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592화
“안녕하세요! 영화객입니다!”
-영하!
-안녕하세요!
-기다리고 있었음!
영화객이 웃으며 말했다.
“네. 저도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4월에 영화를 봤는데 9월에 리뷰를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보통은 3, 4주쯤에 하니까.
-ㅇㅇ 영화-영화객 리뷰-영화 루틴이 있음.
-이런 사람 많아서 영화계도 영화객 리뷰 좋아함.
-까는 리뷰만 아니면ㅋㅋ
-ㅋㅋㅋㅋ
-영화에서 나 진 나올 때 어땠어요?
영화객과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은 나 진 배우라고 부르면서 리뷰해도 괜찮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나 진보다는 이서준이라는 이름이 익숙하니, 이서준 배우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본캐이기도 하고요.”
-재주는 부캐가 부리고 명예는 본캐가…….
-ㅋㅋ둘 다 같은 사람이잖아ㅋㅋ
웃던 영화객이 말을 이었다.
“먼저 질문에 대답하자면, 정말 놀랐습니다. 잘못 본 줄 알았다니까요. 근데 또 놀라고만 있기에는 연기를 너무 잘해서 일단 영화부터 보자! 생각했죠. 함께 보신 관객분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관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몰입도 최상!
-22 알고 봐도 놀라운데, 금방 영화에 빠져듬.
-영화객 님 놀라는 표정 봤어야 하는데!
-ㅋㅋㅋㅇㅁㅇ!!!
-그건 너무 귀엽잖앜ㅋㅋ
-ㅎㅁㅎ!!
적당히 시청자들과 잡담을 하던 영화객이 화제를 돌렸다.
“먼저 영화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현재 독립영화 최다 관객수를 갱신하고 있는 ‘화’는 한국예술대학 학생들이 만든 독립영화입니다. 한예대의 프로젝트팀이라는 지원사업이 큰 바탕이 되었죠.”
-한예대 표절 사건 이야기해 주세요!
-표절 원작 작품이 화라던데? 진짜임?
나올 것 같았다.
영화객이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표절 사건은 언급 안 하겠습니다. 확실히 밝혀진 것도 아니고, 그건 다른 채널에도 많으니 거기서 보세요.”
-맞아. 그것도 4월부터 있었음.
-22 ㅈㄴ 많던데.
-여긴 영화 리뷰 방송입니다.^^ 꺼져요.
-꺼져요ㅋㅋㅋ
-웃으면서 보냄ㅋㅋ
“그럼 이어서 진행하겠습니다. 독립영화 화는 촬영 전부터 큰일이 있었죠. 물론 우리가 알게 된 건 촬영이 끝난 뒤였지만 말입니다.”
-워킹맨!
-터널 사고!
-진짜 놀랐음.
“이것도 영상 많으니까 넘어가고요.”
-……그럼 왜 말함?
-ㅋㅋㅋㅋㅋ
“아내분과 남편분이 영화를 보고 인증사진 올린 게 생각나서 말입니다.”
-아기 사진ㅠㅠ도 너무 귀여웠으ㅠ
-ㅇㅇ 백일 사진도ㅠㅠ
“화의 공식적인 첫 상영 장소는 바로 한국 독립영화제였습니다. 개막식 선정에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까보니 선정될 만했죠.”
-화가 아니면 어떤 영화가 개막작이 됨.
-22 이서준+독립운동 이야기잖아. ktx 타고 봐도 개막작임.
-영화제 이름도 그럼.
-왜요?
-한국독립 영화제.
오.
시청자들과 영화객이 탄성을 뱉었다.
“띄어쓰기를 다르게 한 것뿐인데 되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네요. 그 한국 독립영화제에서 ‘화’가 첫 상영을 하는 날, 이서준 배우가 출연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난리였지.
-ㅇㅇ 워킹맨 특별편까지 나오고.
-난 이서준이 그 운전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음.
-나도. 배우라서 후발대로 올 줄.
-12월 방송 볼 때 운전자 대단하다! 쟤가 다 살렸네! 했더니…… 서준이. 우리 서준이ㅠㅠ
-222ㅋㅋㅋㅋ
영화객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 그렇게 워킹맨 특별편이 방송되고 곧바로 화의 홍보영상이 나왔고 개봉일을 알려주었죠.”
-8월 15일ㅠㅠㅠ
-난 공휴일이라서 그런 줄 알았지ㅠ
-22 개봉일마저 의미가 있을 줄이야.
영화객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저도 첫날 보러갔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아, 이 이야기는 리뷰 후반부에서 하겠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독립영화 화의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영화객이 모니터에 [화]의 포스터를 띄웠다. 서양식 저택이었다.
“민한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화’의 이야기는 대부분 이 서양식 저택에서 진행됩니다.”
-나는 영원히.
-그 몇 달 동안의 일을
-잊지 못할 거다.
