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626화 (626/1,055)

0살부터 슈퍼스타 626화

<연습 열심히 해. 수빈아.

>김수빈: 응!!

>김수빈: 형도 회의 열심히 해!

그레이스와 점심을 먹고 수빈이와 제이슨, 벤자민 교수님과 저녁 식사를 한 다음 날.

서준은 두 매니저와 함께 [오버 더 레인보우2] 회의실에 도착한 상태였다.

“안녕하세요. 넬슨.”

“오랜만입니다. 준.”

회의실 안에는 [오버 더 레인보우2]의 감독 사라 로트와 조감독 에밀리 이스, 그리고 담당자 넬슨이 기다리고 있었다. 넬슨이 손을 내밀자 서준이 웃으며 그 손을 맞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어서 와. 준.”

“직접 보는 건 오랜만이지?”

사라 로트 감독과 에밀리 조감독도 서준을 반갑게 맞았다.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기 전, 사라 로트 감독의 시선이 서준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위아래로 움직였다.

“군대를 다녀와서 그런가, 분위기가 좀 바뀐 것 같네.”

“그러게! 더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

“하하.”

어제 제이슨과 벤자민 교수님도 그 이야기를 했었다. [오버 더 레인보우2]에 관련해서 영상통화를 자주 했는데, 영상통화로는 충분히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으음.”

사라 로트 감독은 서준을 보며 이 모습을 영화 속에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를 고민했다. 서준의 체격은 의상 준비 때문에 매니저가 미리 알려줘서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만나보니 느낌이 조금 달랐기 때문이었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시죠. 감독님.”

“아, 네.”

넬슨의 말에 감독과 조감독, 서준과 두 매니저가 자리에 앉았다.

“이쪽은 준의 새 매니저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태우 최입니다!”

안다호가 새 매니저 최태우를 소개하고 난 후,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었다.

‘뭐, 회의라기보다는 마지막 점검 같은 거지만.’

캐서린과 폴도 곧 도착할 예정이었다.

“머리카락이 짧아서 가발을 써야 할 것 같은데 괜찮지?”

눈앞에 앉은 서준을 속눈썹 하나까지 꼼꼼히 살펴본 사라 로트 감독의 물음에, 서준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요.”

능력을 쓰면 머리카락이 자라게 하는 건 일도 아니지만, 그건 너무 튄다.

“가발은 써본 적이 없어서 궁금했어요.”

“그거 생각보다 힘들걸? 준비하는 데 시간 오래 걸려.”

에밀리 조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NO.3와 NO.4도 정말 좋았습니다. 녹음 일정은 크랭크업 이후인데, 그대로 가도 괜찮을까요, 준?”

“네. 괜찮아요.”

넬슨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것저것 체크하며 점검하던 도중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라는 넬슨의 말에 문이 열리고 캐서린 밀러와 폴 오든이 들어왔다. 두 배우의 매니저도 함께였다.

“안녕하세요!”

활짝 웃으며 들어오는 두 친구의 모습에 서준이 활짝 웃었다.

* * *

점검 중 쉬는 시간.

웨일 스튜디오에서 준비해 준 간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친구가 군인이라니…….”

궁금함이 가득한 캐서린과 폴의 눈빛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넬슨과 사라 감독, 에밀리 조감독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확실히 한국보다 반응이 더 컸다.

“어땠어? 군대는?”

“훈련도 했어?”

“했지. 이것저것.”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아이들마냥, 다들 서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 그것도 있지. 터널 사고!”

“맞아! 그거 기사 났을 때 깜짝 놀랐다니까!”

캐서린과 폴의 말에 넬슨의 얼굴이 삽시간에 창백해졌다. 그 급격한 변화에 의아해하는 서준에게 에밀리 조감독이 웃으며 이유를 말해주었다.

“그때 오보가 났었거든.”

“오보요?”

“한국어로 된 기사인데다가 상황이 조금 복잡했잖아. 그 때문에 기자들이 제대로 파악 못하고 속보로 바로 내보낸 거지. 이렇게.”

에밀리 조감독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속보)배우 서준 리, 한국에서 터널 사고!]라는 제목의 기사가 떠 있었다.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터널 사진도 함께.

서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아마도 기사를 낸 기자는 어그로를 끌려던 제목에 낚였던 게 아닌가 싶다. 기사 본문에는 ‘터널 사고를 직전에서 피했다. 자세한 내용은 [워킹맨!]에서……’ 등의 내용이 있었을 거다.

