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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658화 (65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658화

조나단 윌이 ‘……네?’만 반복하고 있던 그 시각.

서준은 토요일 오전부터 코코아 엔터에 도착해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언제나처럼 존재감 제로의 모습으로 유유자적 회사에 도착한 서준은, 그런 서준의 모습에 익숙해진 경비팀과 인사를 하고 1층 카페 쪽을 바라보았다. 통유리창으로 된 카페에 아는 얼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친분이 있는 한 남자와 얼굴만 아는 일곱 명의 소년들.

남자가 흐뭇한 표정으로 소년들을 바라보다가 서준과 눈이 마주치고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카페에서 나왔다.

“언제 왔어, 서준아?”

맛있는 걸 사준 착한 사람, 최태우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자 일곱 명의 아이들은 뭔가 싶어 고개를 쭉 내밀다가 서준을 보고는 눈을 땡그랗게 떴다. 툭 치면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몇몇은 쿨럭, 먹던 음료가 목에 걸린 듯 헛기침을 했다.

“방금 왔어요. 저 애들이 내년에 데뷔할 얘들이에요?”

“응. 맞아.”

최태우가 카페 쪽으로 손짓하자 일곱 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다들 놀란 듯하면서도 상기된 얼굴이었다. 긴장된 상태에도 세계적인 스타를 바라보는 눈이 반짝반짝했다.

“안녕하십니까!”

목소리 한 번 씩씩하다.

맞추기라도 한 듯 동시에 튀어나온 인사에 서준이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으아아아.

서준의 인사 한 번으로도 어찌나 좋아하는지. 흥분을 참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옆 사람의 팔을 잡고 흔들거나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보였다. 다들 서준보다 어려서 그런지 동생 같아 보였다.

특히, 이른 나이에 데뷔했다가 실패했던, 최태우가 맡았던 네 명의 연습생들에게 눈이 갔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봤을 때보다 반짝반짝하고 생기가 넘치는 모습에 뿌듯해졌다.

우리 회사, 좋은 회사.

삼촌과 가수 팀이 열심히 일하는 모양이었다.

“쉬는 시간이었어요?”

“어. 잠시 시간이 나서 말이야.”

대표로 대답한 최태우의 말에 서준이 카페 쪽을 보았다. 유리창 안쪽, 연습생들이 앉아 있던 카페 테이블에 놓여 있는 음료수 잔들이 보였다. 케이크나 쿠키를 먹은 흔적은 없었다.

“음료수만으로 돼요? 쿠키나 케이크도 맛있는데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봐요. 사줄게요.”

서준은 연습생들을 향해 말하면서 지갑을 꺼냈다.

‘올 초에 데뷔한 걸그룹 앰버도 그렇고.’

군대나 미국 촬영 때문에 레드크라운 누나들이나 블루문 멤버들처럼 친해질 만큼, 친분을 만들 시간은 없었지만, 같은 회사 소속이라는 것만으로도, 동생뻘이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갔다.

그에 허둥지둥하는 연습생들이었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한 연습생이 얼른 입을 열었다.

서준의 기억으로는 최태우가 맡았던 아이돌 그룹에서도 리더였던 아이였다. 앞으로 나서는 자연스러운 모습과 ‘너(형)만 믿어(요)!’라는 듯한 연습생들의 신뢰 어린 눈빛이 아무래도 새롭게 데뷔할 그룹에서도 리더를 맡을 것 같았다.

어쩐지 태우 형의 표정이 흐뭇해 보였다.

“정말로! 진짜로! 감사하지만! 저희가 지금 체중 관리 중입니다. 지금 마시던 음료가 오늘 한계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아!”

“아니, 죄송할 것까지는 없어요. 체중 관리 중이라니 고생이 많겠네요.”

서준도 작품 준비할 때 체중 관리를 하니 공감이 갔다.

힘들겠지만 관리하지 않으면 카메라에 나올 때 멋있게 나오지 않을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미리 결제해 둘게요. 진짜 진짜 먹고 싶어서 못 참겠다, 싶을 때는 제 이름 대고 먹어도 돼요. 이서준 실드랄까.”

구 사옥에 있을 때, 레드크라운과 블루문이 자주 이용했던 ‘이서준 실드’를 떠올리며 서준이 웃었다.

“제가 사줬다고 이야기하면 트레이너님들도 한두 번은 봐주실 거예요.”

트레이너들도 코코아 엔터와 오래 일한 사이니 ‘이서준 실드’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걸 쓸 정도면 연습생들이 얼마나 한계에 다다른 건지도 말이다.

‘엠버 멤버들에게도 말해놔야겠다.’

지금도 종종 ‘이서준 실드’를 쓰는 블루문 멤버들을 보면, 아직 신인 걸그룹인 엠버에게는 제법 큰 도움이 될 거다.

“우와아아……!”

