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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668화 (66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668화

팝업스토어(짧은 기간 동안 열리는 상점)라고 하면 작은 규모를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유니버스 팝업스토어’는 마린사에서 작정한 모양인 듯, 넓은 상가 한 곳을 대여해 규모도 컸고 상품도 많았다.

거기에 서울뿐만이 아니라 광역시 등 지방의 인파가 몰리는 곳곳에도 팝업스토어가 열려 있었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유니버스]라는 간판이 달린 외부는 깔끔했고, 내부는 약간 우주스러운 분위기에 마치 다른 행성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처럼 스튜디오별로 나누어져 있었다.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벌써 9일째라서 그런지 이전처럼 그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아직 기사가 많이 퍼지지는 않았는지 그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네요. 아까 기사 보내주신 분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 당신의 행동력이 빨랐음.

-ㅋㅋㅋ그러니까ㅋㅋ진짜 기사 보자마자 뛰쳐나왔잖아ㅋ

-영화객 아니면 누가 기사 봤다고 바로 나와ㅋㅋ

“하.하.하.”

시청자들의 댓글에 영화객이 어색하게 웃으며 유니버스 팝업스토어 안으로 들어갔다.

“2편 기념티켓을 사러 전에 왔었는데 그때랑 내부가 조금 바뀐 것 같습니다.”

-나도 공개 전에 사러 갔음.

-오버 더 레인보우는 기념티켓 먼저 사고 난 후에 보는 게 국룰.

-나 10년 전에 기념티켓? 포스터에 있는데 뭐. 하고 안 사고 봤다가 영화 끝나고 엉엉 울면서 샀다ㅋㅋ

-222 나도 에이, 그 돈으로 콜라나 사 먹지. 하고 안 샀는데 콜라는 1도 못 먹고 울면서 나와서 기념티켓에 내 이름 박았음ㅋㅋㅋ

-진짜 영화 끝나고 바로 보는 기념티켓의 감동은……!

“2편에서도 기념 티켓이 큰 감동을 줬었죠. 자세한 이야기는 리뷰에서 하죠.”

-오늘 리뷰함?

영화객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기념 티켓 사고 이서준 배우의 연주회를 보고 난 후 늦게라도 할 예정입니다.”

-ok. 기다림.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빨리 기념티켓을 사고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오늘 안에 연주회도 보고 리뷰도 하려면 바쁘겠네요.”

기다린다는 시청자들의 쿨한 댓글에 영화객이 웃으며 감사를 표하고, 카메라로 팝업스토어의 내부를 촬영했다.

“웨일 스튜디오 파트가 늘어난 것 같습니다. 아마 기사에 나온 연주회의 기념 티켓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사람들이 몰릴 테니까 말이죠. 그럼 저쪽에 가 보겠습니다.”

정말 연주회 티켓을 판매하는 직원처럼, 정장을 차려입은 직원이 반갑게 영화객을 맞이했다.

“이서준 배우 연주회 기념 티켓을 사러 왔는데, 있나요?”

“네. 먼저 여기에 이름을 적어주세요. 날짜는 언제로 해드릴까요?”

-어떤 티켓인지 되게 궁금하다.

-날짜는 영화객 생일?

파인패드에 ‘영화객’과 자신의 이름을 써넣으며 영화객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 장 다 3월 10일로 부탁드립니다.”

-서준이 생일이잖아ㅋㅋㅋ

-찐 새싹ㅋㅋ

-숨길 생각도 하지 않는 새싹ㅋㅋㅋㅋ

나라와 장소, 좌석까지 결정하고 잠시 기다리니, 새로운 버전의 기념 티켓이 반질반질한 봉투에 넣어져 나왔다. 영화객이 구김이 생기지 않게 소중히 봉투를 품 안에 넣고 말했다.

“기념 티켓은 연주회 보고 열어보겠습니다.”

-그게 감동 몇백 배긴 하지만 궁금하다……!

-열어봐!(짝!)열어봐!(짝!)열어봐!(짝!)

“연주회 보고 열겠습니다!”

-시청자보다 본인 덕질이 더 중요한 영화객.

-ㅋㅋ이 재미에 영화객 라이브 보지만.

-ㅋㅋㅋㅋㅋ

“그럼 얼른 집으로 가 볼까요. 여러분도 다들 유니버스 결제하셨으니까 같이 봐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한 치의 의심도 없는 결제 유무ㅋㅋㅋ

-뭐? 오버 더 레인보우2 리뷰를 보러왔는데 유니버스 결제도 안 했다고?!

-이미 준비 끝났음.

-222 벌써 준비 완.

-역시 고인물……

정말 기념 티켓만이 목적이었다는 듯, 영화객은 다른 곳은 전혀 돌아보지도 않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그사이 인터넷도 ‘배우 이서준 연주회’에 대한 기사와 반응들로 들썩이고 있었다.