-ㅋㅋ봐도 봐도 신기한 단합ㅋㅋ
시청자들과 함께 웃던 영화객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화의 첫 장면은 홍보영상에서 나왔던 장면입니다. 밭에 서 있던 민한이 차를 타고 가는 도련님을 발견하죠. 다음 날, 민한은 노인의 권유로 서양식 저택에 일을 하러 가게 됩니다.”
-코튼 웃겼는데ㅋㅋㅋ
-이때까진 그냥 소소하지만 웃긴 영환 줄.
-22 막 서양식 물건 보고 놀라는 힐링물인 줄.
“저도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딱 이서준 배우가 나오면서 영화에 긴장감이 들더라구요.”
그때를 떠올린 영화객이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힘껏 팔을 내려치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거든요. 그 상태에서도 감정이 되게 잘 느껴져서 감탄하면서 몰입하는데, 어두워서 얼굴이 안 보이는 거예요. 그때까지도 이서준 배우가 나온다는 걸 몰랐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저 대학생 배우. 연기 잘한다. 나중에 엄청 훌륭한 배우가 되겠어.’ 하고요.”
-근데 이서준.
-연기존잘 이서준.
-ㅋㅋㅋㅋㅋ
“그러니까요.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이서준 배우가 고른 영화니까 이번 영화도 재미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좀 아쉽기도 했어요. 연기 잘하는 배우가 한 명 더 늘 거라는 생각에 진짜 기뻤거든요.”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영화객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후, 두 팔을 크게 다친 화가, 도련님을 돌보게 된 민한은 달빛만 비치는 밤 중, 두 팔을 끌어안고 우는 도련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도련님의 모습에 민한이 도련님을 안쓰럽게 여기게 되죠.”
-처음에는 그림 못 그려서 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ㅠㅠ
-그보다 훨씬 복잡한 감정ㅠ
“네. 그렇죠. 이것도 뒤에 가서 이야기하고. 민한은 이씨와 고성댁에게 다친 이유를 묻습니다. 사람을 구하려다가 마 차 사고를 당했다는 대답이 들려왔죠. 진짜 마차 사고였는지 아닌지도 뒤에 가서 이야기하겠습니다.”
-?? 왜 전부 뒤로 미뤄요??
-아직 그게 안 나왔잖아.
-22 ㄱㅁㄷㄹㅅㅇㅁ
“네. 그러려고요. 아무것도 모르고 봤을 때의 리뷰부터 하고 있습니다. 이후, 도련님에게 정이든 민한이 보부상에게 그림 도구를 부탁합니다.”
-문방사우였지만.
-ㅋㅋㅋ문방사우ㅋㅋㅋ
-??? : 저 서양화 그려요.
-개웃겼음ㅋㅋㅋ
-그래도 도련님이 밝아져서 좋더라ㅠㅠ
-민한도 글자 배우고ㅠㅠ
-힐링물이라서 나중에 은인 만날 줄 알았는데ㅠㅠ
-전체적으로 보면 힐링물이 맞는데 우리 예상과는 전혀 다른 힐링이었지.
-완----전 달랐지.
영화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진짜 상상도 못 했죠. 뒤의 반전은……. 리뷰로 돌아가 보자면, 도련님은 산책을 나갈 정도로 상태가 좋아집니다. 그리고 편지가 도착하죠. 하나는 누군가의 부고를 알리는 편지가, 또 하나는 영화 ‘화’의 분위기를 바꾸는 편지가.”
-민한이 한글만 읽어서 무슨 편지인가 했다.
-ㄹㅇ조사만 읽어서 내용을 1도 모르겠더라.
“네. 민한이 읽지 못해서 관객들도 전혀 몰랐지만, 도련님이 읽어주셨죠. 역사를 배웠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문장이었습니다.”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
-宣言(선언)하노라!!
-미리 복사해뒀는데…… 왜 중복?!!
-ㅋㅋㅋ틀렸닼ㅋㅋ
-이야. 안 맞을 때도 있네.
-???: 둘 다 아웃!
-ㅋㅋ눈치게임이냐곸ㅋ
단합 실패에 시청자들과 영화객이 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이해함. 나도 뽕 차올라서 선언하노라!! 치고 싶었음.
-22 몇 번을 봐도 저 장면에서는 벅차오름.
“현대어로 풀이하면, ‘우리는 오늘,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 바로 기미독립선언문이었습니다. 그때의 놀람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하기 어렵네요.”
-222 진짜 놀랐음.
-이걸 이렇게 연결한다고?!
-그거 보고 나니까 앞부분 다시 보고 싶더라구요.
-나도. 뭔가, 못 알아챈 부분이 있을 것 같아서.
“그럼 다 같이 살펴보도록 하죠. 먼저 영화의 첫 장면.”
-마을 노인?
“자동차입니다.”
영화객이 도련님이 타고 왔던 자동차와 엇비슷한 차의 사진을 모니터에 띄웠다.
-……틀렸네.
-ㅋㅋㅋㅋ
영화객이 웃으며 설명했다.
“영화 뒷부분에도 나오지만, 순사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경찰이면서 독립운동가들의 적이죠. 뒤에도 이야기할 테지만 말씀드리면, 도련님은 순사들에게 잡혔던 것 같습니다.”
