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부터 슈퍼스타 502화
토요일 저녁 9시.
송유정은 부모님, 동생과 함께 TV 앞에 앉았다. 주말이라 본가에 와 있었는데 저녁을 보고 주말드라마를 보고 과일을 먹으며 예능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랑 아빠가 병아리반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애들이 귀엽잖아. 선생님들도 점점 능숙해지는 게 보기 좋고.”
엄마가 웃으며 말하자 송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서준 때문에 보기 시작했지만, 아이들이 귀여워서 다음 주 마지막 방송까지 볼 생각이었다.
“근데 여전히 광고가 많네.”
아빠의 말에 가족의 시선이 TV로 향했다. 이서준이 나오지 않아서 광고가 줄어들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그대로였다.
“시청률이 높잖아.”
“오. 시작한다.”
병아리반 7화는 아이들이 직접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요리라고 해도 날이 없는 칼로 달걀이나 두부 같은 물렁물렁한 재료를 자르고, 따뜻한 밥에 재료를 섞고 가지각색 모양의 주먹밥을 만드는 정도였다.
출연자가 직접 요리한 뜨끈한 국물까지 더해지니 아이들은 냠냠 잘도 먹었다. 물론 몇 명은 겨우 몇 입 먹는 수준이라 모니터로 서준의 먹방을 틀어야 했지만 말이다.
[(선) 미식가 오크의 초대가 발동됩니다.]
이번에도 먹방을 틀자 아이들이 신나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몇 번을 봐도 신기한 모습에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저거 정말 무슨 느낌일까?”
“그러게 말이야. 아기 먹방은 도움 많이 받았는데.”
엄마의 말에 송유정이 동생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서준은 나이 차이가 나서(아기 먹방이 나왔을 때 이미 20개월이 넘었다) 쓰지도 못했지만, 동생은 서준과 비슷한 나이라 아기 먹방의 효과를 충분히 봤다고 엄마에게 들었다.
“야. 어떤 느낌이었어?”
송유정의 말에 21살 동생이 짜게 식은 눈으로 송유정을 바라보았다.
“그게 몇 살 땐데…… 기억이 나겠어?”
“그건 그러네.”
“여튼 아기 먹방 도움을 많이 받았어.”
엄마가 웃으며 화면을 보았다. 송유정이 휴대폰을 살피며 다른 시청자들은 어떤 감상을 보여주고 있나 살폈다.
“다른 사람들은 출연자들이 먹방에만 의지하는 게 아니라서 좋대.”
출연자들은 먹방을 켜기 전까지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늘 요리 수업도 그런 노력 중 하나였다.
“아빠도 같은 생각이야. 정말 안 먹을 때는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언제까지고 먹방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일이니까.”
처음 먹방2의 효과가 알려지고 사람들은 아기 먹방 때처럼 그 범위를 분석해 나갔다. 그 덕분에 먹방으로 아이들의 밥을 먹는 나이가 대충 10세 이하로 결론지어졌다. 11살도 12살도 있었지만 아주 드문 편이었다.
그렇다면 11살부터는 먹방 대신 홀로 먹어야 한다는 건데 점차 먹방 시청을 줄여나가야 하는 노력이 필요할 터였다.
“아기 먹방 보면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먹방 중독이 아니라 너튜브 중독? 그런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엄마 생각에도 줄여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엄마의 말에 송유정이 어깨를 으쓱였다.
“근데 나도 혼자 밥 먹을 때는 먹방 켜놓고 밥 먹는걸.”
“너야 다 컸잖아. 애들은 아직 어리고.”
요리 수업 겸 점심 식사가 끝나고 아이들과 출연진은 손수건을 만들기로 했다.
“난 엄마 줄 거야!”
“나도!”
“난 아빠!”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나누어준 새하얀 천에 미리 만들어놓은 천연물감을 물들였다. 색이 섞이기 쉬우니 기본 색상은 출연자들이 바가지로 아이들의 대야에 부어주었다.
처음에는 천으로 시작했던 물감 놀이가 점점 아이들의 얼굴과 머리카락에 묻더니 결국 옷까지 튀어버렸다. 아이용 앞치마가 있어도 막지 못했다.
“어. 예린이 우는 거 아니야?”
동생의 말과 동시에 예린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박이든이 곧바로 달려갔다.
“예린이가 깔끔쟁이긴 하지.”
아빠가 귀엽다는 듯 웃으며 말하자 엄마가 말을 이었다.
