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579화
[SBC 연기대상! 특별 카메오상 배우 이서준 수상!]
[SBC 연예대상! 올해도 워킹맨!]
[KBC 연예대상! 숲 속의 병아리반, 화제의 프로그램 상 수상!]
[MBS 가요대제전! 블루문의 화려한 군무!]
-ㅋㅋ특별 카메오상ㅋㅋ
=노렸네. 노렸어ㅋㅋ
=KTX 타고 가도 누가 받을지 뻔히 보였음ㅋㅋㅋ
-바벨탑이 올해 드라마라는 게 안 믿겨짐.
=22 엊그제 한 것 같은데요.
-보통 상반기에 하는 드라마는 연기대상 잘 못 올라가는데 바벨탑은 상이란 상은 다 받음ㅋㅋ
=재미있었어ㅠㅠ 지금도 재탕하고 있고ㅠ
=ㅇㅇ 그러니까 이제 블루레이 내놔라ㅠKBCㅠ
-카메오 임팩트 대단했지ㅋㅋ
=설마 거기서 *최연소 최초 한국인*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자이자 황금종려상 수상자이고, 각종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싹쓸이한 할리우드 슈퍼스타이자 천만배우인 이서준이 나올 줄이야ㅎㄷㄷ 아, 물론 드라마 이야깁니다.
=앜ㅋㅋㅋ뒷말은 빼도 되지 않나?
=22 진짜 이서준 경력이잖아ㅋㅋ
=33 ㅋㅋ저렇게 늘어놓으니까 웃음만 나온다고요ㅋㅋ
=44 진짜 10년 전만 하더라도 오스카상? 황금종려상? 할리우드 스타? 한국 배우는 힘들지(절레절레) 했는데ㅋㅋ이서준이 해냄ㅋㅋ
=44+) 그것도 황금종려상은 감독상이야ㅋㅋㅋ
=55 이서준이 드라마 캐릭터였으면 개연성 없다고 백 퍼 까였음ㅋㅋ
=66 앞으로 이것보다 더한 경력의 배우 캐릭터가 나와도 왠지 서준이가 현실로 만들 것 같아서 함부로 못 까겠다.
=77 오히려 성지순례하겠지.
=88 ㅋㅋㅋㅋ
-워킹맨ㅋㅋ 스키장에 갔더니 슈퍼스타가 있었어ㅋㅋ
=그것도 삐끗했으면 그냥 집에 갔음ㅋㅋ
=등장 장면도 장난 아니었고ㅋㅋㅋ
=얼마 전에 했던 휴게소 편도 재미있었음.
=22 감동ㅠㅠ
-숲속의 병아리반ㅠㅠ 나 매주 다시 보고 있다고ㅠㅠ
=애들 다 기억남ㅠㅠ 많이 컸겠지ㅠ
-이서준 배우님 먹방ㅠㅠ 진짜 도움 많이 받고 있습니다ㅠㅠ
=22 진짜요ㅠㅠ 우리 애가 얼마나 밥을 잘 먹는지 몰라요ㅠ
=33 다음에 투표 같은 행사 있으면 꼭 참여하겠습니다.
* * *
각종 연말 행사가 끝나고 새해가 되었다.
학교에 휴학계를 내고 온 서준은 이번 겨울을 열심히 놀면서 보내기로 했다.
“영화 보는 게 노는 거야?”
“당연하죠.”
안다호의 물음에 서준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푹신한 소파에 반쯤 가라앉아서 보들보들한 담요를 덮고, 옆에 맛있는 간식을 놔두고 커다란 스크린과 음질 좋은 스피커로 영화를 보는 건, 천국이에요.”
“하하. 어제도 봤어?”
“어젠 수빈이하고 은수랑 같이 아이스링크장에 갔어요.”
겨울방학이라 삼 일에 한 번꼴로 놀러 오는 은수, 수빈이와 놀기도 했다.
“다음엔 눈썰매장 가기로 했어요.”
“바쁘네.”
“그래도 재미있어요. 동심도 막 생기고.”
서준의 말에 안다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따라 웃던 서준이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다호 형의 사무실이라서 그런가, 집처럼 편안했다.
“매년 돌아오는 겨울인데, 올해는 유난히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아요.”
“원래 군대 가기 전엔 다 그래.”
안다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카데미 투표는 다 했고?”
“네. 보냈어요.”
겨우 한 표이지만 서준은 성심성의껏 투표했다.
“2차 투표는 그래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선택지가 있는 1차 투표와 달리, 2차 투표는 후보가 많아봤자 대여섯 개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어때, ONE 후보에 오를 것 같아?”
“으음. 어려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오락적 요소가 강한 영화라…….”
물론, 오락적 요소가 있다고 해서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건 아니지만, 두 개의 은행강도단과 경찰들의 화려하고 신박한 전투 장면과 후반부 추격전이 볼거리였던 [ONE]이 다른 부문에서 후보에 오르기는 힘들 것 같았다.
“음향편집 쪽은 가능성이 있어 보이더라고요.”
“하긴 소리를 잘 쓰긴 했지.”
