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614화 (614/1,055)

0살부터 슈퍼스타 614화

-6월에 유난히 군대 특집 많지 않았음?

=이서준이 군대에 있었으니 그런 거 아닐까? 지나가다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22 그래서 이서준 짧게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안 나오더라.

=촬영장소가 백호 부대가 아니라 다른 부대였으니까.

=이 정도면 백호 부대 한 번쯤 나올 법도 한데 안 나옴.

-진짜 이서준 영상 하나도 안 찍는 건가. 국방부.

=진짜 이서준 그냥 조용히 보내주는 건가. 국방부.

-이서준 친구들도 입대했다고 하던데.

=22 기사도 떴지.

=다른 연예인들은 면제거나 미루거나 연예인 특혜받고 그러는데, 얘들은 진짜 갔네.

=목격담도 되게 좋은 말만 있더라.

-하. 유니버스 11월에 나온다는데 왠지 11월 30일에 나올 것 같구요.

=22 올해 출시> 11월 출시 > 11월 30일 출시

=그냥 내년에 하겠다고 해.

-쉐도우맨 보고 싶다! 진 나트라 보고 싶다! 윌리엄 보고 싶다!!

=오버 더 레인보우!!

-이제 7월인데 이서준 전역하겠지?

=ㅋㅋ진짜ㅋㅋ 당사자는 1년 4개월 보냈을지 모르겠는데ㅋㅋㅋ 진짜? 벌써? 가 저절로 나옴.

=22 우리는 이제 막 알았다고ㅋㅋ

=33 느낌만으로는 2달 만에 전역한 겈ㅋㅋ

=44 아직 이등병일 것 같은데ㅋㅋㅋ

-이서준 백호 부대 목격담+사진 올라옴!

=(링크)

지난달, 배우 이서준의 새 매니저로 배정되어, 기존에 있던 배우 3팀에서 이서준 배우 전담 1팀으로 자리를 옮긴 최태우는 서준과 관련된 글들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가수든, 배우든, 개그맨이든.

이미지가 생명이나 다름없는 연예인들이 소속된 회사라면 매일같이 하는 일이었다.

좋은 이야기라면 홍보에 쓰거나 방송용 에피소드로 쓰겠지만, 안 좋은 이야기라면 그 누구보다 빨리 대처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제목: 나 백호 부대 출신인데……(사진 있음)]

<5개월 전에 전역함……(하략)>

특히, 사진 등의 자료가 붙어서 신빙성을 더해주는 목격담 게시글을 주의해야 했는데, 다행히 평범한 이서준 상병 목격담이었다.

“뭐 특별한 건 없죠? 최 매니저님.”

“예. 평소랑 같습니다.”

군대, 국방부, 친구들, 유니버스, 7월 전역. 목격담.

[플러스+]의 계약 종료로 이제는 볼 수 없는 작품들 때문에 간접적으로 언급되는 [유니버스]를 제외하면, 전부 예상 내의 무난한 글들이었다.

“그럼 바로 가죠.”

자리에서 일어나는 부팀장을 따라 최태우도 수첩과 펜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9층에 있는 회의실.

안다호 이사가 먼저 와 있었다. 가볍게 인사한 부팀장과 최태우가 자리에 앉았다.

안다호가 입을 열었다.

“스케줄표에 나와 있듯 촬영은 8월 1일부터 곧바로 시작할 예정이랍니다.”

“그럼 계획대로 7월 말쯤에 출국해야겠네요. 서준이라면 시차 적응은 문제없겠지만 피로는 아예 없는 편이 좋으니까요.”

“8월 4일에는 수빈이 결승이 있으니까 쉬는 날을 맞추면 될 것 같고…….”

“근데 결승 갈 수 있을까요?”

사장님의 딸인 서은수보다는 덜하지만, 서준을 따라 놀러 온 김수빈도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볼 때마다 과자나 사탕을 쥐여주는 부팀장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안다호가 웃었다.

“벤자민 교수님과 제이슨, 서준이까지 결승에 오른다고 했으니, 큰 실수만 없다면 괜찮을 겁니다. 뭐,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쉬는 날이니 그냥 만나서 놀면 되는 거니까요.”

‘어쩌면 수빈이는 그걸 더 좋아할지도 모르죠.’라고 말하는 안다호에 부팀장이 작게 웃었다.

최태우는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간간이 수첩에 필기했다.

서준과 인사를 나눴던 그다음 날부터(당일은 바로 퇴근했다) 안다호 이사에게서 인수인계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이게 서준이 차고 국내에서 이동할 때 쓰면 됩니다.’

