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515화 (515/1,055)

0살부터 슈퍼스타 515화

[제목 : 근데 이거 이서준 아님? (사진 있음)]

아는 사람이 유럽 여행 중인데 박지오 해트트릭 경기 직접 봤다고 자랑하더라.

중계방송에도 찍혔다고 해서 찾다가 발견함.

(중계 장면 캡처 사진)

(확대 사진)

일반인 얼굴은 가렸음.

이서준 맞지?

-……헐! 맞는 것 같은데?

=22 사람들 속에서도 빛나는 얼굴!

-박지오랑 친구라더니 직접 경기 보러 간 듯.

=그러게. 진짜 친한 듯.

-경기 장면 하이라이트만 봐서 관중석 볼 생각은 못 했는데ㅋㅋ

=그러니까ㅋㅋ 왜 여기 이서준이 나오는 거임ㅋㅋ

이서준이라는 이름에 게시글은 금세 조회 수가 늘어났다. 이서준에 대한 기사라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기자들도 해당 게시글을 발견했다. 곧바로 코코아엔터 사무실에 확인 전화가 쏟아졌다.

[미니 에스타디 관중석에서 배우 이서준(?) 목격!]

확인 전화 전에 기사를 먼저 내는 곳도 있었다.

-물음표 붙이면 다 되는 줄 아나 보다ㅋ 이서준 아니면 어떡함?

=그게 더 대단한 거 아닌가? 무려 이서준을 닮은 사람이 있다는 거잖아.

=22 3초 이서준이라도 잘생겼을 듯.

=33 진짜 닮은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기획사 다 바르셀로나행ㅋㅋㅋㅋ

=???: 제2의 이서준을 찾으러 왔다! 지금 바로 연락 주세요! 아이돌, 배우, 모델! 뭐든지 선택 가능!

=홈쇼핑이냐ㅋㅋㅋ

그 뒤를 이어 확인을 끝낸 기사들이 올라왔다.

만약 닮은 사람이라면 어떤 조건으로 데려올지 잠시 설레고 있던 연예기획사들에게는 안타깝게도, 배우 이서준 본인이었다.

[배우 이서준, 박지오 선수 경기 직접 관람!]

[배우 이서준은 지금 여행 중?]

[관중 속에서 친구를 응원하는 배우 이서준!]

[이서준 배우 보신 분? 숨은 이서준 찾기!]

-나 저거 생방송으로 봤는데ㅋㅋ서준이 못 봄.

=22 서준이 친구가 나온다고 해서 봤더니…… 서준이 나왔네? (근데 못 알아봄ㅠㅠ)

=못 알아볼 수밖에 없는 게 경기 중에 관중석은 잘 안 보여줌.

=ㅇㅇ 마지막에 박지오 선수가 세리모니하니까 저쪽 관중석이 찍혔지, 그거 아니었으면 있는지도 몰랐을 듯.

-‘이서준 배우 보신 분?’ 이거 워킹맨에 이서준 나올 때마다 나오던 자막이잖앜ㅋㅋ 우리 몰래 스페인에서 워킹맨이라도 찍은 거임?ㅋㅋㅋ

=워킹맨에서도 못 찾더니 여기서도 못 찾음ㅋㅋ

=ㅋㅋㅋ그래서 언제 방송한다고?

-대학생들 방학이라서 스페인 여행 갔나 봄.

=스페인이 아니라 유럽여행 중 일지도.

=22 보통 스페인만 보고 오지는 않지.

-지금 유럽 가면 이서준 볼 수 있음?

=음. 힘들걸.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이서준 찾기도 힘들고…….

=22 스페인에 계속 있을지 다른 나라로 갈지. 일정도 모르고.

=33 생활권인 서울에서도 목격담이 거의 없는데…… 유럽은 더 어려울 듯.

-나 지금 유럽여행 중인데……서준이랑 같은 지역에 있다는 게 너무 설렌다.*^^*

=오…… 어딘데? 바르셀로나?

=영국*^^*

=……영국은 EU 탈퇴했잖아?

