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586화 (586/1,055)

0살부터 슈퍼스타 586화

[이서준 떴다!!!]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 기사.

어디에서 시작된지는 모르겠지만, [화]에 출연한 서준의 이야기가 순식간에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뭐야? 이서준 떴다고?

-어디 목격담임?

=ㄴㄴㄴ 영화 상영했대. 차기작!

=?? 뭐 홍보 없었잖아??

=나도 기사 1도 못 봤는데???

-그러니까!

=22 갑자기 나옴!

황지윤 감독과 [화]팀이 일찌감치 자리를 뜬 탓에,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서 놓친 기자들은 상영관에 남아 있던 다음 목표물을 노렸다. 미리 [화]를 보고 개막작으로 선정한 관계자들이었다.

“협회장님!!”

“이서준 배우의 출연……!”

목소리를 높여 질문하는 기자들과 회사에서 오는 확인 전화를 받는 기자들의 목소리가 뒤섞였다.

-야! 거기 이서준 나왔다고 하던데, 진짜야?

“네! 네! 맞아요!”

-……진짜 이서준이라고!?

“네! 맞다니까요! 영화에 나오는 거 제가 확실히 봤어요! 박도훈 배우도 이서준 배우라고 말했고요! 지금 관계자 인터뷰 중이니까 바로 기사 보내겠습니다!”

어느새 기자회견장으로 변한 상영관에서 따끈따끈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배우 이서준, 비밀리에 독립영화 ‘화’ 출연!]

[배우 이서준, 한예대 학생들의 영화 ‘화’ 출연했다!]

[이서준 차기작, 독립영화 ‘화’ 상영 중!]

[독립영화협회장, “이서준 출연, 알고 있었다.”]

[한국 독립영화제 측, “행사 일정 연장도 개막작 ‘화’와 연관.”]

[한국 독립영화제 측, “하지만 독립영화제인 이상 다른 영화들과 맞춰…….”]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게…… 뭔 일이래??

-이서준 출연 예정, 촬영 중……도 아니고ㅋㅋ

=22 출연했다. 상영 중이래;;;

=333 ‘비밀리에’가 이렇게 와닿을 줄이야ㅋㅋ

=44 진짜 1도 몰랐던 사람들 당황 중;;; 나도 당황 중;;;

=55 아니 이서준만 관련되면 다들 왜 이렇게 비밀을 잘 지키냐고ㅋㅋㅋ

=66 ㅋㅋ진짜ㅋㅋ뜬소문 1도 없어ㅋㅋ

-그래서 지금 상영하고 있다고? (주섬주섬 짐을 챙김)

=ㅇㅇ 독립영화제 가면 볼 수 있다고 함.

=ㄴㄴ 못 봄.

=? 왜? (팀장님 저 반차……!)

=티켓 다 팔림.

=!!……이것까지도 이선좌냐ㅠㅠ(다시 자리에 앉음)

-왜 더 상영 안 함?? 볼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저게 최대한 늘린 거겠지. 일단 영화제니까 작품 하나만 특혜 줄 수는 없는 거고.

=22 보통 2, 3번 상영하는데 6번 상영이면 많이 늘린 거.

=33 균형 맞추려고 다른 독립영화들도 상영 횟수 더 늘렸잖아.

=ㅇㅇ 안 그랬으면 스타 특혜 소리 오지게 들었을 듯.

-여튼 지금 안 사람들은 영화 못 본다는 게 팩트. (오열)

=좀 있으면 어디든 올라오겠지. (눈물)

=나도 영화관에서 보고 싶다고요ㅠㅠ

=일해라!! CCV.

=22 일해라!! 시네마.

-근데 왜 비밀리에 촬영했대?

=영화객 말로는 간섭이 있을까 봐 그랬을 것 같대. 엔딩 스크롤도 ‘나 진’으로 올리고.

=나 진ㅋㅋㅋ

=오랜만에 보네ㅋㅋ

-? 이서준 이야기 아니었음? 나 진이 누구야?

