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677화 (677/1,055)

0살부터 슈퍼스타 677화

[배우 이서준, 2월 팬미팅 예정!]

-이게 몇백 년 만의 팬미팅이냐ㅠㅠ

=너무 좋아서 눈물이 폭포수처럼 나옴.

=왜져? 어차피 우리 자리는 없는뎋ㅎㅎㅎ(안웃김)

=그러겤ㅋㅋㅋㅋ(안웃김)

-콬아. 이게 최선이야? 최선이냐고!

=근데 팬미팅장이 커도, 날짜를 늘려도 새싹들 다 가긴 힘들듯.

=222 그냥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1월 중순! [새싹부터]에 피바람이 분다!

=영화 제목: [피켓팅]

=ㅋㅋㅋㅠㅠㅠ

-바이올린 연주도 하려나?

=그러게. 연극도 하고 연주도 해주면 좋겠다!

=난 연주만 들어도 됨. 고척에서 그레이 바이니 콘서트 열어줘.

=22 나도 연주 실제로 들어보고 싶음. 실제로 들은 사람들은 음원도 좋다지만 실연이 최고라던데.

-서준이가 가수가 아니라서 슬플 때: 실제로 만날 기회가 적을 때.

=22 가수면 음방이랑 콘서트에서 볼 수 있을 텐데ㅠㅠ

=근데 여전히 내 자리는 없고요……ㅎ

서준의 팬미팅 소식에 한국 새싹들은 물론이고 해외 새싹들까지 엉덩이를 들썩였다.

‘내 자린 없겠지만ㅠㅠ’ 하면서도 혹시, 혹시 모른다며 티켓팅 날짜까지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경건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사이 서준은 [매드해터]의 쿠키영상으로 들어갈 [쉐도우&나이트]의 예고편을 찍기 위해,

‘이 정도면 되려나?’

한국에 있었다.

그것도 코코아엔터의 녹음실에.

할 일을 마친 서준이 고개를 들자 유리벽 건너 엔지니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녹음이 끝났다는 신호였다.

“지금 건 어땠어요?”

그제야 서준이 목소리를 냈다. 조금 전까지는 녹음 중에 다른 소리가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서준의 물음에 엔지니어와 최태우가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전에 녹음한 것과의 차이를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서준은 이해했다.

그럴 만한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린 잘 모르겠는데 들어볼래?

“네.”

엔지니어의 말과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최태우에 서준이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기계를 만지는 엔지니어의 손길에 곧 녹음 부스의 스피커에서 조금 전 녹음했던 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기울여 그 소리를 듣고 있던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될 것 같아요. 이걸로 보내주세요, 태우 형.”

후처리는 마린사에서 알아서 할 테니 따로 손을 대지 않아도 될 터였다.

-알았어. 그럴게.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안 데려다줘도 돼?

슬슬 안다호를 닮아가는 최태우에 서준이 웃고 말았다.

“괜찮아요. 처음 가는 곳도 아닌데요, 뭘.”

* * *

오랜만에 이서준 사단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지석의 집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한상 거하게 차려놓은 음식들을 먹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다진이 준비하고 있는 연극, 박도훈과 김종호가 촬영 중인 영화, 촬영이 끝난 이지석의 드라마.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서준 사단이었다.

물론, 서준의 [오버 더 레인보우2]와 바이올린 곡들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나 진짜 매일 듣고 있다니까!”

“나도 그래. 아침에 들으니까 참 좋더라.”

바이올린 곡들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하는 이다진과 박도훈,

“영화관에서 개봉했으면 참 좋았을 것을.”

“그러게 말이야. 이번에도 상 받았을 것 같은데.”

개봉작이 아님을 아쉬워하는 김종호와 이지석의 모습에 서준이 하하 웃었다.

모두 바나나톡으로 한 번씩 이야기한 것들이지만 역시 실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는 쪽이 훨씬 즐거웠다.

“투 마이 프렌드는 어땠어요?”

“연주회도 당연히 좋았지. 그레이랑 서준이의 연주 스타일의 차이가 확 나서 신기하더라.”

“그래. 실제로 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박도훈과 김종호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칭찬을 늘어놓았다. 진심 어린 칭찬에 서준이 조금 상기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연주해 드릴게요.”

“크으. 이래서 인맥이 좋아.”

“그러게요! 이서준 사단 최고!”

“최고!”

서준의 말에 이지석과 이다진이 활짝 웃으며 짠! 하고 술잔을 부딪쳤다. 박도훈과 김종호도 웃으며 잔을 들었고, 서준도 킥킥 웃고는 잔을 부딪쳤다.

