에, 두 개의 마우스에 여동생의 양손이 올라가 있는 것이 라이브 화면에 나타났다.
-아니;;;이게 가능하다고???
-아직……아직 모르는 거예여……!
-나도 티켓팅해야하는데 너무 흥미진진해서 방송을 못 끄겠어ㅋㅋ
-나도ㅋㅋㅋㅋㅋ
“저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시간이 다 됐으니 티켓팅부터 합시다! 모두 성공하길 기원합니다!”
-모두 성공하긴 힘들죠ㅜ
-222 ㅠㅠㅠ
“하여튼 열심히 도전해 봅시다!”
-티켓팅하고 올 테니까 나중에 다시보기 해주세요ㅠ
-진짜 결과 궁금하다ㅋㅋㅋ
그렇게 티켓팅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댓글들이 줄어들었다.
“진짜 할 수 있겠어?”
“저번에 브블 콘서트 티켓팅 해보니까 되더라고.”
걱정이 가득한 영화객의 모습과 달리, 동생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답했다.
“……!”
‘그 브라운블랙’ 콘서트 티켓팅을 성공하다니.
무지막지하게 믿음이 생겼다.
곧 티켓팅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두 개의 마우스를 잡은 동생의 두 손이 물 흐르듯 움직였다.
두 개의 모니터 화면에서 움직이는 두 개의 마우스 커서는 마치 춤을 추듯 똑같이 움직였다. 그러자 막힘없이 넘어가는 날짜 선택, 좌석 선택, 결제 페이지. ‘이선좌’의 ‘ㅇ’도 보이지 않았다.
딸깍.
결제 완료창이 뜨기 전까지는 방심할 수 없는 피켓팅.
하지만 동생은 완료창이 뜨기 전, 두 개의 마우스에서 양손을 떼며 가볍게 말했다.
“끝.”
“……미친!”
그날.
영화객은 마치 무림고수의 권법을 본 것 같았다며, 시청자들과 다시보기를 보며 신나게 이야기했다.
-제 누님이 되어주십쇼!
-언니!!! 여기 잃어버린 동생이 찾아왔어요!
-영화객 님보다 더 잘할 자신 있다!!
-싸우자! 영화객!
여동생을 향한 구애(?)는 더욱 강해졌다.
* * *
영화객 동생의 양손 티켓팅 성공 영상이 기적의 짤로 돌아다닐 때, [매드해터]의 쿠키영상은 전 세계 마린사 팬들을 경악시키고 있었다.
[제목: 매드해터 쿠키영상을 본 미국 반응(스포)]
-? 내가 뭘 본 거야?
-내가 너무 S와 N을 보고 싶어서 환상을 본 건 아니겠지?
=나도 그래서 다시 봤는데 몇 번을 봐도 나오더라.
-설마 또 다른 시리즈가 나온다는 건가!
=그냥 이렇게 ‘완벽한 해피엔딩’ 하고 끝나는 게 아닐까?
=그럼 마린 쳐들어간다.
=동의. 나도 같이 가자.
-한국은 어때? 뭐라도 떠도는 소문 없어? 서준 리가 있잖아.
=거기도 여기랑 마찬가지더라.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야.
=대신 한 너튜버의 시스터가 양손으로 서준 리의 팬미팅 티켓팅을 성공시킨 영상은 있어.
=……WHAT??
=내 Unni가 되어주세요:'(
-여기까지 영화객님의 동생분이ㅋㅋㅋㅋ
=오. 한국인! 매드해터 봤어? 거긴 무슨 이야기 없어?
=여기도 다들 미쳤다는 이야기밖엔 없어. 영화를 잘 아는 너튜버도 잘 모르는 눈치더라.
=하긴 마린의 비밀 유지는 완벽하지.
-근데 N이 나온다면 시즌2 히어로 영화들도 다시 봐야겠는걸.
=그러게. 어셈블 같은 영화가 나올 수도 있는데 모르는 히어로가 있으면 재미없을 테니까.
=오. 이래서 마린에서 N을 투입한 건지도.
=아직 N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는 모르지.
=나와라. 제발……!
미국 반응임.
저쪽도 딱히 아는 정보가 없나 봄.
그래서 진 나트라 영화가 나온다는 거야, 안 나온다는 거야ㅠㅠㅠ
+)근데 영화객 동생분 영상은 왜 저기까지 갔대ㅋㅋㅋ
-나올 것 같은데. 이건 진짜 나올 느낌.
=22 안 나오면 마린사 폭파된다.
=33 이렇게 영상까지 만들고 안 나오면 진짜……!
-근데 윌리엄이 직접 안 나온 게 이상함ㅠ
=얼굴이나 손이라도 보여줬으면 몰라 발소리밖에 안 들렸잖아.
=헐. 설마 서준이가 아닌 거?
=??아니, 서준이가 아니면 누가 해요??
=나 이서준 팬은 아닌데, 진 나트라는 이서준 말고는 못 할 듯. 상상조차 안 됨.
=근데 이제 진 나트라가 아니잖아. 윌리엄 리니까.
=게다가 시즌2고. 나와도 히어로로 나올 테니 바뀔지도.
-배우 교체? 그건 진짜 마린사가 미친 거지.
=22 차라리 출연료를 부르는 만큼 줬으면 줬지, 배우 교체는 없을 듯.
=33 배우 교체 = 시즌2 폭망.
-빨리 영화객 리뷰 나왔으면.