서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연습생들은 전설(?)로만 내려오던 막강한 ‘이서준 실드’를 얻게 되자 환호성을 참지 못했다.

“감사합니다!”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린 리더가 꾸벅 인사를 하자, 다른 연습생들도 와르르 인사를 했다. 서준도 웃으며 마주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려고 하자, 최태우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나도 가볼게. 맛있게 먹고 가.”

“넵!”

서준과 최태우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연습생들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멋있다. 선배님……!”

“그러게. 무슨 이야기 중이실까?”

“할리우드 이야기 아닐까요? 오버 더 레인보우2요!”

“와아아아…….”

서준과 최태우가 엘리베이터에 올라 사라질 때까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그 자리 그대로 서 있는 일곱 명의 연습생들이었다.

엘리베이터 안.

“형, 형. 은수가 전국 과학 경시대회를 나갔는데 우수상을 탔대요. 6학년들도 많이 있었는데 4학년인 은수가 1등이었다니까요. 만드는 것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이론도 완전 다 이해하고 있어서 중학교는 몰라도 고등학교는 과학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 그리고 수빈이는 저번보다 연주 실력이 더 는 거 있죠? 아무래도 뉴욕 콩쿠르에서의 경험이 컸나 봐요. 그래서 다른 콩쿠르에도 나갈 생각인데, 매니징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고민이에요. 희상이 삼촌은 계속 코코아 엔터가 맞아줬으면 하는 것 같던데…….”

연습생들의 기대와 달리, 동생바라기인 서준의 수다가 이어지고 있었다.

* * *

배우와 매니저가 도착한 곳은 10층 안다호 이사의 사무실.

“킹즈 에이전시랑 같이하면 가능할 거야.”

안다호의 말에 서준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그에 안다호와 최태우가 웃고 말았다. 아마 작품, 연기 다음으로 서준을 저렇게 변하게 할 수 있는 건 가족과 동생들일 터였다.

“나라 이모한테는 제가 부탁할게요.”

“그럼 고맙지.”

서준과 함께 미국에 놀러 오는 수빈이(물론 은수도)를 귀여워하는 나라 킴은 기꺼이 수빈이의 일을 맡아줄 거다.

“오늘 부른 건 마린사에서 진 나트라 시리즈의 감독이 결정됐다는 연락이 와서야.”

오!

안다호의 말에 서준과 최태우가 탄성을 뱉어냈다.

드디어 [진 나트라 시리즈(가제)]의 첫걸음이 내디뎌진 것이었다.

“근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후보 목록이 있어서 빨리 결정될 줄 알았는데.”

서준의 말대로 마린사와의 회의 때부터 거의 한 달 가까이 시간이 흘러 있었다.

“마린사도 신중해야 할 테니까.”

영화 한 편이 아니라 시리즈물이라서 끝까지 잘 이어 나갈 수 있는 감독을 원했을 거다. 물론 시리즈물이라고 해도 감독이 바뀌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그래서 누구래요?”

서준의 물음에 안다호가 웃으며 말했다.

“조나단 윌 감독님이래.”

“와!”

예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뻤다.

아무래도 함께 해온 시간이 있으니 믿음이 갔다. 독립영화로 만든 영화들도 괜찮았고.

문득, 조나단을 처음 봤을 때가 떠올랐다.

어린 티가 팍팍 나던 중학생의 소년이 이렇게나 잘 자라 삼촌의 뒤를 이어 시리즈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니.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당시 자신이 네 살이었다는 건 생각도 못 하는 서준이었다.

안다호가 설명을 이었다.

“일단 감독이 정해졌으니까 시놉시스와 대본이 나오는 대로 세트장이며 의상이며, 소품까지 빠르게 준비할 예정이래. 최대한 퀄리티를 높이면서도 빠르게 크랭크인할 수 있게. 내년에 개봉하는 게 목표라고 하더라.”

“그게 가능한가요?”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일정에 놀란 최태우의 물음에, 할리우드 스케일을 몇 번이나 겪었던 서준과 안다호가 미소를 지었다.

“돈이면 안 될 게 없어요. 태우 형.”

“맞습니다. 그것도 평범한 히어로도 아니고 진 나트라이니까요.”

벌어들일 수익을 생각하면 제작비를 더 쏟아부어도 아깝지 않을 터였다.

“그래서 아마 진 나트라 시리즈를 제작하기 전까지는 호흡이 긴 작품에 들어가는 건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어. 대본 쓸 때 조언하기로 했으니까.”

“네. 알았어요.”

그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린사와의 회의 때도 이야기했었다. 감독이나 시나리오 팀이 제작한 [진 나트라 시리즈(가제)]의 대본이 마음에 안 든다면 전부 수정할 수도 있으니 말해달라고 말이다.

[진 나트라 시리즈(가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순위도, 2순위도 서준 리의 출연이니까.