코코아엔터 지하 주차장.

많은 차들 중 제일 비쌀 것 같은 밴을 보여주며 열쇠를 건네준 안다호 이사가 말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차 운전에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시고요.’

‘아, 넵!’

‘그리고 이쪽 차량도 자주 탑니다. 차량 내부도 현재 상태로 유지해 주시고요.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1팀에 알려주세요.’

서준이 탈 차부터,

‘이분들이 서준이 지인분들입니다.’

‘이건 왜 주시는……?’

‘서준이 친구나 지인이라고 접근할 수도 있으니까요. 얼굴과 이름 정도는 확인해두는 게 좋겠죠.’

서준의 지인들에 대한 자료,

‘이건 지금까지 서준이가 했던 스케줄을 제가 정리한 건데, 꼭 이렇게 할 필요는 없고 참고만 하시면 됩니다.’

안다호가 건네준 파일 더미를 보며 최태우가 눈을 끔벅였다.

‘이건……?’

‘제가 서준이랑 처음 갔던 스케줄부터 지금까지의 일정을 정리해 둔 겁니다. 휴대성이 좋아서 어플을 이용하는데, 몇 달에 한 번씩 이렇게 프린트해서 파일로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죠. 추억도 되고 앞으로의 일정을 세우는 데 도움도 되거든요.’

최태우가 파일 중 하나를 열어보았다.

촬영을 시작한 시간과 끝난 시간부터 상대 배우가 누구였으며 NG가 몇 번 났는지, 휴식 시간은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 그날의 날씨와 옷차림이 어땠는지, 식사와 간식으로 무얼 먹었는지까지 적혀 있었다.

놀란 최태우의 표정에 안다호 이사가 조금 민망한 듯 웃으며 말했다.

‘서준이를 처음 만났던 게 8살 때라…… 하여튼, 최 매니저님은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고, 그저 이걸 참고해서 스케줄 관리를 잘 해주시면 됩니다. 1팀도 서포트하겠지만, 아무래도 현장에서 스케줄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스케줄 관리법,

‘영어회화 학원은 잘 다니고 계시죠?’

‘예.’

‘이건 촬영장에서 자주 쓰는 영어 은어를 정리한 건데 외워두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영어 공부까지.

마치 무협 소설에서 스승이 제자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주려고 했던 안다호였고, 최태우도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흘러.

가끔 장소를 바꿔 (코코아엔터 연습실에서) 작곡 활동을 하는 서준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법 편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된 최태우였다.

‘얼마 전에는 배우님 집에서 저녁도 먹었지.’

슈퍼스타와 그 부모님과 상사와의 식사라니.

물론, 요 한 달 사이에 슈퍼스타와 상사와는 제법 편해지긴 했지만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식사 자리였다.

‘근데 생각보다 편했어.’

‘우리 서준이 잘 부탁드려요.’ 하고 말하는 부모님의 모습에 새삼 이서준 배우의 매니저가 됐다는 걸 느낀 것 같기도 했다.

‘……조금 인정받은 것 같기도 하고.’

뭐, 아직 일 같은 일은 한 번도 안 했지만 말이다.

“최 매니저님.”

“예!”

안다호의 부름에 최태우가 얼른 대답했다.

“여권 있으시죠?”

“예. 있습니다만…….”

“그럼 다음 주까지 1팀에 제출해 주세요.”

의아해하는 최태우의 모습에 안다호가 웃으며 설명했다.

“같이 가셔야죠. 오버 더 레인보우2 촬영장.”

!

최태우가 입을 쩌억 벌렸다.

‘일다운 일’을 할 때가 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게 해외 촬영이라니!

“처, 첫 스케줄부터 해외 촬영이라니…… 괜찮을까요?”

거기다 평범한 영화도 아니고 아카데미 수상작 [오버 더 레인보우]의 속편. 마린사 [유니버스]가 힘을 팍 주고 홍보할 예정인 오리지널 작품이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이서준 배우인데 왜 자신이 더 떨리는지 모르겠다.

“킹즈 에이전시 직원들도 소개해 주고 미국 촬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줘야 하니까요. 국내 촬영은 여기저기 가 봤지만, 외국 작품 촬영은 한 번도 안 가 봤잖습니까.”

그거야 그렇다.

코코아엔터 소속 배우들 중 해외에 진출한 배우는 이서준 배우뿐.

경험 삼아 가고 싶어도 갈 수 있는 데가 없었다.

