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613화
>수빈: 서준이 형!!!
>수빈: 이 곡 엄청 좋아!!!
>수빈: 자고 있는데 곡이 들려와서 눈이 번쩍 떠지는 거 있지! 그래도 계속 듣고 싶어서 누워 있고 싶었는데 잠기운이 다 날아갔어! 나도 모르게 리듬 타고 있었다니까!
자고 일어나 보니 수빈이의 장문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아침에 어울리는 곡이라니, 정말 재미있는 곡이구나.’라는 벤자민 교수의 메시지와 ‘연주해 보고 싶은 곡.’이라는 감상과 함께 악보를 보내달라는 제이슨의 메시지도 있었다.
칭찬이 가득한 감상에 작곡가, 서준이 환하게 웃으며 악보를 보냈다.
감상 고마워요! 악보 보낼게요./
<([Good morning] 악보)
>수빈: 악보!!
>제이슨: /다른 곡은 언제 완성돼?/
>벤자민: /준, 일어났니?/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금세 답장이 도착했다. 그렇게 세 사람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준이 고개를 가볍게 까딱거렸다.
♪♬
리듬을 타는 게 수빈이만의 일은 아니었다.
방 밖으로 나온 서준이 음음♪ 멜로디를 따라 허밍을 하며 아침을 준비하는 엄마 아빠를 바라보았다.
“서준아. 일어났어?”
“얼른 씻고 와. 밥 먹자.”
두 사람 다 표정이 밝았다.
평소에도 밝은 분위기지만, 아마도 지금 흘러나오고 있는 곡도 조금 영향을 끼쳤을 거다.
[그레이의 바이올린 연주곡 NO.2 : Good morning]
곡이 마무리된 며칠 전부터 서준의 집에서는 아침마다 흘러나오고 있었다.
씻고 나온 서준이 식탁에 앉고, 부부도 자리에 앉아 수저를 들고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몇 번을 들어도 좋네. 특히 아침에 들을 때가 제일 좋은 것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 근데 서준아. 이렇게 들어도 돼?”
“응?”
아침 식사보다는 음악에 푹 빠진 서은혜의 의견에 동감하던 이민준이 물었다.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막 누가 듣고 따라 만드는 거 아닌가 싶어서.”
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저작권 등록도 했고. 여기 방음도 잘되잖아. 게다가 바이올린 곡이라서 누가 들어도 내가 모르는 클래식인가? 할걸.”
“그런가.”
서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민준이 말을 이었다.
“어제 새 매니저 만났다며?”
“응. 최태우 형이라고. 저번에 표절 대본 찾아준 형이야.”
서준의 말에 부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민준과 서은혜도 [화]의 표절 사건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고 있었다.
“이렇게 만나다니…… 두 사람 인연인가 보다.”
“그러게. 첫 만남부터 도와주셨네.”
지금까지 마음 편하게 서준을 맡겼던 안다호가 아니라 새로운 사람이 매니저가 된다고 해서 조금 걱정했던 부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은혜가 웃으며 말했다.
“서준아. 미국 촬영 가기 전에 그 매니저분 한번 집에 초대하는 건 어때? 다호 씨랑 같이.”
“그래. 인사도 하고.”
앞으로 서준과 함께 지내며 서준을 도와줄 매니저인데 인사라도 나누고 싶었다.
“알았어. 한번 물어볼게.”
엄마 아빠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민준과 서은혜과 외출하고 서준만 남은 집.
서준은 LA에 있는 벤자민 교수와 통화하며, 자신의 바이올린을 챙겨 연습실로 들어갔다.
-/작업할 시간은 충분하니, 준?/
벤자민 교수의 말에 서준이 지난 며칠을 떠올렸다.
말년 휴가를 나온 날부터 어제까지, 서준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느라 바쁘게 돌아다녔다.
은수와 만나서 놀고 소꿉친구들(스페인에 있던 박지오도 왔다)과 만나서 놀고, 지인들을 만나서 촬영이나 연예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화]팀을 만나서 회사 설립 소식을 듣고.
‘회사에서도 갔었지.’
조금 이르지만, 새 매니저도 생겼다.
그렇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바빴지만 지금은 대충 정리가 됐다. 이제 남은 4주가량은 여유롭게 지낼 수 있었다.
“/대충 만나야 할 사람들은 다 만나서 이제부터 작곡에만 집중하려고요./”
-/그래?/
오랜만에 연습실에 들어온 서준이 안을 둘러보았다.
한쪽 벽면 전체가 거울로 되어 있고 카메라가 이곳저곳에 설치된 연습실은 여전히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지며 미소가 지어졌다.