“유정이 너도 뭐 묻었다 하면 울었는데…… 지금은 방 좀 치워! 귀신 나오겠다!”
“아니, 이야기가 왜 그렇게 흘러?”
과일을 먹고 있던 송유정이 지레 찔린 듯 외쳤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물감이 안 묻은 곳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에 출연자들이 해탈한 표정을 지었다.
[각오한 일이긴 한데 빡세겠다.]
[그러게요.]
천연물감을 물들린 천들이 빨랫줄에 걸려 바람에 휘날렸다. 아이들이 그 모습을 우아아 하고 바라보았다.
[숲 속의 병아리반]
[마지막 회 예고]
“오늘도 귀여웠네. 마지막 화에서는 뭐 하려나?”
“애들 선물 주는 거 아니야? 감동 편지 같은 거랑.”
이런 류의 예능은 내용과 결말이 ‘감동’으로 정해져 있게 마련이었다.
“다음 주엔 우리 다 우는 거 아니야?”
가족 내력인지 다들 감정이입도 잘했고 감성도 풍부했기 때문에 모두 그럴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출연진들이 우는 모습을 예고편으로 내보내지 않을까 싶었는데 TV 화면에서는 전혀 다른 장면이 나왔다.
하랑이었다.
서준에게 보냈던 세 장의 사진의 바탕이 되는 영상과 함께 박이든이 보내지 않았던 하랑이의 뒷모습이 예고편으로 나오고 있었다.
“아…….”
인형을 꼭 안고, 손수건을 꽉 쥐고, 인형들과 나란히 앉아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우면서도 쓸쓸해서 송유정과 가족은 눈물을 글썽였다.
그런 하랑이의 뒷모습과 함께 잔잔하지만 조금 슬픈 음악과 함께 자막이 떴다.
[누구를 기다리고 있니, 하랑아?]
* * *
-출연자들 우는 모습 보여줄 줄 알아서 별생각 없이 보고 있었는데ㅠㅠ 하랑이 뒷모습만 나와서 울컥했다ㅠㅠ
=하랑이ㅠㅠ너무 귀여운데 슬퍼ㅠ
=음악이랑 자막도ㅠㅠ
-이거 딱 그거잖아. 이서준.
=22 이서준 나타날 삘.
-제작진: ;;;사람들이 눈치가 너무 빨라.
=근데 이건 눈치채라고 내보낸 듯. 이서준 나온다고 대놓고 하기엔 다음화 임팩트가 부족하지.
=이서준 나오는 거 추측 못 해도 하랑이가 저런 모습으로 나왔으니 다음 화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할 것 같다.
-서준아…… 고정이니?
=ㅋㅋ그러겤ㅋㅋ 이거 거의 고정 아니야?
-서준이 많이 나와서 좋음. 행복하다!
=22 숲 속의 병아리반 연장해서 서준이 더 오래 봤으면 좋겠는데ㅠㅠ
=33 그럴 리는 없겠지ㅠㅠ
* * *
[숲 속의 병아리반] 강수정 피디는 작가들과 함께 마지막회 편집본을 보고 있었다. 이미 촬영이 끝난 상태고 편집도 완성된 터라 여유롭게 마지막회 방송만 기다리면 됐지만,
“한 2% 부족한 것 같은데…….”
“그러게요.”
몇 번이고 돌려봐도 뭔가 아쉬운 점이 느껴졌다.
하랑이와 이서준의 이야기도 넣었고 박이든의 이야기도 넣었고, 출연자들과 아이들의 감동적인 이별도 넣었다. 처음 [병아리반]에 왔던 아이들의 모습과 지금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며 서로 얼마나 친해졌는지 보여주는 영상도 넣었다.
“근데 뭔지를 모르겠단 말이야.”
“으으음.”
그때 조연출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바벨탑 촬영 끝났대요.”
“아. 그래?”
SBC 드라마 [바벨탑]은 현재 KBC 예능 [숲 속의 병아리반]과 함께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였다. 다른 방송국이지만 이서준 배우가 카메오로 촬영하니 이렇게 소식을 듣고 있었다.
“워낙 화제라서 메이킹 필름도 찍었다던데…….”
“아, 저도 들었어요. 이서준 배우 파트도 찍었겠죠?”
“우리 방송국은 뭐 하나. 이서준 배우도 안 잡고.”
“안 잡는 게 아니라 못 잡는 거죠. 그리고 지금 시청률 잘 안 나와서 분위기 지옥 같을 테니까 드라마국에선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내가 드라마국에 갈 일이 뭐가 있겠어.”
