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살부터 슈퍼스타-503화 (503/1,055)

0살부터 슈퍼스타 503화

[KBC 숲 속의 병아리반, 마지막 회에 배우 이서준 등장!]

[다시 만나러 왔다! 바벨탑 촬영 후 바로 찾아온 이서준!]

[바벨탑 메이킹 필름 너튜브 공개!]

-하…… 재미있었다.

=이제 토요일은 뭘 보냐. 이거 다음에 뭐 함?

=KBC에서 홍보 엄청 하고 있던데 병아리반 시청률 그대로 받으려고.

-병아리반 보고 바벨탑 메이킹 필름 보러 갔더니, 별반 차이가 없네.

=22 다들 정장 입고 웃으며 이야기 중.

=근데 서준이 슈트 잘 어울려ㅎㅎㅎ

-원테이크로 촬영했다던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네.

=22 바벨탑 마지막 회에만 이서준 나옴?

=ㅇㅇㅇ

=마지막 화가 언제임?

=6월 1일 목요일! 오후 10시! SBC에서 만나요!

=ㅋㅋ관계자야?ㅋㅋ

-마지막에 보니까 애들 튼튼하게 보이더라ㅋ 이제 엄청 잘 먹던데ㅋㅋ

-나도 지금 도움 엄청 받고 있어서 엄청 고마움ㅠㅠ 진짜 이서준 배우님 먹방 아니었으면 오늘도 병원 갔을걸ㅠㅠ

=22 이제 애들 키도 크고 몸무게도 늘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KBC 예능 [숲 속의 병아리반]이 박수 속에 막을 내렸고 이제 관심은 2주 뒤에 있을 [바벨탑] 마지막 회에 쏠리게 되었다.

* * *

“엄마, 시작했어요?”

“아니. 아직 광고 중이야.”

권세아는 TV 앞 엄마의 옆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6월 1일 목요일로 [바벨탑]의 마지막회가 방송되는 날이었다.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해서 재미있는 작품은 본방을 챙겨보기도 했는데 [바벨탑]도 그런 작품 중 하나였다.

방영 시작부터 [워킹맨!]과 배우 이서준의 카메오 출연으로 화제가 됐던 [바벨탑]은 첫 방영부터 광고가 많았다.

“아빠는요?”

“안에서 야구 보고 있어. 오늘 중요한 시합이라나 뭐라나? 맨날 지는 거 왜 보는지 모르겠다니까.”

엄마의 말에 권세아가 웃으며 TV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막 광고가 끝나고 [바벨탑] 마지막 회가 시작하고 있었다. 하루도 본방을 놓치지 않았던 모녀가 눈을 빛내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마지막 회라서 그런지 앞부분은 폭풍처럼 몰아붙여 사건이 해결되고 중간쯤부터 차근차근 정리되는 느낌으로 진행되었다.

“근데 이서준은 언제 나온대?”

“그러게요.”

권세아도 의문이 들었다. 내용으로 봐서는 이제 끝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영 서준이 나올 분위기가 아니었다.

-뭐야? 낚시였음?

=……이렇게 홍보해 놓고 낚시라고?

-아님 그냥 스쳐 지나가는 건가?

=최소영, 권강민 : 안녕하세요.

이서준 : 네. 안녕하세요.

하고 끝?

=……SBC 홈페이지 들어가고 있다.

=22 진짜 이러면 뒤집어엎음.

점점 끝나가는 방송 시간에 인터넷도 떠들썩해졌다.

그때 네 통역사에게 팀장이 통역 제안서를 내미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화면 속 최소영이 동그랗게 뜬 눈으로 물었다.

“……UN 총회요?”

“정확히 말하면 UN 총회 중 한 행사의 연설이지. 이번에 한국인 한 분이 연설하게 됐거든.”

팀장의 말에 네 통역사가 얼떨떨한 얼굴로 제안서를 살펴보았다. 제안서 가장 앞표지, UN의 마크가 심장을 떨리게 만들었다.

권강민이 진중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지만 그 떨림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던 모양인지 조금 말투가 다급했다.

