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597화
[영화 ‘민들레’의 김종호,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영화 ‘민들레’, 골든글로브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진짜??? 진짜로???
-……갑자기요?
=갑자기는 아님. 지금 민들레 평 엄청 좋아.
=22 여기 분위기 심상치 않음. 평론가들 평도 엄청 좋고 관객들 평도 엄청 좋음.
-진짜 받았으면 좋겠다!
=그러게. 골든글로브 후보에 오른 거 이서준 이후로 처음 아님?
=ㅇㅇㅇㅇ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에 얼떨떨해하던 한국은 이내 기쁨으로 들썩였다.
인터넷이 ‘민들레’와 ‘김종호’, ‘골든글로브’로 도배가 되고 기자들과 방송국은 배우 김종호와의 인터뷰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 목록 보내드릴 테니까 귀국하시고 나가실 만한 방송 골라주세요. 그리고 노미네이트 축하드립니다!
“벌써 몇 번째 축하야…….”
-에이, 좋으시면서!
킬킬 웃은 소속사 직원이 전화를 끊었다. 김종호의 매니저, 김상우가 쓰게 웃었다. 축하도 한두 번이지, 통화를 할 때마다 축하하니 귀에 딱지가 앉을 것 같았다.
김상우가 휴대폰을 내려두자, 이지석의 매니저 윤성오가 물었다.
“회사예요?”
“그래. 귀국하기 전에 나갈 만한 방송 고르라고 하더라.”
“오……!”
윤성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물론, ‘배우 김종호’이니만큼 러브콜은 항상 있겠지만 ‘골든글로브 노미네이트’로 섭외하는 건 느낌이 조금 달랐다.
“이지석 배우도 연락 많지?”
“네! 엄청 오죠! 지금은 못 가지만요.”
윤성오가 얼른 대답하며 호텔 방문을 열었다.
“저녁 드세요!”
빡센 스케줄로 미역처럼 흐느적거리고 있던 김종호와 이지석이 주섬주섬 일어났다.
“여기 맛있대요.”
“국물도 있어요.”
두 매니저가 얼른 테이블에 음식들을 올려놓았다. 따끈따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피곤한 얼굴의 김종호와 이지석이 고맙다고 말하고는 얼른 국물을 마셨다. 술 한 잔 먹지 않았는데, 속이 다 풀리는 듯했다.
“근데 서준이도 있었으면 같이 나갔을 텐데 아쉽네요.”
근처에 자리를 잡고 젓가락을 든 윤성오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한국에서 두 사람밖에 없잖아요. 골든글로브 노미네이트 된 배우.”
그러한 이유 때문에 김종호 다음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배우가 바로 이서준이었다.
한국에 둘밖에 없는 골든글로브 노미네이트 배우이며, 두 배우가 [내의원]에서 만난 이후 이서준 사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래 알고 지냈고, 그중 한 배우는 상까지 받았다는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이야기는 방송국이 러브콜을 보내기에 충분했다.
그 때문에 코코아엔터는 때아닌 섭외 요청과 인터뷰 요청에 시달리고 있었다. 서준이 활동하지 않았는데도 일거리는 계속 생기는 신기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종호 형이 서준이 덕분에 할리우드에 도전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종종 했으니까 그럴 만도 하지.”
“맞아요. 그냥 다큐멘터리 하나 뚝딱 만들어지잖아요.”
김상우도 저녁을 먹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김종호와 이지석은 말없이 음식을 흡입했다. 윤성오가 신나게 말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역 배우와 당시에도 유명한 배우였던 중년 배우가 만나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아역 배우의 도전을 본받아 새로운 땅에서 도전한 중년 배우가 끝내 아역 배우의 뒤를 이어 골든글로브에 노미네이트 되다니! 보통이라면 도전할 생각조차 안 할 텐데 말이에요.”
어린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고는 하지만, 머리가 딱딱하게 굳은 어른이 그러기에는 쉽지 않은 법이었다. 하지만 김종호는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냈다.
“맞아.”
김상우와 윤성오의 목소리 사이로 잠잠하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지석이었다.
“종호 형이 이번에 엄청 잘하기는 했어. 정말 축하해.”
“……미쳤냐?”
이지석의 진심 어린 축하에 김종호은 팔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윤성오가 숟가락을 마이크 삼아 이지석의 앞에 들이밀었다.
“본심은요?”
이지석이 씨익 웃었다.
“난 나중에 남우주연상 탈 거니까 조연상은 형이 가져.”
선심 쓰듯이 말하는 이지석에 두 매니저가 웃음을 터뜨렸고, 김종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이거 언제 끝나냐…….”
“으음. 2월 시상식까지는 계속 해야 할걸요.”
김상우의 말에 저녁을 먹고 제법 기운을 차린 김종호와 이지석이 끄응 앓는 소리를 냈다.
“시상식이 많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많을 줄이야.”