=ㅋㅋ갑분브렉시트ㅋㅋ

=아닠ㅋㅋ그게 아니더라도 너무 멀잖앜ㅋㅋ 서울-제주가 더 가깝겠다ㅋㅋ

=그래도 유럽 여행이면 서준이도 언젠가 영국에 가지 않을까?

=22 기다리고 있으면 모르는 사이에 사진에 찍히거나 스쳐 지나갈지도 모름! 언제 귀국하는데?

=내일*^^*

=……도대체 왜 설레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

-절대로 서준이를 만날 수 있다고는 하지 않는 우리 새싹들ㅋㅋ

=모르는 사이에 사진이 찍히거나/스쳐 지나갈지도 >> 무슨 환상의 동물이야?ㅋㅋ

=서준이 일코 실력이면 그럴 만도 하지ㅠㅠ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걸ㅠㅠ

=22 괜히 서준이 CG설이 도는 게 아님.

서준의 이야기로 인터넷이 시끌벅적하던 그때, 바르셀로나 FC B의 경기를 생중계로 내보냈던 스포츠 방송국도 들썩이고 있었다.

“세상에……! 이서준이라니!”

스포츠 전문 채널이라 유명한 연예인들의 출연은 딴 세상 이야기였는데, 그게 어느새 현실이 되어 있었다. 그것도 이서준이라는 어마어마한 탑스타의 출연으로.

거기다 그냥 지나가다 들른 것도 아니다. 박지오 선수와의 이야기도 대중들에게 흥미로울 게 뻔했다. 벌써 ‘박지오 선수를 응원하는 배우 이서준’이라는 타이틀로 스포츠 뉴스에도 나가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잠시 스쳐 지나가는 관중석이었다는 거다.

다시보기 결제가 엄청나게 늘고 있는 지금 상황에 이서준의 분량이 정말로 중계 중 나간 게 전부라면 땅을 치며 통탄할 일이었다.

“C 관중석 쪽 다른 촬영분은 없대?!”

“연락해 보겠습니다!”

이서준의 출연으로 얻을 화제성과 수익이 저절로 떠올랐다. 모르는 사이에 손에 들어온 행운을 더더욱 키우기 위해 스포츠 방송국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사이, 새싹들은 병아리 눈물만 한 서준의 분량을 돌려보고 있었다.

새싹들 중 한 능력자가 박지오의 슈팅 장면과 서준이 응원하는 모습을 멋지게 편집해서 너튜브에 올려놓은 영상이었다. 물론 아주 짧았다.

-영상 감사합니다ㅠ

-서준이 화질이 아쉽지만 확대했으니 어쩔 수 없지ㅠㅠ

-서준이 되게 열심히 응원한다ㅋㅋ 작품 말고 이렇게 흥분한 건 처음 보는 듯ㅋㅋ

=그러게. 그냥 친구 경기 구경하러 간 대학생으로 보임ㅋㅋ

=이런 일상 모습도 너무 좋다ㅎㅎ

=나도 저기 앉아서 응원하고 싶음ㅠㅠ

-새싹부터에 서준이 사진 올라옴! 유니폼 입고 관중석에 앉아 있는 사진임! 경기 끝나고 찍었는지 표정이 너무 해맑아ㅋㅋ 흥분이 아직 안 가라앉은 듯ㅋ

=진짜 있는 힘껏 응원했나 봄. 땀이 촉촉…….

=! 당장 보러 간다!

* * *

한국이 들썩이고 있을 때, 서준과 친구들은 프랑스 파리로 향하기 위해 기차역에 도착해 있었다. 비행기도 있었지만 언제 유럽의 기차를 타보겠나 싶어서였다.

“이야. 메시지 엄청 오네.”

마중 나온 지오와 김태주가 징징 울리는 휴대폰을 보며 웃었다.

지오는 동료 선수들과 친분이 있는 구단 직원들에게서, 김태주는 그가 박지오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가족과 지인들에게서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었다.

“스페인까지 알려졌나 봐.”