“보통 해당 국가의 통역사를 부르지 않습니까?”

“그만큼 자네들의 통역 실력을 믿는다는 거겠지. 지금까지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도 잘 해결했으니까. 게다가 아무래도 연설자가 한국인이다 보니 거기에 담긴 뉘앙스를 한국인 통역사들이 가장 잘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겠지.”

온갖 사건 사고를 바탕으로 경력을 쌓은 네 통역사가 떨리는 손으로 제안서를 받아 들었다. 각자 전공의 언어로 된 제안서를 벅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제안서를 살펴보던 최소영이 입을 열었다.

“근데 연설자가 안 적혀 있는데…… 연설자는 누구시죠?”

팀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배우 이서준 씨야.”

네 통역사가 입을 쩌억 벌리며 경악했다.

그건 [바벨탑]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예???

-……뭐요???

-……그쪽 세계에도 이서준 배우가 있습니까???

-ㅋㅋㅋ이게 뭐야ㅋㅋㅋ

-잘못 들은 줄 알아서 인터넷 들어와봤더니ㅋㅋ여기도 댓망진창ㅋㅋ

-배우 이서준 역 : 배우 이서준.

=ㅋㅋㅋㅋ

=차라리 나 진으로 했으면 덜 놀랐겠다.

=그게 뭐야ㅋㅋㅋ

-일단 UN에서 놀랐구요.

=22 UN 연설자라기에 설마설마 했구요.

=33 근데 뭐 환경운동가나 학자 같은 거로 나올 줄 알았는데……

=44 뜬금없이 본체가 나와버림ㅋㅋㅋㅋ

-근데 이서준 영어 잘하잖아. 왜 영어로 연설 안 함.

=이거 한국 드라마입니다.

=22 그리고 본인이 영어로 연설하면 통역사가 필요가 없잖아. 통역사 드라만데ㅋㅋ

=벌써 과몰입ㅋㅋㅋ

-카메오 분량 걱정하고 있었는데ㅋㅋㅋ이서준 제대로 써먹는 바벨탑 작감ㅋㅋ

=작감 : 이서준 배우가 맡으실 역은…… 배우 이서준 역입니다! UN에서 연설도 하는 슈퍼스타죠!

이서준 : 재밌겠네요!

=앜ㅋㅋㅋㅋ

이 황당하고도 재미있는 역할에 인터넷이 들썩였다.

-아, 알바 중이라 못 보고 있는데 보고 싶다ㅠㅠㅠ

=22 도대체 이서준이 연기하는 이서준 역은 어떤 느낌임?

=내일 다시보기로 보려고 했는데ㅋㅋ 나도 그게 궁금해서 TV를 켜버렸닼ㅋㅋ

=나도ㅋㅋㅋ

마지막 몇 분을 남기고 쑥쑥 올라가는 시청률에 SBC가 환호성을 터트리는 것을 뒤로하고 [바벨탑]은 계속 방송을 이어나갔다.

통역사들은 연설문을 미리 받아 단어 하나하나를 고민하며 번역했다. 물론 연설하는 도중에 갑자기 말이 추가될 수도 있는 상황도 있을 테니, 연설문을 맹신하지 않았다.

“그럼 오늘 연설자를 만나러 가 볼까?”

팀장의 말에 출입증을 목에 건 네 통역사가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UN 총회가 열리는 센터의 한 대기실로 향했다. 여기저기 외국인 경호원들이 보였다.

대기실의 문을 두드리자 천천히 문이 열렸다.

대기실 소파에 앉아 연설문을 보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몸에 딱 알맞은 정장에 가벼운 화장과 단정한 머리 모양은 여기에 있는 사람들과도 다름이 없었지만, 반짝반짝한 외모와 아우라만큼은 특별했다.

배우 이서준이었다.

-워……

-후광 없지? 근데 왜 후광이 보여?

-배우 이서준이 연기하는 배우 이서준을 보게 되다니……

=근데 이게 연기야?

=맞을걸? 다른 사람들하고 비교해도 안 튀잖아. 꼭 저쪽 세계 배우 이서준처럼.