서준이 테이블 위에 바이올린과 오선지를 내려놓았다. 보통 여기서는 연기 연습을 하지만, 이번 말년 휴가 동안에는 작곡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었다.
‘뭐, 그레이로서 작곡하는 거니까 연기 연습도 포함되긴 하지만.’
-/그럼 꽤 빨리 나오겠구나. 나머지 두 곡도./
“/네. 그럴 것 같아요./”
서준이 벤자민 교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버 더 레인보우2]에 삽입될 곡 중 서준의 곡은 총 세 곡.
첫 번째 곡 [굿모닝]은 완성됐으니 이제 [NO.3]과 [NO.4]만이 남아 있었다.
-/어떤 곡일지 궁금한걸?/
“/하하. 열심히 해볼게요./”
그때, 휴대폰 건너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들렸다. [굿모닝]이지만 그레이의 연주는 아니었다. 익숙한 분위기에 서준이 웃으며 물었다.
“/제이슨이 연주하고 있어요?/”
-/악보가 도착한 뒤로는 계속 연주하고 있는 중이란다./
벤자민 교수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빈은 콩쿠르 곡이랑 굿모닝 중에서 고민하고 있지./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콩쿠르 연습은 해야겠는데, [굿모닝]도 연주하고 싶어서, 양손에 악보를 쥐고 울상이 된 수빈이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그럼 뉴욕에서 보자꾸나./
“/네. 교수님./”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통화가 끝나고, 서준이 막 휴대폰을 내려놓으려던 찰나, 안다호에게서 연락이 왔다.
-서준아. 통화 중이었어?
“네. 벤자민 교수님이랑요.”
-아, 그래? 교수님은 어떠시대?
“좋은 곡이래요. 제이슨도 수빈이도 좋다고 하구요.”
-그래?
자신이 칭찬받은 듯, 안다호의 목소리에 뿌듯함이 가득했다.
-웨일 스튜디오 반응도 엄청 좋대.
“정말요? 벌써 연락이 왔어요?”
서준이 활짝 웃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어제 저녁에 보내서 검토하려면 며칠 걸릴 줄 알았더니, 나도 이렇게 빨리 답장이 올 줄은 몰랐어. 다른 곡들도 얼른 들어보고 싶다고 하더라. 그렇다고 너무 빨리 작곡할 필요는 없는 거 알지?
“그럼요.”
작품을 위해서라도 빨리 대충하는 것보다 제시간에 맞춰 제대로 작곡하는 쪽이 더 좋은 건 잘 알고 있다. 연기도 그러니까.
-그럼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네. 다호 형.”
휴대폰을 내려놓은 서준이 웃으며 오선지 위에 펜을 올렸다. 듣는 사람마다 [굿모닝]을 좋아해 주니 기뻤다.
“다른 곡들도 좋아해 줬으면 좋겠네.”
빙그레 웃은 서준이 ‘그레이 바이니’의 마음을 담아 음표를 그려 나갔다.
* * *
시끌벅적한 식당.
따로 분리된 개인실.
“군인이 네 명…….”
박시영의 중얼거림에 서준과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들이 생각해도 웃기긴 했다. 짧게 자른 머리의 네 남자는 누가 봐도 휴가 나온 군인들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양주희의 의문에 작년, 차례차례로 입대한 한지호와 강재한, 전성민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뭐, 다들 비슷한 시기에 가니까.”
그건 그렇다.
보통 대학교 1, 2학년 때 입대하니까 말이다.
그 때문에 서준이 말년 휴가를 나와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다녔던 첫 주에 여기 있는 친구들과는 만나지 못했다.
“다들 휴가 나오느라 고생했어.”
“……타이밍 맞춰서 나오기도 쉽지 않더라.”
제법 빡센 부대로 배치받은 전성민의 한숨과도 같은 말에 다들 쓴웃음을 지었다.
불판 위 고기가 다 구워지고 본격적으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나도 처음 들었을 때는 긴가민가했어. 백호 부대에 이서준이면 얘일 텐데 관심병사 케어? 연기도 아니고? 서준이한테 이야기 듣기 전까진 이름만 같은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니까.”
강재한의 말에 알음알음 소문을 들었던 한지호와 전성민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도 너는 군대 가서도 연기 관련된 거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관심병사 케어는 생각도 못 했음.”
“댓글에 그러더라. 연극 치료한 거 아니냐고.”
“그것도 연기긴 하네!”
양주희의 말에 다들 빵 터졌다.
“아, 우리 부대 사람들이 나 알더라. 사인도 해줌.”