넬슨이 창백해진 얼굴로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았다.

“정말이지…… 기절할 뻔했습니다.”

직원에게 듣고 얼마나 놀랐던지.

온몸의 피가 싸악 가시는 느낌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했다.

“그래도 금방 해결됐어. 준의 팬들이 금세 정정해 줬거든.”

매일 매시간 매분, 서준 리의 이름을 검색하는 미국 새싹들에게 해당 기사와 그 기사를 그대로 복사한 기사들이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미 [배우 이서준, 독립영화 ‘화’ 출연!]이라는 기사가 번역되어 [새싹부터]에 올라오고 [워킹맨!]에 관한 게시글도 촤르르 올라오던 중이라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코코아엔터에서 공식문을 내거나 기사가 정정될 때까지 숨도 못 쉴 뻔했다.

“기사가 그렇게 빨리 정정되는 거 처음 봤다니까.”

“그런 일이 있었구나. 몰랐어요.”

서준의 말에 안다호가 웃으며 말했다.

“네가 훈련소에 있을 때고 우리가 뭘 해보기도 전에 끝나서 말이야.”

정말 잠깐 나왔던 오보라서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건 어떻게 된 일이야?”

[워킹맨!] 영상으로도 보고 인터뷰도 찾아봤지만, 당사자에게 듣는 게 가장 흥미진진했다. 눈을 반짝이는 친구들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리고는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 * *

다시 시작한 회의 중에는 대본 리딩 시간도 잠시 있었다.

뉴욕에서의 촬영분이었다.

“OK.”

사라 로트 감독의 말에 대본을 들고 있던 폴 오든이 후우, 숨을 내쉬었다.

“잘하네, 뭘!”

“그러게.”

캐서린과 서준이 하하 웃었다.

“……그런가?”

배우와 감독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폴 오든이 목덜미를 매만지며 멋쩍게 웃었다.

감독 공부를 하느라 연기에서 몇 년 멀어져 있어서 조금 자신이 없었는데, 준과 캐서린이 잘한다고 말해주니 자신이 생겼다.

“아무래도 조지라서 그런가 봐.”

다른 역이라면 조금 헤맸을지도 모르지만, ‘조지’는 아주 특별한 캐릭터였다.

‘한 번 연기해 봤던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아마 당시의 기억이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좋은 친구들, 멋진 캐릭터, 재미있는 촬영, 아름다운 바이올린 연주, 훌륭한 연기, 눈부신 결과. 그 모든 것이 폴 오든의 인생에 조금 영향을 끼쳤을지도 몰랐다.

“나도 레베카가 제일 좋더라.”

캐서린의 말에 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레이 좋아해.”

물론, 다른 캐릭터들도 모두 좋아했다.

사라 로트 감독이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이번 촬영도 그때처럼만 해줘.”

“네!”

10년 만에 뭉친 세 배우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 * *

시간이 흘러, 8월 1일.

[오버 더 레인보우2]의 첫 촬영 날.

촬영 장소인 뉴욕에 있는 공연장 중 하나가 스태프들의 목소리로 들썩이고 있었다.

“전선 조심해요!”

“조명!”

카메라와 조명 등 촬영 장비를 바깥에 설치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는 스튜디오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되는 건물이라서 그런지 다른 때보다 준비가 조심스러웠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면 촬영 장비 좀 나와도 되지 않습니까?”

에반 블록의 물음에 사라 로트 감독이 웃으며 설명했다.

“영화 전체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찍는 게 아니라서요. 오늘 촬영 장면이 다큐멘터리를 찍기 직전의 이야기거든요.”

“아. 처음은 보통 영화처럼 그레이 바이니를 찍다가 다큐멘터리 촬영을 시작하는 거군요.”

“네. 맞아요.”

“감독님! 잠시만요!”

“아. 그럼 나중에 봐요. 에반.”

“예.”

사라 로트 감독이 조감독에게 향하는 모습을 보던 에반 블록은 걸음을 옮겨 오랜만의 촬영에 들떠 준비하고 있을 친구에게로 향했다.

똑똑.

에반 블록이 배우 대기실의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

문을 연 남자가 에반 블록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에반 블록의 눈썹이 가볍게 올라갔다 내려왔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누구예요, 태우 형?/ 어? 에반!”