=근데 영화객이라고 해도 영상이 너무 짧아서 딱히 다른 정보는 없을 듯.
=그건 그렇겠다.
-일단 진 나트라 영화 나오기 전에 시즌2부터 봐야겠음.
=22 어디서부터 보면 돼?
=(링크) 누가 정리해 놓음.
=ㅋㅋ아직 확실한 것도 아닌데 다들 왜 이렇게 빨라ㅋㅋ
* * *
“이건 또 예상 못 한 반응이네.”
잠깐의 쉬는 시간.
물을 마시고 휴대폰을 살펴보던 서준이 볼을 긁적였다.
배우 교체라니.
대본부터 감독까지, 서준 리에게 모든 것을 맡기려고 했던 마린사가 알았다면 땅을 치며 억울해할 일이었다.
‘음. 지금 그러고 있겠지.’
아무래도 대중과 가까운 기업인 만큼 사람들의 반응도 모니터링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아니면 이걸 노이즈마케팅으로 써먹으려나.’
배우 교체는 헛소문인 만큼 공식기사를 낼 때까지 잠깐 노이즈마케팅으로 써먹어도 나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어찌 됐든 자신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테니 서준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무슨 일이 생겨도 다호 형과 태우 형, 1팀이 잘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이 있기도 했다.
서준은 다른 사이트들도 둘러보았다.
[매드해터]가 개봉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그런지 쿠키영상을 대놓고 스포하는 글들은 없었다. 그저 쿠키영상은 꼭 봐야 한다는 글들이 가득했다. 제목에 (스포)가 적힌 게시글에도 쿠키영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제발 서준이……!
-진 나트라 시리즈 나와라!
-시리즈 기원하며 쉐도우맨 정주행합니다!
서준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모두가 진 나트라를, 윌리엄 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연기가 좋다.
하지만 홀로 연기하고 싶은 게 아니다.
상대역이 있고, 바라봐주는 관객들이 있는 곳에서 연기를 하고 싶었다.
관객들이 자신의 연기에 푹 빠져 감탄하고 슬퍼하고 탄식하고 감동했으면 했다. 그래서 한 장면도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았다.
존재감이 있는 장면이든 없는 장면이든.
서준은 최선을 다해서 계속 연기를 하고 싶었다.
바톡-
댓글들을 보다가 감성적이 된 서준이 그 소리에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러고는 조금 민망해져 연습실 안을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연습실엔 자신밖에 없었다.
다행이다.
민망한 듯 웃은 서준이 휴대폰을 보았다. 알림의 원인인 이서준 사단 단톡방이었다.
>박도훈: 저기……서준아?
>박도훈: 뭘 녹음했다는 거야?
>이다진: 발소리 아니에요?ㅋㅋㅋ
>이지석: ㅋㅋ그런 것 같은데ㅋㅋ
>김종호: 제작진도 참 난감했겠네ㅋㅋㅋ
다들 [매드해터]를 본 모양이었다.
쏟아지는 웃음이 가득한 메시지에 서준이 입을 삐죽였다.
<-3-
<그것도 엄연히 연기라구요.
마린사에서 ‘굳이???’라는 답장이 온 녹음의 정체.
바로 런닝트랙을 뛰는 ‘윌리엄 리’의 발소리였다.
원래는 다른 사람의 발소리가 녹음되어 있었는데, 그걸 본 서준이 제안한 것이었다.
-굳이? 발소리 정도는 다른 사람이 해도…….
‘할래요.’
-그래. 준이 하고 싶으면 해야지.
‘괜찮지 않아?’ 하고 말하려던 조나단 윌 감독은 단호박 같은 서준의 말에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겪어봐서 안다.
서준 리는 한다면 하는 배우였다. 특히 연기에 관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니까. 이날까지만 녹음해서 보내주면 돼.
‘고마워요. 조나단.’
그리고 코코아엔터에 알렸다. 안다호는 그러려니 했고, 최태우와 녹음을 도와준 엔지니어는 ‘발소리를???’ 하고 물음표를 가득 띄울 뿐이었다.
>이지석: 뭐, 사람마다 발소리도 차이 난다고 하니까.
>이지석: 개도 사람 발소리 듣고 구분할 수 있다고 하고.
>박도훈: ……관객들은 구분 못 할 것 같은데요, 형.
>이다진: ㅎㅎ새싹분들은 가능할지도.
>김종호: 그건 좀 무섭군.
>이다진: ㅋㅋㅋㅋㅋ
<저도 구분할 수 있는 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그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잘 만들고 싶어서 그랬어요.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었구요.
>김종호: 서준이라면 미국까지 가야 했어도 가서 촬영했을 것 같은데.
>이지석: 맞아. 그럴 것 같아.
>이다진: 3333!!!!
>박도훈: 444ㅎㅎㅎ
“다들 너무한 거 아니야.”
투덜거린 서준이 메시지를 보냈다.
<55555
그 답장에 단톡방에 ‘ㅋㅋㅋㅋㅋ’이 쏟아졌다.
그렇게 배우들과 즐겁게 메시지를 주고받던 서준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그럼 전 연습하러 갈게요.
>이다진: 힘내! 서준아!
>김종호: 쉬엄쉬엄해.
>이지석: 궁금하니까 녹음해서 보내줘.
>박도훈: 나도!
<네ㅎㅎㅎ
웃으며 답장을 보낸 서준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연습실 중앙으로 향했다. 지금 서준은 팬미팅에서 팬들에게 들려줄 연주를 연습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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