“그러게 말이다.”
내일 일정을 들으며 이지석과 김종호가 에휴, 한숨을 내쉬었다.
김종호와 이지석, 그리고 [민들레]팀은 현재 오스카 레이스를 진행 중이었다.
* * *
[영화 ‘민들레’ 오스카 레이스 진행 중!]
[영화 ‘민들레’, 현재까지의 수상 리스트!]
-……진짜로?
=오스카 레이스하고 있었다고?
=소자본 영화라 별로 기대 없었는데 평이 좋으니 하기 시작했다고 함.
-근데 되려나?
=골든글로브 노미네이트 된 거 보면…….
=22 이 루트 왠지 익숙한 루트.
=33 기대해도 됩니까?
=무리한 기대는 자라나는 새싹…… 이라기엔 너무 큰 김종호 배우.
=ㅋㅋㅋㅋㅋ
=이서준 때는 어려서 부담 주지 말자고 했는뎈ㅋㅋ 김종호는 어른이라ㅋㅋㅋ
=맘껏 부담 줘도 되지 않음?ㅋㅋㅋ
=아니, 어른이라도 부담은;;;;
=괜찮아! 욕은 Mr. 오스카소화이트가 먹을 테니까!
=ㅋㅋㅋㅋㅋㅋ
-와…… 수상 리스트 장난 아니다. 저 시상식을 다 돌아다님?
=22 그냥 돌아다니기도 힘들겠다. 이서준은 어떻게 다 돌아다녔대?
=이서준은 (정확히는 마린사) 돈을 썼어.
=아주 많은 돈을…….
=효과(은)는 확실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좋은 결과 있길 바람.
=22 좋은 결과 없어도 괜찮음.
=33 나쁜 건 쟤네들이니까!!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새해가 되고 작년보다 조금 늦은 1월 말,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열렸다.
[민들레]팀이 번쩍번쩍 플래시가 터지는 레드카펫을 지나 시상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화제긴 화제인지 [민들레]팀을 부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아까 들었어? 한국어. 한국분이려나?”
“그럴지도 모르지.”
꽉 맸던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고 의자에 기댄 이지석의 말에 대답한 김종호가 후우, 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작년 오스카 시상식에 갔을 때보다 더 긴장되는 것 같았다. 확실히 후보작의 조연으로 시상식에 참여하는 것과 후보로 시상식에 참여하는 건 느낌이 많이 달랐다.
“……받을 수 있으려나?”
“글쎄. 힘들지 않을까.”
김종호의 혼잣말 같은 물음에 이지석은 조금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준의 수상 이후로 한 번도 동양인 수상자가 나온 적이 없었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잘한 거야.”
한국의 반응도 비슷했다.
주연상이 아니라 조연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수상할 수 없을 거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종호가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다. 투표권을 가진 이들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겠지…….”
이지석의 말을 이해한 김종호가 힘을 풀었다. 바짝 힘이 들어가 있던 어깨가 아래로 내려왔다. 앞서 오스카 레이스로 이런저런 상을 받았다 보니,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잠시 후.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김종호와 이지석, 그리고 [민들레]팀은 수상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시상식을 즐겼다.
그나마 가능성 있던 3개의 부문이 다른 작품들에게로 돌아가자, 생방송으로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댓글들을 남겼다.
-이럴 줄 알았다.
=22 어째 하나를 안 주냐…….
-KBC 생방송 중계권 괜히 샀구요.
-ㅠㅠㅠ 이제 그만 봐야겠다. 우리 배우들 얼굴 안 보여주고.
=22 김종호 이지석 얼굴 보여달라고!!
일부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려고 할 때, 배우상의 시상이 시작되었다. 여우조연상의 수상이 끝나고 남우조연상의 후보들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오오오! 김종호다!!
-옆에 보이는 팔, 이지석이지?!
-저기 나오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
-노미네이트 축하해요!!
낯익은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로 친근한 김종호의 등장에 다들 반색했다. 그래. 후보에 오른 것만 해도 대단했다.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은!/”
그래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민들레, 종호 킴!/”
이름이 불렸을 때, ‘……어? 뭐라고?’ 하고 저도 모르게 내뱉을 정도로.
스크린에 비치던 김종호의 화면이 넓어졌다. 옆자리에 앉은 이지석과 다른 배우들, 감독의 모습까지 보였다. 주변 배우들이 환호와 박수에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이지석이었다.
“……형……형! 형이래! 미친! 종호 형!!”
이지석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김종호의 팔과 어깨를 연신 두드렸다.
“……어?”
그 타격에 김종호도 정신을 차렸다.
“/축하해요! 킴!/”
“/얼른 가 봐요!!/”
주변의 축하에 자리에서 일어난 김종호는 이내 정신을 다잡았다. 그리고 그동안 참여했던 시상식 경험을 바탕으로 제법 침착한 얼굴로 무대로 향하며, 떨리는 두 손이 카메라에 비치지 않길 바랐다.
