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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551화 (551/1,055)

0살부터 슈퍼스타 551화

휴게소에서 배를 채우고 [화] 선발대는 다시 출발했다. 이번에는 박우진이 운전석에 앉았다.”

“이거 블루문 신곡이지?”

“네. 맞아요.”

스피커를 통해 얼마 전 컴백한 블루문의 신곡이 흘러나왔다. 이전의 곡들보다 대중성이 강한 댄스곡에 다들 고개를 까딱거리며 리듬을 탔다.

서준도 가볍게 노래를 따라부르며 차트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차지했다며 ‘으아악! 미쳤다!!’ 축하파티를 벌이던 블루문 멤버들을 떠올렸다.

신나는 노래도 듣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가끔 휴게소에도 들르면서 촬영장이 있을 목적지로 향했다.

“이제 요 앞 터널만 지나면 돼.”

황도윤의 말에 운전대를 잡은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면서 운전대를 잡고 있었는데, 지금은 서준이 운전하는 중이었다. 조금 걱정하던 황도윤도 부드러운 운전 솜씨에 느긋하게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잘하네.”

“면허 따고 연습 많이 했거든요. 회사 차 중에 큰 것도 있어서 연습하기 좋았어요.”

“확실히 연예인 차는 크지?”

“엄청요.”

서준이 웃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크고 작은 건물들이 보이고 있었고 병원, 음식점, 편의점 등의 가게들도 보였다. 날씨가 확실히 추워진 모양인지 온몸을 둘둘 싸맨, 이 동네 주민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제법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리도 물건 사려면 여기까지 나와야 해. 저기 마트 있지?”

뒷좌석에 앉은 황지윤의 말에, 황지윤과 함께 답사를 와서 촬영장으로 쓸 주택의 내부 치수를 쟀었던 무대미술과 4학년들도 한마디씩 보탰다.

“아예 한 번에 사 가는 것도 괜찮겠더라. 겨울이라 쉽게 상할 것 같지도 않고.”

“오늘은 뭐 사 갈 거 없지?”

오늘 저녁은 뭘 해 먹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어떤 느낌이 서준을 간질였다.

아주, 아주 작은 움직임이라 놓칠 수도 있었지만, 서준은 최상급 문까지 연 능력자였다. 서준은 곧바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인영.

나무 그늘이 있는 벤치에 앉아 있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서준이 운전하는 차가 움직이면서 여자가 있는 곳과 점점 가까워졌다. 배를 두 팔로 감싸고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는 여자는 어째선지 꼼짝달싹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서준을 건드리는 기운이 아주 작고 가녀리며 애처로웠다.

[(선)마을 의원의 백사의 눈이 발동됩니다.]

새하얗게 빛나는 서준의 눈동자.

곧 서준의 표정이 굳어졌다.

여자는 두꺼운 옷에 가려져 티는 나지 않았지만, 임산부였고,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저, 잠시 차 좀 세울게요.”

“응?”

삼겹살에 소주냐, 맥주냐 다투던 선배들이 서준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운전대를 잡은 서준이 임산부와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다.

“왜 그래?”

조수석에 앉은 황도윤이 모자를 쓰고 차에서 내리려는 서준에게 물었다.

“저기 저 여자분, 지금 상태가 안 좋으신 것 같아서요. 지윤 누나, 같이 가주세요.”

체격이 큰 무대미술과 4학년들과 박우진보다는 같은 여성인 황지윤이 함께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도윤이 형은 119에 연락 좀 해주시고요.”

“어, 어. 그래. 알았어.”

이야기를 듣던 황지윤은 벌써 내려 임산부에게 달려간 상태였다. 서준도 그 뒤를 쫓아갔다. 황도윤이 얼른 휴대폰을 들어 119에 연락했다.

여자에게 다가간 황지윤이 몸을 조금 숙이고 말을 걸었다.

“저기, 괜찮으세요?”

“……으…….”

배를 감싸 안은 여자가 얕게 신음을 흘렸다. 추운 날씨인데도 눈에 보일 만큼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황지윤이 차분히 말을 걸었다.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지금 구급차를 불렀으니까 곧 도착할 거예요. 그때까지만 견뎌주세요.”

“휴대폰 있으세요? 지금 연락할 수 있으신 분 있으면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여자의 앞에 쭈그려 앉은 서준이 선기를 풀며 물었다. 치료까지는 아니지만, 여자와 배 속의 아이에게는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선기 덕분인지 백지장처럼 새하얗다 못해 푸른색으로 변해가던 여자의 얼굴이 조금 나아졌다.