-기사들 엄청 올라오고 있네.어뷰징 기사도 순식간에 뜨고 있다.

-영화객님이 기념 티켓 사러 간 이야기도 있음. 댓글 다 ‘역시 영화객ㅋㅋㅋ’이러고 있다ㅋㅋㅋ

-지금 사러 간다는 사람도 많은 듯.

-나도 사옴.

-언제??

-영화객 출발했을 때 같이 나감ㅋㅋ

-……너 고인물이지?

-ㅋㅋㅋㅇㅇㅇ

집으로 돌아온 영화객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패딩을 벗고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그리고 리모컨을 조작해 [유니버스]를 연결했다.

그러자 보이는 첫 화면.

“……이야. 서준이네요.”

연주회 영상도 제대로 홍보할 생각인지,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배우 이서준의 사진이 첫 화면에 떠 있었다.

-역시 대단함. 그냥 서준이임.

-222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모습이라면 그레이로 보일 텐데. 그냥 이서준 같음.

“맞습니다. 같은 포즈의 사진이라고 해도 그레이와 서준이의 차이가 확실하게 보이는 점이 서준이의 연기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죠. 옷이나 스타일링도 자세히 보면 2편 마지막 장면에서 연주했던 정장이랑 똑같거든요. 근데 그레이 바이니라는 느낌은 하나도 없는 게 역시 연기천재……!”

-광기의 찐팬 나왔다.

-ㅋㅋㅋㅋ

“크흠. 그럼 지금부터 이서준 배우의 연주회를 시청하겠습니다. 저작권 문제로 제 반응만 화면에 나올 테니까, 여러분도 각자 유니버스를 켜서 시청하시길 바랍니다. 연주회 내내 제 얼굴을 보고 싶다면-”

-우엑

“말리진 않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반응이 너무 빠르잖아ㅋㅋ

-ㅋㅋㅋ영화객 표정ㅋㅋㅋ

-근데 영화객이 급 차분해져서는 ‘이서준 배우의 연주회’라고 말한 게 웃김.

-왜 ‘우리 연기천재 음악천재 서준이의 연주회’라고 말을 못해!!

-ㅋㅋㅋㅋㅋㅋ

“하여튼, 시청하시죠. 제목은 오…….”

영화객의 눈동자가 빠르게 촉촉해졌다.

“……To My Friend입니다.”

-오……ㅠㅠ

-제목부터 감동ㅠ

-이젠 프렌드라는 단어만 봐도 눈물이ㅠㅠㅠ

[To My Friend]

영화객이 그 아래에 적힌 설명을 읽어나갔다.

“‘오버 더 레인보우2’의 마지막 장면 브레드홀 연주회 촬영 이후, 모여준 ‘친구들’을 위해 배우 이서준이 바이올린을 연주한 모습을 촬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청하겠습니다.”

저작권 때문에 카메라의 소리를 끈, 영화객이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재생버튼을 눌렀다. 천천히 밝아지는 TV화면으로 무대에 선 서준의 모습이 나타났다.

* * *

“/안녕하세요. 배우 서준 리입니다./”

인사하자마자 박수소리가 쏟아졌다. [오버 더 레인보우2]에서도 대단했지만, 보다 더 커다란 감사와 사랑, 친근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드디어 ‘그레이 바이니’가 아닌 본래의 주인을 찾은 박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행복한 삶을 찾을 기회’를 준 서준 리가 한껏 상기된 얼굴로 관객석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감독님께 듣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상상도 못한 일이라서, 지금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있는 기분입니다. 이 자리까지 와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꾸벅 인사하는 모습에, 다시 박수가 쏟아졌다.

최유성이나 나탈리같이 전혀 관계없던 이들도 옆자리에 앉은 ‘친구들’에게 설명을 듣고는 ‘미친……!’ 하고 울먹이며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박수를 쳐댔다.

무대에 서 있는 배우 서준 리가 얼마나 반짝이는지.

관객들은 바로 직전 연주했던 ‘그레이 바이니’와 전혀 다른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더욱더 살갗으로 다가온 기분이랄까.

게다가 지금도 어려 보이는데 무려 10년 전, 지금보다도 더 어렸던 때에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사실도 함께 떠올랐다.

서준에게도, 관객들에게도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

“/그 보답으로 부족하지만, 지금부터 제 연주를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말이죠./”

웃음 소리와 함께, ‘/괜찮아요!/’ 하고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시간 넉넉합니다!/’ 하고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들려주세요!/’ 하고 상냥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에 영화객은 TV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각자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말로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거기에 있었다. 이 모든 이들이 서준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그럼 먼저 제가 작곡한 곡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제목은 굿모닝이에요. 아침에 들으면 좋은 곡이죠./”

진담을 농담인 양 웃으며 말하는 서준에 관객석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웃음소리도 서준이 스트라디바리우스에 턱을 괴자 사라졌다. 모두 음악으로 이어진 인연이라서 그런지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했다.