안다호에게서 게시글이 올라왔다고 들었던 게 조금 전인데 벌써 여기까지 알려진 모양이었다.

“그래도 타이밍 좋게 알려졌네.”

“그러니까 말이야.”

지후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일찍 알려졌다면 지오와 편하게 바르셀로나를 돌아다니지도 못했을 거다.

“이제 슬슬 들어갈까?”

출발 시간이 점점 가까워졌다.

지오는 서준과 아이들이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왔고, 김태주는 함께 기차에 탈 보디가드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디가드 몇 명은 먼저 파리에 도착한 상태였다.

그렇게 움직이다 보니 정말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물론 휴대폰으로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지만 아쉬움은 줄지 않았다.

“승격 축하해. 지오야. 훈련 조심해서 하고.”

“다음엔 같이 여행가 자.”

미나와 지윤의 말에 지오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합 때 몸조심해. 몸싸움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너무 무리하게 하지 말라는 거야.”

지오에게 준 능력이 담긴 모래시계에 잊지 않고 마나를 보충한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아빠한테 자주 연락해. 다치면 숨기지 말고 바로 말하고.”

“엄마 아빠 걱정하잖아.”

“나한테 하라고. 나한테.”

지후의 말에 지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후라면 엄마 아빠가 덜 걱정하게 잘 이야기해 줄 수 있을 터였다.

곧 기차가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다들 조심해서 가.”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연락해.”

지오와 김태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서준과 아이들이 기차에 올라 자리에 앉았다.

지오는 창문으로 보이는 친구들과 동생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리에 앉아서도 아쉬움과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손을 흔드는 서준과 아이들, 그리고 애정표현은 적지만 걱정하는 기색이 가득한 동생의 모습이 보였다.

“잘 가!”

지오가 이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친구들이 아쉬움을 잊고 멋진 유럽 여행을 하길 바랐다.

“파리 도착하면 연락할게!”

“지오야! 잘 있어!”

“다음에 또 올게!”

“다치지 말고!”

서준과 지윤, 미나, 지후가 무어라 외치는데 사방이 시끄러워서 들리지는 않았다, 그저 친구들의 밝은 표정만으로도 지오는 환하게 웃었다.

천천히 기차의 문이 닫히고, 곧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오는 기차를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조용히 바라보았다.

* * *

프랑스 파리, 리옹역.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한 기차가 도착했다. 기차의 문이 열리고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현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뒤섞여 내렸다. 그 사이에 캐리어를 끌고 내리는 네 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되게 신기하네. 기차로 다른 나라에 오다니.”

지윤이 신기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비행기가 아니면 다른 나라로 이동할 수 없는 한국이라서 그런지, 국경이 연결된 유럽이 정말 신기했다.

“확실히 바르셀로나랑은 느낌이 다르긴 해.”

“그렇지?”

아이들이 리옹역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사이, 서준은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하나는 지오에게, 하나는 친구에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1초도 지나지 않아 오고 있다는 답장이 도착했다.

“좀 있으면 온대.”

“서준이 프랑스 친구는 처음 보네.”

“맞아.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친구들의 말에 서준이 빙그레 웃었다. 소꿉친구들만큼 소중한 친구였다.

“/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서준이 뒤를 돌아보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건강해 보였다.

“/찰리!/”

서준이 환하게 웃으며 찰리를 반겼다. 서준의 옆에 서 있던 아이들도 웃으며 찰리에게 인사했다.

“/반가워. 찰리 베르나르라고 해. 찰리라고 불러줘./”

찰리의 소개를 시작으로 아이들도 자신을 소개했다. 예전부터 서준에게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서로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럼 먼저 숙소로 갈까?/”

“/그래. 그러자./”

찰리의 말에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2주로 늘어난 프랑스 파리 일정에 숙소를 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것이 찰리와 찰리의 아버지였다. 바로 옆 도시에 사니 파리에 지인들이 꽤 있었다.

