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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슈퍼스타-547화 (547/1,055)

0살부터 슈퍼스타 547화

“근데 종호 삼촌도 합격했다지 뭐예요.”

코코아엔터 안다호 이사의 사무실.

웃음기 섞인 서준의 말에 안다호도 웃고 말았다.

어젯밤 온 연락에 와아아! 기뻐하며 축하 파티는 며칠 후에 하자는 이야기가 오갔는데, 오늘 낮에 [ONE]의 홍보를 하느라 바쁠 김종호에게서도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연락이 왔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로,

“두 분 같은 영화라고?”

김종호와 이지석, 둘 다 같은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다.

“네. 촬영은 내년에 한대요.”

안다호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종호 배우랑 이지석 배우도 꽤 자주 마주치네.”

[한 판]에 [ONE]에 내년에 촬영할 영화까지 하면 거의 매년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었다.

또 같이 찍는 거냐며 한탄하던 이지석의 메시지가 떠올라, 서준이 키득키득 웃었다. 그렇게 말해도 둘은 호흡이 잘 맞아서, 같이 찍는 장면은 아주 잘 나올 게 분명했다.

“연예계가 좁아서 그런가 봐요.”

“할리우드까지 합치면 그렇게 좁은 동네는 아닐 텐데 말이야.”

“으음. 할리우드가 크다고 해도 동양인이 맡을 수 있는 배역은 한정돼 있으니까요.”

“그건 그러네.”

안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지만 그래도 아직은 동양인 배우가 맡을 역할은 부족한 곳이니까, 적당한 배역이 있다면 한국인 배우끼리 만날 수도 있을 터였다.

“종호 삼촌 홍보 끝나고 돌아오면 다 같이 파티하기로 했어요.”

“언제 돌아오신대? 11월이면 너 촬영가야 하잖아.”

“10월 초에 오신대요.”

아마 다다음 주쯤 한국에 도착할 거다.

[ONE]의 촬영에 서준의 유럽 여행에. 다 같이 모인 것도 꽤 오랜만의 일이라, 서준은 들떠 있었다. 그런 서준을 보며 안다호가 빙그레 웃었다.

“화 촬영 준비는 잘돼가?”

코코아엔터에서 투자를 하긴 했지만, 서준이 바라는 ‘독립영화 촬영’은 아마도 학생들끼리 모여 시끌벅적 만들어 나가는 것일 것 같아, 촬영장소를 둘러보고 오는 것 빼고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은 안다호였다.

“네. 감독님이 잘되고 있다고 하셨어요. 반쯤 죽어가는 목소리였지만요.”

“11월 초까지 준비 끝내려면 힘들겠지.”

“민한 역은 황도윤 선배님이 하신대요. 그래서 내일부터 수업 끝나고 만나서 연습하기로 했어요.”

안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황지윤 감독의 가족이라, 황도윤을 캐스팅했나 싶었는데 조금 알아보니 연기나 성격 모두 평이 좋았다.

‘서준이도 별말 없고.’

간식으로 준비한 케이크를 맛나게 먹고 있는 서준을 보며 안다호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다호 형. 가수팀 오디션은 끝났대요?”

서준이 문득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들었다.

“1차는 끝났고 2차 진행 중이래.”

“여자 연습생, 남자 연습생 다 뽑죠?”

“어. 그렇긴 한데 남자 연습생들한테는 걸그룹 먼저 만들 예정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더라고.”

연습 기간을 거쳐 가장 빨리 데뷔한다고 해도 1년은 족히 걸릴 거다.

그 이후 보이그룹이 데뷔할 때까지도 제법 시간이 걸릴 테니, 나이가 중요한 아이돌 지망생들에게 미리 이야기한 것이었다.

좀 더 빨리 데뷔할 수 있는 다른 소속사로 갈 것인지, 아니면 몇 년을 기다리고 코코아엔터에서 데뷔를 할 것인지. 결정 내리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도 많이 지원했다고 하더라.”

브라운블랙으로 시작해, 화이트, 레드크라운, 블루문까지, 데뷔하는 그룹마다 대성공을 이어나간 코코아엔터였다.