절제된 음향효과로 만들어진 긴장감과 시기적절한 소리들로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냈던 [ONE]의 전투 장면들과 추격전을 떠올려 보면, 음향편집 부문에서 후보에는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1월 중순.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작 리스트가 발표되었다.
[배우 김종호, 이지석 출연, ‘ONE’ 아카데미 시상식 음향편집 부문 노미네이트!]
서준의 예상대로 [ONE]은 음향편집 부문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이다진: 와아아아!! 축하드려요!
>박도훈: 축하해요!
<축하드려요! 종호 삼촌! 지석이 형!
<(폭죽 터뜨리는 곰 이모티콘)
>이다진: 아, 우리 다 같이 축하파티 하는 건 어때요?
>이다진: 아카데미 시상식 보면서요!
>김종호: 나는 시상식에 참가해야 해서…….
>이다진: 아앗……!
>김종호: 지석이 데려가. 걘 단역이라 안 와도 돼.
>박도훈: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이지석: 내가……!
>이지석: 언젠가……!
>이지석: 형보다 빨리 배우상 받고 만다……!
이지석의 분함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서준이 웃으며 휴대폰을 두드렸다.
<그러면 노미네이트 축하 파티해요.
<종호 삼촌 미국 가시기 전에.
>이다진: 난 좋아!
>박도훈: 나도.
>김종호: 그러자.
>이지석: ……그러지, 뭐.
그렇게 작은 노미네이트 축하파티가 열리고 난 후, 몇 주 후.
김종호와 매니저 김상우가 미국으로 떠났다.
“오랜만입니다. 종호 씨.”
“반갑습니다. 에반. 여전히 한국어 잘하시는군요.”
시차 적응을 끝낸 김종호가 활짝 웃으며 에반 블록을 반겼다.
“노미네이트 축하드립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근데 음향편집상이라…… 저보다 음향감독님이 더 고생하셨죠.”
김종호와 에반 블록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준 덕분에 이어진 인연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아마 한국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자주 찾아올 것 같습니다. 준이 종호 씨를 잘 챙겨달라고 하도 성화라…… 물론, 저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김종호는 잠깐 당황했다.
외국인 입에서 ‘하도 성화라’라는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전히 대단한 한국어 실력이었다.
그에 비해 제 부족한 영어 실력을 떠올린 김종호가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에반. 제가 서준이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서준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할리우드까지 올 생각도 못 했을 텐데…….”
“그런 배우가 많죠.”
이해할 수 없는 에반 블록의 말에 김종호가 눈을 끔벅였다. 에반 블록이 웃으며 설명했다.
“준이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후로, 할리우드에 도전하는 동양인 배우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준의 영화가, 그러니까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영화 둘 다 말입니다.”
에반 블록이 말을 이었다. 김종호가 멍하니 귀를 기울였다.
“준의 영화가, 준의 연기가 관객들의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뀌게 만든 덕분에 작품 속 동양인 캐릭터도 제법 늘고 다양해졌죠. 동양인 배우 몇몇은 노미네이트까지 간 건 알고 계실 겁니다.”
아…….
김종호가 눈을 크게 떴다. 할리우드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서준을 보고 꿈을 꾸는 것이 자신과 지인들만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이번 시상식에 참가하는 동양인 배우들이 꽤 있을 겁니다. 한국계 배우들도요.”
* * *
아카데미 시상식 날.
김종호가 준비해 온 정장을 갈아입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이서준: 종호 삼촌! 준비 중이시죠?
>이서준: (서준, 이지석, 박도훈, 이다진이 함께 찍은 사진)
>이서준: 여긴 지석이 형 집이에요!
>이다진: 한국은 아침 8시!
>박도훈: 저흰 아침 먹고 있어요ㅋㅋ
>박도훈: (다 같이 밥 먹고 있는 사진)
>이다진: 미국에서도 잘 챙겨 드세요!
>이서준: 한식당 리스트 보내드릴게요!
메시지가 답장을 할 틈도 없이 쏟아졌다. 익숙한 소란에 조금 긴장했던 마음이 풀어지는 듯했다.
>이지석: 다음엔 나도 진짜 간다!
<ㅋ
>이지석: !!
왕왕대는 이지석을 내버려 두고 김종호는 다른 지인들에게서 도착한 메시지를 살펴보았다. 은퇴하거나 활동 중인 선배들부터 후배들까지. 많은 축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축하한다. 종호야.]
[아카데미 시상식장이라니 대단한데?]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노미네이트 축하드립니다!]
김종호는 조금 민망해졌다. 배우상이라면 몰라도 음향편집상이 아닌가. 이렇게 자신이 축하를 받는다는 게 맞는 일인가 싶었다.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지금 다 같이 TV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속사 후배 배우들에게서도 메시지가 와 있었다.
연기를 정말로 좋아하는 모습이 보여, 가끔 가르쳐 줬더니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중에는 김종호와 이지석이 4월부터 촬영할 예정인 영화의 오디션을 보고 합격한 배우들도 있었다.
기특한 녀석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후배 배우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도, 서준이 시작점이었던 것 같다.
김종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형! 차 도착했어요.”
“어. 갈게.”
