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623화 (62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623화

“이런!”

“터졌네요!”

“공지 올리겠습니다!”

너튜브 라이브 방송이 멈춰 버리자 [정유나의 지.당.함] 제작진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다들 당황한 모습은 아니었다.

“한 번쯤은 이럴 것 같았어.”

“그러게 말이에요.”

방송을 하기 전에도 라이브 방송이 터진다, 안 터진다 이야기가 많았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제작진은 빠르게 공지를 올리고 라이브 채널 복구를 위해 노력했다.

[지금 너튜브 라이브 방송이 멈췄네요. 빠르게 복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라디오는 계속 나오니까 걱정 마세요.]

그사이, 정유나와 서준의 안내가 들려왔다.

“와. 기사 엄청 났어요.”

“그렇겠지.”

자신들만 해도 방송이 시작한 후, 최태우 매니저에게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오버 더 레인보우 OST 깐 건 진짜 좋았대요.”

인터넷을 둘러보고 있던 막내 작가의 말에 피디와 메인작가가 활짝 웃었다.

* * *

[배우 이서준의 차기작은 영화!]

[배우 이서준, 웨일 스튜디오와 또 한 번 작업!]

[이서준, 오버 더 레인보우2]

[이서준, “그레이 바이니의 두 번째 이야기를 보여드릴 예정.”]

[이서준 출연, 정유나의 지금 당신과 함께, 너튜브 라이브 도중 멈춤!]

[SBC 정유나의 지.당.함. ‘현재 너튜브 채널 복구 중. 라디오 채널로 방송은 계속하고 있다.’]

[SBC 정유나의 지.당.함. 라디오 주파수는?]

-아아아아악1!!!

-아니, 그게 시리즈였어?!?

-그레이 바이니이이이!!!!

-악!악!악!악!

-그러니까!! 오버 더 레인보우2라는 거죠!?!

-존버는 승리한다아아!!

-……이게 뭔 일이래?

=라이브 방송 터져서 다들 이쪽으로 몰려온 듯ㅋㅋㅋ

=지당함 불판도 지금 다 터졌어ㅋㅋㅋ

-진짜 오버 더 레인보우2 나와???

=지금 라디오에서 이야기하는 중임.

=지금 SBC라디오앱, 너튜브 다 터져서 찐 라디오나 어플로 들어야 함ㅋㅋ주파수 맞춰서ㅋㅋㅋ

-보라라며……! 보이는 라디오라며……!

=찐 라디오 방송이 되어버린 보라……ㅠ

[다들 이렇게 좋아하실 줄은 몰랐네요.]

[정말 모르셨어요?]

[하하. 아뇨. 알고 있었어요.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난기 가득한 정유나의 물음에 서준이 웃으며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서준이 웃는 모습 보고 싶다고…….”

“빨리 복구해. SBC……!”

송유정과 임예나가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조금 전까지 옆집에 들릴까 봐, 입을 틀어막고 으아아악! 소리를 지르고 쿠션과 베개를 내려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아, 지금 너튜브 라이브 복구됐다고 합니다.]

‘복구’라는 단어가 들리자마자, 송유정과 임예나가 빠르게 움직였다. TV 화면에 다시 서준과 정유나의 모습이 나타났다. 새하얀 헤드폰을 쓴 서준이 카메라를 보고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모두 저 보이시나요?]

“네에……!”

“잘 보여. 서준아……!”

두 새싹이 앓는 소리를 내며, 감동과 황홀함을 마음껏 표출하기 위해 휴대폰을 들었다.

[또 방송이 터질 수 있으니, 채팅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새싹 여러분. 채팅은 조금만 보내주세요.]

“……크윽.”

말 잘 듣는 새싹들은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채팅창을 도배하고 싶은 마음을 고이고이 접어 하나의 댓글만 남겼다.

물론 그것도 아주 많았지만,

다행히 방송이 터지지는 않았다.

* * *

아주 짧은 소동이 지나고 [정유나의 지.당.함.]은 다시 차분하게 방송을 이어나갔다.

-언제 개봉해요?

“언제 개봉하냐고 물으셨는데, 아쉽지만 영화관에서는 못 보실 거예요.”

서준의 말에 정유나도, 청취자들도,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서준의 한마디 한마디를 기사로 업로드하던 기자들도 눈을 끔벅였다.

“어…… 영화관에 안 올라가면 어떻게 보죠?”

-아니, 잠깐. 이 비슷한 걸 어디서 봤는데?

-데자뷔???

-헉! 생존자들 감독판이 이랬잖아!

댓글을 본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생존자들 감독판처럼 영화관이 아니라 OTT 플랫폼에서 볼 수 있으실 거예요.”

“OTT 플랫폼이라면 플러스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정유나가 가장 유명한 플랫폼 [플러스+]를 언급했다.

-아니. 하나 더 있잖아!

