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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678화 (67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678화

“/잠깐만./”

맥의 그 대사에 멈춘 것은 통신기 건너 벨 나트라뿐만이 아니었다.

쉐도우맨과 벨 나트라의 등장부터 두 눈동자에 경악과 놀람이라는 단어를 띄우고 있던 관객들도 마법에라도 걸린 듯 그대로 멈추었다. 숨도 쉬지 않고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특히 영화객은 한순간이라도 놓칠까 싶어, 스크린에 나오는 장면 그대로를 뇌에 때려 박듯이 흡수하고 있었다. 배경으로 보이는 나무의 잎사귀까지 외울 것 같은 모습이었다.

탁탁탁-

멀리서부터 뛰어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맥은 미소를 지으며 무릎에 올려두었던 책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책 표지에 적힌 제목이 지나가듯 보였다.

‘S-------’

안타깝게도 한 글자만.

뭐가 됐든, 일단 뇌에 때려 박아 놓은 영화객이 쩌억 벌린 입과 눈 그대로, 계속해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봤다면 이게 사람인가, 동상인가 의심할 정도로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객의 옆자리에 앉은 관객도 같은 상황이라 볼 수가 없었다.

아니, 상영관의 모든 관객들이 같은 표정이었다.

스크린 속, 맥이 웃음기 섞인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He’s coming.”

/그 애가 오고 있어./

둥!

하고 화면이 새까맣게 변했다.

그리고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매드해터]의 OST와 함께 미처 올라오지 못했던 엔딩스크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잠시의 침묵 후.

-----!!!!

상영관이 폭발했다.

그리고 이 폭발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매드해터]가 동시 개봉한 전 세계 모든 상영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 * *

미친! 미친! 미치인!!

상영관의 불이 모두 켜지고 상영관 안은 그 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뭐야…… 지금 그거!”

“쉐도우맨, 쉐도우맨이지?”

“이게 뭐야…… 미쳤나 봐……!”

혼란한 상황에서도 직원들은 침착하게 다음 상영을 위해 관객들을 출구로 안내했다.

그 안내를 받으며 대부분의 관객들은 휴대폰을 들어 인터넷에 접속했다.

[매드해터]는 이 영화관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관에서 상영했을 거고 그렇다면 ‘그 쿠키영상’을 본 사람들도 더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 미칠 듯한 흥분을 같이 나누고 싶었고 쿠키영상이 뭘 뜻하는 건지도 알고 싶었다.

“매드해터 빈자리 있습니까?”

“앞자리라도 괜찮으시면…….”

“괜찮습니다!”

그런 일반 관객들과 달리, 영화객은 곧바로 예매소로 달려가 다음 타임의 [매드해터] 티켓을 구매했다. 같은 상영관에 있던 다른 관객들 중 몇몇도 비슷한 행동을 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한 번 더 봐야겠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까 그 소리 진짜 컸는데. 도대체 무슨 장면이길래 그렇게 소리를 질렀지?”

“엄청난 장면이긴 한가 봐.”

그런 영화객의 귀로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조금 전 상영관의 방음을 뚫고 들려왔던 소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화관 직원들이 별일 아니라고,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이 지르는 소리라고 설명하지 않았다면 어디 사고라도 터진 줄 알았을 거다.

그에 영화객은 ‘엄청나지. 엄청나고말고!’ 하고 중얼거리며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이 엄청난 장면을 먼저 봤을 영화번역가 지인에게 연락했다. 신호음이 끝나자마자 소리쳤다.

“쿠키영상 어떻게 된 거야?!”

-이제 끝났나 보네.

평온한 지인의 목소리에, 이게 그렇게 평온할 일이냐며 말하려던 영화객이 지금 있는 곳을 깨닫고는 이동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쿠키영상 말이야……! 윌리엄이 잘 지내고 있다고 보여주는 서비스 영상인 거야?”

He’s coming.

맥이 말하는 He는 아마도 러닝트랙을 달려오고 있을 윌리엄 리일 터였다. 그래서 자막도 /그 애가 오고 있어./라고 넣은 것일 거고.

자연스럽게 뇌에 때려 박았던 쿠키영상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평화로운 공원,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

느긋하게 책을 들고 벤치에 앉아 있는 맥, 그리고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우당탕탕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활기찬 벨 나트라. 그리고 자주 나트라 행성에 놀라 오라는 말까지 보면 평화롭기 그지없는 영상이었다.

그리고 나타나는 HE, 그 애.

러닝트랙을 달리고 있을 ‘그 애’, 윌리엄 리도 아마 평화롭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쉐도우맨 시리즈]의 완벽한 해피엔딩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알맞기는 했으나,

‘너무 뜬금없어.’

굳이, 굳이 [매드해터]의 쿠키영상에 넣을 필요가 있었던 걸까.

그리고 짧기도 너무 짧았다.

“아니면…….”