매니저 김상우의 부름에 휴대폰을 내려놓은 김종호가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 * *
오전 9시 30분.
김종호가 보낸 ‘ㅋ’에 활활 불타오르는 이지석과 함께 서준과 이다진, 박도훈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시청하고 있었다.
[ONE 팀이 등장합니다!]
[김종호 배우가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 ONE은 음향편집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며…….]
레드카펫 위로 [ONE]의 감독과 배우들이 등장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영어로 인터뷰를 하는 김종호의 모습이 보였다. 원어민들보다 느리고 발음은 딱딱해도 대답하는 데엔 막힘이 없었다.
“에반하고 리첼 처음 만났을 때 쫄던 양반이…… 하긴, ONE 촬영 때도 통역을 안 쓰더라…….”
감탄이 섞인 이지석의 말.
서준도 와아, 하고 감탄했다. [생존자들] 촬영 때만 해도 서준의 통역이 필요했던 김종호였는데, 그사이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신 모양이었다.
“할리우드 영화 찍으려면 영어는 기본이긴 하죠. 저도 열심히 공부해야겠어요.”
“저도요!”
박도훈과 이다진이 의지를 불태웠고, 이지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뷰를 끝낸 [ONE]팀이 레드카펫을 지나 시상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아카데미 시상식이 시작되고, 화려한 축하공연이 끝나고 하나둘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배우 김종호,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을 걷다!]
[ONE 음향편집상 수상 가능성은?]
-수상은 무리겠지?
=수상까지는 안 바람. 노미네이트 된 게 어디냐.
=22 노미네이트도 대단한 거.
=33 계속하다 보면 언젠간 상도 받을 듯.
-나도 이서준 사단 들어가면 아카데미 갈 수 있음?
=배우예요?
=ㄴㄴ 그냥 물어봄.
=ㅋㅋ배우도 아니면서 왜 물어봐ㅋㅋ
=근데 진짜 배우들은 이서준 사단 들어가고 싶어 할 듯.
-이서준 2차 투표 ONE에 했을까?
=의외로 냉정하게 다른 영화 투표했을 수도.
=했어도 겨우 1표라서 큰 영향은 없었을 듯.
=다른 한국인 회원들도 어디다 투표했는지 궁금하네.
=오. 다른 회원도 있어?
=ㅇㅇ 배우+감독+스태프해서 40여 명쯤 됨. 이서준이 최연소.
-오! 음향편집 시상한다!
=아…….
[배우 김종호 출연 영화 ‘ONE’ 아쉽게 수상 불발.]
[배우 김종호, ‘이곳에 온 것만으로도 기쁘다.’]
[김종호, ‘다음엔 다른 한국 배우들과 함께 오고 싶다.’]
-아쉽ㅠㅠㅠ
-그래도 뭐, 배우상이 아니라 음향상이었잖아.
=22 다음엔 배우상 받아라!!
-다른 한국 배우들이면…… 이서준 사단?
=그럴 듯ㅋㅋㅋ
=근데 김종호는 이서준 사단 말고 아는 배우들 많으니까, 아닐 수도.
=22 워낙 오래 활동해서
=누구든 받았으면 좋겠네!
* * *
-다음에 받으면 되지, 뭐!
이지석의 목소리에 김종호가 픽 웃고 말았다. 다 같이 모여 있는 모양인지 영상통화 화면에 서준과 이다진, 박도훈도 보였다.
-로컬이잖아요. 로컬!
이다진이 외쳤다.
-조금 전까지 아카데미 꼭 가고 싶다며, 다진아?
-도훈 오빠……?
눈치 좀?
입만 웃고 눈은 안 웃는 이다진이 박도훈을 영상 밖으로 끌어냈다. 서준과 이지석이 킬킬 웃는 모습이 보였다. 김종호도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전 종호 삼촌 영화가 제일 재밌었어요.
-나도 출연했는데!?
-종호 삼촌, 지석이 형 영화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단역 이지석의 외침에 다시 고쳐서 말하는 서준에 다시 크게 웃은 김종호가 말했다.
“다들 고맙다. 모두 열심히 했는데 아쉬워서 그런 거지, 딱히 실망한 건 아니야.”
-그래요? 다행이에요.
-한국엔 언제 오는데?
-얼른 들어오세요. 종호 삼촌!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래.”
시끌벅적한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던 김종호가 크게 숨을 내쉬고는 처음 온 아카데미 시상식장을 둘러보았다. 시상식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외국 배우들의 모습에 조금 마음이 술렁였다.
김종호는 동양인 배우들도 꽤 있을 거라는 에반 블록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시상식장 안을 살펴보니, 참석한 동양인 배우들의 수는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적었다.
확연하게.
에반 블록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 테니, 늘어났다는 건 사실일 터였다.
‘근데 늘어난 게 이 정도라면…….’
이보다 동양인 배우가 적었던 8년 전은 어땠을까.
저절로 이곳에 홀로 서 있었을, 13살의 동양인 배우가 떠올랐다.
대견함과 기특함이 파도처럼 몰려들었다.
“다음엔, 다 같이 오자.”
-네!
이제 21살이 된 그 배우가 활짝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