꽤 고통이 컸는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듯 그제야 가느다란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고 있었다.

여자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가리켰다. 입을 벙긋거리다가 이내 부들부들 손을 들어 올렸다.

손가락 하나를 드는 모습이 단축번호 1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서준이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 한 번 만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 벌써 도착했어? 춥지는 않았고?

다정함이 물씬 배어있는 남자의 목소리에 서준이 얼른 입을 열었다.

“지나가던 사람인데, 아내분의 상태가 안 좋아서 대신 전화 드렸어요. 구급차는 불렀는데, 아무래도 통화하시는 편이 마음 안정에 좋을 것 같아서요.”

-어? 네? 네?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남자는 낯선 목소리에 잠시 당황했지만, 서준이 다시 한번 차분히 이야기해 주자 이내 정신을 차렸다. 아니, 더욱 당황하는 듯했다.

-상, 상태가 마, 많이 안 좋은가요?

“처음보다는 나아졌어요. 지금 스피커 모드로 바꿀게요. 안심할 수 있게 말씀 좀 해주세요.”

서준이 스피커 모드로 바꿔 여자의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덜덜 떨리는 여자의 손이 휴대폰으로 향했다.

-여보. 괜찮아?

“……흐으……흐으윽…….”

남편의 목소리가 들리자 여자가 방울방울 눈물을 흘렸다.

-괜찮아. 괜찮아. 옆에 도와주시는 분이 계시잖아. 곧 구급차도 올 거니까 걱정하지 마.

아내의 흐느낌에 남편의 목소리에도 물기가 묻어났지만, 서준의 말을 기억하는지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 목소리에 여자도 안심한 모습이었다.

서준과 황지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찬 바람이 느껴졌다.

“차에 핫팩이랑 담요 있거든. 가져올게.”

“네.”

황지윤이 얼른 일어나 차로 향했다. 휴대폰으로 119와 통화 중인 황도윤이 다가왔다.

“구급차 곧 온대. 환자 상태가 어떻냐는데?”

상태가 위급하면 전화 통화로 응급조치를 취해야 했다.

황도윤의 말에 서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가 아프신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어요?”

“……배……배가…….”

여자는 짧지만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나아졌다.

“……아기가……우리 아기가…….”

하지만 눈앞을 새하얗게 만들 정도였던 고통이 사라지자 생각할 여유가 생겨 버렸다. 그래서 더욱 감정이 격해진 듯했다.

그 말에 주변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황도윤과 어느새 몰려 있던 사람들의 소리였다.

커다란 승합차에서 내린 두 사람이 벤치에 홀로 앉아 있는 여자에게로 향하는 모습에 뭔가 나쁜 일은 아닐까 싶어, 주의 깊게 살펴보며 슬금슬금 가까이 오던 사람들이었다.

황도윤이 당황한 목소리로 환자가 임산부라는 사실을 119에 전달했다.

“핫팩이랑 담요 들고 왔어!”

핫팩을 든 황지윤이 담요를 들고 있는 박우진, 무대미술과 4학년들, 미술팀 팀원과 함께 다가왔다. 담요를 여자의 몸에 두르고 핫팩도 새하얀 손에 쥐여주었다.

서준이 계속 울고만 있는 여자와 눈을 마주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구급차가 곧 온대요. 이렇게 계속 울면 엄마도 아기도 힘들 테니까 천천히 진정해 보세요. 이제 덜 아프죠? 아기도 괜찮을 거예요.”

그 다정한 목소리에 오르락내리락하던 여자의 마음이 점점 차분해졌다. 확실히 아까보다 배가 덜 아팠다. 이게 정말로 나아지는 징조인지는 모르겠으나 도와주는 이 사람의 말에 믿음이 갔다.

‘그러니…… 아가야…… 제발…….’

휴대폰 건너,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남편의 목소리를 들으며 여자는 배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바라보았다.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 탓인지, 자신의 앞에 쭈그려 앉아 있는 사람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미소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위급한 상황에 도와줬기 때문인지 빛이 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아기가 튼튼한 데다가 엄마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걱정하실 일은 없을 거예요.”

서준의 말에 여자가 미소를 지었다.

