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598화 (598/1,055)

0살부터 슈퍼스타 598화

[배우 김종호,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노미네이트!]

[두 번째 아카데미 수상자가 나오나?]

[영화 ‘민들레’ 상영 연장!]

-오오……!

=감탄밖에 안 나온다.

=조금 기대하긴 했는데, 진짜 됐네??

-ㅠㅠ 노미네이트 축하해요!!

-골든글로브 받았으니, 가능성 있다고 봄.

=22 기대 만땅

-김종호 배우도 잘했지만 이지석 배우도 잘했음.

=22 이지석도 눈도장은 확실히 찍어서 차기작도 할리우드 영화일지도!

=33 민들레 나온 배우들도 유명해질 듯.

* * *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반응을 그대로 보여주듯, 방송국들도 빠르게 움직였다.

미국에 보낼 사람들을 정하고, 시상식 이후 귀국할 김종호와 이지석을 섭외하기 위해 소속사에 연락했다.

“이서준 배우도요?”

막내 작가가 눈을 끔벅이자, 피디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래! 아카데미 시상식 한국인 최초 수상자랑 두 번째 수상자가 같이 나오면 얼마나 뜻깊겠어!”

“아직 상을 받을지는…….”

“그럼 두 번째 노미네이트!”

피디가 테이블을 탕! 내려쳤다. 눈이 번쩍번쩍 빛나는 것 같았다.

“상을 받든 안 받든,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 몇 개만 해주면 화제성이나 시청률은 걱정 없어! 김종호 배우랑 이서준 배우랑 같이 방송에 나왔던 적은 없었잖아. 이지석 배우도 그렇고. 아, 아니다. 아예 이서준 사단을 다 섭외할까?”

메인 작가가 흥미로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괜찮겠네요. 대중들도 도대체 이서준 사단에 뭐가 있길래 이렇게 성공하는지 궁금해하니까요.”

서브 작가가 의견을 냈다.

“시상식 끝나면 바로 3월이잖아요. 거기에 맞춰서 화 이야기도 넣으면 될 것 같아요.”

“오! 그것도 있었지!”

작년 4월에 마치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어마어마한 화제로 시작한 독립영화 [화]는 8월 15일 개봉으로 그 화제를 이어나갔고, 1년이 흘러 이제 영화 속 배경이 되는 3월이 다가오면서 다시 한번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서준 배우 팬들의 기획으로, 삼일절부터 이서준 배우 생일인 10일까지 일부 영화관에서 상영할 예정이라고 하더라구요.”

“삼일절이면 가로등에 태극기도 걸겠네요. 저 바빠서 그거 못 봤는데…….”

조연출이 ‘이번에는 꼭 봐야지……!’ 하고 다짐했다.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빨리빨리 섭외하자고!”

“근데…….”

피디의 외침 사이로 메인 작가의 한숨이 끼어들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저희뿐만이 아닐걸요.”

“……그렇겠지.”

회의실이 순식간에 침울해졌다.

“김 피디님 쪽도 섭외한다고 하던데…….”

“거기 몸 쓰는 예능이잖아?”

“한두 편 토크쇼 형식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배우들만 섭외되면 못 할 게 뭐가 있어요.”

다들 메인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건 다 시상식 이후 방송이잖아요. 시상식 전에도 몇몇 에피소드를 풀면 좋을 텐데…….”

“하지만 그러기엔 배우들이나 관계자들이 전부 미국에 있잖아요. 다들 아카데미 시상식에 집중하고 있어서 우리 방송에 나와줄지는…….”

“하…… 어쩐다…….”

다들 근심 어린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럼…… 그 배우는 어때요?”

“그 배우?”

피디와 메인 작가가 막내 작가를 바라보았다. 막내 작가는 어깨를 움츠리면서도 할 말을 이어나갔다.

“김종호 배우랑 같은 소속사인 배우인데 민들레에 잠깐 나왔거든요. 연기도 잘하고 평도 좋아요.”

“……김종호 배우랑 이지석 배우 말고 한국 배우가 또 있었어?”

피디가 눈을 끔벅이며 묻자, 막내 작가가 눈을 반짝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어요! 근데 신인이라 기사는 별로 안 났어요. 게다가 대사가 좀 있긴 했지만, 단역이라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못 갔지만…… 그래도 할리우드에 도전했던 일화나 촬영 당시 이야기를 하면 시청률은 좀 나오지…… 않을까요?”

피디와 메인 작가가 생각에 잠겼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영화에 출연했으니 할 이야기는 좀 있을 것 같지 않아? 어떻게 촬영했는지, 분위기는 어땠는지, 감독이나 스태프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말이야.”

“그렇네요. 아, 오디션 보고 합격한 거라면 그것도 물어보면 좋겠어요. 어떤 형식으로 오디션을 봤는지, 다른 배우들도 도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예전에 김종호 배우가 생존자들 오디션 본 것도 자료 화면으로 넣고요.”

“김종호 배우랑 같은 소속사라면 김종호 배우랑 얽힌 이야기도 있지 않을까요?”

