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575화 (575/1,055)

0살부터 슈퍼스타 575화

오전 8시. 서울병무청.

병역판정검사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과 전담 의사들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일 같은 일상이나 다름없어 지루한 느낌까지 드는 직원들과 달리, 그 앞 대기석에는 조금 긴장한 표정의 남자들이 앉아 있었다. 앳된 얼굴도 있었고 제법 나이를 먹은 듯한 얼굴도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병역판정검사 시작하겠습니다. 신분증 검사 후에 사진 촬영 있겠습니다. 번호표 순서대로 서주세요.”

그 목소리에 남자들이 줄을 섰다. 다들 처음인지라 어색한 분위기였다.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은 제법 편안해 보였다.

“촬영 다 끝나시면 저쪽으로 가셔서 수검복으로 환복해 주시고 신분증 외의 짐은 다 사물함에 넣어주세요. 휴대폰도요. 그리고 바로 심리검사장으로 이동해 주세요.”

신분증 검사와 촬영이 익숙한 듯 제법 빠른 속도로 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신분증 검사할 때는 모자 벗어주시고요.”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서준이 모자를 벗었다.

다들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있다 보니, 주변에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서준이 흥미로운 얼굴로 병무청 내부를 돌아보았다. 물론 병원과 공공기관 그 중간 같은 분위기의 병역판정검사장이긴 하지만, 언제 또 병무청에 올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분.”

“네.”

서준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공무원에게 신분증을 내밀었다. 월요일이라서 그런가, 반쯤 초점이 나간 얼굴의 공무원이 익숙하게 신분증으로 시선을 주었다.

이름, 이서준.

……이야.

공무원이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연예인과 동명인 사람을 한둘 보는 게 아니지만, 이 사람도 참 힘들게 살았을 것 같다.

파릇파릇한 대학생일 텐데, 출석 부를 때마다 ‘이서준이라고?’ 하고 놀라서 돌아봤다가, 에이…… 하고 실망하며 다시 고개를 돌리는 광경이 눈에 선했다. 또 처음 이름을 밝힐 때마다 그 묵직한 침묵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게다가 배우 이서준과 동갑이기까지 했다.

‘내 자식은 이름 평범하게 지어줘야지.’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서준’이라는 이름도 그리 특별한 이름도 아니었다.

그리고 먼저 이름을 지어줘도 훗날 태어나는 아이가 유명해지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배우 이서준보다 연상인 사람들 중에서도 이서준이라는 이름은 종종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 사람 부모님도 이 이름 붙여줄 때는 몰랐겠지.’

그래도 인상 깊게 남을 이름 같다고 생각하며 공무원이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했다. 그리고 곧바로 사진과 얼굴 확인을 위해 고개를 들었다.

멀끔한 얼굴이 눈에 보였다.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봐왔지만 이렇게 잘생긴 얼굴은 또 처음 봤다. 그리고 왠지 익숙했다.

멍한 표정 그대로 공무원이 다시 고개를 아래로 내려 신분증의 사진을 확인했다.

신분 확인을 위해 현실의 모습 그대로를 담아낸 증명사진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리려고 하는 신분증의 사진이지만, 이 사진은 유명 잡지 표지에 그대로 써도 될 법했다.

포토샵 등을 이용해 이곳저곳 고쳤다는 게 아니다. 본판이 워낙 훌륭하니 그대로 담아내도 훌륭하다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숨을 쉬는 것을 잊어버린 공무원은 이 훌륭한 사진의 주인공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신분증을 내민, 바로 눈앞에 서 있는 남자도 잘 알고 있었다.

덜컥, 숨이 돌아왔다.

“……어?”

그러니까,

“……어어?!”

동명이인이 아니라,

“……이서준?!”

본인이었다.

빙그레 웃는 배우 이서준의 모습에 신분 검사를 하던 공무원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동시에 병역판정검사장도, 병무청도 폭발했다.

* * *

<ㅅㅂ 미쳤다!

<내 앞에 이서준 있음!!!

>이서준? 배우?

>? 잘못 본 거 아님?

>이시준이 아니라?ㅋㅋㅋ

>근데 저 자식 오늘 신검 하러 간다고 하지 않음?

