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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618화 (61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618화

[이서준 배우의 전역일이 오늘…….]

“나도 갔어야 했는데!!”

토요일 이른 아침.

무려 생중계로 배우 이서준의 전역을 보여주고 있는 KBC 방송에 여동생이 으아아아, 소리를 질렀다.

“여기서 가긴 멀지. 중학생을 혼자 보낼 수도 없고.”

후임으로 이서준이라는 대스타를 둔, 백호 부대 출신 오빠가 소파에 반쯤 드러누워 말했다.

“그러니까! 오빠가 같이 가줬으면 됐잖아!”

“동생아. 아무리 군 생활이 괜찮았어도 부대 쪽으로는 쳐다도 보고 싶지 않은 게…….”

“으아아아!! 부럽다!”

전역한 오빠의 말을 한 귀로 흘려보낸 여동생이 쿠션을 내려쳤다. TV로 넓은 공터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이 보이고 [새싹부터]에서 준비한 플래카드들이 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근데 플래카드는 언제 만들었대. 전역일도 몰랐으면서…….”

“언제 전역할지 모르니까 6월부터 준비해 뒀지!”

물론, [새싹부터]가.

플래카드에 용돈을 보탠 여동생이 실실 웃으며 휴대폰을 들어 [새싹부터]에 들어갔다.

오늘 새벽에 올라온 긴급 공지 [공지: 오늘 오전 8시 이서준 배우님이 전역합니다!]가 올라온 이후부터 아주 들썩들썩했다.

-오늘이 서준이 전역날이라뇨……! 새벽에 공지보고 잘못 뜬 줄 알았어요.

=진짜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벌써????

=고무신 신다가 멈칫한 새싹 1

=무사전역을 기도하다 멈칫한 새싹 2

-무려 1년 넘게 배우님이 없었는데도 평화로웠던 새싹부터.

=서준이 목격담이 없는 건 항상 있는 일이라ㅋㅋㅋ

=서준이 목격담 없음: 음. 평화롭군.

서준이 목격담 있음: ???뭐야? 무슨 일이래???

=ㅋㅋㅋㅋㅋ

=맞는 말이죠ㅋㅋㅋ 서준이 목격담 있음 >>> 비밀리에 입대, 군 생활 중.

-아무래도 화가 워낙 화제였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22 계속 여기저기서 서준 오빠가 언급되니까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했죠.

=33 전 촬영 중이라고 생각했어요.

=44 저도요.

=55 아무도 군대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을 거예요.

-그래도 서준이랑 금방 만날 수 있는 건 좋네요!

=그러게요!

열심히 댓글을 달던 여동생이 번쩍 고개를 들어 올려 소파에 드러누워 있는 오빠를 보았다.

“나중에 서준 오빠랑 전화 통화 할 수 있어?”

“……글쎄. 나만 할 게 아닐 것 같은데…… 걔가.”

“걔?!”

“……그분이 워낙 성격이 좋으셔서 친한 사람들이 많거든. 민폐지 않을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시무룩해진 여동생의 모습에 오빠가 입을 열었다.

“나중에 사인…….”

“와악!!! 서준 오빠다!!”

……받아 줄……음……그래.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 번쩍번쩍 빛이 나는 얼굴로 TV를 바라보는 여동생의 모습에 오빠가 말을 삼켰다. 도저히 동생의 기분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TV 화면을 바라보니, 이서준 상병이 거기에 있었다.

군복과 베레모를 아주 찰떡같이 소화하고 있는 그 모습은 익숙했지만, 유난히 빛나는 얼굴은 친숙하면서도 조금 낯설었다.

‘지금 봐도 참…….’

어떻게 저 얼굴을 몰라볼 수 있나 싶었다.

생방송이라 보정은 하나도 없이 보여지는 얼굴일 텐데, 여동생의 입에서 자동적으로 앓는 소리가 나오고 자신도 조금 감탄할 정도의 외모였다.

‘잘생겼다고도 생각했는데 말이야.’

자신이 연예계에 그 정도로 관심이 없었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백호!]

TV 속, 서준이 경례를 하며 전역을 신고했다.

[신고합니다.]

서준에게서 흘러나온 선기가 TV 화면 너머까지 힘을 발휘했다.

“……와…….”

서준이 등장했을 때부터 TV와 함께 휴대폰을 번갈아 보며 호들갑스러운 댓글을 남기던 여동생이 그대로 시선을 멈춘 채 입을 떡하니 벌렸다. 오빠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병장 이서준은 7월 14일부로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서준을 찍고 있던 생방송 카메라가 서준의 얼굴을 천천히 클로즈업하는 것이 보였다. 아무런 보정도 배경음악도 없는데, 숨을 턱 막히게 하는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이에 신고합니다. 백호.]

신고를 끝낸 군인 이서준이 오른손을 바로 내리고, 빙그레 웃었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서준입니다.]

……꺄아아아악!!

멈춰있던 숨이 터지면서 비명과도 같은 환호성이 들려왔다.

“와아아악!!! 미쳤다! 미쳤나 봐!!”