-헐! 웨일 스튜디오라면!!

“아뇨. 올 11월에 출시되는 마린사의 OTT 플랫폼 유니버스입니다.”

홍보는 확실히.

서준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유니버스에 오버 더 레인보우2가 업로드될 예정이에요.”

-와아! 잘됐다!! 유니버스 결제하려고 했는데!!

-이건 결제 안 할 수가 없잖아ㅠㅠ

-이래서 오버 더 레인보우1도 플러스에서 빼갔구나!

-마린사 영화는 다 빼가서 어차피 결제하려고 했는데, 필살기를 쓰네ㅋㅋ

“유니버스의 오리지널 작품이었군요. 혹시 언제 업로드되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업로드되자마자 보고 싶네요.”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아직 촬영도 아직 안 한 상황이라서요.”

-앜ㅋㅋ일주일 전에 제대했지ㅋㅋ

-전역하자마자 찍는 영화가 오버 더 레인보우2라니ㅠㅠ너무 좋구요ㅠ

-이제 촬영하고 편집까지 하면 내년에 올라오려나.

-유니버스가 11월에 출시하니까 왠지 그때 맞춰서 올라올 것 같다!

서준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오버 더 레인보우 개봉 10주년을 맞이해서 촬영하는 작품인 만큼 올해 안에 업로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 10주년이요???

-와. 벌써 10년이나 흘렀대.

-시간 참 빨리 간다. 서준이 오스카상 받았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12월 31일도 올해.

-이제 7월 말인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해ㅠㅠ

온갖 댓글들이 올라오는 사이, 정유나가 물었다.

“어떤 영화인지 조금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내용은 자세하게 설명 못 드리지만, 오버 더 레인보우1에서처럼 그레이 바이니와 두 친구인 레베카와 조지가 나올 예정입니다. 배우도 물론 캐서린 밀러 배우와 폴 오든 배우가 나올 예정이고요.”

오랜만에 함께 연기할 친구들을 떠올리며 서준이 밝게 웃었다.

-ㅠㅠ삼총사가 다시 모이다니ㅠ

-캐서린이랑 폴ㅠㅠ

-갑자기 오버 더 레인보우 보고 싶어졌다ㅠㅠ

-감독은요? 사라 로트 감독님이시죠?

-벤자민 교수님 곡도 있어요?

“네. 감독도 10년 전과 같이, 사라 로트 감독님이시고 벤자민 교수님의 곡도 삽입될 예정입니다.”

10년 전 그대로 이어가는 캐스팅에 기대감과 벅찬 마음으로 채팅창이 눈물로 가득 찼다.

-올해 기대작 나왔다.

-꼭 봐야지ㅠㅠㅠ

-영화관에서 해줘ㅠㅠ모니터가 너무 작아ㅠㅠ

-영화관 대여하면 같이 볼 새싹 구함!!

-서준아. 서준이 곡도 들어가?

서준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만든 곡도 들어가요. 바이올린 연주곡 세 곡인데 군대에 있을 때 작곡 했어요.”

-군대에서요??ㅋㅋ

-서준이 도대체 군대에서 뭘 한거야ㅋㅋ

-훈련 잘 받아서 특급전사+관심병사 케어&상담+오버 더 레인보우2에 쓸 세 곡 작곡ㅋㅋㅋㅋ

-진짜 성실하게 지냈네.

-오버 더 레인보우도 좋은데, 난 서준이가 작곡한 곡이 더 좋더라.

“청취자분들이 이서준 씨가 작곡한 곡이 정말 좋다고 하시네요.”

“감사합니다. 이번에 작곡한 곡들도 정말 좋은 곡이니까 나오면 많이 들어주세요.”

-왠지 가수가 홍보하러 나온 것 같네ㅋㅋ

-그럼 조금이라도 들려주면 안 돼요, 서준 오빠?

-들려줘! 들려줘! 들려줘!

-담당자가 실수로 세 곡 다 올려줬으면 좋겠다. 그럼 소문 안 내고 우리끼리만 조용히 들을 텐데.

-몰래 듣기엔 새싹들이 너무 많아서 곧바로 차트에 오를 것 같은데ㅋㅋㅋ

“들려달라는 요청이 많은데 가능할까요?”

“네. 전부는 아니지만 앞부분이라면 괜찮아요.”

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정유나가 짝짝 박수를 쳤다.

“그럼 이서준 씨가 작곡한 곡을 조금이나마 들어보겠습니다. 아, 청취자 여러분. 너무 좋아서 지구를 부수고 싶어도, 채팅창 도배하는 건 참아주세요. 연주 듣다가 방송 터지면 정말 슬플 테니까요. 언제 이서준 씨가 라이브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겠어요!”

-동의.

-이제부터 저 새싹 두 손 봉인합니다.

-한마디도 안 할게요.

-진짜 조용히.