“조나단이라면 이야기하기가 쉽겠어요. 다른 감독님이면 어떻게 말할까 조금 걱정했거든요.”

안심한 듯 말하는 서준에, 안다호와 최태우의 입꼬리가 조금 떨렸다.

‘아니. 서준이 넌 누가 감독이라도 잘 말할 것 같은데…….’

마린사도 아마 그것을 고려했을 터였다.

고집 있는 감독과 납득하지 못한 배우가 부딪히면 영화가 엎어질 테니까 말이다.

* * *

코코아 엔터 8층, 이서준 전용 연습실.

포근하고 안락한 소파에 기댄 서준은 라이언 윌 감독에게 연락했다.

“/감독님. 들으셨어요? 조나단이 진 나트라 시리즈를 맡게 됐다는 거요./”

-/그래. 조금 전에 들었다./

휴대폰 너머로 전해지는 라이언 감독의 목소리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에 서준도 웃음을 터뜨렸다.

“/조나단은 어때요? 엄청 좋아하죠?/”

-/모르겠는데./

“/네?/”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같이 연락받은 게 아닌가?’

라이언 감독의 목소리에 웃음이 더욱 깊어졌다. 어쩐지 장난기도 조금 담겨 있는 듯했다.

-/이런 이야기는 직접 듣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마린사 담당자를 집으로 보냈거든. 지금쯤 넋 놓은 얼굴로 설명을 듣고 있을 거다./

조나단 윌이 고장 난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

물음표를 잔뜩 띄우다가 경악하는 조나단의 모습이 저절로 떠올라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조나단 엄청 놀랐겠어요./”

-/그렇겠지. 그래도 잘할 거다./

믿음이 가득한 라이언 감독의 목소리에 서준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고 보니 조카인 조나단의 영화라면, 라이언 감독님이 도와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린사도 그 점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라이언 감독님도 많이 도와주세요. 그럼 정말 멋진 영화가 될 거예요./”

-/아니./

……응?

단호한 목소리에 서준이 눈을 끔벅였다.

-/이건 조나단의 영화니까 내가 끼어들 수는 없지. 준. 너도 대본에 참여한다지? 둘이서 잘 만들어보렴. 기대하마./

어쩐지 웃음기 가득한 라이언 감독의 목소리에 서준은 저도 모르게 입을 쩌억 벌렸다. 손에 들고 있던 솜사탕이 물에 녹아버린 라쿤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얼른 라이언 감독과의 전화를 끊은 서준이 조나단 윌에게 연락을 하려던 찰나, 먼저 조나단 윌에게서 연락이 왔다.

-JUUUUUUN!!!

서준이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든 손을 멀리 뻗었다.

조나단의 목소리가 연습실을 가득 채웠다. 방음이 잘 돼서 다행이었다.

-/들었어?! 내가! 내가! 진 나트라 시리즈의 감독으로 결정됐대!!/

“/저도 방금 들었어요. 축하해요. 조나단!/”

-/으하하하! J.W.가 나였구나! 조나단 윌! 아니, 어떻게 그걸 몰랐지!! 난 진짜, 전혀 생각도 못 했다니까! 조나단 윌! J.W. 그게 나였다니!!/

잔뜩 흥분한 조나단 윌 감독의 목소리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라이언 감독님이 없어도 잘할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하자마자 조나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촌한테 도움받으면 진 나트라 시리즈 엄청 멋지게 나올 것 같지 않아?! 아까 누구랑 전화 통화 중이라서 아직 못했는데, 빨리 알려줘야지!/

……아.

서준이 턱을 긁적였다.

“/그거 저예요./”

-/응? 뭐가?/

“/제가 방금 라이언 감독님하고 통화했거든요. 라이언 감독님도 조나단이 감독으로 결정된 거 알고 계세요./”

-/오! 그래? 잘됐네! 집에 오시면 바로 회의하면 되겠다! 그동안 구상해 놓은 게 좀 있거든!/

열정적인 조나단 윌 감독의 목소리에 서준이 안타까운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게 있죠. 조나단. 라이언 감독님은 안 도와주시겠대요./”

-/응? 뭐라고?/

“/저희 둘이서 열심히 만들라고 하셨어요. 기대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진짜?/

“/네./”

침묵이 흘렀다.

곧 한숨과 함께 무거워진 조나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촌이라면 왠지 그럴 것 같았기 때문에 납득은 빨랐다.

-/그래. 어쩔 수 없지. 열심히 해보자. 준./

서준이 눈을 데굴 굴렸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전 배우잖아요./”

-/……응?/

서준의 말에 조나단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대본을 쓰는 건 감독님의 일이니까요. 전 조언만 조금 해드릴 뿐이고. 그러니까 힘내세요! 조나단 윌 감독님! 응원할게요!/”

서준의 말을 이해한, 앞으로 데굴데굴 구를 조나단이 외쳤다.

-JUUU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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