작가들의 이야기에 강수정 피디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눈을 끔벅였다.
“그…… 우리 막방 촬영 날이 이서준 배우 바벨탑 촬영 날이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죠. 이든 씨도 촬영 잘했냐고 묻던 장면도 있고요. 메시지 주고받은 것도 방송에 넣었잖아요.”
“……그래! 그게 아쉬웠어!”
강수정 피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작가들과 조연출이 눈을 끔벅였다.
“메시지는 급박함이 없어. 영상으로 보여줘야 시청자들도 이서준 배우가 어떤 마음으로 촬영장에 나타났는지 잘 알 수 있겠지! 그런 장면도 메이킹 필름에 찍혔으면 좋을 텐데…… 어디 바벨탑 제작진 연락처 아는 사람 없어?
“제가 거기 보조 작가랑 아는 사이긴 한데…….”
손을 든 서브 작가가 입을 벙긋거리다가 겨우 목소리로 내뱉었다.
“……그거 SBC 드라만데요?”
우린 KBC 예능이고요.
드라마국이랑…… 괜찮겠어요? 강 피디님?
모두 그런 눈빛으로 강수정 피디를 쳐다보았다.
* * *
[KBC 숲 속의 병아리반, 오늘 마지막 화!]
[하랑이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누구?!]
[다음에 또 만나자는 약속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마지막 화ㅠㅠㅠ
=시즌2도 만들어주라ㅠ
=근데 시즌2면 다른 애들 나올 듯.
=그건 싫어ㅠㅠㅠ
[숲 속의 병아리반] 마지막 방송 날이 되었다.
화면에는 지난 편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하랑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청룡님 인형을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형누나들과 노는 중에도 잠깐잠깐 어딘가를 바라보는 하랑이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눈물을 글썽였다.
“선생님. 하랑이는요?”
“밖에서 놀고 있던데?”
해가 저무는 저녁.
하랑이의 양치질을 맡은 박이든이 허운성의 말에 밖으로 나갔다.
어두운데도 조명 덕분인지 제법 밝아 뛰어노는 아이들 사이, 청룡님과 피포와 함께 앉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하랑이가 보였다. 박이든이 웃으며 그 옆에 앉았다.
“하랑아. 뭐 하고 있어?”
“주니 떤땐님 기다려!”
하랑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뒷모습은 쓸쓸하기 그지 없었는데ㅋㅋㅋ
=하랑이 완전 신남ㅋㅋ
=산타할아버지 기다리는 애 같음ㅋㅋ
“오늘은 너무 늦어서 준이 선생님 안 올 것 같은데…… 조금만 더 기다리다 들어갈까?”
“웅!”
하랑이와 박이든은 나란히 앉아 서준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랑이랑 박이든도 엄청 친한 듯.
=22 이쪽은 친구 느낌ㅋㅋ
다음 장면은 손수건을 만드는 하랑이의 모습이 보였다.
“하랑이는 손수건 몇 장 줄까?”
“엄마랑! 아빠랑! 하랑이랑! 주니 떤땐님 거!”
“4개나 되네! 다 만들 수 있겠어?”
“웅!”
정나희에게서 손수건을 받은 하랑이는 고심하는 얼굴로 천연물감의 색을 고르고 손수건에 물을 들였다. 집중력이 오래가지 않아 형누나들과 열심히 놀기도 했지만 결국 멋진 손수건을 만들었다.
“하랑아. 손수건 말리자.”
예린이의 손수건을 빨랫줄에 매단 박이든이 하랑이를 찾았다.
하랑이는 두 개의 손수건을 쥐고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짝반짝한 서준 선생님을 닮았다며 만든 노란색 물감이 가득한 손수건을 꼭 쥐고서.
-하랑아ㅠㅠ
-다음번에 또 만나자는 말을 이렇게 계속 생각할 줄이야ㅠㅠ
-애들 앞에서는 말 조심해야 함ㅠㅠ
=22 애들도 다 기억하고 있음
그 장면을 끝으로 [병아리반]은 다시 시간의 흐름대로 방송되기 시작했다. 마지막 촬영을 맞아 출연자들이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들이 등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애들도 마지막이라는 거 아나 봐. 다 선생님들한테 붙어 있네.
=애들도 알 거 다 알아ㅠㅠ
=22 어른들만큼 분위기에 민감할걸.