한지호의 말에 양주희가 당연하지 않냐는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서준이랑 작품 많이 했으니까. 게다가 넌 입대하기 전에 찍은 영화도 흥행했고.”
한지호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에휴, 한숨을 쉬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 군대라니…….”
“그래도 요새 서준이 때문에 너희들 이야기 많이 나오더라.”
배우 이서준이 군대에 있다는 게 알려지고, 알음알음 기사가 났던 배우 한지호와 전성민, 강재한 등의 입대 소식도 [황금 세대 입대!]라는 제목으로 제법 기사가 나고 있었다.
“그래도 아카데미 상 받은 소식보다는 덜하지.”
“크으. 멋있더라. 김종호 선배님!”
영화 [민들레]가 수상한 지 벌써 4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떠들썩했다.
“서준인 뭐, 이래저래 화제의 중심이고.”
“하하하.”
고기를 굽던 서준이 웃고 말았다.
“이서준 사단 이야기도 많이 나오던데…….”
“맞아. 할리우드 진출 가능성 있는 배우? 그런 느낌으로 이야기하더라.”
“근데 생각해 보면 우리도 이서준 사단 아니야?”
한지호의 뜬금없는 말에 다들 눈을 끔벅였다.
“아니, 지낸 시간에다가 같이 작품 활동도 많이 했잖아.”
“……그건……그러네?”
“그래도 이서준 사단 하면 딱 선배님들이 떠오르지 않아?”
양주희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자, 한지호가 얼른 내뱉었다.
“사단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한지호가 눈을 빛냈다.
“우린 이서준 2사단 하자!”
……2사단이요?
“아니면, 이서준 사단 2연대!”
잠깐 멈칫한 서준과 아이들이 아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 * *
“그거…… 사병 아니야?”
사병.
개인이 사사로운 목적으로 부리는 병사.
으하하하!
이다진의 말에 김종호와 이지석, 박도훈이 웃음을 터뜨렸다. 국자로 소고기 전골을 앞접시에 담던 서준도 어깨를 들썩였다.
“그러게. 이러다 막 3, 4사단까지 가는 거 아니야?”
“제대로 따지자면 서준이가 사단장이니까 연대로 가야지. 우리가 1연대, 서준이 친구들이 2연대.”
“서준이가 사단장…….”
으하하핳.
다들 웃느라 젓가락을 허공에 들고 있는 것도 까먹은 것 같았다.
연예계 점령에, 코코아엔터 소속 배우들은 3연대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며 식사 자리가 떠들썩해졌다.
“크흠. 큼. 곡은 다 만들었고?”
진정한 김종호가 전골 안에 생고기를 듬뿍 넣는 서준에게 물었다. 박도훈이 국물을 더 추가했다.
“네. 두 개 남았는데 둘 다 며칠 전에 끝났어요.”
말년 휴가가 바람같이 흘러가는 동안, [NO.2]와 [NO.3]도 무사히 마무리됐다.
사라 로트 감독님도 웨일 스튜디오도, LA에 있는 세 바이올리니스트들도 [굿모닝]처럼 두 곡을 아주 좋아했다.
“파일 좀 주시죠.”
“아직 저작권 등록이 안 끝나서요.”
아침 알람을 [굿모닝]으로 설정해 둔 이후, 매일같이 상쾌하게 일어나는 박도훈의 말에 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다진이 물었다.
“영화는 언제 나온대? 유니버스는 11월에 출시된다며?”
마린사의 OTT 플랫폼 [유니버스]의 출시일이 11월로 결정되고 기사까지 떴다.
올해 출시긴 했지만 거의 끝 무렵이라서 네티즌의 분노가 컸다. 하지만 이내 돈을 흔드는 짤들을 올리며 [유니버스]를 환영했다.
“날짜는 정확하진 않지만, 10주년 기념이니까 올해 안에 나올 것 같아요.”
“편집 장난 아니겠는데…….”
“그러게요. 8월 한 달 동안 찍는다고 해도 11월, 12월이면…….”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지석이 고기를 한 움큼 앞접시로 옮기며 물었다.
“음원은 다시 녹음하지?”
“네. 정식 녹음은 스트라디바리우스로 할 예정이라서요.”
오…… 스트라디바리우스……!
네 배우가 눈을 반짝였다.
“스트라디바리우스라…… 오버 더 레인보우 마지막 장면에서 나온 바이올린이지?”
“그러면……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지는 걸까요?”
“시간이 10년이나 흘렀으니까 따로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게…….”
서준이 막 입을 열려던 찰나, 눈을 반짝이며 추리해 나가던 네 배우가 서준의 입을 막았다.
“스포일러 금지!”
하핫.
눈을 동그랗게 떴던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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