>뭐, 병무청 촬영하러 간 거 아님?

>그러게. 뭐 옛날에 소방청 공익광고 찍은 것처럼 병무청에도 뭐 찍으러 갔겠지.

< ㄴㄴㄴ이서준 신검하러 옴ㅋㅋ

<ㅅㅂ 내가 말하고도 안 믿기네.

>오. 진짠가 봐. 목격담 뜬다ㅋㅋ

[제목: 신검 하러 왔더니 이서준이 있다.]

제곧내

신검 하러 왔더니 배우 이서준이 있네???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제목: 소문으로만 듣던 이서준 일코 대단한 듯;;;]

솔직히 모자 쓰고 있을 때부터 잘난 놈이구나 했는데, 이서준이었다고는 1도 생각 못 함. 그냥 어디 아이돌 지망생이거나 모델이거나, 여튼 잘생긴 사람이구나, 생각했지ㅋㅋㅋ설마 이서준일 줄이야ㅋㅋ 진짜 말하면서도 어이가 없다ㅋㅋㅋ

진짜 인터넷에서만 보던 이서준 일코를 실제로 보게 되니 놀랍기만 함ㅋㅋㅋ 진짜 바로 옆을 지나쳐도 못 알아봐ㅋㅋ

[제목: 아니, 생존자들 팬으로서 너무 자존심 상함.]

ㅅㅂ 내가 생존자들(개봉판+감독판)만 몇 번을 봤는데, 시간 좀 흘렀다고 이현우를 못 알아보다니ㅋㅋㅋ눈이 삐었낰ㅋㅋ

근데 확실히 분위기가 다른 게 느껴짐. 이현우는 이현우고 이서준은 이서준이라서 ㅈㄴ 신기함. 배우는 역시 배우인가 봐.

[제목: 내 동생 신검을 갔는데……거기 서준이가 있다네??]

아니…… 뭐…… 왜……(말잇못)

나도 못타는 계를 내 동생이 탐?!!?!? (이꽉물)

서준아……서준아……ㅠㅠㅠ

지금껏 한 번도 실물로 본 적이 없는 서준아ㅠㅠㅠ

왜 실제로 있다는 걸 내 동생을 통해서 알아야 해ㅠㅠ 팬미팅 좀 해주라ㅠㅠ어차피 광탈하겠지만……ㅎ

(바나나톡/ 엄빠 아들.JPG)

>누나!

>나 이서준이랑 신검 받고 있음!!

<? 뭔 ㄱㅅㄹ야.

>아니, 진짜라니까!!

>(이서준과 찍은 사진. 남동생의 얼굴이 가려져 있다.)

>환복 기다리는 동안 사진도 찍어줌! 엄청 착해!

>내 얼굴은……가렸어.

>이서준 바로 옆에 있으니까……좀 많이 그렇더라고……(먼산)

>? 누나?

>일하나?

<@!#^%$!#&^$!!!!!!!

(바나나톡/ 부정-분노-체념 후.JPG)

<……우리 서준이……잘생겼지?

>ㅇㅇ 그냥 나랑 종족이 다른 느낌.

>그, 누구냐…… 누나가 옛날에 좋아했던…… 배우 김태인? 걔보다 훨씬 잘생겼음.

>근데 잘생김을 카메라가 다 못 담아낸 듯.

>내가 봐도 감탄만 나오네ㅋ

>아, 이제 휴대폰 넣어야 함.

<ㅠㅠㅠㅠ

아니, 얜 내가 김태인 좋아할 때도(지금은 안 좋아함. 정색.) 혼자 김태인 보더니, ㅅㅂ 서준이도 혼자 보네?!?!

ㅠ동생아. 앞으로는 나도 좀 데리고 다녀라……ㅠ

* * *

[배우 이서준, 오늘 병역판정검사 받다!]

[배우 이서준, 서울 병무청에서 신검!]

[올해 20살, 배우 이서준 신검!]

-……서준이 목격담이 병무청에서 나올 줄은 몰랐는데…….

