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604화
[나 이서준이랑 같은 군부대에 있었다!!]
[우리 오빠가 서준이랑 같이 군 생활 했대요!]
[ㅁㅊ 내 동생 부대에 이서준 있대.]
-뭐야? 갑자기???
=몰라. 아까부터 막 뜨던데?
-이서준이 군대라고? 행사? 촬영?
=ㄴㄴ 찐 군인으로 갔다는데?
-주작 아님??
=22 주작인 듯 이서준이 군대 갔으면 입대하기 전부터 난리였을걸.
=33 막 생방송, 너튜버, 해외 방송까지 다 찾아왔겠지.
=ㅅㅂ 너튜버ㅋㅋㅋㅋ
=그 정도라고???
=아니, 생각해 봐. 한류로 유명한 연예인들이 입대해도 외국에서 취재하러 오는데, 오스카&칸 수상자라고?? 오스카&칸 수상자가 군대 가는 거 본 적 있냐? 현역 할리우드 배우가 군대 가는 거 본 적 있어?
=22 징병제 아닌 나라에서는 슈퍼스타가 군대 간다고??? 할 듯.
=그러넼ㅋㅋㅋㅋ
=‘할리우드 배우가 군대 감’ ㅈㄴ 웹소설 제목이냐고ㅋㅋㅋ
=ㅋㅋㅋㅋ
-아니, 갈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지금??
=ㄴㄴ 아직 확실한 건 아님.
-난 이서준이 군대 갈 거라고 생각 안 함. 시간 끌다가 법 개정된 후에 영화제나 시상식에서 상 받든가, 바이올린 콩쿠르 같은 곳에서 상 받고 면제받을 듯.
=ㅇㅇ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 이서준은 킹능성 있음.
-근데 이정도 수상 이력이면 군면제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한국 알린 게 군 면제 사유라면, 외국인들도 바이올린 콩쿠르 수상자는 잘 모르지만 이서준은 알잖아.
=22 국위선양으로는 이서준도 손에 꼽음.
=33 이서준은 두유노? 물어볼 필요도 없다ㅋㅋ
=44 한국인이라고 하면 저쪽에서 서준 리 봤냐고 물어보던데ㅋㅋㅋㅠㅠ저도 못 봤어요ㅠㅠ
-그래서 군대 갔다는 거야. 안 갔다는 거야?
=게시글 보면 사진도 있는데 이서준은 맞음.
=합성일 수도.
-새싹부터에 올라온 생일 인증 사진 보면 모자 쓰고 있는데, 머리카락이 짧음!
=헐. 군인이라서 그런가?
=차기작 때문이라던데?
=아니, 그 차기작도 팬들 사이에서 나온 이야기지 오피셜은 아님.
=나 영화 쪽에서 일하는데, 이서준 차기작으로 떠도는 이야기 없음.
=22 방송 쪽도.
=콬아도 그런 말 1도 안 했고.
=……그럼 내 감사를 듬뿍 담은 그랜절은 누가 받은 거야??
=군대?
=ㅅㅂ 차기작을 기대하며 진짜 온 마음을 담아 감사했는데…….
=ㅋㅋㅋㅋㅋ
-이서준 입대 아닌 거 200%
=왜???
=이서준이 군대 갔으면 군 홍보에 안 쓸 리가 없음.
=앜ㅋㅋㅋ 그러네ㅋㅋㅋ
=22 아이돌이나 배우도 군 홍보 영상에 내보내는데? 이서준? 할리우드 배우 이서준?? 그럼 그냥 1년 4개월 내내 홍보 영상만 쌓아두면서 하나씩 풀 듯.
=……설마 그러겠어?
=^^ 그러는 게 군대임.
=ㅋㅋㅋㅋ(안 웃김)
-아닐 것 같다. 나 같으면, 같은 부대에 이서준 있었으면 첫 휴가 나오고 가족+친구+지인+친척+지나가던 모르는 사람한테까지 벌써 다 말했음.
=22 술자리 때마다 내가! 어?! 임마?! 이서준이랑 같이 군 생활 했다고! 하고 군대썰만 풀 거다.