병원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태동도 자신이 손을 올릴 때만 느껴져 남편이 조금 서운해하기도 했다.

“맞아요…… 그래서 태명도 튼튼이……에요…….”

“운동시키면 진짜 잘할 것 같은데, 나중에 국가대표 되는 거 아니에요?”

서준의 설레발 아닌 설레발에 여자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편안해진 여자의 얼굴에 선배들도 거들었다.

“강원도니까 겨울 스포츠 시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피겨 스케이팅은 어때요?”

그렇게 서준과 네 선배가 허무맹랑하지만,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해 떠들어대며 여자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있을 때,

“오빠 구급차 언제 온대?”

“최대한 빨리 온다던데?”

황도윤과 황지윤은 도롯가로 나가 저 끝에서 구급차가 오나 안 오나 살펴보고 있었다.

애애애앵-!!

때마침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화] 선발대는 물론이고 모여 걱정하던 주민들까지 환한 얼굴로 그 소리를 반겼다.

“오. 왔나 보다.”

“근데 되게 빨리 오네. 여기서 병원 꽤 멀 텐데.”

여자의 얼굴에 안도감이 차올랐다. 휴대폰 건너 남편도 구급차 소리를 들은 모양인지 안심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이제 다 괜찮을 거야.

“으응…….”

여자가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 * *

멀리서 다가오는 구급차에 황지윤이 눈을 끔벅였다. 황도윤도 같은 얼굴이었다.

“……황도윤 너…… 뭐라고 전화한 거야?”

“……임산부가 있다고만…… 했는데…….”

“어디 전쟁 났다고 한 게 아니라?”

“……아닌데.”

애애애애앵!

귀를 울리는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그 사이로 삐뽀삐뽀, 울리는 작은 소리도 겹쳐 들려왔다.

“근데 왜 소방차랑 구급차가 저렇게 많이 와!?”

도로를 가득 채우며 달려오고 있는 소방차들과 구급차들에 황지윤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황도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준과 네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래도 건강한 게 최고지.’, ‘맞아. 벌써부터 금메달이니 국가대표니, 하면 애가 부담스럽지!’ 하고 한두 마디씩 보태던 동네 주민들도 놀란 얼굴로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소방차들과 구급차들을 바라보았다.

황지윤의 말대로 진짜 어디 전쟁이라도 난 것 같았다.

“그, 그래도 일단 부르자.”

황도윤이 당황한 얼굴로 도롯가에 서서 팔을 휘저었다.

“여기-”

‘요!’하고 외치려는데 쌩- 하고 구급차와 소방차가 지나갔다. 그 뒤를 이어 몇 대의 소방차와 구급차 또한 지나쳤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서준과 여자마저 당황한 얼굴로 지나쳐 달려가는 소방차들과 구급차들을 바라보았다. 상황을 모르는 휴대폰 건너 남편만 ‘구급차 탔어? 괜찮대? 어느 병원으로 간대?’ 하고 떠들어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도윤이-”

‘형.’하고 부르려는데, 서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응?”

누구지? 하고 휴대폰을 꺼내려는데, 황지윤의 휴대폰이 울렸다. 황도윤의 휴대폰이 울렸다. 미술팀 팀원의, 박우진의, 무대미술과 4학년들의 휴대폰이 동시에 울렸다. 그리고 몇몇 동네 주민들의 휴대폰도 울렸다.

시끄럽게 울려대는 휴대폰들에, 서준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마저도 자신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서준이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안다호였다.

“네, 다-”

-서준아! 괜찮아!?

……호 형.

다급한 안다호의 목소리에 서준이 눈을 데굴 굴렸다.

“네. 괜찮아요.”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아니, 지금 어디 있어? 차에서 나왔어?

질문을 쏟아내는 안다호의 목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이 떨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그 목소리에 서준은 얼른 대답했다.

“네. 다친 곳은 없어요. 일이 좀 생기는 바람에 잠깐 차에서 내린 상태예요.”

-……터널이야?

“? 아뇨. 터널 바로 앞에 있는 동네요.”

의아한 질문이지만 서준은 성실하게 대답했다.

-하아…… 다행이다.

안도감이 가득한 깊은 한숨 소리에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 있어요? 다호 형?”

-……조금 전에 너희가 지나려던 터널에서…….

안도한 모양인지 힘이 쭉 빠진 목소리로 말하는 안다호. 그 내용에 서준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9중 충돌사고가 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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