숨도 안 쉬고, 눈도 깜빡이지 않고 TV만 바라보고 있던 여동생이 벅찬 감정을 참지 못하고 안고 있던 퍽퍽! 쿠션을 두드려 팼다. 계속 누워 있다가 어느새 일어나 앉아 있던 오빠도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이야. 대단하네…… 이 상병…….”

“아니! 오빠는 왜 못 알아보냐고! 딱 봐도! 어?! 이렇게 연예인 아우라가 나오잖아! 나 같으면 진짜 보자마자 알아차렸겠다! 그냥 지나가다 본 것도 아니고 같은 분대에서 계속 같이 지냈다면서!!”

“그러게.”

이건 오빠도 할 말이 없었다.

“왜 못 알아봤…….”

“조용히 해봐! 서준 오빠 인터뷰하잖아!”

너 오빠 취급 너무한 거 아니냐…….

거의 TV 속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눈도 떼지 않고 집중하는 늦둥이 여동생에 오빠는 시무룩한 얼굴로 소파에 드러누웠다.

* * *

[작년 3월 비밀리에 입대한 배우 이서준, 오늘 전역!]

[이서준 전역 신고,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배우 이서준, “모두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서준, “곧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이서준 미국인 아님? 군대 안 갈 듯.

이서준: 군 생활 중입니다^^!

=진짜ㅋㅋ 다들 간다 안 간다 늦게 간다, 이야기 많았는데 본인은 입대-군 생활-전역 끝냄ㅋㅋ

=추진력, 행동력 진짜ㅋㅋㅋ대단함ㅋㅋ

=나 이서준 군대 관련 논란글 보고 다니는데ㅋㅋㅋ 최신 댓글에 다들 ‘이서준 지금 군대에 있대ㅋㅋㅋ’뿐임ㅋㅋ

=아직도 논란글 있음?ㅋㅋㅋ 왜 삭제 안 한대?ㅋㅋㅋ

-그냥 군 생활 한 것도 아님. 백호 부대 관련 글 보면 지금까지 이런 장병은 없었다. 이것은 상담사인가, 군인인가! 던데ㅋㅋㅋㅋ

=ㅋㅋ진짜 군대 경험담 중에 길이길이 전설로 남을 듯.

=22 누가 따라 하려고 해도 절대 못 따라 함ㅋㅋ

=난 그게 제일 웃기더라. ‘군대 갔다 온 우리 형, 오빠, 동생이 달라졌어요’, 하면 댓글에 ‘백호 부대?’ 달리는 거.

=ㅋㅋㅋㅋㅋ

-으음. 서준아. 우리가 너를 기다리긴 했는데…….

=뭐…… 6주도 기다렸다면…… 기다린 거겠지?

=새싹들이랑 서준이 없는 1년 4개월 어떻게 기다리나ㅠㅠ, 하고 간간이 이야기했는데 배우님이 벌써 다녀오셨네……?

=내가 덕질하면서 군대 기다린 애들 좀 있거든? 근데 이런 기다림은 처음임. 진짜 눈 깜빡하니 끝나네;;;

=ㅋㅋㅋㅋㅋㅋ

-근데 나만 이서준 전역 신고보다가 감탄했어?

=ㄴㄴㄴ 나도 밥 먹다가 숟가락 놓침.

=22 출근준비하면서 배경음으로 틀어놨는데, 어느새 내가 그 앞에 앉아서 보고 있더라;;;

=왜 연예인 아우라, 스타 아우라 하는 줄 알겠음. 나 그런 거 1도 모르는데, 진짜 둔한 사람들도 느낄 수밖에 없는 아우라.

=222 화면 장악력 장난 아님.

=? 이서준이 나오는 작품은 보통 이만하지 않나? 난 이서준 영화 나올 때마다 감탄하는데?

=ㄴㄴ 그것도 물론 대단하긴 한데 그건 배경, 분위기, 음악, 보정에 연기까지 다 어우러져서 나오는 거고. 이건 생방송이잖아. 배경, 음악, 그런 거 1도 없는 완전 생생한.

=22 조명도 계획 1도 없는 완전 자연광이고ㅋㅋㅋ 있는 거라고는 입고 있는 군복이랑 베레모. 나머지는 다 이서준 역량ㅋㅋㅋ

=33 왜 이서준, 이서준 하는지 알겠더라.

-실제로 보면 진짜 감탄도 안 나옴. 그냥 허억! 숨만 들이킴.

=헐. 실제로 봤어?

=+)ㅇㅇ 동생 전역일이라 갔는데 이서준도 같이 전역한다고 들어서, 동생 버리고 이서준 보러 감. 부모님이랑 같이ㅋㅋㅋ우리 말고도 오늘 전역하는 장병 가족들 전부 왔던데ㅋㅋ

=ㅋㅋㅋ동생 안 움?

=+) 동생: 이 병장은 인정.

=ㅋㅋㅋㅋㅋ

-확실히 실제로 보면 더 충격적인 듯. 방송국에 아는 사람이 그러던데, 원래 계획에 클로즈업은 없었다고 함.

=???

=카메라감독이 저도 모르게 클로즈업한 거래.