=33 이서준이 내 후임이었다고 백만 번 말함.
=44 이서준이 내 선임이었다고 백만 번 말함.
=군대 이야기는 별론데 이건 듣고 싶네.
=ㅋㅋㅋ그러게ㅋㅋㅋ
-근데 목격담이 다 비슷해. 다들 백호 부대고 시기도 작년, 올해고.
=그러네?
-야야야야! 기사 떴음!
[(단독)배우 이서준, 비밀리에 입대! 현재 군 생활 중!]
<배우 이서준(22)이 작년 3월 비밀리에 입대한 사실이 확인됐다.
육군훈련소에서 5주간 훈련을 받은 후, 자대 배치를 받고 현재까지 현역으로 군 생활 중이라고 배우 이서준의 소속사, 코코아엔터는 밝혔다……(하략)>
“이 기사를 이제 내보낼 줄은 몰랐는데 말이에요.”
코코아엔터 배우 이서준 전담 1팀 사무실.
부팀장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 서준의 입대가 알려지면 이런저런 이야기가 돌기 전에 정확한 기사를 내기 위해서 보도자료를 준비한 지도 벌써 1년이 넘어갔다.
서준이 훈련소 나올 때쯤 알려질까, 첫 휴가 나올 때쯤 알려질까, 일병이 되고 알려질까, 생일 때 인증사진으로 알려질까. 인터넷 반응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설마 전역 두 달 남기고 알려질 줄이야…….”
어디 폭탄이라도 터진 듯 주르륵 올라오는 글과 댓글들, 그리고 1팀 사무실은 물론이고 다른 배우팀 사무실, 그리고 관련이 없는 가수팀 사무실의 전화와 개인 휴대폰까지 쩌렁쩌렁 울려대고 있는 현재 상황을 보면, 지금까지 비밀이 지켜졌다는 게 신기한 일이었다.
“서준이 일코……가 영향을 끼친 건 아니겠죠?”
“에이. 아무리 배우님 일코가 대단하시다지만, 군대인 걸요. 24시간 계속 머물러야 하는.”
그 말에 다들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눈과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올라오는 글들과 댓글들, 기사들을 체크했다.
“아무래도 군대 쪽에서 비밀유지를 잘했겠죠.”
“너무 잘한 것 같지만 말입니다.”
설마 그 군대 쪽도 모르고 있었다고는 1도 생각하지 않는 1팀은 여기저기서 울리는 확인 전화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 * *
[코코아엔터, “이서준 배우는 작년 3월 입대 후 현재 군 복무 중.”]
[배우 이서준, 그동안의 침묵은 휴식기가 아니라 군 공백기!]
[배우 이서준 측, “생일 인증사진은 휴가 나와서 찍은 것.”]
[코코아엔터 측, “현재 아무 탈 없이, 열심히 군 생활 하는 중”이라고 밝혀.]
-ㅅㅂ 이게 진짜 라고???
=22 이게 라고 진짜???
=33 라고 진짜 이게???
-아니, 콬아가 말해도 믿어지지 않는 이유가 뭐지?
=그러게;;;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음;;;
-작년 3월? 그렇게 오래전에? 벌써 1년이 넘었는데??
=아니, 이보세요. 작년 3월이면 아직 화가 나오기도 전이잖아요??
=어쩐지…… 그래서 한국 독립영화제에 안 왔구나.
=그러네. 서준이가 영화제를 놓칠 리가 없는데…….
=22 화랑 민들레에 관련한 인터뷰도 없었고.
-근데 이서준 휴식기였어? 그냥 평소랑 같던데? 막 인터넷 반응도 활발하고 방송에도 언급되고.
=ㅋㅋ4월에는 ‘화’랑 독립영화제랑 ‘워킹맨!’으로 화제1 되고 8월에는 ‘화’ 개봉으로 화제2 되고 겨울에는 ‘민들레’로 간접적으로 화제3이 되었으니까ㅋㅋㅋ
=작품 하나 찍고 갔는데 1년 내내 언급되는 이서준 클라쓰ㅋㅋ
-1년 동안 너무 목격담 없다 싶었는데 일코가 아니라…… 진짜 없어서 그랬던 거네.