-침묵 새싹.

정유나의 말이 제대로 먹힌 모양인지, 채팅창이 올라가는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서준이 웃으며 쓰고 있던 헤드폰을 내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녹음실 한편에는 바이올린이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그곳으로 향하는 서준을 따라 카메라도 움직였다.

“지금 들려드릴 곡의 제목은 그레이의 바이올린 연주곡 NO.2예요.”

“1편에 들어갔던 곡의 제목은 NO.1였죠?”

“네. 맞아요.”

“청취자분이 다른 곡의 제목은 NO.3, NO.4냐고 물으시네요.”

웃음기 섞인 정유나의 말에 바이올린을 든 서준도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렇게 세 곡입니다. 숫자만 있으면 조금 혼란스러울 것 같아서 이번에는 부제도 같이 붙였어요.”

“그럼 NO.2는 어떤 부제가 붙어있나요?”

“굿모닝. 굿모닝이에요.”

웃으며 대답한 서준이 바이올린에 턱을 괬다. 왼손으로 바이올린을 잡고 손가락을 네 개의 현 위에 올려두었다. 오른손으로는 길다란 활을 잡았다.

손을 풀 듯 가볍게 움직이는 서준의 두 손에, 너튜브 라이브로 보고 있던 청취자들이 숨을 죽였다. [배우 이서준, 보이는 라디오에서 바이올린 라이브 연주!]라고 뜬 실시간 기사를 보고 연주를 들으러 온 사람들도 스피커 소리를 키우고 집중했다.

-이서준 연주는 들어야지.

-진짜 배우 안 했으면 바이올린으로 세계 제패했을 천재.

-근데 채팅창 왜 이렇게 조용해;;;

연주할 준비를 마친 서준을 본 정유나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럼 이서준 씨가 직접 작곡한 그레이의 바이올린 연주곡 NO.2, 부제 굿모닝을 들어보겠습니다.”

잠깐의 텀을 두고,

서준이 활을 움직였다.

[그레이의 바이올린 연주곡 NO.2 : Good morning]

감미로운 선율이 들렸다.

따사로운 햇볕을 그대로 청각화한 듯한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굿모닝]이라는 부제처럼 왠지 아침의 풍경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제 아침이라고, 일어날 시간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어느새 키보드와 휴대폰에서 손을 떼고 바이올린 연주에 귀를 기울이던 청취자들이, 화면 속 서준을 바라보았다.

‘아……!’

만약 보통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바이올린 연주만 들려줬다면 깨닫지 못했을 거다. 일반인인 청취자들이 LA에 있는 세 바이올리니스트처럼 음악을 잘 알고 민감한 건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 있는 곳은 보이는 라디오.

연주와 더불어 눈에 보이는 서준의 모습은 청취자들에게 더욱 많은 정보를 주고 있었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서준을 사랑하는 새싹들과 [오버 더 레인보우]를 사랑하고 당시 업로드했던 버스킹 영상들을 자주 봤던 사람들은 떠올릴 수 있었다.

명배우 이서준은, 바이올린 연주마저 ‘이서준 버전’과 ‘그레이 바이니 버전’으로 나눠, 전혀 다른 사람인 것마냥 연주한다는 걸. 그리고 연기의 온오프가 얼마나 대단한지, 같은 얼굴, 같은 복장을 하고 있어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는 걸.

그렇다.

지금 연주하고 있는 사람은 조금 전까지 웃고 이야기하던 서준이 아니었다.

그레이 바이니.

그레이 바이니였다.

진짜 그레이 바이니가 현실에 나타나 바이올린을 연주를 하고 있었다.

1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멋지게 자란 ‘그레이 바이니’의 모습에 청취자들은 저도 모르게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 감동과 더불어 점점 밝아지는 연주가 정유나와 제작진, 청취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리고 앞으로 들려올 선율에 대한 기대를 키워나가며 귀를 기울일 때,

바이올린 음이 딱 멈추었다.

……응?

눈을 끔벅이는 정유나와 제작진, 최태우의 모습에 서준이 웃으며 활을 아래로 내려놓았다.

“네. 여기까지입니다. 나머지 부분은 영화와 함께 들어주세요.”

“……아니. 잠깐. 여기서요? 이렇게 끝이에요?!”

정유나는 방송인 것도 잠시 잊고 저도 모르게 진심을 내뱉었다. 청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여기서 끊는 게 어딨어?!

-아직 클라이맥스 부분도 아니잖아……!

-난 지금 막 켰는데?!?

-서준아! 아무리 서준이라도 여기서 끊는 건 아니지!

-그레이 어디 갔어요ㅠㅠ 그레이 불러요ㅠ

감질나게 여기서 끊냐며 더 들려달라는 아우성들에,

“여러분! 진정하세……!”

“아. 터졌네요.”

라이브 방송은 또 한 번 터져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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