물론 다음 그룹까지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중박은 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최태우 매니저님이 맡았던 아이돌분들은요?”

최태우에 대한 이야기는 서준도 잘 알고 있었다. 표절 대본을 찾아준 매니저이기도 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준의 물음에 안다호가 빙그레 웃었다.

이제 갓 입사한 매니저(그것도 배우팀)가 무슨 힘이 있겠느냐마는, 여튼 회사 관계자이니만큼 무슨 말이라도 들을까 봐, 오디션 내내 가수팀이 있는 층이나 지원자들이 있는 곳은 열심히 피해다녔다던 최태우가 떠올랐다.

“네 명 다 1차 합격했대.”

“와! 잘됐네요!”

서준이 활짝 웃었다.

“2차, 3차 남긴 했는데 김 이사님 말씀 들어보면 다들 잘한다고 하더라. 왜 이런 애들이 아직 못 떴을까, 싶대.”

안다호의 말에 서준이 쓰게 웃었다.

실력이 있어도 스타성이 있어도, 운이 따라주질 않아 타이밍이 따라주질 않아 끝내 좌절하고 만 연예인들이 이들뿐이겠나.

“그래도 다시 도전했다니, 대단한 분들이에요.”

“그러게 말이야.”

부디 2, 3차까지 합격해서 같은 소속사 일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서준이었다.

“서준아.”

“네?”

케이크를 다 먹은 서준이 포크를 내려놓자 안다호가 입을 열었다.

“할 이야기가 있는데…….”

“? 네.”

서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신사옥 이전도 끝났고 아직 어수선하지만 새 배우들과 새 직원들이 들어와서 배우팀도 천천히 적응 중이고, 자신의 차기작도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잘 끝나서 촬영만 남은 상황이었다.

‘뭐가 더 있나?’

서준이 눈을 데굴 굴리며 생각하고 있는데, 안다호의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심각한 것 같기도 했다.

“너 군대 언제 갈래?”

……오.

서준의 눈을 동그랗게 변했다.

* * *

군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자라면 결격사유가 있거나 면제가 아니라면 꼭 가야 하는 곳.

강재한과 한지호, 전성민, 김하운도 이제 슬슬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야 했다.

“소속사에서는 일찍 다녀오는 편이 좋다고 했어. 아무래도 아역 배우는 어렸을 때 이미지가 남아 있어서 성인 역 맡기 힘들다고. 그래서 나도 일찍 가려고.”

“나도 그럴까 생각 중이야. 저번에 오디션 본 곳에서 좀 아역 이미지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

전성민의 말에 강재한이 떨어진 오디션을 떠올리며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 한지호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김하운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것도 어렸을 때 활동 많이 해서 대중들한테 이미지가 박힌 배우들한테 해당하는 거라서…… 나는 좀 더 활동하다가 가려고.”

어렸을 때부터 서준과 함께 [이스케이프], [거울], [MOEB-436]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세 아이와 달리, [흘러가다]에 단역으로 출연한 이후(고3)부터 이름을 알리고 있는 김하운은 이미지 전환보다 얼굴을 알리는 게 우선이었다.

“나도 다호 형이 일찍 가는 게 어떻냐고 하더라.”

학식을 먹고 있던 친구들이 서준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얼마나 놀랐는지 몇 초는 그대로 멈춘 것 같았다.

친구들의 군대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주경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서준이 너…… 면제 아니었어?”

‘……그러게. 아니었어?!’ 하는 친구들의 눈빛에 서준이 작게 웃었다. 다들 면제인 줄 알았나 보다.

“나도 가야 해.”

어깨를 으쓱이며 평온하게 말하는 서준에 아이들이 더 놀라 떠들어댔다.

“아니, 올림픽에서도 메달 따면 군 면제잖아! 그래서 너 오스카상 받았으니까 면제인 줄 알았는데…….”

“솔직히 올림픽 메달도 대단하긴 한데…… 오스카상도 대단하잖아! 그것도 한국인 최초라고!”

아이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이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게 문제야. 한국인 최초. 그전까지 그런 규정이 없어서 안 된대.”

허어.