아하하하!

웃음소리로 가득한 자리에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흘러나왔다. 서준의 입에서였다.

“미쳤다악!!”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려던 이다진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혹시 누가 들을까 싶어서였다.

“진 나트라 시리즈라니……!”

서준의 이야기에 놀란 건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놀랐는지, 벌어진 턱이 바닥까지 떨어질 것만 같았다.

“……진짜로?”

“네. 삼촌. 계약도 끝났어요.”

“근데 서준아. 이런 거 말해도 돼?”

걱정스러운 듯 묻는 박도훈에 서준이 웃었다.

“괜찮아요. 매드해터에 쿠키영상으로 예고편 비슷한 게 나오거든요.”

“매드해터라면 곧 있으면 개봉하는 영화 말이지?”

이지석이 흥미로운 얼굴로 물었다.

“네. 맞아요.”

“아, 영화객 영상에서 봤어. 매드해터에 언론 시사회에도 안 보여준 비공개 쿠키영상이 있다던데, 설마 그게 그거야?”

이다진의 물음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거예요.”

“이야. 그게 진 나트라의 예고편이라니…… 다들 엄청 놀라겠는걸.”

이지석의 말에 세 배우의 머릿속에 저절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떠올랐다. 뭐든 상상 그 이상일 것 같았다.

김종호가 픽 웃으며 말했다.

“마린사가 제대로 칼을 갈았네.”

그러게 말이다.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 배우들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서준에게 물었다.

“근데 쿠키영상은 언제 찍었어? 오버레2 촬영 때?”

“그렇게 빠르진 않았을 것 같은데…… 잠깐 미국 갔다 온 거 아니에요?”

박도훈과 이다진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미국엔 안 갔어요.”

“응? 그럼 어떻게 촬영했어?”

“한국에서 녹음한 걸 보냈어요. 조금 전에요.”

녹음??

물음표가 하나 더 늘었다.

동시에 고개를 모로 꼬는 네 배우의 모습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원래는 진짜 예고편처럼 찍을 예정이었는데, 대본이 아직 미완성이거든요.”

다들 서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네 사람도 배우였지만, 영화의 비하인드는 흥미로운 법이었다.

“물론 예고편이랑 본편이랑 장면이나 내용이 달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렇게 바꾸는 것보다는 아예 진짜 짧게 촬영해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쪽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고 그게 채택이 됐어요.”

오.

서준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감질나는 쪽이 화제성이 크겠지.”

“맞아요. 보통 영화라면 몰라도 진 나트라잖아요……!”

‘진 나트라’라는 부분에서 저절로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어느새 다섯 배우들은 식사도 뒤로하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제가 촬영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서준이가 없는 예고편이라니…… 어떤 내용인지 상상이 안 가는데?”

고개를 갸웃하는 박도훈에 이지석이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 그래서 아까 예고편 비슷한 거라고 했구나.”

그말에, 처음 서준의 말을 떠올린 배우들이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서준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원래는 그렇게 쿠키영상 촬영이 다 끝난 거였는데, 아무리 짧은 영상이라도 제가 주인공인 영화 예고편에 제가 안 나가는 건 좀 그래서요. 조금 고집을 부려서 한국에서 녹음해서 마린사에 보냈어요.”

“녹음이라…… 어떤 장면인데?”

김종호의 물음에 서준이 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직접 보시면 아실 거예요.”

참고로 말하자면, 마린사에서 ‘굳이???’라고 되물어볼 정도의 비중이었다.

* * *

시끌벅적한 영화관.

영화객은 자꾸만 [새싹부터] 앱을 클릭하려는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괜찮아. 시간은 넉넉해.”

[매드해터]를 보고 집에 돌아가도 오늘 있을 서준이 팬미팅 티켓팅까지의 시간은 여유로웠다. 물론 금손인 여동생이 다 해주겠지만, 똥손인 영화객도 도전할 계획이었다.

“부디 이번만큼은……!”

그렇게 온갖 신에게 기도를 하며, 영화객은 오늘 개봉하는 [매드해터]의 포스터를 살펴보았다. 포스터 안의 내용은 미리 알아본 정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왠만하면 스포일러 모르고 보는 게 좋지.”

뭐, 사전 조사를 하다 보면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때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미공개 쿠키영상은 뭘까?”

영화객의 정보원은, 아무리 미공개 쿠키영상이라도 번역을 하려면 미리 볼 수밖에 없는 직업인 영화번역가로 일하고 있는 지인이었다.