=ㅋㅋ그러게요ㅋㅋ
=ㅋㅋㅋ진짜 없었어ㅋㅋㅋ
-휴식기라고 내 새끼 잘 쉬고 오라고 했더니…… 군 공백기ㅠㅠ
=ㅠㅠ군대에서 얼마나 고생할지ㅠㅠ 아니, 고생했을지ㅠㅠ (이병/일병 어떻게 지낼지 걱정했는데 벌써 병장이래;;;)
=22 서준이 군대 가면 1년 4개월 동안 기다려야겠구나ㅠㅠ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이제 두 달만 지나면 전역이라니;; (동공지진)
=33 뭐랄까…… 걱정도 기다림도 빛의 속도로 지나간 듯.
=44 이래서 비밀리에 입대한 건가 싶고ㅜㅜ
=55 서준아ㅠㅠㅠ
-생일에 맞춰서 휴가 나왔다는 게 감동적ㅠㅠ
=군대 가도 생일편지는 잊지 않는 우리 서준이ㅠㅠ
-콬아가 무탈하다고 했으니 무탈하겠지.
=22 새싹 못지 않은 팔불출들이니까ㅎㅎ
=33 믿고 있습니다! 안 이사님! 1팀분들!
[할리우드 스타, 이서준 현재 군 복무 중!]
[해외 매체들, 배우 서준 리의 군 복무 알려!]
[#이서준 #SEOJUN LEE #군 복무 중, SNS 실검 도배!]
-지금 새싹들 상황.
=새싹: 서준이가 군대ㅠㅠ 다치면 어떡해ㅠ 조심해서 다녀와ㅠㅠ
코코아엔터: 이서준 배우, 2달 후 전역합니다.
새싹: 예??벌써요??
=일반인: 예??벌써요??
=ㅋㅋ진짜 일반인도 그럼ㅋㅋ
=그러니까ㅋㅋ 안 갈 줄 알았는데 벌써 병장이래ㅋㅋ
=22 다들 간다 안 간다 떠들 때 그냥 입대해 버린 이서준ㅋㅋㅋ
=33 진짜 법 만들어질 때까지 미룬다, 콩쿠르로 면제 받는다, 미국 국적 받는다, 늦게 간다 온갖 소리 다 나왔는데, 이미 군 복무 중ㅋㅋㅋ
=이제 이서준은 아무도 못 깐다ㅋㅋ
-이서준 해외팬들은 어떰?
=해외팬: WHAT???
=징병제 아는 팬들은 ‘벌써 갔다고?? 벌써 1년 지났다고?’ 하고 있고ㅋㅋ 징병제 모르는 팬들은 ‘군대?? 이제 배우 안 해??’ 하고 있고.
=ㅋㅋㅋㅋㅋ
-이서준 군 생활 궁금하다.
=22 왜 이제야 밝혀졌는지 궁금함. 다들 비밀 되게 잘 지키나 봄.
=33 백호부대 전역자 없냐. 휴가 나온 사람이라도.
=거기 인원만 400명이 넘음. 이제 올라올 듯.
-뉴스 떴다ㅋㅋㅋ
=ㅋㅋ뜰 만도 하지ㅋㅋ
=오늘 아침부터 스펙타클하네ㅋㅋ단독 기사 뜨고 1시간도 안 지났는데 전 세계가 난리야ㅋㅋ
=근데 나라도 할리우드 배우가 군대 가면 궁금할듯ㅋㅋ
=22 진 나트라가 군대라니……!
=ㅋㅋㅋㅋ
-근데 희한하게 군피셜은 없네. 전부 코코아엔터 측 보도야.
=22 이서준 복무한다고 제일 먼저 나대야 하는 곳 아님?
=33 낯설게 왜 이러세요???
* * *
누가 뭐래도 가장 ‘뭐라고???’를 외치고 싶은 건 군대가 아닐까.
그중에서도 배우 이서준이 소속된 백호 부대는 태풍의 눈이 되어 있었다.
