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595화
[독립영화 ‘화’의 황지윤 감독과의 인터뷰(전문)]
[독립영화 ‘화’, 한국 독립영화 사상 최다 관객 수 기록!]
[‘화’ 보고 난 후, “역사 공부 시작했어요!”]
[지난주 발견된 고문서에서 무명의 독립운동가들 발견!]
-이걸 중학생 때 생각해 내다니, 감독이 천직이었나 보다. (감탄)
=22 수정을 거쳤다지만 대단함.
-그래서 무명 화가는 왜 잡혀서 고문당한 거야?
=그건 안 나와 있음. 상상하기 나름이래. 확실한 건 독립운동하다가 잡힌 거.
=왠지 태극기 그려주다가 잡힌 것 같음.
=난 일제의 만행을 그려서 외국에 알리려다가 잡혔을 것 같은데.
=ㅠㅠ뭐가 됐든ㅠㅠ눈물 남ㅠ
-나 영화 보기 전에 스포 후기는 안 보는데, 진짜 태극기 게양 연장 안 됐으면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을 것 같다;;;;
=22 영화 다 보고 다른 사람들 후기(특히 광복절 후기) 보면서 대성통곡했다. 벌써.
=33 피켓팅의 중요성.
-이런 것도 있더라 (태극기 가장 멋지게 볼 수 있는 영화관 리스트)
=ㅋㅋ나 이거 보고 갔는뎈ㅋ
=나도ㅋㅋ
-이것도 1순위 2순위가 있더라.
=ㅇㅇ 가로등 밀집도에 따라 태극기 숫자가 다르니까.
=1순위…… 최고ㄷㅏ……(다잉메시지)
-나 수능 끝나고 나서 역사 공부 1도 안 했는데, 국사책 꺼냈음ㅋㅋ
=22 내가 제일 힘들어하는 파트가 일제강점기인데, 화 보면서 공부하니까 잘 됨. 다 무명 화가 동료들 같아서 집중하게 되더라.
=난 공부가 안됨.
=왜???
=과몰입해서 그냥 독립운동가 한 명만 나와도 눈물이 줄줄 나옴ㅠㅠ
=22 친일파 나오면 다 때려죽이고 싶고.
=33 화 배경인 고종 죽음부터는 진짜 과과과몰입해서 ‘왜 무명 화가 이야기는 안 나오지? 이 책 개정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있었다.
=ㅋㅋ그건 진짜 과몰입ㅋㅋ
-이번 수능 때 독립운동 나올 듯.
=ㄹㅇ 고종 죽음부터 순서 맞추기 나오면 안 틀릴 자신 있다.
=이상설 선생님도ㅠㅠ
=국어에 바다와 나비 나와주라…… 아예 외워 버려서 빈칸 채우기도 할 수 있음.
=22 그냥 백지 내도 됨. 다 적음.
=ㅋㅋㅋㅋ
-고문서 너무 눈물남ㅠㅠ 젖거나 상할까 봐 있는 천으로 소중히 감쌌다고 하던데, 어떤 마음으로 남겼을지 짐작도 안 됨ㅠㅠ
=22 해외 독립운동가들도 있었다고 함ㅠㅠ
=다들 정말 고맙습니다ㅠㅠㅠ
[코코아엔터, 너튜브 채널‘JUN’에 ‘화’ 촬영 당시 찍었던 영상 업로드!]
[너튜브 채널 ‘JUN’에 올라온 ‘화’ 메이킹필름(?)]
-메이킹 필름이라기엔 숙소에서 찍은 게 많네ㅋㅋㅋ
=그래도 좋다ㅎㅎ 서준이 일상생활 보는 것 같고.
=22 예능 같음ㅎㅎㅎ
-백구! 백구도 있네ㅋㅋ
=역시 시고르자브종!! 잘생겼다;;;
=그러게. 털에 윤기도 흐르고 코도 촉촉해 보이고. 주인이 잘 돌봐주나 보다.
=울집 개랑 같은 종인데 날렵하네. 울집 개는 돼지야ㅎ
-강아지 + 눈 + 서준 이라니……캡처 0.001초 단위로 하고 있는 중.
=22 손가락 관절 벌써 다 닳았다.
=33 매크로 쓰는 중.
=……역시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근데 눈 위에 그림 그리는 영상은 안 올라옴? 풀샷 찍은 거 보면 영상 남아 있을 것 같은데ㅠㅠㅠ
=222 그거 풀샷도 올려주세요ㅠㅠ
=근데 올라와도 내 조그마한 모니터로는…… 그 웅장한 느낌을 못 받을 것 같다.