=222 신분증 검사에서 들켰다는 게 너무 웃김ㅋㅋ

=33ㅋㅋ진짜 그전까지 아무도 몰랐엌ㅋㅋ

=이러다 군대 가도 아무도 못 알아보는 거 아니냐ㅋㅋㅋ

-근데 이서준이 신검을 받네? 난 얘 쉐도우맨으로 데뷔해서 미국 국적인 줄.

=22 미국인 아니었냐?

=? 48시간 보면 이서준 한국인인 거 알 텐데?

=48시간? 그게 뭐임?

=하긴 찐팬 아니면 19년? 18년? 전에 나온 웹예능을 볼 사람이 얼마나 있겠음.

=근데 재방송도 꽤 하지 않았나?

=그것도 볼 사람만 봤겠지.

=48시간: 브블(데뷔 전)과 이서준(8개월)이 48시간 동안 찍은 최초 육아 웹 예능!

=ㅋㅋㅋ8개월ㅋㅋㅋ

=8개월 너무 웃김ㅋㅋ

=여튼 이서준은 한국에서 태어나서 11개월쯤에 미국 간, 한국 국적만 있는 찐 한국인.

-근데 왜 서준이가 한국인이라는 걸 모르지? 상 받으면 맨날 TV에서 한국인 최초!! 라고 말하잖아.

=그거야……방송에선 한국계 미국인도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ㅋㅋ그건 그렇네ㅋㅋ

=진짜 서준이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도 그랬을 듯ㅋㅋ

-입대도 아니고 신검 받는 게 기사까지 날 일인가 싶지만…….

=이서준이잖아.

=22 이렇게 댓글 우르르 달리는 거 보면 안 쓰는 기자가 바보일 듯.

-밑에 아이돌 누구 신검 받았다고 기사 떴다.

=댓글……처참……ㅠ

=무플 방지 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

=여기 아닙니다. 밑 기사로 가세요.(친절)

-지금 SNS에 해외 새싹 글들도 엄청 올라오고 있는데, 신검이 뭐냐는데? 알려줘?

=……알려줘. 걔들도 이제 1년 4개월 동안 서준이를 볼 수 없다는 현실을 알아야지ㅎ

-근데 군대는 언제 가려나?

=일단 대학생이라서 4년까지 연기하고. 이후로도 활동 있으면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룰 것 같은데?

=미루고 미루다가 안 가거나 재검 받고 공익으로 빠지는 사람도 있지.

=근데 그러기엔 이서준이 너무 건강함.

=22 흘러가다 때문에 했던 건강검진 결과 나온 지 얼마 안됐구요.

=그것 말고도 연예인들은 한창 흐름 탔을 때는 군대 안 가잖아. 군대 가면 공백기 생겨서 인기 사라진다고. 이서준도 그럴 듯.

=……? 서준이 인기가 사라질 수 있는 거였어? (의아)

=22 그리고 서준이는 흐름을 안 탄 적이 없어. (단호)

=33 오히려 흐름을 만들어내지. 나오기만 하면 쓰나미급. (확신)

=누가 봐도 새싹ㅋㅋ

=ㅋㅋㅋ근데 뭐, 틀린 말은 아닌 듯. 거기다 배우라서 1년 4개월 공백기는 괜찮지 않나?

=미리 영화, 드라마 찍어두고 가도 되고. 이서준이면 쌓여 있는 대본도 많을 테고. 언제든 가도 될 듯.

-군대 가도 홍보병 같은 거 하려나.

=22 이서준 놔두고 누굴 홍보병으로 쓰겠냐.

=밖에 있을 때보다 영상 더 많이 찍는 거 아니야?

=그럴 듯. 탑스타도 입대하면 일개 군인이니까.

=와. 나 새싹인데, 진짜 싫다.

=22 그냥 서준이 하고 싶은 것만 찍었으면ㅠㅠ

-이서준이랑 같이 들어가면 좋을 듯. 성격도 좋다던데. 선임 후임 되고.

=근데 이서준도 고생이겠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같이 생활하던 연예인 개인정보 다 유출했다고 하더라.

=헐;;;;

=진짜 잘못 만나면 탑스타라고 꼽주는 사람도 있을 듯.

=그건 100%.

=22 나중에 전역하고 이서준이 나한테는 꼼짝도 못 한다고 떠벌리고 다닌다에 내 손모가지 건다.