=ㅋㅋㅋ미친ㅋㅋㅋ

=근데 KBC뿐만 아니라 다른 방송국 카메라도 그랬다고ㅋㅋ

=22 일제히 클로즈업ㅋㅋ

=기자들 사진도 엄청 많잖아ㅋㅋㅋ그거 자기도 모르게 찍은 거라더라ㅋㅋ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다고? 차기작 떡밥!?

=이제부터 찾겠다는 거 아님?

=방송국, 제작사 난리겠네.

=앜ㅋㅋㅋ 그러고 보니 그쪽도 이서준 군대 간 거 몰랐겠구낰ㅋㅋ

=방송국, 제작사: 왜 이서준 섭외가 안 돼ㅠㅠ

이서준: 착실히 군 생활 중.

=ㅋㅋ이제부터 섭외 전쟁ㅋㅋㅋ

-내 생각엔 차기작은 벌써 결정했을 것 같음. 서준이 대놓고 작품 욕심 많잖아ㅋㅋ

=대놓고ㅋㅋㅋ보통 은근히라고 하지 않아?ㅋㅋㅋ

=은근히라기엔…… 서준이 덕질 조금만 해봐도 알잖아ㅋㅋ 작품 욕심 연기 욕심 엄청 많다는 겈ㅋㅋ

=그게 치이는 점임. 본업하는 서준이 멋져……(입틀막)

=22 1년 4개월이나 못 찍었으니 몸이 근질근질하겠지. 휴가 나올 때마다 대본 읽고 전역하자마자 찍으려고 준비했을걸.

=뭔진 몰라도 ㅈㄴ 기대된다……!

-오늘 아침부터 이서준 이야기로 떠들썩하네. 슈퍼스타의 귀환인가ㅋㅋ

=귀환이라기엔…… 없을 때도 떠들썩해서.

=22 이서준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항상 화제의 중심이지.

=33 계속 화제라서 군대간 것도 몰랐잖아.

=ㅋㅋㅋㅋㅋ

* * *

집으로 향하는 길.

운전석에는 최태우가, 조수석에 안다호가 앉아 있었고, 서준은 뒷좌석에 앉아 휴대폰으로 [새싹부터]에 ‘무사히 군 생활하고 돌아왔습니다!’하고 전역 기념 편지를 남기고 있었다.

계속 카페에 상주해 있었는지 곧바로 ‘잘 다녀왔어!’라는 반가움이 가득한 인사와 ‘고생 많았지ㅠㅠ’라는 걱정이 담긴 댓글들이 달렸다. 짧은 댓글에도 긴 댓글에도 진심을 느낄 수 있어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차기작 이야기도 많았는데, ‘벌써 정해졌을 확률 2000%ㅎㅎ’라고 적힌 게시글에 무수히 달린 동의 댓글에 서준은 작게 웃고 말았다. 그 정도로 자신이 파악하기 쉬운가, 싶기도 하고 관심은 곧 사랑이라고 하는데, 많이 사랑해 주는 게 느껴져서이기도 했다.

휴대폰에서 시선을 뗀 서준이 목운동을 하는 듯 보이자, 안다호가 서준을 불렀다.

“서준아.”

“네?”

“이거.”

안다호가 종이 한 장을 뒷좌석에 앉아있던 서준에게 건넸다.

“전역 후 인사도 할 겸, 미국 가기 전에 거기 목록 중에서 하나만 골라서 나가는 건 어때?”

안다호의 말에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은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를 받았다.

“촬영 끝나고 방송하는 건 애매하긴 하죠.”

지금이 아니면 촬영이 끝난 한 달 후쯤에 출연할 텐데, 여러모로 늦은 타이밍이긴 했다.

서준이 종이에 적힌 목록을 살폈다. 촬영하는 데 하루 종일 걸리는 예능이 아니라, 라디오나 토크쇼 같은 촬영이 짧은 프로그램들이었다.

“예능은 없네요?”

“출국이 26일이니까 푹 쉬었다 가야지.”

이제 12일 정도 남은 날짜를 떠올리며 안다호가 말했다.

“저 5주 푹 쉬다가 겨우 3일 갔다 온 건데요. 다호 형.”

볼을 긁적이며 말하는 서준에 운전대를 잡고 있던 최태우가 웃음을 터뜨리고, 안다호도 웃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팬분들이랑 소통할 수 있는 방송이 좋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웃고 게임하는 예능도 재미있겠지만, 팬분들은 네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듣고 싶을 테니까.”

새싹들을 위한 방송 목록인 거다.

“화도 그렇고, 워킹맨 방송도 그렇고. 네가 화제의 중심이기는 했지만 정작 서준이 네 이야기는 없었잖아. 팬분들은 그 이야기가 듣고 싶지 않을까?”

안다호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목록을 살펴보았다.

프로그램 이름과 진행자의 이름, 그리고 간략한 소개가 적혀 있었는데, 서준의 시선은 1팀이 추천하는 프로그램들로 향했다.

서준은 금방 결정을 내렸다.

“그럼 이거로 할게요. 보이는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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