어떤 식으로 방송을 풀어나갈지 술술 나왔다.

피디와 메인 작가가 눈을 마주쳤다.

“……그래도 단역으로 촬영한 거라면 에피소드 분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

“아마 그럴 거예요. 물론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해도 시상식 때까지는 시청률이 좀 나오겠지만…… 첫 방송보다는 덜 나올 게 뻔하죠.”

두 사람이 막내 작가를 바라보았다.

“막내야.”

“네!”

“그 배우, 얼른 섭외하자.”

누가 먼저 섭외하기 전에.

* * *

머나먼 미국 땅.

영어만 흘러나오던 TV에서 한국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김종호 배우의 소개로 소속사에 들어갔다고요?]

[네. 선생, 아니, 선배님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려면 좋은 소속사가 필요하다고 하셔서요. 지원했던 회사들에서 떨어지고 고민하던 차에 선배님이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야. 그 회사들이 인재를 몰라봤네!!]

[어, 근데 선생님이라고 부르세요? 김종호 배우를?]

[아, 네. 연습실에 오셔서 자주 가르쳐 주시거든요.]

[그래서 오디션에도 착! 붙으셨구나. 저도 김종호 배우께 연기 수업 들으면 할리우드 진출, 가능할까요? 아니, 잠깐! 시선 피하지 마시고요……!]

“쟤가 고생하네…….”

“어? 또 나와?”

“아니, 재방송이야.”

소파에 앉으며 묻는 이지석에 김종호가 고개를 저었다.

“다행이네. 난 또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려고 이 방송 저 방송 내보내는 줄 알았지.”

“그렇게 허술하게 하겠냐? 게다가 아직 신인이라 이 정도 이미지 소모는 괜찮아. 오히려 여기저기 눈도장 찍을 때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지석이 TV를 바라보았다.

[민들레]를 촬영하는 동안, 대사 몇 줄 있는 단역이면서도 열심히 노력하던 배우의 모습이 보였다. 그 노력에 맞게 연기력도 출중했다. 진심으로 노력하는 배우는 마음이 가는 법이었다.

이지석이 빙그레 웃었다.

“첫 예능이라 떨 줄 알았는데, 말도 잘하네.”

“그러니까.”

김종호가 흐뭇한 표정으로 TV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방송이 끝나고 회사에서 전해준 섭외 제안 목록을 가지고 두 매니저가 들어왔다. 귀국하고 이틀 후부터 꽉 채워진 스케줄에 이지석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뱉어냈다.

“이야…… 이렇게 많아?”

“더 많았어요. 지석이 형. 다 잘라 낸 거예요. 그리고 이거 확정이 아니라서 형이 골라내면 되는 거예요.”

“그래. 이건 너무 많아.”

김종호도 이지석과 마찬가지로 목록에서 나갈 만한 방송들을 살펴보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그런 방송 중에는 김종호와 이지석이 함께 섭외된 방송들도 있었다.

“종호 형. 우리 워킹맨 나갈까? 이서준 레이더 있다잖아. 막 군부대 특집 같은 거 할지도 모르고. 그럼 서준이랑 만날지 누가 알아.”

이지석의 말에 두 매니저가 웃었다.

“진짜 그렇게 만나면 재미있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건 아니래요. 형.”

“평범하게 한대. 평범하게. 독립운동으로.”

“그것도 평범하지는 않은데?”

이지석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재미있겠네. 독립운동이면…… 서준이 영화에서 영감을 좀 받지 않았을까? 곧 3월이라서 그런지 다시 화제던데.”

“그러게. 재밌겠는데?”

김종호도 고개를 끄덕이자, 두 매니저가 [워킹맨!]에 체크를 했다.

그렇게 어떤 방송에 나갈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김종호가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서준이가 3월에 휴가 나온다고 하더라.”

“3월에요?”

목록을 체크하던 김상우가 고개를 들었다.

“어. 생일이기도 하니까 나온 김에 축하 파티 겸 저녁 먹자더라고. 11일이나 12일쯤.”

“그럼 그때 스케줄은 빼야겠네요.”

“그럼 지석이 형도…….”

김상우가 고개를 끄덕였고, 윤성오도 아주 자연스럽게 이지석의 스케줄에 표시를 했다. 이지석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성오야. 나한테 안 물어봐?”

윤성오가 눈을 끔벅였다.

“? 안 갈 거예요?”

“……당연히 가긴 하겠지만…… 너무 자연스러운 거 아니야?”

“종호 형님도 계시고 서준이도 있는데 형이 빠질 리가 없잖아요.”

그거야…… 그렇지.

십 년 넘게 같이 지내서 그런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매니저가 너무 유능해.”

“네가 읽기 쉬운 건 아니고?”

“형이 남 말 할 처지는 아닐 텐데…… 봐봐. 섭외 목록. 상우 형이 형이 나갈 만한 것만 쫘악 뽑아왔잖아.”

