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670화
“영화 트루먼을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 중에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들은 살포시 닫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재미있는 영화니 이번 기회에 한번 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스포일러……라기엔 이거 1998년 영화임.
-그래도 볼 예정이었던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딱히 라이브 시청자 수에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늦게나마 리뷰를 보러 온 듯 시청자 수는 소폭 늘어나 있었다.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영화라는 거야?
-……다들 연세가?
-……(뜨끔)
-난 트루먼 안 봤는데 리뷰가 궁금함.
-ㅇㅇ이거 보고 보면 되지.
-그럼 좀 아쉬울 것 같은데.
-그래도 옛날 영화라 요즘 애들은 느낌이 다를 수도……
-요즘 애들ㅋㅋㅋㅠㅠㅠ근데 벌써 12월이야. 또 이렇게 한 살 먹는구나.
-나이 이야기 하지마ㅠㅠㅠ
시청자들의 채팅창을 훑어본 영화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리뷰 계속하겠습니다. 영화 트루먼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자면 주인공 ‘트루먼’이 살고 있는 세상은 모두 대본과 연기자들로 만들어진 거짓이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 되어서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는 모든 순간이 말이죠. 왜냐하면 ‘트루먼의 삶’이 TV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거 알고 엄청 놀랐지;;;
“네. 그랬죠. 주인공 ‘트루먼’도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고민합니다. 안락한 이곳에 계속 남을 것인지,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진짜 현실로 나갈 것인지.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진짜 세계’로 갈 것을 선택하며, 트루먼은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깁니다. 그건 현실로 나아갈 과거의 자신에게 보내는 인사이기도 하겠죠.”
영화객이 웃으며 말했다.
“Good afternoon, Good evening, Good night.”
-크으.
-아재요.
-ㅋㅋㅋㅋㅋ
-근데 멋있는 대사긴 함.
“네. 단순한 인사말이지만 영화를 보면 다르게 다가오죠.”
-근데 오버 더 레인보우랑 무슨 상관이에요?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영화객이 신나게 대답했다.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번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그레이가 작곡한 곡의 제목도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나잇’이거든요.”
-오오! 그러네?
-근데 트루먼이랑은 분위기가 다름.
-ㅇㅇ트루먼은 사람들의 흥미를 위해 거짓 세상을 만들었다고 한다면, 오버 더 레인보우2는 그레이를 위해 거짓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기 때문임.
-22 목적이 다르지.
“저어…….”
-여기서는 ‘슬럼프=거짓 세상’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22 페이크 다큐는 그냥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계기고.
-33 슬럼프와 작별하는 거지. 굿바이~
-음악 순서도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잇이고 마지막이 굿모닝이잖아요. 굿모닝은 이제 슬럼프를 모두 이겨내고 다시 즐겁게 살아가려는 그레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겠죠!
활활 타오르며 진행되는 시청자들의 감상에 영화객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었다. 입도 벙긋벙긋거리며 끼어들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저 대신 리뷰 하시지 말라니까요.”
-아하. 죄송ㅋㅋㅋ
-ㅈㅅㅈㅅㅋㅋㅋㅋㅋ
-전혀 안 죄송해보인다ㅋㅋㅋ
채팅창을 보던 영화객도 이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네. 그럼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말대로 의도한 건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리뷰하는 게 일이라 이런 쪽으로 연관을 지을 수밖에 없거든요. ‘주인공을 속인다’는 소재도 같아서 말이죠.”
-근데 찐으로 배우까지 속여버리면서 완벽☆해졌다.
-ㅋㅋ쿠키영상2ㅋㅋ
-거기다 시청자들도 다 낚음ㅋㅋ
-보면서 ㄴㅇㄱ 안한 사람이 없을 듯.
“그랬죠. 정말이지…….”
영화객이 감탄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이제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빠질 수 없는 음악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아무래도 제가 음악적 소양은 없다 보니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으니까 간단한 감상과 비하인드 쪽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자세한 분석은 다른 너튜버분들의 영상을 봐주세요.”
-ㅇㅋㅇㅋ
-[오버 더 레인보우2 삽입곡 전격 해부!](링크)
-[배우 이서준의 작곡 스타일을 알아보자!](링크)
“그렇다고 여기서 홍보하시지는 마시고요.”
영화객의 말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같이 웃던 영화객이 말을 이었다.
“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서준 배우가 작곡한 곡들은 그 감정이 아주 잘 전해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듣고 있으면 마치 눈앞에 작곡가가 말하고 싶어 하는 장면들이 펼쳐지는 것 같죠.”
-ㅇㅇ 굿 애프터눈도 즐거운 공원 느낌이 나고 뭔가 활기차짐.
-굿 이브닝도 노을과 함께 연주하는 모습이 생각나면서 뭔가 애정이 솟는 느낌이랄까? 듣고 있으면 가족이 생각남. 영화 끝나고 엄빠한테 전화하게 되더라.