영화객이 상기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니면…… 진 나트라 영화가 나온다는 예고인 거야?”

He’s coming.

그가 온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기대감을 자아낼 때 쓰는 표현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HE는 분명 진 나트라. 윌리엄 리일 터였다.

He’s coming!

진 나트라가 온다!

누가 봐도 새로운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문구가 아닌가.

게다가 이제 빌런 진 나트라가 아니라, 일반인 윌리엄 리이니…….

‘히어로일 가능성도 있겠지!’

그렇다면 시즌2 히어로 멤버 중 하나인 [매드해터]의 쿠키영상으로 나온 것도 이해가 갔다. 영화객은 휴대폰 건너에서 들려올 지인의 말을 기다렸다.

부디, 부디 후자이길 바랐다.

-나도 그것까지는 몰라.

하지만 영화객의 기대와 달리, 안타깝게도 지인은 아는 것이 없었다.

-보내준 정보가 대본뿐이라서. 일단 최대한 영상에 어울리게 번역했을 뿐이야.

……그렇겠지.

“후우…….”

영화객이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로 벅차올라서 상식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는, 번역 일을 맡기 전까지는 영화번역가도 알 일이 없었다.

‘그럼…….’

영화객이 좀 더 생각을 이어가려던 때, 영화관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5관 매드해터를 관람하실 분들 입장해 주십시오!”

티켓을 확인한 영화객이 지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앞자리는 스크린을 보기에 불편했지만, 마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벅차오르고 있었다. 한 번 봤음에도 심장이 떨려왔다.

‘진 나트라의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니……!’

광고가 끝나고.

곧 스크린이 밝아오며 마린사의 시그니처 영상이 흘러나왔다.

영화객이 들뜬 얼굴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 * *

영화가 끝나고 또다시 쿠키영상이 흘러나왔다.

이미 봤던 영화객과 몇몇 관객들도, 처음 본 대부분의 관객들도 ‘He’s coming.’이라는 대사 끝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듯 미친 듯한 함성을 질렀다.

-----!!!!

관객들을 출구로 안내하려 밖에 서 있던 영화관 직원들이 하하하 웃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오늘은 내내 이러겠네요.”

“오늘만 이러게? 한 2주는 계속 이럴걸.”

“우리도 오늘 아침에 봤을 때 진짜 놀랐잖아요.”

직원까지 경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쿠키영상을 미리 보여준 영화관이었다. 직원들도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딱, 출구로 나오기 시작한 지금의 관객들과 같은 표정이었다.

“미친…… 미친…… 이게 뭐야…….”

“미쳤나 봐…… 진짜…….”

영혼이 탈탈 털린 듯한 관객들 사이로 나온 영화객은 다시 [매드해터]의 티켓을 구매했다. 봐도 봐도 온몸에 소름이 돋고 짜릿했다.

‘책 제목이 힌트인 것 같은데…….’

일부러 블러처리를 해놓은 듯, 눈을 부릅뜨고 살펴봐도 S와 N(방금 발견했다) 말고는 잘 보이지 않았다.

‘S면 쉐도우고 N이면 나트라인가.’

하여튼 몇 번 더 봐야겠다 싶었다.

어쩐지 발걸음이 가벼웠다. 신이 났다.

진 나트라라니!

서비스 영상이 아니라 영화의 예고라면 아무래도 히어로로 나올 것 같은데 어떻게 나올지, 그리고 시즌2의 히어로들과는 어떤 케미를 쌓게 될지, 앞으로 나올 영화들 중에 시즌1에서 나온 것들과 관련된 것이 있을지!

“흐흐흐흐.”

티켓을 들고 괴상하게 웃는 영화객에 옆에 있던 사람들이 슬금슬금 피해 갔다.

‘……근데.’

그렇게 세 번째로 [매드해터]를 보려고 할 때, 영화객이 턱을 긁적였다.

‘뭔가 깜빡한 것 같은데?’

그리고 만족스럽게 보고 나온 후.

네 번째 관람을 기다리며 사람들의 후기가 없나 인터넷을 살펴보기 위해 휴대폰을 켰을 때,

영화객은 마치 중요한 회의 때 지각한 직원처럼 식은땀을 줄줄 흐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동생: 어디야?

>동생: 왜 집에 없어?

>동생: 서준이 팬미팅 티켓팅 안 해?

>동생: 그럼 나 간다?

!!!

서준의 팬미팅 티켓팅이 오늘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은 영화객은 절규하며 미친 듯이 집으로 향했다.

* * *

-지금 시간이 몇 시야.(엄마톤)

-이럴 거면 그냥 밖에서 자고 오지 그랬어??(엄마톤)

-?? 공지도 하나 없고??

-??늦었네요??

-여러분ㅋㅋ영화객 말 좀 합시다ㅋㅋ

“여러분. 죄송합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매드해터를 보느라 티켓팅을 깜빡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막 들어와서 꼴도 이렇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악!”