>원래 영화에 관한 내용은 비밀인데, 홍보 겸 너한텐 알려줘도 된대.

<고맙다.

그렇게 영화객의 발언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때쯤 홍보기사를 낼 계획이었는지, 그 이후로 [매드해터]의 비공개 쿠키영상에 대해 알려졌다. 덕분에 [매드해터]에 대한 관심이 좀 더 커졌다.

“제3관 매드해터, 입장하시겠습니다!”

곧 [매드해터]가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어? 영화객 님!”

자신을 알아보는 시청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영화객은 좌석에 앉았다.

이제 영화에 집중할 때였다.

* * *

영화가 끝났다.

엔딩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오는 OST를 들으며 영화객은 다시금 [매드해터]의 내용을 되새기며 휴대폰에 메모했다. 나중에 다시 관람할 거지만 가장 처음 본 느낌이 생생할 수밖에 없으니 노트는 필수였다.

간략하게 메모하는 사이에도 비공개 쿠키영상은 나오지 않았다. 잠깐 둘러보니 상영관은 여전히 어두웠고 관객석은 여전히 꽉 차 있었다. 누가 봐도 아직 볼 영상이 남아 있는 것 같은 풍경이었다.

“쿠키영상 나오는 거 맞나 봐.”

“맞다니까. 영화객도 그랬고 기사도 나왔으니까 조금 있으면 나올 거야.”

언제쯤 나올까, 관객들이 속닥거리나 휴대폰을 하던 그때,

글자만 나타나던 스크린이 밝아졌다.

모두 일제히 입을 다물고 휴대폰을 껐다.

개봉 날 보러 온 만큼 마린사 영화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관객들이니만큼 단합력이 훌륭했다.

영화객도 스크린에 집중했다.

* * *

푸른잎이 가득한 나무들과 파릇파릇한 잔디, 넓은 호수와 호수를 둘러싼 러닝트랙이 있는 공원이 보였다.

멀리서 공원을 찍던 카메라가 웃음과 활기가 넘치는 사람들에게로 다가갔다. 누구 하나 자세히 비추는 것도 없이 그저 러닝트랙을 따라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러다 카메라는 목적지를 찾은 듯 러닝트랙에서 바깥쪽으로 향했다.

카메라가 향한 곳은 벤치.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얼굴을 보이지 않고 무릎 위에 엎어놓은 책과 그 책을 잡은 거친 손이 보였다.

그때, 지직지직-

주파수가 맞지 않는 듯한 기계음이 들렸다.

-/아, 또 이러네!/

영화객이 귀를 기울였다.

여성의 목소리인 건 알겠지만, 기계음과 함께 끊어져 들려서 누구인지 모르겠다. 쿵! 쿵! 기계를 내려치는 소리에 벤치에 앉아 있던 남자의 몸이 움찔 떨리는 게 보였다.

-/아, 됐다. 이제 잘 들리지? 거긴 어때?/

“/평소랑 같지, 뭐./”

……!

짧은 대사였지만 영화객과 관객들 모두 그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그와 함께 카메라가 벤치에 앉아 있던 남자의 얼굴을 비추었다.

쉐도우맨, 맥이었다.

조금 나이를 먹은 얼굴의 맥이 낀 무선이어폰 너머, 지지직거리던 소리가 안정을 되찾았다.

-/그럼 다행이네./

여전히 발랄한 벨 나트라의 목소리였다.

생각지도 못한 두 사람의 등장에 영화객과 관객들이 입을 쩌억 벌렸다. 상영관에는 숨소리 대신 놀람과 경악이 가득 찼다.

-/아버지가 한번 들르라고 하시더라. 집에 온 지 꽤 됐잖아./

“/지구 시간으로는 별로 안 지났어./”

-/아버지랑 나는 나트라에 있으니까 나트라 시간으로 계산해야지. 그러니까 자주 와. 올 거지, 맥? 매액?! 뭐야. 또 끊어진 거야?/

하지만 조금 전과는 달리 지지직거리는 소음도 없었고 벨 나트라의 목소리도 정확하게 들렸다.

“/잠깐만./”

그저 맥의 신경이 다른 쪽에 가 있는 것뿐이었다.

탁탁탁-

멀리서부터 뛰어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묵직하면서도 규칙적인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맥은 미소를 지으며 무릎에 올려두었던 책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책 표지에 적힌 제목이 지나가듯 보였다.

맥이 웃음기 섞인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He’s 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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