-난 굿 나잇 듣고 울었음. 강아지별 간 우리 강아지 생각나서ㅠㅠ 막 슬픈 건 아니었고 행복한 추억들이 계속 떠올라서 좋더라.
“영화를 보면서 처음 들어서 더욱 그런 장면이 떠오를 수도 있지만, 이서준 배우가 작곡하는 곡들은 특히 듣는 사람들을 몰입시키고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바이올린 전공자라 연주해봤는데…… 곡도 곡이지만 연주자 실력이 좋아서 그런듯ㅠㅠ내가 연주하면 안돼ㅠㅠ
-22 진짜 이서준은 바이올린을 했어야……
-윗댓 전 세계 새싹들한테 돌 맞을 듯.
“하하하. 이서준 배우가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도 저는 팬이 됐을 것 같습니다. 영화가 아니라 연주회를 열심히 보러 다녔겠죠.”
-그건 그럼. (새싹)
-연주회라면 진짜 피켓팅이었겠다ㅎㄷㄷ 그건 실황녹화 별로 안 하잖아.
-영화, 드라마 감사! 격렬한 감사!
영화객과 새싹들은 모두 언제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영상매체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리고 보이는 라디오에서 반만 공개되어서 사람들이 궁금해하던 ‘굿모닝’도 마침내 끝까지 공개되었습니다. 정말이지 다운록에서 굿모닝을 들을 때는 속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니까요.”
-222 진짜 7월부터 계속 궁금했음.
-(속이 시원해지는 짤)
-게다가 연주도 엄청 좋았어요ㅠㅠ
“네. 앞부분도 좋았지만 뒷부분도 확실히 좋았죠. 역시 이서준 배우의 곡답게 굿모닝이라는 부제처럼 아침에 들으면 좋을 것 같은 곡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모닝콜로 설정해뒀습니다.”
-모닝콜이라니;;
-좋아하던 음악도 싫어하게 만든다던데;;;
“겨우 하루였지만 오늘은 괜찮더라고요. 몇 주 실험해 보고 나중에 후기 올려보겠습니다. 다음으로 넘어가서.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공동묘지 장면을 빼놓을 수는 없겠죠.”
-각색이라지만 그것도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니ㅠㅠ
-오버 더 레인보우1 마지막 장면에 병원복 입은 아이들 있던데, 그중에 있는 건 아니겠지?ㅠㅠㅠ
-아닐 거야ㅠㅠㅠ
“저도 아니길 바랍니다.”
눈물로 가득한 채팅창과 함께 울적해지려는 표정을 다듬은 영화객이 말을 이었다.
“여기서 나온 곡이 ‘자장가’와 ‘굿나잇’입니다. 둘 다 ‘듣는 사람이 잘 자기를 바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조금 다른 느낌의 곡들이죠. 자장가는 어머니가 죽은 아들에게, 굿나잇은 죽은 아들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곡입니다.”
-죽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곡은 들어봤어도,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게 보내는 곡은 처음인 듯.
-222 그래서 더 좋은 듯. 죽은 사람들도 남은 사람들이 잘 살아가길 바랄 거라는 거 알면서도 남은 사람들은 계속 슬퍼하게 되잖아. 근데 이 곡이 위로가 돼 줌.
“네. 두 곡 다 위로가 되고 생각이 많아지는 곡이죠.”
고개를 끄덕인 영화객이 입을 열었다.
“굿나잇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데, 원래 이서준 배우가 작곡을 맡은 곡은 굿모닝,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세 곡이었는데 굿나잇까지 작곡자에 이서준 배우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보라에서도 세 곡이라고 했었는데 갑자기 네 곡으로 늘어남.
-어떻게 된 거예요?
“이야기에 따르면 자장가를 연주하는 장면이 끝나고 곧바로 이서준 배우가 사라 로트 감독님께 의견을 냈다고 합니다. 이런 곡은 어떻겠냐고 말이죠. 그리고 그 자리에서 연주한 것이 바로 굿나잇이었다고 합니다.”
-……그자리에서요???
-그렇게 좋은 곡이 즉흥곡이었어???
-미쳤네…… 재능.
“그걸 들은 사라 로트 감독이 단번에 대본을 고쳤다고 하죠. 그리고 굿나잇이 2편에 삽입되었습니다.”
-이렇게 클래식계는 오늘도 또 통곡하고.
-영화계는 만세 삼창!
-ㅋㅋㅋㅋㅋ
“이제 마지막 장면의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지만 잠시 뒤로 미뤄두고 먼저 쿠키영상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ㅇㅋㅇㅋ
-쿠키영상 두 개나 있어서 좋았다.
-하나는 ㅎㅎㅎ였지만 하나는 ㄴㅇㄱ 였지.
-ㅋㅋㅋㅋ
“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던 첫 번째 쿠키영상은 삼총사가 함께 나온 장면이었죠. 장소는 다운록과 스타필의 사이에 있는 공원으로, 삼총사가 처음 만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바이올린을 연습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촬영하기도 했죠.”