온갖 곳에서 오는 연락을 간부들에게 넘겨 버린 대대장이 앞에 서 있는 이 병장을 바라보았다. 아니, 이서준 배우인가.
“일단…… 앉을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내가 안 괜찮아…….”
그동안 이런저런 일들로 간부들과 친분을 쌓은 서준이 앓는 듯 말하는 대대장의 모습에 작게 웃고 말았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성실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은 이 병장의 잘생긴 모습에 대대장이 마른세수를 하며 기억을 더듬었다.
갓 자대 배치를 받았던 이등병 때야 다른 장병들처럼 전혀 신경 쓰지 않아 기억이 흐릿했지만, 그 이후 만났을 때부터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무려 관심병사 케어를 맡았던 소중한 장병이 아닌가.
‘백호! 일병! 이서준!’
하고 경례를 하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 대대장이 이마를 짚었다. 그건…… 배우 이서준이었다.
‘아니, 왜 몰랐지. 이렇게 딱 떠오르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흐릿하던 머릿속이 깔끔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서준 병장을 부르기 전, ‘그럴 리가……’ 하면서 군 자료를 살펴보았던 대대장과 간부들이었다. 훈련소에서 백호 부대로 전입할 때의 자료부터 신검 때의 자료까지. 모든 걸 체크해 보았다.
근데 이서준이더라.
배우 이서준.
대대장이 다시 한번 마른세수를 했다.
아마 병무청이나 국방부의 상황도 비슷할 거다.
‘아니, 거기가 더 급하겠지.’
이서준이 입대하면 홍보병으로 배치해 이런저런 홍보 영상을 찍고 군 행사마다 불러 홍보에 이용할 계획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던 곳이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던 배우가 작년에 입대하고 이제 전역까지 한 달 반만을 남겨두고 있단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병장. 밖에서…… 배우였어?”
“네. 그렇습니다.”
“……왜 말 안 했어?”
“밖에서 무슨 일을 했든 군대에선 군인일 뿐이잖습니까.”
정론이다.
훈련소에서부터 그러지 않나.
‘여러분이 밖에서 무슨 일을 했든 군대에선 한 사람의 군인일 뿐입니다!’ 하고.
“그리고 제가 직접 배우 이서준이라고 말하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래. 못 알아본 우리가 멍청이지. 아니, 어떻게 대대 전체가 못 알아볼 수가 있냐. 400명이 넘는데…….”
배우의 입장에서는 ‘……나 이렇게 인지도가 없었나?’ 생각할 상황이 아닌가.
왠지 모를 미안함에 대대장이 한숨을 내쉬며 빙그레 웃고 있는 이서준 병장을 바라보았다.
뭐랄까.
할리우드에서도 러브콜을 받는 슈퍼스타라는 걸 알게 됐는데도 그냥 지금까지처럼 성실하고 착하고 믿음직한 이서준 병장처럼 느껴졌다. 친구가 스타가 돼도 (놀랍기는 하겠지만) 자신에게는 그냥 친구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 뭐. 군대에서는 그냥 군인이지 않나.
‘뭘 해보려고 해도 시간은 이미 많이 흘렀고.’
마음이 한결 편해진 대대장이 물었다.
“이 병장은 앞으로 어쩌고 싶어?”
“지금까지처럼 지내야죠. 훈련받고 근무 서면서 말입니다.”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는 이 병장의 모습에 대대장이 픽 웃었다.
“그래. 그러자고.”
뭐, 배우 이서준을 못 알아봤다고 병무청이나 국방부에서 뭐라고 하는 자들도 있겠지만, 못 알아본 건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그쪽에서 ‘배우 이서준’을 홍보병이 아니라 현역병으로 배치해 줬으니 자신은 그저 ‘평범한’ 현역병으로 복무하게 한 거였다.
‘지원 요청했으면 보내줬을 거야.’
암. 그렇고말고. 난 잘못 없음.
대대장이 어깨를 으쓱이고는 입을 열었다.
“이 병장.”
“예.”
“사인 하나만 해주고 가.”
“하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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