-하랑이ㅠㅠ
하랑이도 그런 분위기에 휩쓸렸는지 다른 때보다 시무룩한 얼굴로 길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알아챈 박이든이 점심시간 후 휴대폰을 들었다.
-박이든이 부른 거였어ㅋㅋ
-서준이 바벨탑 촬영 중이었구나.
=바벨탑 카메오 기대합니다!
-서준: 이든아.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어.
=……에서 서준이의 분노가 느껴진다ㅋㅋ
-사진 완전 치트키잖아ㅋㅋ모르는 사람이라도 걱정할 듯ㅋㅋ
-안돼. 이제 바이바이야. 라고 말해? 맞는 말ㅋㅋ 거기서 그랬으면 대성통곡을 했을 듯.
영상통화를 해달라는 박이든의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이제 이서준 나오나?
=저번처럼 직접 운전해서 올까?
=바벨탑 촬영 중이라며. 늦을 듯.
그때 화면이 바뀌었다.
[병아리반]의 화면과 조금 다른 느낌의 움직임과 색.
-??? 이거 바벨탑 메이킹이잖아.
=바벨탑 메이킹도 있음?
=ㅇㅇ 1시간 전에 공개함.
-……근데 바벨탑 SBC 드라마 아님? 여기서 쓴다고??
=22 자료화면이라기엔 공개 시간과 편집 시간이 너무 신경 쓰인다ㅋㅋㅋ
-바벨탑은 홍보에 도움이 된다지만 병아리반은 무슨 생각이냐ㅋㅋ 타 방송국 드라마 홍보해 주고 있어ㅋㅋ
=방송국도 뛰어넘는 이서준의 힘ㅋㅋ
아무리 그래도 메이킹 필름을 전부 보여줄 수는 없으니, 촬영이 시작하는 부분과 촬영이 끝날 때 조금, 그리고 서준과 매니저가 바쁘게 차에 오르는 뒷모습 정도가 방송되었다.
-진짜 촬영 끝나자마자 바로 왔나 봄.
-ㅠㅠ 서준이 너무 착해ㅠㅠ
-근데 시계 봤어? 촬영 진짜 빨리 끝난 것 같은데?
=메이킹 필름 보면 거의 원 테이크에 끝남.
=헐;;;
-대충 찍은 거 아님?
=???이서준인데여???
그리고 다시 화면이 바뀌었다.
허운성과 카메라맨이 멀리서 오는 차를 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어쩐지 데자뷔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이서준 등장!
그리고 숲 속에서 하랑이와 서준이 만났다.
-서준: 선생님 그냥 갈까?
=서준이한테서 우리 엄마가 보인다ㅋㅋ
=ㅋㅋ어렸을 때 진짜 많이 들었는데.
=엄마: 넌 여기 있어. 엄마는 갈 거니까.
=ㅋㅋ우리 엄마도ㅋㅋ
-하랑이 우는 거 너무 서러워ㅠㅠ
=엄청 기다렸음ㅠㅠ
-풀 날라다닌다ㅋㅋ
=흩날리는 풀떼기 속에서~ 네 목소리가~
-박이든이 원한 것: 청룡님 목소리
서준이 한 것: 직접 등장
박이든이 원한 것: 영상 통화
서준이 한 것: 직접 등장222
-ㅋㅋㅋㅋㅋㅋ
-진짜 전화 걸기 무섭겠다ㅋㅋ
-이서준 대단하다;;; 어떻게 저걸 다 알아듣냨ㅋ
=자막도 왠지 이서준 통역에 기댄 듯ㅋㅋ
-근데 하랑이 마음 알 것 같음. 나도 어렸을 때 갑자기 이사하는 바람에 친구들이랑 인사도 못 하고 헤어졌는데ㅠㅠ 숨바꼭질 10번 하기로 약속했는데ㅠㅠ 진짜 엄청 울었음ㅠㅠ
=22 애들도 인사하면서 마음의 정리를 하는데ㅠㅠ
=33 쪽쪽이나 애착 인형 같은 것도 ‘안녕!’ 해야지 그다음부터 안 찾음.
-선생님이 기다릴까 봐ㅠㅠ하랑이 착해ㅠㅠ
감동적인 재회를 뒤로하고 저녁 식사가 이어졌다.
김자영이 만든 엄청 매운 양념치킨에 당첨된 서준이 아무렇지 않게 먹는 모습에 말려든 박이든이 강렬한 매운맛에 허겁지겁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마셨다.