=ㄹㅇ 영화관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 스케일.
=지금 심각하게 98인치 TV를 살까 고민 중이다.
최유성은 너튜브 채널[JUN]에 새로 올라온 영상들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썸네일만 바라볼 뿐, 재생하려고 하질 않았다.
“뭐 해?”
나탈리가 최유성에게 커피를 건네주며 물었다. 최유성이 커피를 받아들며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준의 영상을 볼까 말까 고민 중이야.”
“? 그냥 보면 되는 거 아니야?”
고개를 갸우뚱하는 나탈리에 최유성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스포일러 안 당하려고 화에 관한 건 다 피하고 있는 중이라서…….”
“아하.”
나탈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해외개봉은 왜 10월이야……! 돌아버리겠네!!”
8월 15일 [화]의 개봉 이후 현 10월까지, 철저하게 스포가 적힌 글들을 피하고 있는 최유성은 답답한 마음에 단번에 차가운 커피를 들이켰다.
“후우,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다 본 9월부터는 아예 한국 인터넷에는 안 들어가고 있어.”
“그것참 힘들겠네.”
나탈리의 말에 최유성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던 하루하루였다.
서준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일반인들은 물론, 기업들의 마케팅에도 영향을 끼쳤다. 패러디며 광고며 한국은 [화]와 애국 마케팅으로 떠들썩한 상태였다.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몇 개는 알아버린 것 같아.”
알고 싶지 않았다며 최유성이 낙담했다.
“내일이면 영화 보니까 기운 내.”
나탈리가 웃으며 최유성의 어깨를 토닥였다.
* * *
다음 날.
최유성과 나탈리, 친구 메간과 로튼이 영화관으로 향했다.
메간과 로튼은 예전에 개봉했던 [역]을 함께 본 LA음대 친구들로, LA음대 졸업 후 서로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함께 일하게 되며 다시 만나게 되었다.
“화는 어플 같은 거 없나? 역 때처럼.”
포스터를 살펴보며 묻는 로튼에 구김 하나 없는 빳빳한 포스터를 조심스럽게 챙긴 최유성이 고개를 저었다.
“역은 상업영화였지만 화는 독립영화라서 아쉽게도 없어. 나중에 영화 다 보고 설명해 줄게. 누가 만들어 놓은 해석 자료가 있더라고.”
“아, 어쩐지…… 독립영화라서 상영하는 영화관이 적었나 보다.”
메간의 말에 나탈리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래도 사람은 많네. 한국인이 제일 많은 것 같아.”
그 말 그대로, 영화관은 사람들, 특히 한국인으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오. 유성아!/”
“/사장님?/”
이 근처 한국인은 다 모였는지, 최유성이 가끔 들르는 음식점의 주인도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화]를 보러온 모양이었다.
“/영화 보러 오셨어요?/”
“/그래. 우리 딸이 꼭 봐야 한다고 그래서./”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남녀 쌍둥이 아이를 안고 있는 딸 부부가 최유성을 보더니 꾸벅 인사했다. 몇 번 대화를 나눴던 최유성이 꾸벅 인사를 하고, 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귀여운 쌍둥이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럼 나중에 보자./”
“/네./”
음식점 사장이 가족들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그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가족 중에는 사장의 아버지처럼 보이는 노인도 있었다.
문득, 식당을 대를 이어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던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유성! 이제 영화 시작한대!”
“알았어! 갈게!”
그렇게 말한 최유성이 몸을 돌리려던 찰나, 부부가 들고 있는 가방 사이로 흰 천 같은 것이 보였다.
* * *
영화가 끝났다.
상영관 밖으로 나오는 최유성은 줄줄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기미독립선언서라니…… 독립운동이라니…… 상상도 못 했다. 아니, 한국이 애국 마케팅이나 역사 공부로 들끓을 때 조금 예상하기도 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퀄리티도, 내용도 도저히 대학생들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아.”
연신 훌쩍이며 [화]에 대해 감탄하며 또 봐야지, 생각하던 최유성이 고개를 들어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이야 한국인이라서 이런 감정을 느끼며 [화]를 관람할 수 있었지만, 일제강점기나 독립운동에 대해서 1도 모르는 외국인 친구들이 어떻게 봤는지, 걱정이 들었다.
[내의원]이나 [역]과는 달랐다.
[내의원]이나 [역]은 그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가면 이해가 됐지만, [화]는 숨긴 정보들이 많았다.