아이들이 놀란 얼굴로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네. 누가 군대도 안 간 배우가 오스카상을 탈 거라고 생각했겠어. 그것도 초등학생이.”

“맞아. 상을 타도 되게 경력 많은 배우가 탈 거라고 생각하지.”

“그러면 군대는 이미 갔다 왔을 거고.”

다시 한번 한숨 같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럼 칸 영화제는? 황금종려상인데?”

“그것도 안 된대.”

“왜!?”

“오스카상 탔을 때 한 번 군 면제 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이 나오긴 했는데,”

어떤 영화제까지, 어떤 상까지 군 면제가 가능하게 해야 할지 논의하긴 했다고 한다.

“근데 누가 또 상 받겠나, 싶어서 흐지부지됐대.”

“……누가 또 상을 받냐니, 서준이 네가 또 받았잖아……!”

양주희의 말에 친구들이 탄식했다. 괜스레 자신들이 더 아까워졌다.

“그래서 이제 다시 논의 중이래.”

아이들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놈의 논의.”

“너무 늦는 듯.”

“서준아. 너 그냥 좀 기다렸다가 상 타고 면제 받으면 안 돼?”

“그거 좋다!”

친구들의 말에 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언제 상 받을 줄 알고.”

“서준이 너라면 언젠가 받겠지!”

“맞아!”

친구들의 성화에 서준이 입을 열었다.

“상은 둘째 치고. 규정이 만들어진다는 게 확실하지 않으니까 다호 형은 빨리 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더라.”

“……그것도 그러네.”

“서준이야 언제가 됐든 상은 확실히 받을 것 같지만…….”

두 번이나 대단한 상을 받았는데도 아직까지 군 면제 규정이 지지부진하니, 규정이 만들어질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아.”

강재한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이들의 시선이 강재한에게로 향했다.

“서준이 너 바이올린 잘하잖아. 콩쿠르 나가면 안 돼?”

“맞아. 어떤 콩쿠르는 군 면제 된다고 하던데?”

어째선지 자신보다 자신의 군 면제에 진심인 것 같은 친구들이었다.

“그건 별로.”

“왜?”

서준이 고개를 젓자 아이들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다들 바이올린에 진심인데, 내가 군 면제 때문에 하겠다고 하면 좀 그렇잖아.”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을 걸로 준비하는데,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중요한 대회에 나가는 건 싫었다.

“그런 생각이라면 스포츠 쪽도 안 되겠고.”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도 올림픽만 바라보고 열심히 훈련하는데, 갑자기 끼어들고 싶지는 않았다.

“더 이상 방법이 없다.”

“그러니까 말이야.”

친구들이 백기를 들었다.

“그래도 서준이라면 잘 지낼 것 같지 않아?”

“맞아. 팬이 있을 수도 있고.”

“적응도 빠르잖아.”

연예인 특혜까지는 아니더라도, 워낙 유명한 배우니 이리저리 편의를 봐주는 부분들이 있을 터였다. 아니면 반대로 전국에서 온갖 성격의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서준을 아니꼽게 보고 진상짓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거야 능력으로 해결하면 되고.’

다른 문제들도 생의 도서관만 있으면 문제 될 게 없었다.

당근(선)이 먹히지 않는다면 채찍(악)을 들면 된다. 흐흐흐. 서준이 속으로 악당처럼 웃었다.

“근데 서준이라면 거기서도 연기와 관련된 거 배워올 것 같지 않아?”

김주경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서준도 기대하는 바였다.

영화 장르 중 전쟁물이 거의 없어지긴 했지만, 종종 군인들이 등장인물로 나오고는 했다. 아예 경험해 보지 못하는 것보다는 한 번쯤 경험해 보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기간이 많이 길긴 하지만 말이다.

“카투사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러게. 영어도 잘하니까.”

“그럼 언제 가는 거야?”

박시영의 물음에 서준이 대답했다.

“2, 3년 안에? 아직 확실히 정해지진 않았어.”

“우리랑 비슷하게 가겠네.”

고개를 끄덕이던 전성민이 문득 떠오른 사실을 말했다.

“근데 서준이가 군대 가면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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