정말 급하게 왔는지 허억허억 거친 숨소리와 함께 삐질삐질 땀을 흘리는 영화객의 모습이 보였다. 패딩도 벗지 않고 진짜 막 들어온 모습 그대로였다. 옆에 앉아 있는 여동생의 편안한 옷차림과 비교가 됐다.

-숨소리……;;;

-매드해터 그렇게 재미있음??

-안녕하세요! 금손님! 부디 제 언니가 되어 주실 수는 없나요!

-22 저도 동생 신청합니다!

“영화도 재미있었는데, 비공개 쿠키영상을 본다고 늦었습니다.”

아직 티켓팅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영화객은 숨을 돌리며 패딩을 벗었다.

“저도 이런 시꺼먼 오빠보다는 귀여운 동생들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여동생도 제법 익숙해졌는지 웃으며 시청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사이에 한숨 돌린 영화객은 열심히 컴퓨터를 두드려 이서준 팬미팅 티켓팅 사이트에 들어갔다.

“이 인간, 제가 문자 안 보냈으면 오늘 티켓팅 방송 못 할 뻔했다니까요. 도대체 같은 영화를 몇 번이나 본 건지…….”

“아니, 영화도 재미있긴 했는데, 쿠키영상이 진짜 엄청났다니까! 너도 꼭 보러 가.”

자신과 같은 새싹인 여동생에게 중요한 조언을 해주는 영화객이었지만, 여동생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이러고서는 나중에 왜 말 안 했냐며 등짝을 때리겠지. 벌써부터 등이 따가웠다.

-쿠키영상이 어떻길래요?

-여기선 스포일러 안 함.

-삼주 뒤에 나올 리뷰 영상에 나옵니다.

-그때까지 기다리던가 영화 보셈.

“네, 그렇습니다. 리뷰는 3주 뒤에 있을 예정이니 그때 방송 봐주세요. 근데 진짜,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꼭 보세요. 매드해터랑 쿠키영상이요. 오늘 보신 분은 이해하실 텐데, 여긴 없나요?”

-저 봤음;;;

-나도.

-진짜 이건 봐야 됩니다.

-스포일러는 조심하고.

“네. 스포일러 보시지 마시고 지금 당장……은 티켓팅 때문에 안 되겠구나. 하여튼 시간 나시면 꼭 보십시오.”

“그 정도야?”

여동생의 물음에 영화객이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야.”

-후기: ㅁㅊ……!

-222 빨리 쿠키영상 리뷰 해줬으면……!

-스포 없는 후기 찾아보니까 다들 쿠키영상이 미쳤다는데?

-진짜 뭐길래 그러지??

“직접 보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매드해터와 쿠키영상에 관한 리뷰는 3주 후, 공지로 올려두겠습니다. 아, 이제 티켓팅을 준비하죠!”

-일단 티켓팅부터!

-와. 사이트 버벅거림ㅋㅋㅋ

-내 자리 있어라ㅠㅠㅠ

그말 그대로 사이트가 버벅거리는 게 미공개 쿠키영상을 봤던 것과는 다른 의미로 심장이 벌렁거렸다.

“이제 조금 남았네요.”

-넘 늦게 오셨어요ㅠㅠ 잡담하고 싶었는데ㅠㅠ

“죄송합니다. 근데 진짜 매드해터 보시면 제가 왜 늦었는지 이해하실 거예요.”

-안 볼 생각이었는데 봐야겠네.

-22 보통 안 늦는 영화객이 늦으니까 궁금함.

“그리고 잡담은 티켓팅 끝나면 하기로 하죠.”

-티켓팅 후 절규하는 영화객.

-영화객: 슬퍼서 방송 종료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아냐. 금손 동생님이 계시잖아.

-그렇네!

그에 여동생이 입을 열었다.

“근데 고민 중이에요. 저도 새싹이라서 서준이 팬미팅 가고 싶거든요. 436 연극 때는 먼저 봤으니까 양보할 수 있었지만 이건 한 번밖에 없잖아요. 저도 서준이 팬미팅 가 본 적은 없거든요.”

“아니? 저기요???”

-ㅋㅋㅋㅋㅋ

-동생님의 배신ㅋㅋ

-근데 맞는 말임. 나부터 살아(봐)야지ㅋㅋ

“오빠. 세상은 원래 혼자 살아가는 법이야. 힘내.”

“아니? 저기요오???”

-동생님: ^ㅁ^

-영화객: ㅇㅁㅇ????

-ㅋㅋㅋㅋㅋ

-그렇게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영화객은 홀로 티켓팅을 도전하는데……

-정말로 발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피켓팅이 되어버렸다!

“여러분들까지 왜 이러십니까…….”

-원래 영화객 놀리는 맛에 보는 거니까.

-ㅇㅇㅇ그리고 서준이 팬미팅 티켓팅하는 이상, 영화객님이라도 적입니다.

-적 발견 +_+

-공격 준비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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