안다호와 이야기하고 있던 서준이 문 앞에 서 있는 에반 블록을 발견했다. 이미 분장을 끝낸 듯 저번에 영상통화를 했을 때보다 머리카락이 길어져 있었다.

태우 형이라고 불린 남자가 얼른 옆으로 비켜났다. 에반 블록이 고개를 꾸벅하고는 서준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잘 지냈어, 준?”

“저야 잘 지냈죠!”

한껏 반가워하는 서준.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안다호도 익숙하게 미소를 지으며 에반 블록을 반겼다. 그리고 에반 블록에게 와아, 하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최태우를 소개했다.

“에반. 이쪽은 새로 들어온 준의 매니저, 태우 최입니다. 앞으로 준의 촬영에는 최 매니저가 함께할 겁니다.”

“반, 반갑습니다. 태우 최입니다!”

“반가워요. 최.”

서준에게서 안다호가 현장에서 물러나고 새 매니저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에반 블록이 고개를 끄덕이며 최태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얼른 윗옷에 손을 닦아낸 최태우가 할리우드 스타, 에반 블록의 손을 맞잡았다.

“그럼 이야기 나누고 있어. 그럼 가죠. 태우 씨.”

“옙!”

앞으로 할리우드 스타, 서준 리를 담당할 매니저에게 할리우드 영화 촬영 현장의 이곳저곳을 소개해 주기 위해 안다호가 대기실을 나갔다. 최태우가 얼른 그 뒤를 따랐다.

“머리 가발 썼어? 저번보다 길어졌네?”

에반 블록의 시선이 길어진 머리카락으로 향하자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네. 맞아요. 다들 그 이야기를 제일 먼저 하더라구요. 와. 가발 쓰는 것도 엄청 오래 걸리던데요? 실제 머리카락처럼 보여야 한다고 스태프분들이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 몰라요.”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분장 스태프들의 모습이 떠올라,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조금 전까지 다호 형이랑 태우 형이랑 감탄 중이었어요.”

“그래?”

에반 블록이 자리에 앉자 서준이 음료수를 건네주었다.

“새 매니저는 어떤 사람이야?”

“전에 말씀드렸던, 표절 대본 발견한 형이에요. 성격도 좋아요. 일도 잘하고. 휴가 날 출근할 정도로 열정적이기도 하고요.”

“그래? 다행이네. 좋은 매니저 구하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인데 말이야.”

횡령부터 사기꾼, 정보를 파는 이들까지.

온갖 인간군상이 가득한 할리우드에서 오랫동안 지낸 에반 블록의 진심이 가득 담긴 어투로 말했다.

“다른 배우들은?”

“캐서린하고 폴은 좀 있다 오기로 했어요. 제 분장 시간이 더 길어서요.”

“그래? 아, 오후 장면이 연주회 장면이라고 들었는데 맞아?”

에반 블록의 물음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가장 첫 부분에 등장할 그레이 바이니의 연주회 장면을 오후에 촬영할 예정이었다.

“네. 맞아요. 엑스트라 분들도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관객석을 가득 채울 예정이었다.

에반 블록이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입을 열었다.

“나도 그거 봐도 되려나?”

“괜찮지 않을까요? 에반이 나오면 다들 좋아할 것 같은데…….”

“감독님께 여쭤봐야겠네.”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라는 서준의 말에 문이 열리고 캐서린 밀러와 폴 오든이 활짝 웃으며 들어왔다. 그러고는 앉아 있는 에반 블록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녕하세요! 에반!”

“오랜만이에요!”

“그러게. 진짜 오랜만이네.”

에반 블록과 신나게 인사를 나눈 캐서린과 폴이 서준의 길어진 머리카락을 보며 감탄했다.

“와. 진짜 같다.”

“준. 머리 붙인 거야?”

“아니, 가발이야.”

손은 대지 못하고 이리저리 조심스럽게 살펴보는 캐서린과 폴, 그리고 그 가운데 가만히 앉아 있는 서준을 보던 에반 블록이 작게 웃었다.

물음표가 가득한 세 아이의 눈동자가 에반 블록에게로 향했다.

“아니, 보기 좋아서.”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친하게 지내던 삼총사가 이렇게 어른이 되어 함께 있는 걸 보니 저도 모르게 웃고만 에반 블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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