이서준이 빙그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에 걸린 출입증이 달랑거렸다.

“아, 안녕하세요. 배우 이서준입니다.”

-ㅋㅋ혼돈의 드라마ㅋㅋ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ㅋㅋ

-생활연기를 넘나드는 찐 생활연기ㅋㅋㅋ

반짝반짝 빛나는 서준이 꾸벅 인사를 하자, 서준의 아우라에 감탄하고 있던 네 통역사들도 허둥지둥 인사를 했다.

-진짜 당황한 거 같은데?

=그러니까ㅋㅋ 평소보다 더 아우라가 넘침ㅋㅋ

-이서준 뒤에 있는 분은 2팀장님이신가? 병아리반에 나왔던?

=ㄴㄴㄴ배우인 듯.

=아쉽네! 2팀장님 나왔으면 웃겼을 텐데ㅋㅋ

=ㅋㅋㅋㅋ

“오늘 연설 통역 잘 부탁드립니다. 연설문은 제가 썼는데 어떠셨어요?”

“완전 좋았어요!”

최소영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자 서준이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렇게 잠깐의 대화가 오가고 네 통역사가 대기실을 나섰다. 서준이 다시 연설문을 읽으며 준비를 하고 있을 때, UN직원이 와서 연설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잘하고 와.”

“네. 형.”

매니저가 서준의 옷매무시를 가다듬어주는 모습을 보여주던 화면이 바뀌었다.

곧 있으면 시작한다는 연락을 받은 네 통역사도 각자의 위치로 향했다.

연설자가 연설할 무대가 잘 보이면서도 다른 통역사들의 말과 섞이지 않게 독립된 공간, 총회 회의장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마이크로 소리를 체크하고 미리 번역해 둔 연설문을 확인하고 시작하기만을 기다렸다.

다시 화면이 바뀌며 서준의 뒷모습이 보였다. 주위에 있는 UN 직원들에게 웃어주며 당당하게 회의장으로 걸어가는 모습에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그냥 걸어가는 뒷모습도 멋짐.

=22 감탄만 나옴.

=진짜 회의장 가는 것 같구요.

앞에 커다란 문이 보였다. 경호원들이 웃으며 문을 열어주었다. 활짝 열리는 문에 역광처럼 빛이 쏟아졌다. 서준이 회의장 안으로 발을 디뎠다.

동시에 짝짝짝 박수 소리가 들려오고 카메라가 회의장 안을 훑었다. 각국의 대사들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서준을 반기는 사람도 있었고 무표정인 사람도 있었고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었다.

-와…… 회의장 압박감…… 장난 아니다.

-진짜 UN 회의장 떼온 듯.

-진짜는 이런 느낌은 아니지만 드라마적 허용인듯ㅋㅋㅋ

서준이 웃으며 직원이 안내해 주는 대로 연설대 위에 올라섰다. 여유롭게 주의를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동시에 화면이 바뀌었다. 지금까지가 드라마 느낌이 물씬 풍기는 화면구성과 색감이었다고 한다면 지금부터는 정말로 뉴스에서나 볼 법한 생생하고 날 것 같은 화면 구성과 색감이었다.

UN 연설을 라이브로 방송하는 듯 TV 화면 구석에 LIVE 라는 글자도 떠 있었고, 그 오른쪽 구석에는 서준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고 있는 듯한 새까만 바탕의 하얀 자막도 나타났다. 화면 아래쪽에 뉴스 자막 같은 자막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서준입니다.”

서준의 말을 그대로 받아 네 통역사가 통역했다. 마이크를 타고 각국 대사의 이어폰으로 흘러들어 갔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배우’라는 호칭을 떼고 그저 이 지구에 사는 생명 중 하나인 인간 이서준으로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왼쪽 화면 옆 작은 화면에 최소영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서준의 말을 이어 영어로 말하는 최소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지한 얼굴이 정말로 현재 통역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권세아와 엄마가 입을 쩌억 벌리며 이걸 바라보고 있었다.