=?? 나 진을 몰라?? (동공지진)

=어떻게 나 진을 모를 수가 있지? 그 전설적인 아역 배우를?!

=……죄송합니다?

=ㅋㅋㅋㅋ

-……헐. 미친…….

=?이제 놀람?

=+)아니 그게 아니라……

=+)이서준이 한예대 학생 작품에 출연했잖아. 근데 그 학생들이 한예대 의인들이고…… 그럼 같이 촬영한 이서준도 의인이라는 거잖아……?

=방금 영화객도 그 말 함;;;

=……?!

* * *

SBC 예능국.

[워킹맨!] 회의실.

“그럼 조금만 쉴까.”

“넵!”

다음 촬영에 대한 회의를 하기 위해 모인 전민재 피디와 작가들이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서브 작가가 회의에 방해가 될까 봐 잠시 무음으로 해놓은 휴대폰을 들었다.

“……어?”

“왜 그래?”

“서준이가 또 뭘 했나 봐요.”

인터넷이 난리도 아니었다.

어떤 기사든, 게시글이든 서준의 이름이 없는 곳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네.”

다른 작가들도 휴대폰을 봤다.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데, 느낌표와 물음표가 난무하는 글들이, 눈으로만 봐도 엄청 시끌벅적한 것 같았다.

“무슨 일인데?”

“서준이가…… 독립영화에 출연했나 본데요?”

“……출연했다고? 촬영 중이 아니라?”

“네. 벌써 촬영 다 끝나고…….”

----!!

그때 굉음이 들렸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전민재 피디와 작가들이 화들짝 놀라 몸을 움찔 떨었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뭐, 뭐야?”

“그, 글쎄요?”

“어어?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은데요?”

막내 작가의 말대로 다급하고 처절한 목소리가 회의실과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어쩐지 다른 목소리도 섞여 있는 듯했다.

“근데 이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은 것 같은……?”

“전 피디이이익!!”

덜컹!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전민재 피디와 작가들이 눈을 끔벅였다.

“……국장님?”

예능국 국장이었다.

“저, 전 피디……!”

시뻘게진 얼굴로 숨을 훅훅 들이마셨다 내쉬고 있었다. 국장실에서 여기까지 엘리베이터도 사용하지 않고 달려온 듯했다. 국장의 뒤에 서 있는 CP들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른 팀의 피디들과 작가들도 계속 몰려오고 있는 듯했다.

[워킹맨!] 회의실 앞이 순식간에 사람들로 북적북적거렸다. 다들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걱정이 가득한 것 같기도 했고 기대가 가득한 것 같기도 했다.

……뭐야?

전민재 피디와 작가들이 눈을 마주쳤다. 다들 저는 몰라요, 하며 신호를 보냈다. 전민재 피디가 마른침을 삼켰다.

“저, 전 피디.”

“……네. 국장님.”

“그, 그거 아직 있지? 삭제 안 했지? 안 버렸지?!”

“……그거요?”

그거라니…… 그게 뭐야?

근데 전민재 피디와 작가들만 모르는 듯했다. 다른 피디들과 작가들은 다 알아들은 눈치였다.

CP 중 하나가 어리둥절해 보이는 전민재 피디의 모습에 입을 열었다.

“뭐야? 아직 소식 못 들었어?”

“……무슨 소식이요?”

허어…….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너 한국 독립영화제 체크 안 했어?”

“아…… 그거요? 회의 끝나면 하려고 했죠. 그리고 수상은 폐막식 때 하는 거라 천천히 하려고…….”

했는데,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이서준 배우가 독립영화를 찍었단다.”

누군가에게서 물병을 받아 목을 축인 국장이 후우, 숨을 내쉬고 말했다. 여전히 붉어진 얼굴은 그대로였다.

“네. 방금 들었습니다.”

“그게 한국 독립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이고.”

“오. 그럼 다다음 주 방송에 짧게 넣으면 좋겠네요. 마침 한예대 의인들 작품에 대한 것도 그때 넣을 계획이었거든요.”