“서준이는 앞으로도 해외 촬영이 많을 텐데, 이번 기회에 저랑 같이 가서 확실히 경험을 쌓는 편이 좋죠.”

그렇구나.

앞으로도 해외 촬영이 많겠지. 이서준 배우는.

그런 생각이 드니, 어쩐지 떨리던 것이 가라앉고 침착해졌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네. 저도 열심히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최태우의 굳센 표정에 안다호가 빙그레 웃었다.

* * *

부대 복귀 하루 전.

5주의 휴가가 끝나고, 내일 돌아갔다가 나흘 후면 집으로 돌아올 서준을 보며 서은혜와 이민준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휴가가 길어서 그런가. 벌써 전역한 기분이야. 머리만 안 짧으면 입대 전이랑 똑같지 않아?”

“그러게. 나흘은 촬영 다녀온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그래서 그런지 휴가 마지막 날의 저녁 식사 자리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분위기였다.

“그럼 희상이 삼촌이랑 수희 숙모도 간다는 거지?”

서준의 말에 갈치 살을 바르던 이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철이라서 그런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갈치가 아주 통통했다.

“그래. 수빈이 2차 예선도 보고 결승에 진출하면 결승도 보고 올 생각이래.”

그럼 공동대표인 자신의 일이 많이 늘어나겠지만.

“뭐, 옛날에 서준이랑 같이 다니느라 빠진 거 생각하면 비슷비슷한 거니까.”

그때의 김희상처럼 미국에서 해야 할 일을 잔뜩 보낼 생각이 가득한 이민준이 킬킬 웃으며 중얼거렸다.

“두고 봐라! 김희상……!”

그 말에 서은혜와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미국에만 갔던 서준과 이민준과는 달리, 콩쿠르는 세계 각지에서 열리니 김희상의 출장이 더 힘들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안 갈 삼촌이 아니지만.’

‘이민주운!!!’ 하고 울부짖을지언정, 자신이 할 일은 제대로 하고 수빈이 응원까지 확실하게 하고 올 김희상이었다.

“아 참. 서준아.”

서은혜가 서준을 불렀다.

“응?”

“수빈이가 결승 올라가면 우리 몫까지 응원해 줘.”

“당연하지. 꽃다발도 세 개 사 갈게. 큰 걸로.”

서준의 말에 부부가 웃음을 터뜨렸다.

* * *

서준이 눈을 떴다.

생의 도서관이었다.

조금 전까지 침대에 누워 있었던 터라,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서준이 고민했다.

왼쪽은 선의 도서관, 오른쪽은 악의 도서관.

오늘은 어디로 갈까.

서준이 선의 도서관 쪽을 바라보았다.

“촬영에 필요한 능력들은 군대에 있을 때 다 찾아뒀고.”

장현준에게 선물해 줄 능력도 찾아놓은 상태였다.

“그럼 오늘은 이쪽으로 갈까.”

서준은 걸음을 옮겨 악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활용도는 선의 도서관이 많긴 하지만, 악의 도서관의 능력도 등급을 낮추면 악역이나 어두운 분위기의 촬영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찾는 게 어려워서 문제지…….”

검색 기능이 없다는 걸 아는데도 자꾸 미련이 남는다.

서준이 고개를 들어 악의 도서관의 문을 바라보았다.

이쪽도 선의 도서관처럼 최상급의 문이 열리자, 다른 도서관의 문과 합쳐져 하나의 문만 남은 상태였다.

최상급 능력의 삶.

군대에 있을 땐 시간이 많아서 악의 도서관 최상급의 삶들도 읽어봤는데, 누가 봐도 최상급 도서관에 들어갈 만한 삶이더라.

“상상 그 이상.”

기억도 나지 않는 전생들에 서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새까만 도서관의 문에 손을 댔다. 도서관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에도 책상과 의자, 침대가 놓여 있었다. 선의 도서관에 있는 것과 똑 닮았지만 색은 어두침침했다.

서준이 책상 위에 놓인 저번까지 읽었던 삶의 책을 들어 올렸다.

최상급의 삶의 책이었는데, 능력을 둘째 치고 제목이 흥미로워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리치왕]

김희상이 만들어준 녹색 눈의 해골 인형이 생각나는 제목이었다.

마치 뼈와 같은, 푸른 빛이 도는 백색의 책을 든 서준은 의자에 앉아 독서를 시작했다.

* * *

다음 날.

말년 휴가를 끝낸 이서준 병장이 백호 부대로 복귀했다.

전역까지 3일 남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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