기미독립선언서도, 9년이라는 시간도, 꽃이라는 의미도.
일제강점기가 있었고, 독립운동가들이 있었으며, 그들을 쫓고 있는 순사들이 있었고, 많은 실패 끝에 성공했다는 기본적인 역사 지식이 없다면 완벽하게 관람하기 힘든 영화였다.
“나탈리. 어땠어?”
최유성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나탈리가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감상을 이야기했다.
“감동적이더라. 일제강점기 때 이야기지?”
“응. 맞아.”
“사진하고 영상자료를 봤을 때도 슬프긴 했는데, 이렇게 영화로 보니까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얼마나 노력했을지 알 것 같더라.”
서준의 팬으로, 한국 역사에 대해 공부한 나탈리는 제법 이해한 것 같았다.
“너희는?”
메간도 로튼이 조금 붉어진 눈으로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최유성이 의아한 듯 물었다.
“너희도 한국 역사 공부했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독립이야, 어느 나라고 한 번쯤은 있었던 사건이니까. 미국에도 독립기념일이 있고. 다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대강은 알겠더라.”
아…….
로튼의 말에 최유성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메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도 그래. 전부 이해한 건 아니지만, 도련님의 마음이 어떤지는 알 것 같았어. 다른 작품들 속에서도 대의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 중에서 고민하는 상황은 많이 있잖아. 그리고 준의 연기가 대단해서 보다 보니까 마음이 먼저 납득하고 있더라.”
그랬다.
꼭 한국의 역사를 알아야만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각자의 지식과 경험들로 부족하긴 하지만 나름 [화]를 이해한 것이었다.
‘그것도 좋지.’
서준의 팬으로서, 이번 작품이 해외에서 안 좋은 평을 받을까 봐 긴장했던 최유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처음에 죽었다는 편지는 누구한테서 온 거야?”
“언덕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화]를 재미있게 본 덕분에 정보 하나하나가 궁금한 로튼과 메간이 최유성에게 물어댔다. 최유성이 친구들과 함께 영화객 리뷰를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왕할아부지! 이거!/”
“/짜짠!/”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한국인들과 외국인들이 그쪽을 바라보았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듯, 상영관을 나오는 노인과 사장님 부부를 발견한 쌍둥이들이 몸만 한 태극기를 마치 날다람쥐처럼 펼치고 있었다. 딸 부부의 가방에 들어 있던 흰 천이 태극기였나 보다.
태극기가 펼쳐진 모습에 최유성이 울컥했다. 다른 한국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할아버지라고 불린 노인도 그러했다.
영화를 보면서도 계속 눈물을 흘리셨는지, 축축하게 젖은 주름진 얼굴에 또 한 번 눈물이 쏟아졌다. 사장님이 얼른 노인에게 휴지를 건네주었으나, 많은 의미가 담긴 눈물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식당 사장님에게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최유성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장님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하셨다던.
‘정말요?!’
‘우리도 안 지 얼마 안 됐어. 이번에 발견한 문서에서 할아버지의 이름이 나왔다고 하더라고.’
아주 오랜 세월, 자식조차 모를 정도로 묻혀 있던 독립운동가가 세상에 알려진 날.
가족까지 버려둔 아버지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셨는지 몰라 원망만 했던 노인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마치, 무명 화가와도 같았던 무명의 독립운동가.
그가 여기, 머나먼 이국의 땅에도 있었다.
노인은 진이 빠진 듯 느릿하게, 그러나 목표를 잃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국의 땅에서 펼쳐진 태극기와 함께 서 있는 증손자와 증손녀를 끌어안았다.
아버지가,
무명 화가가,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이,
노력했던 이유는 바로 이 어린 것들을 위해서였으리라.
……아니.
나를 위한 것이었으리라.
노인은 어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던 듬직한 손을 떠올렸다. 그 위에 [화]에 나왔던 도련님의 상처가 겹쳐졌다. 독립운동 실패에 좌절하던 도련님이, 대의를 위해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슬퍼하던 도련님이.
묻고 싶었다.
아버지, 당신은 아프지 않으셨냐고, 힘들지 않으셨냐고. 그리고…… 진실로 무엇을 하고 싶으셨냐고.
늘 간식을 쥐여주던 자상한 증조할아버지의 눈물에 증손주들도 따라 울먹거리며 노인을 꽉 껴안았다. 아들 부부와 손녀 부부도 걱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쩐지,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아내와 어린 자식들과 함께 내 나라 내 고향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고 대답하는 아주 그리운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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