전민재 피디의 태평한 말에 국장과 CP들, 피디들과 작가들이 이마를 짚었다.

“……이서준 배우가 출연한 독립영화 제목이 화거든. 한예대 의인들 작품 제목이 뭐야, 전 피디.”

“화…….”

……인데……왜 두 개가 같을까요?

자연스럽게 대답하던 전민재 피디의 말이 멈추었다.

“이서준 배우 학교가 어디야.”

!!

전 피디는 물론이고 작가들의 눈까지 천천히 커지기 시작했다. 마치 한 줄로 이은 것처럼 생각이 뻗어 나갔다. 이서준, 독립영화, 화, 한예대 그리고…… 의인들.

“전 피디…….”

그 소식을 듣자마자 회의실까지 단번에 달려온 예능국 국장이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휴게소 촬영분…… 있어? ……없어……?”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듯했다.

모두의 시선이 전민재 피디의 입으로 향했다.

벌써 4개월이 지난 자료였다. 그것도 연예인은 [워킹맨!] 멤버들밖에 없는 일반인들의 인터뷰 자료. 방송된 장면들은 몰라도, 미방송 촬영분은 삭제가 돼도 진작 삭제가 됐을 거다.

[워킹맨!] 작가들이 떨리는 눈으로 전민재 피디를 바라보았다.

‘아, 그리고 미방송 촬영분은 남겨둬. 영화제에서 상이라도 받으면 자료화면으로 쓸 수도 있으니까.’라고 말했던 전민재 피디의 모습이 떠올랐다.

똑같은 장면을 떠올린 전민재 피디가 꼴깍 침을 삼켰다.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짜릿함에 손이 조금 떨렸다. 이래서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고 하나 보다.

“……있, 습니다. 촬영분, 전부요.”

그 대답에 예능국이 폭발했다.

* * *

[배우 이서준 측, “학생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코코아엔터, “아쉽지만 예정된 스케줄로, 영화제에 참가할 계획은 없어.”]

“기사 잘 나갔습니다!”

“반응도 괜찮습니다!”

코코아엔터.

배우 이서준 전담 1팀 사무실.

사방에서 전화가 울려대고 메일함은 기자들과 영화계 관계자들의 연락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입사하고 처음으로 이런 난리를 겪어보는 직원들과 지원하러 온 최태우는 반쯤 넋을 놓은 상태였고, 기존 전담팀 직원들은 익숙하게 대처해나가고 있었다.

“……이번만 이런 거죠?”

서준이 깜짝 출연을 해서 이렇게 반응이 세게 돌아오는 게 아닌가, 하고 묻는 최태우에 기존 전담팀 직원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서준이가 활동하면 원래 이래요.”

“……하하. 그렇군요.”

어쩐지 앞날이 훤히 보이는 듯했다.

안다호 이사도 1팀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인터넷을 가득 채운 기사들은 다 예상 범위 안에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군대 관련 기사는 없네…….’

안다호가 턱을 긁적였다.

서준이 훈련소에 들어간 지도 벌써 몇 주가 흘렀고 다음 주면 자대배치를 받는다. 그사이 같이 생활하던 사람들을 통해서든, 윗사람들의 통해서든 서준의 입대 소식이 밖으로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없었다. 정말 입대의 ‘ㅇ’ 자도 뜨질 않았다.

‘다행이긴 하지만.’

24시간 같이 생활하면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신기하긴 하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저장된 이름은 [워킹맨 전민재 피디]. 올 줄 알았던 연락에 안다호가 빙그레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네. 안녕하세요. 전 피디님.”

* * *

[배우 이서준이 출연한 독립영화 ‘화’는 한예대 의인들의 작품!]

[배우 나 진은 누구인가?]

[한예대 의인들과 함께 촬영한 이서준도 의인?!]

[이서준이 선택하고 관객들을 울린 독립영화 ‘화’]

[한예대 의인들의 선발대에 배우 이서준도 있었을까?]

[독립영화 ‘화’ 매진! 영화제 측 “상영관 더 늘릴 계획은 없어.”]