=ㅅㅂ 군대 있을 때 생각나네. 그 정도로 또라이가 있냐 싶겠지만 있습니다.

=그래도 위에서 감시하겠지;;

=윗대가리들이 더 그래……ㅠ 갑질 기사 못 봤냐.

-이서준 신검 끝난 듯. 병무청에서 사진 찍음. (기사 링크)

=벌써 홍보병 시작이냐ㅋㅋ

-오. 1급 떴네.

=그럴 줄 알았음. 근데 이런 것도 개인정보 아님?

=숨겨도 기자들이 어떻게든 알아냈겠지.

[퍼지는 한류, 연예계 관련 병역 면제법 논의?]

[기준 애매. 과연 법안 통과할 수 있을까?]

-근데 이서준 면제는 못 받음? 바이올린 잘하잖아.

=악기로 군 면제는 콩쿠르 수상임. 근데 이서준이 잘하더라도 심사할 때 이서준의 유명세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함. 그럼 논란이 생기겠지.

=악기 아니면 스포츠는? 운동 잘한다며?

=그것도 일단 실력은 둘째 치고, 잘나가는 배우가 군 면제 때문에 잠깐 참여했다가 메달 따고 본업 복귀하면 뒷말 나올 듯. 인생 걸고 하는 운동선수들도 있으니까.

=22 운동선수였다가 연예인이 되거나, 어릴 때부터 연기 못지않게 운동 계속하면서 기록 쌓아왔으면 몰라도.

=33 국가대표 선수도 없는 비인기 운동이면 가능할지도.

=제일 베스트는 영화제 수상으로 인한 면젠데…… 법이 없음ㅋㅋㅋㅋ

=이서준도 참…… 운이 없지.

=근데 솔직히 누가 13살이, 19살이 오스카상 타고 황금종려상 탈 거라고 생각했겠어. 쓰면서도 안 믿기는데……ㅎ

=그래도 관련법 생기면 뒤에 나오는 배우들이 이득 볼 듯. 물론 입대하기 전 젊은 나이에 3대 영화제, 아카데미 수상하는 배우가 앞으로 나올까 싶지만.

=안 나올 듯.

=22 안 나와.

[배우 이서준, 올해 새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정!]

[배우 이서준, 최연소 한국인 아카데미 회원!]

[이서준, 이서준 사단의 김종호와 이지석에게 한 표를?]

-회원이 안 되는 게 이상하지.

=22 성인이라서 이제 된 듯.

-성인만 투표할 수 있는 건 이해하겠는데. 공평이라니. 오스카소화이트가 말하니까 웃김. 제일 안 공평한 시상식이ㅋㅋㅋ

=이 댓글 좋아요 수 너무 많은 거 아니야?

=다 같은 생각인 듯ㅋㅋ

=그래도 좀 나아졌지……아주 조금……(먼산)

-이서준이 이서준 사단한테 투표ㅋㅋ뽑히면 웃기겠다ㅋㅋ

=김종호랑 이지석 아카데미 가는 건 보고 싶네.

=이지석은 못 감. 단역이라ㅋㅋ

=ㅋㅋㅋㅋ

[SBC 워킹맨!, 다음 주 방송 ‘휴게소 워킹맨! 식당 영업합니다!’]

[아니, 잠깐, 정말로? 워킹맨!, 휴게소에서 만난 신기한 손님들!]

[워킹맨! 텅 빈 휴게소에 당황하는 워킹맨들!]

-일반인 나오면 재미없는데.

=근데 식당 영업은 재미있을 듯.

-SNS에 홍보하던 게 이거였구나. 갈까 했는데.

=나도. 근데 너무 멀어서 못 갔음.

-신기한 손님이면…… 뭐 연예인이라도 만났나?

=헐. 그런가?

-아침부터 이서준 때문에 시끌벅적해서 그런가. 여기서도 이서준 생각남. 워킹맨 또 지나가다 이서준 안 만나나ㅋㅋ그게 제일 웃긴데ㅋㅋ

=22 또 ‘이서준 배우 보신 분’ 했으면ㅋㅋ

=그게 재미있긴 한데 올해 초에 만나서 안 만날 듯ㅋㅋ

=스키장ㅋㅋ웃겼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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