숙소는 찰리 아버지 친구의 집이었는데, 가족 여행을 가는 동안 에이앤비로 여행객들에게 빌려줄 생각이었다고 한다. 타이밍 좋게 서준과 친구들이 그 집을 빌리게 되었다.

“/숙소까지는 아버지 차 타고 가면 돼. 짐도 실을 수 있게 큰 차를 빌려왔어./”

활짝 웃은 찰리가 앞장서서 차가 있는 곳으로 향하자 서준과 아이들이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기차로 6시간 넘게 이동한 터라, 1시에 출발했는데 벌써 저녁이었다.

어두워져 가는 하늘과 조명과 어우러진 리옹역에서 나온 찰리와 서준 일행이 리옹역 앞에 세워진 차로 향했다. 짐을 먼저 차에 실은 후, 찰리는 조수석에 서준과 아이들이 뒷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오랜만이구나! 준! 친구들도 잘 왔어!/”

운전석에 앉은 찰리의 아버지가 활짝 웃으며 서준과 아이들을 반겼다.

간단히 인사하고 난 후, 차는 천천히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창밖으로 파리의 풍경이 보이자 아이들이 탄성을 흘렸다. 바르셀로나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프랑스를 자주 온 서준은 익숙한 얼굴로 찰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숙소는 교통이 편리한 곳이라서 이곳저곳 다닐 수 있을 거야. 버스도 알려줄게./”

“/고마워./”

“/그래도 되게 신기한 여행이네. 파리 5대학에 국제도서전에, 르 꼬르동 블루라니…… 여행 맞아?/”

찰리의 말에 서준과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특이한 여행이긴 했다.

“/음. 준?/”

“/네. 아저씨./”

“/아까부터 따라오는 차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찰리 아버지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뒤쪽 차량을 살펴본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아,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해요. 보디가드분들이에요. 스페인부터 함께 다니고 있거든요./”

“/오! 역시 슈퍼스타! 준의 팬들이면 어떻게 따돌리나 고민했는데 말이야. 영화 보면 항상 나오잖니. 추격전 같은 거.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

찰리 아버지의 말에 다시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고 보니 누가 르 꼬르동 블루 프로그램에 참가한다면서?/”

“/네. 제가 참가해요. 2주 동안요./”

“/잘됐구나. 찰리도 르 꼬르동 블루에 다니거든./”

처음 듣는 이야기에 미나가 서준을 바라보았고, 서준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 찰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찰리가 얼른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학기부터 다니는 거야. 난 아버지한테 배우는 거로 충분한 것 같은데…… 바로 옆에 좋은 요리학교가 있는데 왜 안가냐고 하셔서 말이야./”

“/많이 배워두면 좋지! 준을 봐. 지금도 훌륭한 배우인데 대학에서 연기를 배우고 있잖아./”

“/난 우리 가게 요리가 좋다고요. 아버지./”

부자의 다툼에 서준과 아이들이 웃었다.

아들이 많이 배웠으면 하는 찰리 아버지의 마음도, 아버지의 요리를 하고 싶어 하는 찰리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여튼, 그렇다 보니 나랑 미나랑 스케줄이 비슷해질 것 같아. 2주 프로그램이랑 정식 수업 시간이 똑같거든. 건물도 같고./”

“/잘됐네. 아는 사람이 있으면 좋지./”

지후의 말에 서준과 지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수업을 듣는 게 아니더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같은 건물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됐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고마워./”

찰리의 말에 미나가 웃으며 대답했다.

찰리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파리 5대학과 르 꼬르동 블루, 그리고 국제도서전이 열릴 장소로 향하는 방향과 버스를 가르쳐 주었다.

“/이쪽으로 가면 맛있는 디저트를 파는 가게가 있지./”

맛집 추천은 덤이었다.

시끌벅적한 가운데 서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한국에서의 연락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서준이 얼떨떨한 얼굴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그레이스 : 야호!

>그레이스 : 나도 파리 간다!

>그레이스 : 언니가 국제 도서전에 가거든! :)

>그레이스 : 준의 친구들 소개해 줘!

……왠지 파리가 만남의 광장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