그 모습에 맛이 궁금했던 허운성과 정나희도 조그마한 치킨 조각을 먹고는 얼른 우유를 마시고는 서준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서준 쌤. 매운 거 엄청 잘 먹네.”
“맛있는 건 다 잘 먹어요. 이것도 맛있게 매워요.”
“……맛을 느끼기 전부터 매운데?”
저녁 식사가 끝난 후에는 양치질 시간과 함께 서준의 두 번째 풍금 연주회가 있었고, 그다음에는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박이든이랑 하랑이 잘 노네ㅋㅋㅋ
=22 쿵짝이 잘 맞음ㅋ
편지 쓰는 시간이 끝나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재울 준비를 시작했다.
“하랑이는…… 주니 떤땐님하고 잘래…….”
잠이 쏟아지는 듯 눈을 비비며 말하는 하랑이의 모습에 출연자들이 서준을 보았다. 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하랑이랑 같이 잘게요.”
“에헤헤헤.”
“나도 선생님이랑 잘래!”
“저도요!”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다른 아이들도 선생님과 함께 자기를 원했다. 출연자들이 웃으며 아이들과 함께 이불에 누웠다.
서준과 하랑이도 나란히 누워 이불을 덮었다. 옆으로 몸을 기울인 서준이 하랑이의 배를 토닥토닥 토닥여주었다. 느릿하고 따스한 배경 음악이 깔렸다.
-하랑이 웃음이 사라지질 않네ㅋㅋ
=계속 웃고 있음ㅋㅋ
방실방실 웃고 있던 하랑이가 크게 하품을 하고 잠이 들었다. 다른 아이들도 잠이 들고 피곤했던 선생님들도 하나둘 깊은 잠에 빠졌다.
서준도 마찬가지였다. 하랑이의 배를 토닥여주던 손길이 점점 잦아들었다.
-서준이 자는 모습……!
=이건 소장각이다!
=ㅠㅠ이래서 예능이 좋아ㅠㅠ
아침이 밝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부모님들의 차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별을 안 아이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선생님들에게 안겼고 선생님들도 울먹울먹한 얼굴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었다.
서준과 하랑이도 서로에게 선물을 주며 꼭 껴안고는 이제 정말로 ‘안녕’ 했다.
“주니 떤땐님! 안뇽!”
“하랑이도 안녕. 잘 가.”
“웅!”
아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하나둘 [병아리반]을 떠나갔다. 끝까지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던 하랑이가 엄마아빠에게 속닥거리더니 다시 달려왔다. 서준과 그 옆에 서 있던 박이든이 눈을 깜빡였다.
하랑이가 편지를 내밀었다. 박이든에게.
“이거! 드니 떤땐님 거!”
“……나?”
“웅! 그럼 드니 떤땐님도 안뇽!”
“……안녕?”
하랑이에게서 편지를 받은 박이든이 얼떨떨한 얼굴로 하랑이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하랑이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엄마아빠와 함께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이거 잘못 준 것 같은데? 서준이 네 거 아니야?”
“하랑이가 네 거라잖아. 얼른 열어봐.”
박이든이 의아한 얼굴로 편지봉투를 열었다. 그리고는 울컥한 얼굴로 두 눈을 가렸다. 서준이 웃으며 친구의 어깨를 토닥였다.
[든이 선생님 두 번째로 사랑해요. 하랑이가]
하트와 함께 서준과 하랑이, 박이든의 모습까지 그려진 하랑이의 편지였다.
-하랑이 밀당 장난 아니다ㅋㅋ
=22 어제까지는 안 해준다고 해놓고ㅠㅠ 이렇게 몰래 편지 써주기 있냐ㅠㅠ
=33 나까지 울컥함.
“……언제 이런 걸 적은 거야?”
“내가 가르쳐 줬어. 아까 아침 먹고 오더라고.”
박이든의 울음기가 섞인 혼잣말에 정나희가 웃으며 대답했다.
“‘째’가 어려워서 많이 고쳐 썼어.”
정나희의 말에 박이든이 눈물을 글썽이며 편지를 매만졌다. 유난히 ‘째’라는 글씨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이 보였다. 서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내가 첫 번째야. 넌 두 번째고. 네 편지에도 내 그림이 있잖아.”
“……야.”
감동을 파괴하는 서준의 말에 박이든과 서준이 투닥거리고 선생님들이 모여 웃는 모습이 천천히 멀어졌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며 처음 [병아리반]에 와 서로 어색했던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모습과 마지막 회에서 친해진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숲 속의 병아리반]이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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