-ㅠㅠ다 같이 있으니 얼마나 좋아ㅠㅠ
-평화로운 모습이 정말 너무 좋았어요.
-근데 조지가ㅋㅋㅋ
조지의 이야기가 나오자 영화객과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다들 촬영본을 불태워 버릴 생각이었다고 했던 조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네. 저도 영화 보는 내내 몰입해서 ‘만약에 그레이가 슬럼프에서 나오지 못하면 이거 그대로 방송되는 건가?’ 하고 걱정했는데 조지는 다 계획이 있었더군요.”
-……그게 계획인가요?
-ㅋㅋ그냥 막무가내 아니야?
“네. 그래도 뭐 결과적으로는 해피엔딩이잖아요.”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는 영화객에 채팅창에 ‘ㅋㅋㅋㅋ’이 도배됐다.
-절대적 삼총사 편애모드……하지만 나도 그렇지! 조지!! 하고 싶은 거 다 해!!
-ㅋㅋㅋㅋ222!!!
“그래도 그런 삼총사의 모습을 보니, 조지에게 일이 있어도, 레베카에게 문제가 생겨도, 또다시 그레이에게 슬럼프가 찾아온다고 해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정말…… 잘 컸어요. 세 아이 다…….”
-또 울어?? (책상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짤)
-울어요? 영화객님 울어요??
목소리가 축축하게 젖은 영화객에 시청자들이 신이나 댓글을 달았다.
“안 웁니다!”
-그럼 말고.
-에이. 아깝.
“크흠. 그럼 두 번째 쿠키영상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앞서 이야기했듯 주연 배우까지 속여버린 사라 로트 감독님. 도대체 어디까지 속일 생각이셨는지……이젠 그레이 바이니가 실제 인물이라고 해도 납득할 것 같습니다.”
-222 진짜 어디 있는 거 아님?
-나는 봤다!나는 봤다!나는 봤다!나는 봤다!
-그레이! 어딘가에 있다면 당근을 흔들어줘!!
주황주황한 당근들이 채팅창을 도배했다. 웃음을 터뜨린 영화객이 말을 이었다.
“관객분들의 정체도 물론 놀라웠지만, 그것보다 인상 깊었던 건 역시 이서준 배우의 ON이 깨졌던 부분이죠. 정말이지, 그런 모습을 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영화객이 흥분을 가라앉히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잘 모르시는 분들께 설명하자면 이서준 배우는 몰입도가 대단해서 ON, OFF가 확실하거든요. 너튜브에 이서준 온오프만 쳐봐도 1초 만에 분위기가 달라지는 영상들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죠.”
그러나 여전히 벅찬 얼굴이었다.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이번 쿠키영상에서 저도 모르게 ‘그레이 바이니’를 연기하는 것을 잊고 ‘이서준’이 되어버린 겁니다.”
-진짜 짜릿했다.
-소름 돋았음.
서준을 오랫동안 봐왔던 새싹들이 모를 수 없을 정도의 동요. 그건 색다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거 있잖아. 용감한 사람이 사랑을 위해 비겁해지고, 비겁한 사람이 사랑을 위해 용감해지는. 그런 갭모에ㅎㅎㅎ
-22 연기에 완벽한 서준이가 촬영 중에 그런 모습을 보이다니, 얼마나 감동 받았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라 나까지 울컥함ㅠㅠ
“네. 저도 그랬습니다. 이런 식으로 배우까지 속이는 영화는 아마 오버 더 레인보우2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 영화 보는 내내 감동이었어요.”
-촬영하러 와준 사람들도 그렇고.
-10년 동안 꾸준히 후원한 서준이도 그렇고ㅠㅠ
-진짜 계속 울었다.
-22 안 울 수가 없었음.
“이서준 배우의 후원 사실도 몇 년 전에 우연히 밝혀졌다는 사실도 정말 영화 같은 이야기죠.”
-진짜 그때 안 밝혀졌으면 평생 모를 뻔;;;
-ㅇㅇㅇㅇ
-근데 엔딩 크레딧에 나온 ‘그리고 친구들’도 감동적이었는데, 왜 영화 제목처럼 ‘나의 친구들’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22 [그리고 나의 친구들] 이 더 감동적이지 않음?
“저도 생각해 봤는데, 오버 더 레인보우1 이후로 후원이 많이 늘었거든요. 그러니까 이서준 배우뿐만이 아니라 제가, 그리고 여러분이 준 후원금이 ‘친구들’에게 갔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겁니다.”
-하긴 새싹들 이서준 생일 때마다 후원 많이 했잖아.
-새싹은 아니지만 1편 보고 나도 후원했었음.
영화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 사람들도 있고, 그리고 엔딩크레딧에 이름이 나오지 않은 분들과 다른 분야의 힘든 분들을 후원해준 분들까지도 지칭하는 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서준 배우만을 뜻하는 ‘나의’라는 단어를 뺀 거겠죠. 꼭 오버 더 레인보우와 연관되지 않았어도 후원한 사람과 후원받은 사람들 모두 ‘친구들’이라는 뜻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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