“/축하합니다! 킴!/”
김종호에게 트로피를 건네준 사회자가 축하를 전하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묵직한 트로피의 무게에 다시금 실감한 김종호가 마이크 앞에 섰다.
수많은 외국인들 속, 이지석과 [민들레]팀이 보였다. 어쩐지 침착해지는 기분이다.
바로 작년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
어린 배우 홀로 이 자리에 섰을 때, 무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그래서 다시금 그 배우가 상을 받을 때, 좀 더 많은 동양인 배우들이, 한국 배우들이…… 내가. 저 관객석에 앉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빨리 서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인생이란 참.
이렇게 오래 살아도 알 수가 없었다.
‘아마 지금 생방송으로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엄청 난리 났겠지.’
예전 서준이 수상했을 때,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여유가 생긴 김종호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배우 김종호입니다.”
그 옛날.
한국 배우 최초의 수상자가 그랬던 것처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한국어로 인사를 전한 김종호였다.
* * *
[배우 김종호,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
[배우 김종호의 첫마디 “안녕하십니까. 배우 김종호입니다.”]
[이서준 사단에서 또 한 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받았네?
=……그러게?
-와…… 못 받을 줄 알았는데…… 내 믿음이 부족했나 봐.
-아니, 쟤들은 왜 이렇게 오락가락해?? (그렇다고 안 줬으면 하는 건 아님.)
=22 뭐여. 한참 안 주다가 또 왜 갑자기 주는 거여? (상은 감사.)
=33 줬다 뺏는 건 아니겠지? (의심)
-또 시상식에서 한국어를 듣게 될 줄이야ㅠㅠ
-이거 방송국에서 다큐 만들어줘요ㅠ 서준이랑 김종호 배우 같이 해서ㅠ
=22 내의원 대본 리딩 자료도 있잖아. 그것도 풀고 안 푼 것도 풀고ㅠㅠ 미방 많은 거 알고 있음.
=33 워킹맨 특별편만 봐도 ㅈㄴ 많더라 미방.
-ㅅㅂ 못 받을 줄 알고 TV 껐다고ㅠ
=ㄴㄷㅠㅠ
-이제 진짜 오스카 기대해도 될 듯.
=22 가능성이 많이 올라갔다.
=33 물론 이때 뒤통수 맞으면 ㅈㄴ 아플 것 같지만.
-오스카는 어디서 생방송해요?
=아직 안 나옴.
=중계권 싸움 치열한가 보다ㅋㅋㅋ
-근데 일단 노미네이트 되어야 하는 거 아님?
=……그러네? 언제 발표야?
=2월 초. 이제 곧 나옴.
-그러고 보니 이서준 아직 투표권 있던가? 5년까지잖아.
=다행히 이제 4년!
* * *
호텔의 어느 방.
[민들레]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스카 레이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다들 살이 쭉 빠진 얼굴로 TV 앞에 앉아 있었다.
“/그래도 오늘이 오긴 왔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다들 입 안으로 저녁거리를 집어넣고 씹으면서도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눈이 기대로 반짝 빛났다.
그중에는 김종호와 이지석, 그리고 두 매니저도 있었다. 한국에서 발표를 보고 있다며, 소속사 직원들과 지인들에게서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어, 답장을 하느라 손이 바빴다.
“/언제 발표하죠?/”
“/조금 있으면 시작할 거예요./”
제작사와 배급사 직원도 들뜬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골든글로브와 각종 시상식에서 받았던 상들을 떠올리면 한 부문이라도 노미네이트 됐을 게 분명했다.
잠시 후.
아카데미 관계자가 올해 시상식의 후보들을 발표했다.
“/오오오!!/”
“/와아아악!!/”
한 부문이 뭐냐.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까지 후보에 오른 [민들레]였다.
물론, 골든글로브 때와 마찬가지로 수상은 까마득한 일이나, 일단 후보에 오른 것만 해도 대단히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자자. 아직 남았어요! 기쁨은 배우 부문까지 끝난 후에 즐깁시다!/”
흥분으로 얼굴이 붉게 물든 감독의 말에 다들 지르던 환호성을 멈추었다. 이제 배우 부문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노미네이트/]
여우조연상 후보들이 지나가고 남우조연상 후보들이 소개되기 시작했을 때, 호텔 방은 숨소리 하나 없이 조용해졌다. 다들 익숙한 이름이 나오길 기도했다.
그리고.
[/……민들레, 종호 킴……/]
“으아아악!! 형! 오스카래! 오스카!”
이지석이 김종호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김상우와 윤성오도 번쩍 두 팔을 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흥분으로 얼굴이 붉어져 소리를 질러댔다.
“/노미네이트 종호 킴!!/”
“/파티! 파티하죠!!/”
으아아아아!!
호텔 방이 순식간에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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