[그레이의 바이올린 연주곡 NO.2 : Good morning]의 첫 음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서준은 능력을 발동했다.

[(선)이름 없는 신관의 찬가가 발동됩니다.]

[(선)디테마스의 울음소리가 발동됩니다.]

그 아름다운 연주에 관객들이 소리 없이 감탄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침에 들으면 좋은 곡이라는 농담이 농담 같지 않아졌다.

듣고 있던 영화객과 시청자들도 감탄했다. 하지만 관객들과는 조금 다른 의미의 감탄이었다.

-잘하긴 잘하는데, 확실히 ‘이서준 스타일’이지?

-ㅇㅇㅇ2편 공개하고 음원 올라오고 계속 듣고 있는데 그레이랑은 전혀 다른 느낌.

-……진짜 대단하다. 이서준.

[오버 더 레인보우2]에 나온 곡들이 너무 좋아, 계속 듣고 있어 귀에 익어서 알 수 있었다.

전혀 달랐다.

지금까지 ‘그레이 바이니 스타일’의 연주이 좋다, 이것보다 좋은 연주는 없을 거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있었다. 그것도 ‘그레이 바이니 스타일’을 연주했던 본체, 배우 이서준에 의해서 연주되고 있었다.

-보통 한 스타일도 제대로 하기 힘든데;;;;

-역시 바이올린 천재ㅎㄷㄷ

다음으로 [그레이의 바이올린 연주곡 NO.3: Good afternoon], [그레이의 바이올린 연주곡 NO.4: Good evening], [그레이의 바이올린 연주곡 NO.5. Good Night], [자장가], [오버 더 레인보우], [그레이의 바이올린 연주곡 NO.1]의 연주가 이어졌다.

그 모든 연주가 ‘이서준’의 스타일이었고 몇 번이고 듣고 싶을 정도의 멋진 연주였다. 그래서 그런지 넋을 놓고 듣고 있듯, 채팅창마저 잠시 멈춰 있었다.

그러고는 잠깐의 쉬는 시간마다 쌓여뒀던 감상을 폭발할 듯 후다다닥 키보드를 두드렸다. 영화객도 마찬가지였다.

“이 연주들 음원 나오겠죠?”

-제발 나와라ㅠㅠㅠ제발ㅠㅠ

-같은 곡인데 달라서 둘 다 듣고 싶어ㅠㅠ

“안 나오면 우리 같이 마린사 사이트에 쳐들어갑시다.”

-22 새싹부터와 연합하면 무서울 게 없다.

-새싹부터에 글 올릴게요!

-영미권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제가 합니다! 유럽담당!

-아니ㅋㅋ그럼 진짜 사이트 터진다고ㅋㅋ(1/99999)

-윗댓. 웃으면서 사람 모집하지마ㅋㅋㅋ

농담인 듯 진지하게 계획을 세우던 사이, 영상 속 쉬는 시간이 끝났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연주했는지, 땀이 송골송골 맺혔음에도, 여전히 환한 얼굴로 생기가 넘치는 분위기의 서준이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마지막 곡은 이 영화의 주제곡이기도 한 ‘포 마이 프렌드’입니다./”

마지막 곡이라는 말에 아쉬워하는 관객들을 보던 서준이 말을 이었다.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고 하지만 만난 적이 없는데도, 이렇게 감정을 나누면서 친구가 된 우리는 더욱 특별하고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오신 분들도,/”

무대 위의 서준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더할 나위 없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누가 봐도 진심이라는 걸 알 것 같은 모습이었다.

“/오시 못하신 분들도 모두./”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어, 마치 화면 건너편에 있는 영화객과 시청자들을 보며 말하는 것 같았다.

“/제 친구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친하게 지내요!/”

그리고 ‘이서준의 친구를 위한’ 바이올린 연주가 시작되었다.

[For My Friend]

아는 곡임에도, 전혀 다른 스타일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My를 지칭하는 이가 ‘그레이 바이니’가 아니라 ‘이서준’이라서 그런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영화객이었다.

물론 그레이 바이니도 좋아하지만.

이서준은, 서준이는 그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였다.

‘물론 직접 이야기를 해본 적은 한 번밖에 없지만.’

그래도 친구라고 생각해도 될까.

문득, 조금 전 사온 기념 티켓이 생각났다.

영화객이 소중히 가져온 봉투 안에서 기념 티켓을 꺼냈다.

[영화객 님, 당신의 깊은 우정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장소 : 대한민국, 서울, 고래 클래식 홀]

[날짜: 20XX년 3월 10일, 20시.]

[좌석: 마 31]

[당신의 친구, 이서준 드림.]

‘이서준 드림’ 옆에 써 있는 멋들어진 사인까지.

-어어? 영화객님 운다! 울어!

-영화객님~ 운대요! 운대요! 운대……나도 울어ㅠㅠㅠ

-기념티켓 너무 감동적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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