-ㅠㅠㅠㅠ
“그 바람에 얼굴도 알려졌고 다치기까지 한 도련님이 한양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죠. 걸어서 오는 건 힘들고 탈 것을 이용해야 하는데, 마차는 아무래도 낮잡아 보이기 쉽거든요.”
-그래서 자동차!
“네. 어지간한 부유층이 아니라면 탈 수 없는 자동차. 그게 순사들에게서 도련님을 보호해 주었던 겁니다.”
-겉이 삐까번쩍하면, 누가 타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우니까.
-22 권력자가 타고 있는데 검문하긴 힘들지.
-아, 그럼 민한이 자동차에 익숙한 건……!
“도련님 같은 분들이 있었다는 이야기죠.”
-롬곡옾높ㅠㅠ
“자동차 다음으로 살펴볼 부분은 이야기해 주신 마을 노인입니다. 새로운 손님이 왔다는 이야기에 노인은 조금 느리게 반응하고,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는 민한 말에 자신도 그러길 바란다고 이야기하죠.”
-노인도 알고 있었던 모양임.
-22 마을 사람들도 알고 있었던 듯.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들 서양식 저택에 오는 손님들이 어떤 이유로 오는지 알고 있었던 거겠죠.”
-새 손님 옴 > 아…… 또 안타까운 사람이 다쳐서 왔구나…….
-얼마나 많이 왔을까ㅠㅠㅠ
영화객이 조금 먹먹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들 예상하셨듯, 이 서양식 저택은 독립운동을 하다 다친 사람들이 요양하거나 몸을 숨기는 안가 같은 곳이었습니다. 고삐 풀린 망아지였던 민한과 마을 아이들이 들어가지 못한 것도, 대문을 이중삼중으로 닫은 것도 보안을 위해서였죠.”
-역시ㅠㅠㅠㅠ
-알고 있었지만 눈물ㅠㅠ
-진짜 도둑 때문에 닫는 줄 알았더니.
-도둑은 도둑이지.
-22 도둑놈들……!
“그리고 다음은 도련님에 대한 것입니다.”
영화객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떨림이 멈추지 않는 두 팔과 손가락 끝까지 나 있던 심각한 상처들. 이씨와 고성댁은 마 차 사고라고 말했지만…… 여러분도 예상하셨듯이, 고문에 의한 후유증과 상처였을 겁니다.”
-ㅠㅠㅠㅠ
-ㅅㅂㄴㅠㅠㅠㅠ
-ㄱㅅㄲㄷㅠㅠ
“그리고 한 가지 더.”
-ㅠㅠㅠ??
“빛 한 점 없이 어두웠던 도련님의 방을 주목해야 합니다. 문을 꼭 닫으라던 이씨의 말도요. 도련님은 왜 빛을 무서워하게 된 걸까요?”
속이 갑갑해진 영화객이 작게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고문 중에 그런 게 있다고 합니다. 잠을 못 재우는 고문이. 아마도 그 고문 중에, 도련님을 재우지 않기 위해 빛을 계속 비추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으아아ㅏ아 ㅠㅠㅠ
-ㅠㅠㅠXXX들아!
-$!^&!##$!
채팅창이 온갖 욕으로 가득했다. 물론 필터링을 피한 욕들이었지만, 그 분노의 감정들만큼은 충분히 전해지고 있었다.
-(심한 욕)(심한 욕)(심한 욕)
-아악! 답답해서 미치겠네! 욕하고 싶다!!
-난 지금 하고 옴. 엄마가 미쳤냐고 하더라.
-방금 어디선가 야 이 개xx들아!! 들림.
그 어느 때보다 살벌한 채팅창에 영화객이 얼른 입을 열었다. 자신도 욕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하면 큰일이었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다들 진정하세요.”
-그나마 해피엔딩이라서 다행임ㅠㅠ
-22 도련님 죽었으면 진짜ㅠㅠ
-근데 현실에는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는 거.
-으허허허헝ㅠㅠㅠ
영화객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잊지 말아야죠. 그분들을. 그럼 다시 영화 리뷰로 돌아가겠습니다. 고문의 후유증으로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된 도련님은 자해를 하거나 밤 중 홀로 나와 울기도 합니다. 내레이션이 말하죠. 도련님은 그때 후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영화객이 옆에 놓여 있던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건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보통의 사람들과 다름없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독립을 바라고 행동하긴 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그림을 못 그리게 된 화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서, 한순간 독립운동을 한 것을 후회했던 거죠. 하지만 또 그런 마음을 가진 자신에게 분노하고. 또 후회하고 좌절하고, 분노하고…… 어쩔 줄 몰라 했던 겁니다.”
-ㅠㅠㅠㅠㅠ
-하긴. 한순간도 후회 안 할 수는 없지ㅠ
-독립운동하다가 배신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도련님이야 그림이 원인이지만, 가족일 때는 진짜…… 고민 많이 할 것 같다.
-그래서 더 대단하신 분들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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