두 배우의 대화에 유능한 매니저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수요일 오전 10시, OCM에서 방송되는 아카데미 시상식!]

[오늘 배우 이서준의 뒤를 이어, 두 번째 수상자 탄생?!]

-오늘만 기다렸다!!!

-한국인 최초 수상도 생방송으로 봤는데 두 번째 수상도 생방송으로 보게 되다니!!

=22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있는 느낌!!

-상 못 받을 수도?

=그러기엔 분위기가 너무 좋다!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는 각오하고 있음.

=22 골든글로브가 특별한 경우였을지도 모른다.

=33 뒤통수가 제일 아플 때가 지금일 것 같은ㅠㅠ 불길한 예감.

-상 안 주면 우리가 주면 되지! 트로피 만드는 중! 참여할 사람 오세요!

=ㅋㅋ또 만들어ㅋㅋ

=되게 오랜만에 만드는 거 아니야?ㅋㅋ

=참여하고 왔다!

-오! 또 OCM임? 이서준 중계도 여기서 해줬잖아.

=돈 많이 썼나 봄ㅋㅋ

-헐. MC도 그때랑 똑같아!

=영화객 님ㅋㅋ도 있어ㅋㅋㅋ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 날이 또! 또!! 왔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진행을 맡은 박영진입니다.]

[영화평론가, 양시은입니다.]

[너튜버 영화객입니다.]

박영진이 웃으며 말했다.

[영화객 님은 좀 익숙해진 것 같으시네요. 제가 어제 저번에 나온 편을 보고 왔거든요. 그땐 좀 떠셨던 것 같은데 말이죠.]

[벌써 8년 전 일인걸요.]

[8년! 벌써 8년이나 흘렀다니, 아니, 겨우 8년인가요. 8년 동안 후보자가 없었음에 안타까워해야 할지, 8년밖에 안 되었는데 후보자가 나와 기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동안의 기록을 보면, 8년밖에 안 지났는데 후보자가 나온 것에 기뻐해야겠죠.]

양시은의 말에 박영진과 영화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8년이지만 다음엔 5년, 다음엔 3년. 그렇게 많은 한국인 수상자들이 나오길 바라며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 시작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레드카펫이 등장했다.

화려한 플래시와 환호성 사이로 할리우드의 별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곧 [민들레]팀의 모습도 보였다. 그 사이에 있는 두 배우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신기했다.

[김종호 배우, 이지석 배우가 레드카펫에 나타났습니다!]

수요일 오전 10시.

평일이라 일하거나 수업을 들을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또 다른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수도 있는 시상식에 관심을 가졌다.

[김종호 배우는 영화 ‘민들레’에서 먼 이국 땅에 발을 딛었던 용기 있었던 이민자 1세가 인종차별과 텃세 등으로 인해 변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족들에게는 말없이 언제나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었지만, 고집스러운 모습도 보여 언제나 주인공인 아들과 부딪혔죠.]

[슬픔과 화를 홀로 삭이던 연기가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집에서는 언제나 담담한 표정을 보이려고 노력했었죠.]

영화객의 설명에 양시은이 다시 설명을 이었다.

[이지석 배우는 주인공인 ‘아들’의 ‘친구’로 등장했던 새로운 이민자 1세였습니다. 김종호 배우가 맡았던 ‘아버지’ 때보다 좀 더 나아진 미국 땅에 새로 이민을 왔지만, 여전히 어려움은 있었죠.]

[자리를 잡은 이민자 2세인 ‘아들’의 친구이면서도 ‘아들’보다 ‘아버지’에게 더욱 공감하는 새로운 이민자 1세인 ‘친구’의 이야기도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남우조연상이 하나 더 있었다면 이지석 배우가 후보에 올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양시은의 말에 영화객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레드카펫 행사가 끝나고 아카데미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오프닝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팝가수가 무대 아래로 내려가고 본격적인 시상이 시작되었다.

[영화 ‘민들레’ 각본상 수상!]

[영화 ‘민들레’, 감독상, 음악상 아쉽게 불발!]

-오락가락하는데?

=22 각본상만 주는 건 아니겠지?

=333 골든글로브도 하나만 줬는데…….

-받아라……제발 받아라……!

-배우상 시작한다!

[이제 배우들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작년 LA에서 개봉했던 미국영화 중 가장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여우조연상에 이젤라 오트먼! 이제 남우조연상입니다!]

사회자가 봉투를 뜯어 이름을 읽었다. 눈알이 데굴데굴 굴러가는 소리까지 들릴 것이 조용했다.

[저도 이 영화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주인공이 꼭 저 같고 주인공의 아버지가 꼭 저희 아버지 같더라구요. 이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아버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민자 2세인 사회자가 말했다.

TV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그 말을 이해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이름이 불리지 않았는데도 함성이 먼저 튀어나올 것 같았다.

사회자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남우조연상 수상자는!(And The Oscar goes to…….)]

다들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며 그 이름이 불리길 기다렸다.

[종호 킴!]

으아아아!!

8년 전처럼 아주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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