[네티즌, 워킹맨! 휴게소 편에서 배우 이서준 찾기 돌입!]

[한국 독립영화제 폐막작은 ‘나 진의 첫 팬’ 김수한 감독의 작품!]

-진짜 엉망진창이다ㅋㅋㅋ

=22 근데 조회 수가 잘 나오니까 뭐 하나 놓칠 수가 없엌ㅋㅋ

=33 게다가 다 이서준 관련이라 웃음만 나오고요ㅋㅋㅋ

-방금 기사 봤는데, 누가 정리 좀;;;

=한국 독립영화제에서 영화 ‘화’ 상영 > 나 진(이서준) 나옴 > 헐?! 이서준이다/ 나 진이 누구야? > 잠깐! 이거 한예대 의인들 영화잖아! 그럼 이서준도?!/ 와! 이서준이 출연한 독립영화라고? 어떤 작품이길래? > 워킹맨에 나왔을지도! 찾자!/ 어디서 볼 수 있어? 뭐? 매진이라고?! > 현재진행 중.

=그리고 이게 다 오늘 하루 동안 일어난 일.

=ㄴㄴ 정확히는 하루도 아님. 몇 시간 만에 일어남.

=ㅋㅋ이렇게 봐도 엉망진창인데여ㅋㅋ

-나 진.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ㅠㅠ 반갑다ㅠ

=22 한 걸음 찍고 은퇴한 줄ㅠㅠㅠ(과몰입)

-웃긴 게ㅋㅋ 본캐(이서준)는 역대급으로 경력 쌓아가는데 부캐(나 진)는 열심히 정석적으로 커리어 쌓고 있음. 어린이 연극>공익광고>독립영화

=잠시 쉬었던 건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성장하는 슬럼프였고?

=ㅋㅋㅋ그런 듯

=와. 둘 다 성공하고 있다는 게 대단하네.

=22 부캐도 잘 키워…… 난 본캐 키우는 것도 힘든데ㅠ

=33 ㅠㅠㅠ

-나 진 첫 팬도 영화제 참가했네ㅋㅋ 무슨 인연이야ㅋㅋ

=22 이러다가 같이 영화도 찍을 것 같음.

=그럴지도. 김수한 감독 되게 활동적임. 능력도 뛰어나고 칸도 갔음.

=ㅇㅇ 이번 폐막식 작품도 평이 좋더라.

-독립영화 1도 관심 없었는데 막 생김ㅎ

=나도. 화는 못 보겠지만……ㅠ

=이번 독립영화제 영화 추천합니다.(링크)

-화 본 사람으로서, 이건 진짜 꼭 봐야 하는 영화임.

=22 이서준 배우의 깜짝 출연으로 살짝 묻히기는 했지만, 좀 잠잠해지면 영화 내용으로 떠들썩해질 거야.

=33 안 본 사람하고는 겸상 안 함.

=44 빨리 다들 봤으면 좋겠구요. 영화객 님 리뷰도 얼른 나왔으면 좋겠구요!

-그래서 이서준도 의인이라고?

=아직 모름. 팀원 전부를 한예대 의인들이라고 말하는데 정확히는 선발대 6명을 말하는 거거든. 근데 배우니까 후발대로 간 거면, 정확히 말하면 의인은 아님.

-그래도 워킹맨에는 나왔을 거 아니야? 팀원 다 있었잖아.

=ㅇㅇ휴게소 편에 있었을걸. 아무도 못 알아봤지만.

=……ㅋㅋ

=현장에 있던 제작진도 몰라보는 일코 클라쓰ㅋㅋ

-그거 다시 편집해서 방송 안 해주려나?

=벌써 4개월이나 지났는데 자료가 있을까?

=그러게.

=있으면 난 봄. 꼭 봄.

=22 있으면 본방 시청함.

=33 진짜 방송하면 대박이겠다ㅎㄷㄷ

=헐. 방송 하나 봐!

[SBC 워킹맨! 다다음 주 방송에서 휴게소 편 미방송 촬영분 방송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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