“저는 3년 전, 바다에서 아주 멋진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이름은 우리와 로키라고 합니다. 하지만 만나게 된 계기는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서준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네 통역사들의 목소리가 차례차례로 이어졌다.

서준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외국인 대사들의 모습이 비쳤다. 전혀 다른 언어인데도 불구하고 통역사라는 다리를 건너자 모두 서준의 연설에 집중하고 공감하며 이해하고 있었다.

-완전 멋있다……

=그러게……

-근데 저 외국인들 진짜로 듣고 있는 것 같은데……?

=어디까지가 연기이고 연기가 아닌 건지 모르겠음;;;

=나도ㅋㅋㅋ

그때 안방의 문이 열렸다.

“응? 뉴스 봐? 드라마 본다고 하지 않았어? 오. 이서준 배우 아니야? 저긴 어디래…… UN? UN에서 연설 중이라고? 라이브로?”

오늘은 이긴 야구에 싱글벙글 웃으며 나오던 권세아의 아빠가 놀란 얼굴로 소파에 앉아 TV를 바라보았다.

“아니…… UN에서 연설을 한다고 하면 기사도 났을 텐데…… 왜 그렇게 조용했대? 고래 이야기 나오는 것 보니 환경 회의야?”

“조용히 좀 해봐. 드라마 보게.”

“……드라마? 뉴스가 아니라?”

어리둥절해 하는 아빠를 뒤로하고 엄마와 권세아는 드라마에 푹 빠졌다. 아빠도 뉴스인지 드라마인지 모를 것을 바라보았다.

서준의 연설은 계속 이어졌다.

“우리는 지금 변화하는 지구를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더 더워지는 여름, 더 추워지는 겨울, 봄에 내리는 눈, 겨울에 피는 꽃, 그치지 않는 폭우, 메말라가는 땅. 바로 나와 당신, 우리의 옆에서 그 모든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이제 정말로 나를 위해, 당신을 위해, 우리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때입니다. 감사합니다.”

뒤를 이어 네 통역사의 통역이 이어졌다. 여러 외국어가 동시에 들려오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박수가 쏟아졌다. 서준이 꾸벅 인사를 하고 웃으며 연설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화면이 다시 드라마 화면구성과 색감으로 바뀌었다. 헤드폰을 벗고 의자에 등을 기대며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최소영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자 아빠가 눈을 끔벅였다.

“……진짜 드라마였네?”

“바벨탑이에요. 이서준 배우 나오는.”

권세아의 말에 아빠가 이야, 하고 감탄했다.

“아빤 진짜 뉴스인 줄 알았어.”

그 말에 권세아와 엄마가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 장면은 할 일을 무사히 끝낸 네 통역사가 이서준의 대기실에서 다시 한번 이서준과 만나는 장면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표정의 배우 이서준이 통역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저 사람이 제 말을 이해하고 있나, 알 수 있는 법이죠. 연설대에서 모두 보였습니다. 정말 제 마음을 그대로 전달해주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네 통역사가 쑥스러운 얼굴로 얼른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연설문이 좋아서 진심이 통한 겁니다.”

“그 연설문을 통역사님들이 잘 전해주셨잖아요.”

이서준과 네 통역사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주며 최소영의 내레이션이 들렸다.

[아주 먼 옛날, 하나의 언어를 사용했던 인간들은 하늘에 닿으려고 바벨탑을 쌓다가 벌을 받아 수십 개의 언어를 사용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서로의 말과 생각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때문인지 수많은 언어를 사용하는 지금. 세상은 싸움이 잦아지고 서로를 속이고 오해하는 일이 가득해졌다.]

[그래서 우리들은 다시 한번 바벨탑을 세우려고 한다. 이번에는 하늘에 닿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언어를 사용했던 그 옛날처럼 서로의 말과 생각이 충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우리는 다른 나라에 닿기 위해 세워진 바벨탑. 통역사다.]

이서준의 대기실에서 나온 네 통역사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바벨탑]의 OST가 흘러나오며 엔딩스크롤이 올라갔다.

[특별 출연해 주신 이서준 님께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바벨탑을 시청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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